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정연주 KBS 사장 ⓒ연합뉴스 | ||
현행 방송법에 따르면 이명박 대통령과 KBS 이사회가 KBS 사장을 사퇴시킬 면직권에 대한 권한이 명시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방송법(50조)에 따르면 대통령은 이사회의 제청으로 KBS 사장을 임명하도록 하고 있을 뿐 그 밖의 해임 등의 권한은 전혀 없다.
따라서 KBS 사장의 임기를 3년으로 보장한 현행법에 따라 해임해서는 안 된다고 보는 시각이 있는가 하면 “임명권한이 있는 경우 해임권도 동시에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어 법리적인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이헌 변호사(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 사무총장)는 “법리적으로 볼 때 임명권자는 해임권까지 포괄적으로 가질 수 있다고 해석하는 것이 옳다”며 “임명을 할 때 전제되는 기본적인 자질과 전문성이 업무 수행 과정에서 적합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 돼 임명의 기초적인 사실이 변경된다고 하면 해임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장영수 고려대 법대 교수는 “규정에 명시된 임명권이 임명과 파면을 포괄한 임면인지, 단순히 임명만을 명시한 것인지 해석이 필요하다”며 “임기 보장이 돼 있다면 임기수행 중 면직시킬만한 정당한 사유 있는지 여부, 면직과 관련해 직무수행에 문제가 있다면 이를 확인하는 적정한 절차가 있었는지 따져봐야 할 것”이라며 유보적인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언론법을 연구한 법학자와 언론소송 전문 변호사들은 다른 견해를 보이고 있다. 방송의 독립성을 유지하기 위해 권력기관의 간섭을 배제시킨 방송법의 입법 취지 등을 고려할 때 대통령의 권한을 법 문구 그대로 해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방송법 1조(목적), 4조(방송 편성의 자유와 독립), 6조(방송의 공정성과 공익성) 등에는 방송의 독립성을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형상 변호사는 “KBS 사장은 행정부에 예속된 각부 장·차관처럼 임명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 KBS 이사회가 제청하면 대통령이 상징적인 임명절차만 가지고 있을 뿐 해임권한은 더더욱 없다”며 “문제는 정부가 바뀔 때마다 보복적이고 승자독식적인 교통정리를 하려고 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임지봉 서강대 법대 교수는 “KBS 사장의 경우 법에 의해 임기 보장돼 있고, 법에서도 인정하지 않는 해임권을 KBS 이사회 권고로 진행되는 절차를 통해 해임한다면 사실상 법에 없는 파면권을 행사하게 되는 것”이라며 “이명박 정부는 법치주의를 강조하면서 법을 어기는 셈이 된다”고 꼬집었다.
특히 1999년까지 한국방송공사법에는 사장에 대한 대통령의 ‘임면권’으로 명시돼 있었으나 이후 만들어진 통합방송법에는 ‘임명권’으로 개정돼 사실상 대통령에겐 해임권은 없다는 보는 해석이 우세하다.
김대중 정부 시절 구성된 방송개혁위원회 부위원장을 역임하며 통합방송법 제정에 참여한 강대인 전 방송위원회 위원장은 “1999년까지 효력을 가진 한국방송공사법에는 대통령이 KBS 사장에 대해 임명과 해임 두 가지의 권한을 가질 수 있는 임면권(任免權)을 가지고 있었다”며 “2000년 통합방송법이 제정되면서 해임권을 없애고, 임명권만 명기한 가장 큰 이유는 공영방송에 대한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서였다”고 밝혔다.
방송개혁위원회 실행위원으로 참여한 김승수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역시 “당시 법 제정에 있어 KBS의 독립성을 가장 중요시했기 때문에 KBS 이사회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는 권한만 뒀다”며 “법에 의하지 않고서는 해임을 비롯한 어떤 제재도 받아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입법 취지에 따라 문재완 한국외대 법대 교수도 “종전의 방송법이 KBS 사장에 대한 대통령의 임면직권을 보장하고 있었지만 2000년 통합방송법이 제정되면서 이 조항이 없어졌기 때문에 대통령의 면직에 대한 권한은 없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해석했다.
한상혁 변호사는 “현행법상 대통령은 KBS 사장에 대한 임명권만 가지고 있지 면직에 대한 권리는 부여하고 있지 않고 있다”며 “현 정부는 법에도 없는 내용을 시행하려고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원성윤·김도영 기자
socool@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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