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3/27 15:18

신문방송 겸영 가속도 붙나

[종합] 최시중 위원장, 미디어의 산업적 가치 지나치게 강조

언론계를 비롯한 사회 전반의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대통령의 강행으로 임명된 최시중 위원장 체제의 방송통신위원회가 26일 공식 출범했다.

지난달 29일 방통위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이 발효됨에 따라 일단 탄생은 했으면서도 위원장을 비롯한 상임위원 임명 관련 논란 등으로 지난 한 달 간 사실상 표류 상태에 있었던 방통위가 가까스로 체제를 갖추긴 했지만, 앞으로의 항로 역시 지나온 길만큼이나 만만치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방통위 인적 조화, 리더십 검증의 첫 단추

최 위원장의 최우선 과제는 방송과 통신의 융합을 어떻게 이뤄낼 것이냐이다. 이를 위해선 현재 그저 물리적으로 합쳐졌을 뿐인 구 방송위원회와 구 정보통신부 직원들 간의 인적 조화가 선행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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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연합뉴스

최 위원장도 이를 깊이 인식하고 있다. 그는 지난 17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위원장으로 임명될 경우 무엇을 최우선 과제로 삼겠냐는 질문에 구 방송위와 구 정통부의 인적조화를 꼽았다. 최 위원장은 취임사에서도 “무엇보다 마음을 모으는 게 중요하다. 방송 통신이 하나로 묶였듯 우리도 하나가 돼야 한다. 이질적인 문화는 융합으로, 갈등은 조화로 녹여내자”고 강조했다.

2실 7관 34과로 구성된 방통위는 우선 채용 공고를 통해 민간인 신분이었던 구 방송위 직원들을 공무원으로 채용한 뒤 직급산정 등을 거쳐 과장급 이하 직원들을 우선 발령할 계획이다. 실국장 등 고위공무원단에 대한 채용은 국가정보원 신원조회와 중앙인사위원회 심사 등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내달 중순 이후에야 가능하다.

그러나 구 방송위 출신 직원들의 직급 산정 문제를 놓고 벌써부터 양측의 신경전은 팽팽한 상황이다. 자리는 한정돼 있는데 두 기관이 합쳐져 인력은 매머드급인 만큼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고, 결국 인사 과정에서 양측 모두 불만을 터트리기 쉬운 구조이기 때문이다. 구 정통부 직원들이 지난 21일 방통위 노동조합을 출범한 것도 이 같은 배경에서다.

조직 안정과 함께 최 내정자가 해결해야 할 또 하나의 과제는 9월 IPTV 상용화를 위한 첫 작업으로 IPTV법(인터넷 멀티미디어 방송사업법) 시행령을 내달 중순까지 마무리 짓는 것이다.

현재 시행령 제정 작업에서 KT의 지배력 전이 방지, 망 동등접근 등의 사안과 관련해 통신과 방송의 이해가 각각으로 엇갈리고 있는데, 이를 어떻게 조율하느냐에 따라 향후 뉴미디어 정책의 향방은 물론 최 내정자의 방통위원장으로서의 역량 역시 드러날 전망이다.

최시중 위원장은 취임사에서 “위원회 출범을 계기로 올해를 방송통신 융합 시대의 원년으로 만들고자 한다. 이를 위해 먼저 법과 제도를 융합 환경에 맞춰 고쳐나갈 것”이라면서 “방송과 통신의 칸막이를 헐어 그 융합의 시너지로 국가 경제를 살리고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겠다”고 강조했다.

미디어의 산업 가치 강조…신문방송 겸영 가속?

최 위원장은 또 이날 취임사에서 “방송통신은 국가 경제의 새로운 활력으로 관련 산업의 매출이 한 해 55조원에 이른다. 전문가들은 디지털 융합에 따라 향후 5년 동안 생산 효과가 160조원이 넘고 새로운 일자리도 100만개 이상 생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방송통신 융합에 따른 산업적 가치에 역점을 둘 것임을 드러낸 것이다.

뉴미디어에 대한 이 같은 인식은 미디어 공공성을 기준으로 그에게 부적격 평가를 내리는 언론계의 위기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산업적 가치를 앞세우며 신문방송 겸영, 공영방송 민영화 등에 대한 추진 의사를 드러내고 있는 상황인데 방통위원장이 앞장서 그를 실현하려 들 게 아니냐는 우려인 것이다.

이를 의식한 듯 최 위원장은 취임사에서 “방송의 독립성과 공익성은 흔들림 없이 지켜야 할 가치로, 우리 위원회는 합의제 행정기구로서 방송 독립을 보장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이미 훌륭하게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위원장을 비롯해 청와대와 여당이 추천한 상임위원이 3명인 상황에서 정치공학적 판단에 따른 결정으로 미디어 정책이 마련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는 여전히 크다. 더구나 이날 취임식 직후 방통위는 한나라당이 추천한 송도균 상임위원을 부위원장으로 선출했다. 정부 여당이 추천한 인사들이 위원장과 부위원장을 독식하게 된 것이다.

또 방통위가 마련한 주요 정책추진 과제에 따르면 방통위는 올해 안에 신문·방송겸영 규제 완화, 공·민영 방송체계 재정립, 케이블TV 규제 완화 등을 위한 제도 개선과 IPTV 활성화 종합계획 등을 방안을 수립할 계획이다. 미디어 공공성을 주장하는 언론계와의 마찰이 불가피한 대목이다.

이와 관련해 최상재 언론노조 위원장은 “방통위가 이명박 정부의 반(反)미디어 정책을 가시화할 경우 6월 말 언론노동자 총파업도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김세옥 기자 kso@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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