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3/21 14:31

쇼로 끝난 추천위, 예고된 논란

민주당 내부서도 방통위 상임위원 추천 놓고 의견 분분

방송통신 융합 등 이명박 정부의 뉴미디어 정책을 책임질 방송통신위원회가 5명의 상임위원 구성을 사실상 마무리했지만, 이들 진용에 대한 언론계의 우려가 날로 커지고 있다.

특히 야당인 통합민주당이 추천한 상임위원인 이경자 경희대 언론정보학과 교수와 이병기 서울대 전기공학과 교수에 대한 의구심이 두드러진다.

정부․여당이 미리부터 신문․방송 겸영 규제완화, 공영방송 민영화 등 시장주의적 미디어 정책 도입을 위한 언론관계법 제․개정을 예고한 상황인데, 야당 측 위원들의 면면을 살펴볼 때 과연 적절한 견제구를 날릴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언론계 “공정성․투명성 강조하더니 결국은 자기 사람 심기”

언론계는 아직까지 야당이 추천한 상임위원들에 대해 공식 논평을 내놓고 있진 않다. 그러나 “오히려 한나라당이 추천하면 딱 맞는 인물”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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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병기 서울대 교수, 이경자 경희대 교수, 송도균 SBS 전 사장, 형태근 전 정보통신부 통신위원회 상임위원 <좌측부터>

최상재 전국언론노조 위원장은 “정체성이 모호한 분들”이라고 말했다. MBC의 한 관계자도 “방송통신 융합에 따라 방송의 공공성이 더욱 중요한데 민주당이 이에 대한 비전과 철학을 검증받지 못한 인사들을 추천했다”고 비판했다.

왜일까. 우선 이경자 교수는 2004년 3월 노무현 대통령 탄핵 당시 국민일보에 기고한 탄핵방송 비판 칼럼으로 논란이 되고 있다.

그는 당시 <방송, 비판에 귀 기울여야> 칼럼에서 “탄핵 보도가 지나치게 자극적이고 갈등 지향적이었다…(중략)…국회의원들이 뒤엉켜 몸싸움하는 장면, 울부짖으며 끌려 나가는 장면, 명패가 날아가는 장면이 생생하게 전달되는 방송 보도는 더 이상 선정적일 수가 없을 정도였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는 한나라당이 KBS의 탄핵방송에 대해 한나라당이 지금까지도 “편파”, “불공정”이라 문제를 제기하면서 내세우는 이유와 사실상 같은 맥락으로, 언론계가 그에 대해 “한나라당적 인물”이라고 비판하는 근거가 되고 있다.

그러나 이보다 언론계의 더 큰 우려는 그의 이력에서 비롯된다. 이경자 교수의 이력을 볼 때 과연 그가 방송의 공공성을 최우선 가치로 두고 정책을 펼칠 수 있겠냐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KBS의 한 관계자는 “이경자 교수가 1998년 10월부터 이듬해인 1999년 3월까지 대통령 자문기구인 방송개혁위원회 위원을 지냈고 한국방송학회장(1995년 11월~1996년 11월), 한국방송진흥원장(1999년 1월~2001년 12월) 등을 역임한 만큼 방송 분야 전문가란 평가를 받고 있긴 하지만, 방송계에선 그를 케이블 측 인사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경자 교수는 1997년부터 2000년까지 종합유선방송위원회 위원을 지냈다.

이 관계자는 “새 정부가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이자 ‘형님’인 최시중 씨를 방통위원장으로 내정한 상황인 만큼, 방송의 공공성을 최우선 가치로 삼고 견제구를 날릴 인물이 절실한데 상업성을 앞세운 케이블 측 인사가 방송 전문가로서 방통위 상임위원에 임명된 것”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반면, 한국통신학회장(2007년~)과 바른 과학기술사회 실현을 위한 국민연합(과실연, 2005년 12월~) 상임대표로 활용하고 있는 이병기 교수에 대해선 성향적 논란은 크게 제기되지 않고 있다.

다만 민주당이 당초 방송 측 인사로 상임위원 2명을 모두 채울 것으로 알려졌던 상황에서 갑자기 통신 측 인사를 안배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시하는 분위기다. 현재의 방통위가 결과적으로 통신이 방송을 흡수한 모양새인 만큼 방송 전문가가 절실한데 아쉽다는 의견들인 것이다.

또 민주당이 상임위원과 함께 추천한 방송통신심의위원 중 백미숙 서울대 교수에 대한 논란도 있다. 위원 선임 과정에서 학맥 등이 난립하지 않게 하기 위해 공정성과 투명성을 앞세운 외부추천위를 구성한 것인데, 백 교수가 외부추천위원이었던 서울대 교수가 단장으로 있는 BK21 사업단의 일원이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기 때문이다.

언론단체는 “시민사회단체가 추천한 외부추천위원이 정략적으로 상임위원을 추천할 우려가 있다며 교체를 했던 위원회에서 결국 학맥에 따른 추천을 했다는 의심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KBS 관계자도 “민주당 인사추천위원회의 위원 선정은 결국 위원장이었던 김학천 교수 사단의 결과물”이라고 촌평했다.

“쇼로 끝난 추천위원회, 예고된 논란”

언론계는 민주당이 당초 약속과 달리 인사추천위원회 구성을 번복했을 때부터 사실상 논란이 예고된 것이라 지적하고 있다.

