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7/09 15:41

법리적으로 따져 본 검찰 수사의 문제점

‘PD수첩’ 향해 빼든 검찰 칼날 ‘법’으로 따져도 ‘무리한 수사’

MBC <PD수첩>에 대한 검찰 수사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프로그램 ‘내용’에 대해 ‘수사’의 칼날을 빼든 것이 과연 정당한가 하는 수사 자체에 대한 의구심에서부터 <PD수첩>에 과연 어떤 죄목을 적용할 수 있는지, 언론사에 취재한 원본 테이프를 제출하라는 요구가 과연 적절한지 등 수사의 내용, 방법, 절차 모두 명분이 약하다는 지적이다.

‘법리적’으로만 따져도 검찰이 ‘무리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의견이 법조계 내에서도 나오고 있다. 방송 프로그램에 대해 ‘법’의 잣대를 들이대며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검찰 수사에 대해 ‘법리적’ 관점에서 그 문제점을 짚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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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C < PD수첩> ⓒMBC
1. 프로그램 ‘내용’에 대해 검찰이 수사한다?

지난 달 20일, 농림수산식품부가 <PD수첩> 광우병 관련 방송에 대해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수사의뢰’를 하자마자 검찰은 곧바로 수사의 칼날을 빼들었다. 일반적으로 명예훼손 혐의 여부를 수사하기 위해서는 피해자의 고소?고발이 있어야 하지만 검찰은 수사의뢰만으로 수사에 나섰다. 무리하게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특히 <PD수첩>이 과연 누구의 명예를 훼손했는지에 대해 검찰은 구체적으로 적시하지 않고 있다. 검찰이 <PD수첩> 제작진에게 원본 테이프 제출을 요청한 공문에는 “농림수산식품부에서 제기한 <PD수첩>의 4월 29일자 방송 보도와 관련된 명예훼손 ‘수사의뢰’ 사건에 있어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자료가 필요하다”고 돼 있다. <PD수첩> 보도로 누가 어떻게 명예를 훼손당했는지 범죄 사실에 대한 언급이 없다.

<PD수첩>측 변호를 맡고 있는 김형태 변호사는 “형사법상 ‘수사의뢰 사건’이란 말은 없다”며 “현재 <PD수첩> 보도로 인한 명예훼손 피해자나 범죄사실에 대한 특정이 전혀 안 돼 있고, 사건화도 안 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금태섭 변호사 역시 “검찰이 수사를 하려면 구체적으로 혐의가 특정돼야 하는데 <PD수첩>과 관련해서는 그렇지 않다”며 “만약 방송된 내용으로 특정인의 명예가 훼손됐다면 피해자의 고소를 받아서 피해자가 누구인지 확정한 다음 수사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방송 프로그램 ‘내용’을 검찰이 수사하겠다고 나선 것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현재 검찰은 <PD수첩> 제작진이 방송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사실을 고의로 왜곡했는지 여부를 수사해 실체규명을 하겠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언론 보도 내용의 정확성과 공정성이 검찰의 ‘수사’ 대상인지 여부는 논란의 소지가 많다.

현재 농식품부가 <PD수첩>에 대해 제기한 소송이 진행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최후의 사정기관인 검찰이 나서서 수사를 하는 것에 대해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김경환 상지대 교수는 “방송 내용에 문제가 있으면 방송사 심의 부서 등에서 문제제기하면 되고, 그것이 용이치 않으면 검찰이 아닌 방통심의위원회 등에서 논의 할 수 있는 것”이라며 “검찰이 바로 수사에 나서는 것은 방통심의위나 언론중재위의 기능을 무력화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표현의 영역을 위축하지 않도록 만들어 놓은 장치들을 무시하고 왜 <PD수첩>에 대해서만 검찰이 수사하겠다고 나서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2. ‘PD수첩’, 과연 누구의 명예를 훼손했나?

만약 검찰의 주장대로 <PD수첩>에 명예훼손죄를 적용한다고 하더라도 그 죄가 성립하기는 어렵다는 주장도 있다. <PD수첩> 광우병 관련 방송으로 국내에서 명예가 훼손된 사람을 굳이 찾는다면 미국과 쇠고기 협상에 나선 정부 협상단이 된다. 검찰에 수사의뢰한 당사자도 농림수산식품부다.

그러나 공직자에 대한 명예훼손죄가 적용되려면 검찰은 제작진이 ‘실질적 악의’를 갖고 있었는지 ‘입증’해야 한다. 대체적으로 ‘실질적 악의’란 제작진이 취재한 내용이 허위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무시하고 고의적으로 왜곡 방송을 했다는 것을 말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2003년 MBC의 대전 법조비리 보도와 관련해 전현직 대전지검 검사 4명이 제기한 명예훼손 소송에서 공직자의 명예훼손이 적용되려면 “악의성이 입증돼야 한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온 바 있다. 미국에서도 1964년 ‘뉴욕 타임스 대 설리벌 사건’ 당시 대법원이 “공직자에 대한 명예훼손이 성립하려면 명예를 훼손당했다고 주장하는 원고 측이 언론매체나 피고 측의 과오와 실질적 악의를 명백하게 입증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검찰이 <PD수첩> 제작진에 대해 '실질적 악의'가 있었는지 여부를 어떠한 방법으로 입증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보수적 법학자로 꼽히는 이상돈 중앙대 법대 교수가 지난해 6월 25일 <동아일보>에 기고한 칼럼에 따르면 미국 대법원은 또 다른 판결에서도 진실 확인 노력을 전혀 하지 않은 경우가 아닌 한, 언론 보도를 명예훼손으로 형사 처벌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판시했다. 1986년 유럽인권법원 역시 정치인은 자기 자신을 언론과 대중의 검증대에 던진 사람들이기 때문에 가혹한 비판을 수용해야 하며, 언론인에 대해 명예훼손죄를 적용하면 언론의 비판 기능을 위축시킬 것이라고 판시했다.

