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3당이 미국산 쇠고기 재협상을 요구하며 등원을 거부하면서 18대 국회 원구성 협상이 논의조차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시중, 이하 방통위) 소관 상임위 문제를 놓고 여야의 물밑 신경전은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한나라당은 불과 몇 주 전까지만 해도 방통위 소관 상임위로 국회 운영위원회(이하 운영위)를 주장했던 것과 달리 위원장을 한나라당 몫으로 두는 ‘방송통신위원회’라는 이름의 독립 상임위원회를 설치, 국회 정무위원회와 같은 방식으로 운영하는 방안을 밀기 시작했다.
방송통신 영역을 다루는 상임위를 신설하는 방안은 당초 한나라당이 검토조차 하지 않았던 부분이다. 그러나 최시중 방통위원장이 잇단 정치 행보 등으로 물의를 빚으면서 사실상 견제 기능이 전무한 국회 운영위 아래 방통위를 두자는 주장을 고수하기 힘들어지자 급히 방향을 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17대 국회 전례에 비춰봤을 때 방송 등 언론정책을 다루는 상임위는 여당에서 위원장을 맡는 만큼 운영위가 아닌 독립 상임위로 하여금 방통위를 담당토록 해도 소위 말하듯 ‘밑지는 장사’는 아닐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민주당은 17대 국회 전례에 따라 상임위원장을 배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름 아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 자리를 차기하기 위해서다.
국회에서 검토되는 모든 법안이 본회의에 상정되기 위해선 법사위라는 최종 관문을 통과해야만 한다. 17대 국회에서 사립학교법 개정이나 국가보안법 폐지 등을 위한 이른바 ‘개혁입법’들이 본회의 상정에 어려움을 겪었던 까닭은 법사위원장을 당시 야당이었던 한나라당에서 맡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17대 국회의 전례를 얘기할 경우 문광위원장은 여당에서 맡아야만 한다. 대통령 직속 기구에 위원장까지 최측근 인사인 방통위에 대한 견제를 제대로 하기 위해 문광위 소관으로 둬야 한다는 주장과 모순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가능한 부분이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관계자는 “기본적으로는 17대 국회 전례에 따라 상임위원장을 배분하는 게 맞지만 방통위의 경우 위원장은 탄핵 얘기가 나올 만큼 정치적 중립 의무를 지키지 않고 있으며 본래 야당 몫이었던 부위원장까지 마음대로 여당 측 인사로 선임하는 등 문제가 많지 않냐”며 방통위 소관 상임위 문제와 관련해선 ‘예외’가 당연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민주당은 한나라당 주장처럼 방통위를 독립 상임위로 하여금 담당토록 할 경우에도 위원장 문제만큼은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최시중 위원장이 앞장서 공영방송 사장 퇴진 압력을 가하는 등 정치적 중립의 추가 무너진 상황에서 국회의 견제 기능마저 상실할 경우 정권의 언론장악은 통제할 수 없을 수준으로 치닫게 될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민주당의 또 다른 관계자는 “방통위를 여당 손에 넘겨줄 경우 18대 국회 내내 우리는 물론 야당 전체가 무력한 모습을 보일 수밖에 없다는 게 전반적인 인식”이라며 “정권의 언론 통제를 반대하는 국민들의 여론을 등에 업고 협상 테이블에 나가면 백전백승할 수 있을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방통위 소관 상임위에 17대 국회 문광위에서 활동한 재선 이상 의원들과 중량급 신인 최문순·박선숙 의원 등을 전진 배치할 계획이며, 공식적인 원구성 협상 이전 비공식으로 진행되는 여야 원내 수석부대표들의 물밑 협상에서 주도권을 잡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한나라당 역시 ‘언론 관련 주도권을 놓칠 경우 정국의 주도권을 놓칠 수밖에 없다’는 인식 아래 방통위 소관 상임위 문제에 대처하겠다는 입장으로 국회 원구성 협상은 정상적으로 논의가 시작된다 할 지라도 쉽게 타결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김세옥 기자
kso@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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