2008/07/17 10:26

[방송 따져보기] 기계적 균형과 불공정 심의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감사원의 KBS 특별감사를 다룬 KBS 〈뉴스9〉 보도에 대해서 ‘공정성’에 관한 방송심의규정을 위반했다며 ‘주의’ 결정을 내렸다. 이번 결정은 방통심의위의 조·중·동 불매운동 글에 대한 삭제 결정과 〈PD수첩〉에 대한 월권적 심의가 한창인 시기에 이뤄졌다.

따라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실제 〈뉴스9〉가 어떤 문제가 있는지 꼼꼼하게 따져보기도 전에, “방통심의위가 또 한건 했구나”라는 감정적인 불만부터 터트렸을 것이다. 나도 그랬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방송에 대한 전문성이 있는 방송분과특위 위원들이 ‘생판 아닌 것’을 가지고 그런 결정을 했겠어? 도대체 뭐가 그렇게 불공정하다고 생각해서 비교적 가벼운 ‘권고’도 아닌 ‘주의’결정까지 내리게 되었을까. 꼼꼼히 살펴보자”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내가 방송분과특위 위원이라고 생각하고 문제로 지적된 보도를 보고 또 봤다.

하지만, 내가 보기엔 정말로 뭐가 문제인지 쉽게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여러 기사에서 언급된 위원들의 발언을 힌트 삼아 다시 한 번 찾아봤다. 그랬더니 보였다. 〈예정에 없는 ‘특감’〉(5/21)에서는 “최근 KBS 사장 거취문제와 관련해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감사원이 보수단체의 감사청구를 받아들임으로써 이른바 표적감사가 아니냐는 의혹도 일고 있습니다”라는 기자멘트는 살짝 문제로 보인다.

다른 사람의 입을 빌린 것이 아니라, 기자가 ‘표적감사’라는 표현을 직접 썼기 때문이다. KBS 특감이 시작되고 KBS 앞 ‘공영방송 지키기’ 촛불집회가 처음 열렸던 날 보도된 〈‘표적감사’ 비판 확산〉(6/11)는 촛불집회 시민 인터뷰, 전국언론노조 입장 기자멘트, KBS 노조 부위원장 발언 녹취, 통합민주당 의원 중단 촉구 움직임 기자멘트, 천정배 의원 발언 녹취, 감사원 입장 기자멘트로 구성되어 있다. 그런데 특감에 대해 비판하는 내용에 비해, 감사원 입장에 대한 기자멘트는 ‘상대적으로’ 짧다.

이렇게 ‘기계적 균형’ 중시하고 특정 입장에 유리하거나 불리하면 안 된다는 기준만을 잣대로 해서 이들 보도를 뜯어보니, 나름대로 ‘불공정’ 여지는 있어 보인다. 하지만 생각해보자. 지난 대선 때도 이명박 후보의 도덕성 문제만 보도했다 하면, ‘그놈의 기계적 균형’이 항상 태클을 걸었다. 이번에도 KBS에 몰려온 수많은 촛불집회 참가자와 언론단체의 KBS 특감에 대한 우려와 비판이 이어졌는데 그들 주장과 감사원의 주장이 같은 비중으로 다루지 않았다고 문제 삼는 것이다.

특히 KBS 보도가 방송심의규정 9조 4항을 저촉했다는 방통심의위 주장은 더욱 이해가 되지 않는다. 9조 4항은 “방송은 당해 사업자 또는 그 종사자가 직접적인 이해당사자가 되는 사안에 대하여 일방의 주장을 전달함으로써 시청자를 오도하여서는 아니 된다”이다. 그러나 이번 KBS 특감이 단순히 ‘KBS 사업자 및 종사자가 이해당사자’에게만 해당되는 사안인가. 현재 KBS는 이명박 정권 아래에서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성이 지켜질 수 있는가를 가름하는 국민적 관심 대상이 된지 오래다.

국민 대부분이 KBS 특별감사를 ‘감사대상인 KBS와 감사주체인 감사원’ 사이의 문제가 아니고, 임기가 보장된 KBS 정연주 사장을 몰아내기 위한 정부의 노골적인 압력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KBS 특감 관련 보도를 마치 KBS 경영부실과 인사비리를 파헤치려는 감사원에 KBS 이해당사자들이 자사이기주의로 뉴스를 사유화한 것처럼 취급한 이번 결정은 도저히 납득되지 않는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협동사무처장

앞으로도 이 정권 아래에서 방송보도와 시사프로그램은 ‘기계적 균형’이라는 함정 때문에 고생 꽤나 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이 정말 알아야 할 정보를 제공하지 못하게 하는 ‘기계적 균형’의 늪에서 방송을 빼낼 방안 모색에 힘을 모아야 할 때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Trackback 0 Comment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