민주당 인사추천위는 지난 12일까지만 해도 위원장을 포함해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의 홍창선․유승희 의원과 문화관광위원회의 정청래․손봉숙 의원 등 4명의 내부 인사와 권미혁 한국여성민우회 대표, 전규찬 문화연대 미디어센터 소장, 이원우 서울대 법대 교수, 현대원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등의 외부인사 9명으로 구성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위원장으로 임명된 김학천 건국대 명예교수가 돌연 외부에서 추천된 위원에 대한 교체를 말했고 16일 권미혁 대표와 전규찬 소장, 현대원 교수 대신 강명구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강병국 변호사(경향신문 감사), 김명곤 전 문화부 장관이 인사추천위원으로 선임됐다. 인사추천위 간사도 정청래 의원에서 홍창선 의원으로 교체됐다.

전규찬 교수는 당시 <PD저널>과의 전화통화에서 “통합민주당 측에서 일주일 전부터 인사추천위원으로 참여해 달라고 요청을 받았고 이력서까지 보냈는데, 16일 오후 4시가 넘어서야 갑자기 교체됐다는 통보를 받았다”면서 “민주당의 이 같은 처사는 ‘명예훼손’감이자, 시민사회단체 측의 뜻은 외면하겠다는 뜻으로 밖에 받아들일 수 없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인사추천위원회는 이후 17일 처음으로 회의를 진행하고 하루 뒤인 18일 오전부터 심사를 진행해 이날 오후 2시 이경자․이병기 교수를 상임위원으로 내정했다고 발표했다. 언론계가 졸속 심사 논란을 제기하는 이유다.

언론노조는 19일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김학천 교수를 인사추천위원장으로 결정하고 방통위원∙심의위원 모집 공고를 낸 다음 전문성도 결여된 민간 추천심사위원을 일요일을 틈타 내정하고 통보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심사위원을 먼저 구성하고 위원자격과 함께 위원후보를 공모하는 일반적인 절차를 거꾸로 진행한 것인데, 특정인을 선정하기 위해 필요한 인사들로 심사위원회를 구성한 게 아니냐”고 문제를 제기했다.

또 “인사추천위는 상임위원 등에 대한 추천 당일인 18일 오전에야 후보자의 면접심사도 없이 이력서 한 장을 근거삼아 경매하듯 점수를 매겨 선정, 결국 민주당의 추천위원회는 쇼로 끝나고 말았다”고 비판했다.

곤혹스런 민주당, 내부 평가 분분

언론계의 문제제기에 민주당은 곤혹스런 분위기다. 외부추천위를 구성, 전문성 등의 항목에 대해 기준을 두고 배점을 했는데, 사실상 밀실 추천을 한 한나라당보다 더한 비판을 받아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민주당의 한 주요 당직자는 “당초 외부 추천위원으로 결정됐던 인사가 ‘정치적인 이유에 따라 상임위원을 미리 결정한 상황에서 들러리를 서고 싶진 않다’며 사퇴를 했고, 손학규 대표와 김학천 위원장은 투명하고 공정한 심사가 원칙인 만큼 논란요인을 배제하자는 입장이었다”고 설명했다.

이 당직자는 “그렇지 않아도 문광위원들이 지지하는 시민단체 출신의 모 인사가 유력하다는 얘기가 돌던 상황에서 시민사회를 대표해 온 외부추천위원들이 그를 적극 지원할 거란 얘기가 돌았다”며 “손 대표로부터 전권을 위임받은 김 위원장이 이대로는 안 된다는 판단 때문에 비판을 감수하고 위원 교체라는 용단을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문광위의 한 관계자는 인사추천위의 결정에 일부 아쉬움을 피력했다. 한나라당이 18대 국회에서 언론관계법 제․개정을 통해 방송을 시장으로 내몰려고 하는 상황에서 절차적 민주성을 담보하면서도 전략적인 판단을 할 필요가 있지 않았냐는 것이다.

그는 “방통위원장부터 밀실인사를 계속하고 있는 한나라당보다 우리의 인사추천 절차가 상대적으로 훌륭한 건 사실”이라면서도 “내․외부 인사가 4대 5인 구조 속에서 위원장에게 전권까지 준 것이 과연 옳았는지에 대해선 의문이 있다”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에 생을 걸었다”고 스스로 인정했을 만큼 정치적 인사가 방통위원장으로 내정, 방송의 공공성․독립성에 대한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 이를 견제하기 위해 마련된 장치인 야당 몫 상임위원 2명은 절차상 민주주의를 지키면서도 전략적으로 판단해 추천할 필요가 있었다는 것이다.

방통특위 측 관계자는 “외부추천위가 공정한 평가를 통해 자격이 있는 상임위원을 2배수로 거른 뒤 (당이) 전략적으로 2명의 상임위원을 최종 결정하는 방식 등을 고민할 필요가 있었다”고 아쉬움을 표시하면서도 “공천심사위원회와 마찬가지로 민주적 절차를 마련하기 위한 노력의 시작인만큼 그 의미까지 폄훼하진 말아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그러나 신삼수 언론노조 정책실장은 “민주당이 투명하게 공정한 선임을 약속한 만큼 방통위 상임위원, 방통심의위원 후보자에 대한 평가 점수를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세옥 기자 kso@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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