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채훈 PD의 터닝포인트] 교향곡 ‘운명’과 ‘전원’ 200주년을 기념하며
<베토벤 바이러스>를 처음 접했을 때 ‘M-바이러스’(말러), ‘B-바이러스’(브루크너) 같은, 음악 친구들 사이에 유행했던 농담이 떠올랐다. “한번 감염되면 헤어날 수 없는 불치의 병”이라며 낄낄대곤 했다. 이 드라마의 ‘바이러스’가 무슨 뜻인지 아직 모른다. 아무튼 중반을 넘은 지금 시청률 1위를 지키며 인구에 회자되고 있으니 시청자들에게 일종의 ‘바이러스’를 성공적으로 뿌린 것 같긴 하다. <노다메 칸타빌레>처럼 클래식 음악을 널리 알리는데 도움이 될 거라는 기대가 있었고, 아마추어 관현악단의 순수한 음악 사랑이 천재적 지휘자와 만나 해피 엔딩을 이룬다는 발상도 좋아보였다.
물론 아쉬움은 있다. 음악이 중심에 놓여있지 않다. 여느 드라마처럼 사랑과 갈등, 야망과 좌절이 중심축이고, 음악은 장식에 불과하다. 인간의 마음을 가장 진솔하게 표현한 예술이 음악이라고 믿는 나로서는 클래식을 ‘뭔가 고상한 것’처럼 여기는 연출 태도가 적지 않게 거슬렸다. 소탈한 음악 사랑이 배어나는 내면 연기를 찾아보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 ▲ 지난 9월4일 오후 2시 성남 오페라하우스에서 열린 MBC 수목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 제작발표회. 장근석, 임동혁, 이지아, 김명민, 서희태(왼쪽부터) ⓒMBC | ||
하지만 어떠랴. 리얼리티가 모자라는 것은 “드라마는 어차피 만화”라고 생각하면 이해할 수 있다. 음악이 장식이면 어떠랴. 많은 시청자들에게 친숙한 클래식을 되풀이 들려주는 것은 무조건 좋은 일이다. 시청자들이 오케스트라의 세계에 대해 궁금증을 갖게 된 것도 이 드라마의 성공을 증명하고 있다. 배우들의 연기도 특히 젊은 층의 찬사를 받고 있으니 내가 투덜댈 일은 아니다. 10대~20대 젊은 층에서 높은 시청률이 나온 것은 직설적인 대사, 스피디한 영상 등 제작진의 탁월한 감각에 힘입은 바 크다. 연기자들이 실제로 악기와 지휘를 배우고, 24명 안팎의 프로젝트 오케스트라를 구성하고, 300여곡의 클래식을 선곡하고, 피아니스트 임동혁의 연주를 삽입하는 등 화면 뒤 제작진의 노력이 각별했다는 점은 잘 알려져 있다.
| ▲ MBC <베토벤 바이러스> ⓒMBC | ||
베토벤은 <장엄미사> 표지에 ‘마음에서 마음으로’라는 모토를 적어놓았다. ‘마음’이 빠진 음악은 소음에 가까울 것이다. 반대로, ‘마음’을 담고 있기에 사람들은 모든 좋은 클래식 음악을 이해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귀족적’이라는 편견, ‘어렵다’는 부담감만 내려놓으면 가능한 일이다. 또한 음악은 마음 가장 깊은 곳의 ‘소통’이기도 하다. 혼자 듣는 것보다는 함께 나누는 것이 좋다. 그러기에 단순히 ‘마음’이 아니라 ‘마음에서 마음으로’인 것이다. 드라마에서 강마에와 오케스트라는 베토벤 교향곡 9번 <환희의 송가>를 연주할 예정이라고 한다. 강마에와 단원 한명 한명이 ‘마음에서 마음으로’ 하나 되어 연주하고, 그 음악이 시청자 한명 한명에게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해지는, 베토벤이 보아도 흐뭇해 할 멋진 결말을 기대한다.
이채훈 MBC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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