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이 촛불 정국 이후 논의해 온 인터넷 포털 규제책이 오는 9월 정기국회에서 본격적인 법제화 작업으로 이어질 예정인 가운데, 정권의 공영방송 장악 논란에 이어 ‘인터넷 여론 재갈 물리기’ 논란 또한 거세질 전망이다.
정부 여당이 정기국회에서 인터넷 포털을 언론으로 규정하는 것을 골자로 한 신문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시중, 이하 방통위)가 방통위원들 사이에서도 여전히 논란이 있는 ‘인터넷 본인확인제’의 효과 제고를 주장하며 이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정보통신망법 시행령 개정안을 10월 국무회의에서 통과시킬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포털 잡는 신문법 개정?= 정부 여당이 오는 9월 정기국회에서 인터넷 포털을 언론으로 규정, 포털 뉴스 서비스에 게재된 게시글의 내용에 대해 언론중재 규정을 적용하는 방향으로 신문법을 개정하겠다고 밝혀 논란이다.
정부 여당이 추진하는 신문법 개정의 핵심은 뉴스를 서비스하는 인터넷 포털을 기존 신문법이 규정한 언론영역에 포함시키는 것이다. 이 경우 포털 뉴스 서비스에 게재된 게시글로 인해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자는 언론중재위원회를 통해 언론 중재 요청이나 법적 소송 등을 제기할 수 있게 된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함께 최근 당정회의를 통해 이 같은 방안을 마련하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한 나경원 한나라당 제6정책조정위원장은 18일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이 같은 내용의 신문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한 배경과 관련해 ‘포털의 요구 때문’이라는 이유를 내세웠다.
나 위원장은 “약 1개월 전에 포털업계 대표들과 간담회를 했는데 (당시) 포털이 일부 뉴스 보도 기능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신문법이나 언론중재법의 적용을 받고 있지 않으니, (포털도) 언론중재법의 적용을 받게 해달라는 요구가 많이 있었다”고 말했다.
나 위원장은 “(인터넷 포털이) 사실상 뉴스 기능을 하는 경우엔 다른 매체와의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서라도 신문법이라든지 언론중재법의 적용을 받음으로써 책임질 부분은 책임지고, 언론으로 인정받음으로써 조금 더 자유로워질 수 있는 부분이 있기에 (포털의) 의견들을 수렴, 결정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또한 “일간 신문·뉴스 통신사·인터넷 신문 등 매체 중심으로 할 게 아니라, 책임을 지거나 규율해야 할 부분은 기능 중심으로 하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 ▲ 정부 여당이 오는 9월 정기국회에서 포털 뉴스 서비스에 게재된 게시글의 내용에 대해 언론중재 규정을 적용하는 방향으로 신문법을 개정하겠다고 밝혀 논란이다. 정부 여당이 촛불여론의 진원지라 비판해온 포털 사이트 다음 아고라 메인 페이지 ⓒ다음 화면캡쳐 | ||
그러나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들은 ‘포털 잡는 신문법 개정’이라며 인터넷 포털을 언론의 범주에 넣으려는 정부 여당의 의도를 의심하고 있다.
최재성 민주당 대변인은 18일 국회에서 진행한 현안 브리핑에서 “언론은 장악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며, 특히 포털은 정권에 의해 좌지우지될 수 있는 경직된 단위가 아니다”라고 주장하며 정부 여당의 신문법 개정 방침을 비판했다.
최 대변인은 “포털은 민심의 바다이자 정보의 세계로, 이것을 권력의 입맛에 맞게 좌지우지하겠다는 발상은 매우 위험한 것”이라면서 “여론을 잠시 침묵하게 만들 수는 있어도 영원히 길들일 순 없다”고 잘라 말했다.
김석수 창조한국당 대변인도 “정부 여당이 추진하는 신문법 개정은 (정권에 대한) 누리꾼들의 비판을 봉쇄하기 위해 끊임없이 행하고 있는 언론장악 발상 중 하나로 공영방송에 이어 온라인 여론까지 입맛대로 길들이려는 속셈”이라고 비판했다.
김 대변인은 “최근 현안들에 대한 여론형성에 인터넷 여론이 영향력을 발휘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국민의 자발적 참여가 선행됐기 때문이라는 점을 정부 여당은 인식해야 할 것”이라며 신문법 개정 추진의 중단을 요구했다.
■상임위원들 이견 속 본인확인제 확대 밀어붙이나= 방통위도 오는 10월 중 국무회의 의결을 통해 본인확인제 확대를 골자로 한 정보통신망법 시행령 개정안을 공포할 예정이다. 정보통신망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내년 1월부터 본인확인제 대상을 현재 하루 20만 명 이상이 이용하는 인터넷 언론 사이트와 30만 명 이상의 포털 사이트에서 10만 명 이상이 이용하는 모든 웹사이트로 확대할 계획인 것이다.
그러나 지난 14일 방통위 전체회의에선 이와 관련해 상임위원들 의견조차 충분히 조율되지 못했다.
야당 추천 상임위원인 이병기 위원은 “표현의 자유 등과 관련한 기우는 없어진 게 맞나. 효과가 있긴 한가”라고 문제를 제기한 반면, 임차식 이용자네트워크국장은 “본인확인제 도입 결과 악성 댓글 자체는 크게 줄지 않았다.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하진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여당 추천 상임위원인 형태근 위원도 본인확인제 확대를 긍정했다.
반면 야당 추천 상임위원인 이경자 위원은 “실명 악성댓글 감소효과가 2%에 불과하다는 것은 법을 아무리 강화해도 현실효과가 크지 않다는 증거”라며 “결국 인터넷 공간을 어떻게 문명적으로 활용하느냐 문제는 시민윤리가 향상되지 않으면 안 된다. 실명제 확대는 글로벌 스탠더드에선 흔하지 않은 것”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나 방통위 실무진은 지난 7월 24일 관련업계 간담회, 지난 8일 공청회에서 두드러진 반대는 없었다고 전하며 예정대로 10월 중 국무회의 의결을 통해 본인확인제 확대를 위한 정보통신망법 시행령 개정을 공포하겠다는 방침이다.
한편, 지난 8일 방통위 공청회에 참여한 토론자들은 “현재의 본인확인제가 시행된 지 1년도 지나지 않아 확대의 필요성이 정부에 의해 하향식으로 전환되는 것에 대해 정당성을 찾기 힘들다”(홍승희 원광대 법대 교수), “본인확인제 취지에는 적극 공감하나 검증된 게 없다”(성동진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차장) 등 비판적 견해를 다수 전한 바 있다.
김세옥 기자
kso@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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