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9/04 15:06

방통위에겐 ‘언론’으로서의 방송은 없다?

대통령 업무보고서 종합편성·보도PP 확대, 민영미디어렙 추진 계획 밝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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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통위가 4일 대통령에게 보고한 내용들 중 상당수는 방송을 언론이 아닌 일자리 창출 등을 위한 산업 동력으로만 바라보고 있다는 점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사진은 최시중 방통위원장.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시중, 이하 방통위)는 4일 오전 서울 세종로 방통위 청사에서 대통령 업무보고를 진행하고 방송통신산업 신성장 동력 육성을 통해 향후 5년 간 29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이 기간 동안 서비스·기기·소프트웨어 등 우리나라 전체 방송통신산업의 생산액을 116조 이상 늘어나게 하겠다고 공언했다.

방통위는 특히 내달 상용 서비스를 개시할 예정인 IPTV 등과 같은 방송통신서비스 분야의 생산규모를 연평균 6.8% 성장시켜 21조 4000억원으로 끌어올리고, 이를 통해 청년층이 좋아하는 양질의 일자리 4만개를 더 창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방통위는 이를 위한 중점 추진과제로 △방송과 통신의 융합 선도 △방송서비스 시장 선진화 △통신서비스 투자 활성화 △해외진출 및 그린 IT 확산 등을 제시했다.

또한 방통위는 이날 업무보고에서 와이브로 음성통화 허용 검토와 인터넷전화 번호이동제 등을 시행해 통신시장 투자를 촉진하는 한편, 800㎒와 900㎒ 대역의 우량 이동통신 주파수를 회수·재배치, 내년 중 신규·후발 사업자에게 우선 배분한 뒤 서비스 준비를 거쳐 2011년 6월부터 사용토록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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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통위가 대통령 업무보고를 위해 마련한 25페이지 분량의 ‘방송통신 선진화를 통한 신성장동력과 일자리 창출 방안’ 보고서.


산업 동력으로서의 방송만 존재…종합편성·보도PP 확대, 민영미디어렙 도입

그러나 방통위가 이날 대통령에게 보고한 내용들의 상당수는 방송을 언론이 아닌 일자리 창출 등을 위한 산업 동력으로만 바라보고 있다는 점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PD저널 573호 참조)

실제로 방통위가 이날 업무보고를 위해 마련한 25페이지 분량의 ‘방송통신 선진화를 통한 신성장동력과 일자리 창출 방안’ 보고서에선 방송계가 현재 거센 반발을 전하고 있는 미디어 관련 법제들에 대한 강행 의지를 분명하게 읽을 수 있다.

실례로 보고서의 ‘방송서비스 시장 선진화’ 항목을 보면 방통위는 “엄격한 소유·겸영 규제로 신규 투자 및 인수합병에 의한 성장이 제한당하고 있다”는 현실 인식 하에 △지상파 및 종합편성·보도전문 PP에 대한 대기업 진입제한 기준의 완화(3조원→10조원) △케이블 방송 사업자간 겸영규제 완화 △미디어 간 교차소유 허용을 통한 미디어 산업 활로 개척 등을 추진 과제로 꼽았다.

이와 관련해 방통위는 “적정 범위 및 시기 등에 대한 여론수렴을 거쳐 사회적 합의에 따라 보도·종합편성 PP 겸영범위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하겠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허가를 받은 종합편성 PP는 없고 YTN과 MBN만이 보도전문 채널로 기능하고 있다. 현재 방통위는 이들 내용을 골자로 한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추진 중이다.

방통위는 또 보고서에서 “81년부터 한국방송광고공사(사장 양휘부, 이하 코바코)가 지상파 방송광고 판매대행을 독점해 방송광고가치가 저평가되고 연계판매 등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지역·종교방송에 대한 보완책을 마련하면서 2009년 12월까지 민영 미디어렙 신설로 경쟁체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방송광고정책의 일원화를 위해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코바코의 관리감독 체계를 재정립하겠다”고 공언했다.

방통위는 이 같은 방송광고시장을 경쟁체제로 전환함에 따라 전체광고시장이 활성화돼 연평균 성장률이 현재 4%에서 5.2%까지 늘어날 것이라 전망했다. 방송광고 시장 역시 6% 정도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광고수익 증대로 디지털 전환이 촉진되고 방송콘텐츠에 대한 투자도 확대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밖에도 △지상파·위성 DMB의 지분제한 완화 및 TV 채널 수 규제 완화를 통한 경영 개선 지원 △신규 영어FM 도입 △자체 콘텐츠 제작·유통활성화 및 경영효율·생활권을 고려한 방송권역 광역화 유도를 통한 지역방송 활성화 정책기반 마련 등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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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론사유화 저지 및 미디어 공공성 확대를 위한 사회행동은 방통위의 대통령 업무보고가 진행된 이날 오전 9시 30분 방통위 앞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언론노조

“업무보고 허울 쓴 방송장악 음모일 뿐…이젠 행동으로 대응 하겠다”

방통위의 업무보고 내용을 접한 방송인들과 언론·시민단체들은 “그간 방통위가 보여왔던 행보대로다”라며 “업무보고의 허울을 쓴 거대한 방송장악 음모가 구체적 실천계획으로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언론사유화 저지 및 미디어 공공성 확대를 위한 사회행동(이하 미디어행동)은 방통위의 대통령 업무보고가 진행된 이날 오전 9시 30분 방통위 앞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스스로 독립을 저버리고 대통령에 대한 업무보고에 나선 방통위가 ‘방송통신 선진화를 통한 신성장 동력과 일자리 창출방안’이란 제목을 달고 방송과 산업을 시장에 던져 넣어 재벌 대기업에 안겨줄 요량이다”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방통위의 존립 근거인 방통위 설치법 제1조에 명시돼 있는 방통위는 방송의 자유와 공공성 및 공익성을 제고해야 하며, 방통위의 독립적 운영을 통해 국민의 권익보호와 공공복리 증진에 이바지해야 함이 마땅하다”며 “대통령에게 업무보고를 할 게 아니라 추진하려는 모든 내용을 모든 국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해 사회적 합의를 충실히 반영한 다음 실행하면 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방송의 공공성과 공익성은 안중에도 없이 친구 동생인 대통령과 정권 지지 세력만을 위한 온갖 계략을 획책하고 있는 최시중 방송통제위원장은 더 이상 방송을 더럽히지 말고 자숙하는 심정으로 당장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여한 전국언론노조 SBS본부 심석태 본부장은 “오늘 방통위의 업무보고 후 방송·언론의 자유에 어떤 상황이 펼쳐질 지 불 보듯 뻔하다”며 최시중 위원장의 사퇴를 거듭 촉구했다.

언론노조 MBC본부 박성제 본부장도 “방통위 업무보고는 어떻게 하면 방송으로 하여금 독립성을 상실케 해 MB(이명박 대통령)를 위한 방송을 만들지를 고민하는 자리에 다름없다”며 “방송 노동자들은 더 이상 이런 기자회견이나 집회가 아닌 총파업이란 행동으로 정권의 방송장악 음모를 무너트리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한편, 이날 대통령 업무보고에 방통위 측에선 최시중 위원장을 비롯해 송도균 부위원장, 이경자·이병기·형태근 상임위원, 이명구 기획조정실장 등이 참여했으며, 청와대 측에선 박재완 국정기획수석과 박형준 홍보기획관, 이동관 대변인 등이 나왔다.

김세옥 기자 kso@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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