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칼럼] 김세옥 기자
과연 민주당은 객관성과 공정성이 생명인 방송·언론 독립의 가치를 제대로 숙고하고 있는 걸까.
지난해 7월 국회의 언론관계법 강행 처리 과정에서 발생한 절차의 문제를 확인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끝난 게임” 운운하며 언론법에 대한 피로감을 토로했던 것을 말하는 게 아니다. 헌법재판소가 처리 과정의 위법을 지적하면서도 법 개정 효력을 곧바로 무효로 하지 않았던 점을 앞세워 사실상 ‘발 빼기’를 했던 데 대한 문제제기 역시 아니다.
대중적 인지도와 신뢰도가 높은 특정 언론인의 여야 모두를 향한 비판적 질문에 유독 예민하게 반응하면서 그의 공정성과 객관성에 ‘정치’라는 색을 덧입히며 하차 논란을 계속해서 부르고 있는 여당을 규탄하면서도, 사실상 어시스트 역할을 하고 있는 데 대한 것이다.
| ▲ 손석희 성신여대 교수가 지난해 11월 19일 MBC <100분토론> 마지막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MBC | ||
정말 이건 아니다. 여권은 부인하지만 정부 정책을 비판적으로 보도한 방송인과 그들의 프로그램을 없애지 않는다는 이유로 온갖 모욕을 당하다가 끝내 자진 사퇴 모양새로 사실상 해고를 당한 엄기영 전 사장은 오는 지방선거에 출마할 뜻이 없음을 밝힌 바 있다.
손 교수 역시 엄 전 사장과 함께 오랫동안 야권의 영입 0순위로 언급돼 왔지만 언제나 “출마에 뜻을 둔 일이 없다”며 각종 선거철마다 자신의 이름을 끼워 넣은 언론과 정치권에 대해 유감을 표시해 왔다. 손 교수는 지난 23일 자신이 진행하는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 게시판에 또 한 번 불출마 의사를 밝히는 글을 올렸다.
이쯤 되면 이건 폭력이다. 나는 아니라고 그렇게 여러 번 말했으면 알아들어야지, 그래도 나는 너를 원한다고, 너는 내 소속이라고 끈질기게 구는 건 자신의 사랑만을 강요하는 스토킹과 다를 바 없다.
더구나 민주당의 이 같은 태도는 이미 이들 언론인을 여러 차례 힘들게 하고 있었다. 자의 여부를 떠나 선거철마다 야권의 명부에 오르는 언론인이라니! ‘균형’을 금과옥조처럼 여기는 그의 실체적 진실을 떠나 여권으로 하여금 ‘당파성’을 인상 비평할 계기를 만든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10일 <시선집중>에 출연한 홍준표 한나라당 의원은 손 교수에게 출마설에 대해 추궁하며 불출마 맹세를 할 것을 요구해 물의를 빚은 바 있다.
이번에 손 교수 등의 출마 가능성을 언급한 민주당 인사는 지난해 12월 당시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유능한 언론인에 대한 탄압이라는 실체적 진실을 가리기 위해 여권이 정치 공작적 연막탄으로 지방선거 루머를 사용하고 있다”며 펄쩍 뛰기도 했다. 언론인에 대한 지방선거 출마 루머를 사용하는 여당의 잘못을 지적할 줄 알면서, 그 루머가 사실이 되길 바라는 듯한 발언이라니, 모순도 이런 모순이 없다.
모르는 것은 아니다. 인물난을 겪는 민주당의 답답함을. 하지만 방송·언론의 독립이 특정 정당의 선거 흥행을 위해 맞바꿔져야 할 가치일까.
객관과 공정, 균형이라는 가치를 소명을 알고 이를 제대로 지킴으로써 대중으로부터 가장 신뢰하는 언론인의 위치에 오른 이들이 흔들리지 않고 제 위치를 지킬 때, 성장하는 후배 언론인들도 생겨난다. 그런 언론인들이 많아질 때, 정치를 비롯한 권력으로부터 자유로운 언론 역시 뿌리내릴 수 있다. 그리고 그런 언론이 굳건히 자리 잡았을 때, 민주당이 늘 주장하는 것처럼 민주주의 역시 흔들리지 않을 수 있다.
별로 어려운 개념이 아니지 않나. 그래도 뭔가 아쉽다면, 차라리 가만히 있는 게 낫다. 가만히 있으면 지난 2년 동안 여권의 방송·언론 장악 논란 속 상대적으로 방송·언론의 독립을 중요한 가치로 생각하는 정당이라는 이미지는 유지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실망도 의심도 있지만 그래도 느슨하게나마 유지되는 언론·시민단체와의 연대 역시 말이다.
김세옥 기자
kso@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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