이상돈 교수는 칼럼에서 이 같은 해외 사례를 들며 집권세력이 언론과 야당 정치인을 상대로 명예훼손을 이유로 제소하는 것의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그는 “오늘날 유럽에서 정치인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이유로 유죄 판결을 받는 나라는 러시아와 동유럽 국가뿐”이라며 “명예훼손죄는 민주주의가 성숙하지 못한 나라에서 정부에 대한 비판을 봉쇄하기 위한 방편으로 사용되고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또 형법 307조에 명예훼손죄가 있지만 310조에는 ‘행위가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는 위법성 조각 사유가 명시돼 있어 <PD수첩>에 명예훼손죄가 성립될 가능성이 낮다는 의견도 있다.

<PD수첩>이 한미 쇠고기 협상 과정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성을 경고한 이후 다른 언론 보도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한미 쇠고기 추가협상에까지 이르렀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PD수첩>에 대해 적용 가능한 죄는 형법 87조의 내란죄와 90조의 예비·음모·선동·선전죄뿐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물론 그것이 가능하다고 보는 법률가는 찾아보기 어렵다.

3. 무리한 원본 테이프 제출 요구?

검찰이 <PD수첩> 광우병 관련 방송의 원본 테이프를 모두 제출하라고 요구하는 것에 대해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검찰은 지난 4일 <PD수첩> 제작진이 원본 테이프 제출 요구를 거부하자 또 다시 9일까지 테이프를 제출하라고 요구한 상태다.

그러나 취재의 모든 과정이 담겨 있는 원본 테이프를 제출하라는 검찰의 요구가 무리한 조치라는 주장도 있다. 검찰 스스로 언론의 기본적인 윤리이자 생명과도 같은 ‘취재원 보호’를 어기라고 요구하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2005년 미국 <뉴욕타임스> 기자는 취재원 공개를 끝까지 거부하며 감옥행을 선택했다. <뉴욕타임스>의 주디스 밀러 기자는 당시 미국 중앙정보국(CIA) 비밀요원인 발레리 플레임의 신분을 보도한 이른바 ‘리크 게이트’ 사건과 관련해 법원으로부터 취재원을 공개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그러나 주디스 밀러는 취재원 공개를 끝까지 거부했고 결국 구치소에 수감됐다. 그만큼 취재원 보호는 언론인으로서 반드시 지켜야 할 취재윤리 중에 하나다.

익명을 요구한 한 법학자는 “검찰은 MBC가 당연히 테이프 제출 요구에 응하지 않을 것을 알고 있을 것”이라며 “그럼에도 계속 자료 제출을 요구하는 것은 그것을 거부했을 때 MBC가 마치 부도덕한 일을 한 것처럼 몰아가려는 의도가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검찰이 MBC의 테이프 제출 거부에 대해 압수수색 영장 발부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압수수색 영장을 받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번 검찰 수사는 처벌이 목적이 아니라 MBC의 신뢰와 명성에 금이 가게 하려는 것이 목적”이라고 말했다.

김형태 변호사 역시 “검찰의 자료 제출 요구는 마치 아무런 근거 없이 지나가는 사람이 <PD수첩>에 테이프 원본을 내놓으라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공식적으로 명예훼손 피해자가 누구인지, 범죄 사실이 무엇인지 밝히지 않고 있어 아직 강제수사를 할 수 있는 근거는 없다”고 일축했다.

[Tip]

▲뉴욕 타임스 대 설리번 사건이란?

1960년 <뉴욕타임스>에 “남부의 관리들이 마틴 루터 킹 목사의 흑인 민권 운동을 억압하고 있다”는 내용의 의견 광고가 실리자 앨라배마주 몬트고머리 경찰서장 L.B.설리번이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한 사건.

▲리크게이트란?

미국 정부의 이라크 관련 정보를 비판한 전직 외교관에 대한 보복의 일환으로 그의 부인 발레리 플레임 중앙정보국(CIA) 비밀요원의 신원을 언론에 고의로 누설해 보도되도록 한 사건. 2003년 미국의 칼럼니스트 로버트 노박이 <워싱턴 포스트>에 게재한 칼럼에서 발레리 플레임의 신분을 누설한 후 법원은 플레임의 신원을 기사화한 <타임>의 메튜 쿠퍼 기자와 취재만 하고 노박에게 알려준 <뉴욕타임스>의 주디스 밀러 기자에게 취재원을 공개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백혜영 기자 otilia@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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