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비평] 정권의 KBS 장악 관련 신문·방송 보도
KBS가 지난 5일 “감사원은 감사 착수에서 위원회 의결까지 통상 넉 달 이상 걸리는 과정을 KBS 감사의 경우는 두 달 만에 처리했다”는 정도로 언급하고, MBC도 같은 날 “이번 감사는 보수단체들의 청구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통상의 감사보다 빨리 처리되고 검찰의 출국금지와 시기적으로 맞물려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고 지적한 게 전부다. SBS는 이 같은 언급마저도 전혀 없이, 감사원의 결정과 향후 이사회 등의 절차만을 전했을 뿐이다.
지난 8일 KBS 이사회가 공권력을 투입해 정 사장 해임 건의안을 통과시키자, 보도 분위기는 다소 바뀌었다. KBS는 앵커 멘트를 통해 “국민들의 눈과 귀가 베이징에 쏠린 오늘, 국민의 방송 KBS에 경찰병력이 투입됐다”며 날을 세웠고, “공영방송 KBS는 오늘 90여대의 경찰버스가 둘러싼 가운데 수백 명의 사복경찰이 쏟아져 들어오면서, 몸싸움과 절규가 난무하는 ‘전장’으로 변했다”고 혀를 찼다.
MBC도 앵커 멘트를 통해 “KBS 이사회의 친정부 이사들이 정연주 사장에 대한 해임 제청안을 통과시켰다”며 정 사장 해임 제청을 주도한 세력을 분명히 밝혔다. MBC는 또 “경찰이 KBS에 들어온 것은 18년 만”이라고 전하면서도 경찰의 불법 난입이란 점은 빼놓았다.
SBS는 이사회 소식을 전하면서 경찰력 투입 역시 언급하긴 했으나, 18년 만의 공권력 투입이란 점이나, 경찰의 공영방송사 난입이 초유의 사태란 점은 중요하게 다루지 않았다.
올림픽 막이 오르고, 9일부터 우리 선수단의 선전이 계속되면서 방송 보도에서 KBS 사태는 자취를 감췄다. 지난 9일 3사 메인뉴스 가운데 KBS 관련 보도는 단 1건뿐이었고, 10일엔 KBS와 MBC가 각 1건만을 보도했다. SBS는 이틀 연속 침묵을 지켰다. 10일 올림픽 관련 보도는 KBS 20건, MBC 24건, SBS 15건 등이었다.
다음날 이명박 대통령의 정 사장 해임건 역시 올림픽 보도에 밀려났다. MBC는 올림픽 소식에 이어 9번째, SBS는 5번째로 대통령의 정 사장 해임을 보도했다. KBS는 톱뉴스로 내보냈으나 단순한 사실과 입장을 나열하는 수준에 그쳤고, MBC와 SBS 역시 다르지 않았다.
SBS는 특히 KBS 사태에 관한 한 가장 냉담한 태도를 취하고 있는데, 보도 건수가 상대적으로 적을 뿐만 아니라, 가장 중요한 쟁점 중 하나인 대통령의 KBS 사장 해임 권한을 둘러싼 법적 논란까지 철저하게 외면하고 있다. 지난 5일 감사원의 해임 요구 이후 SBS가 법적 논란에 대해 입을 뗀 것이라고는 “감사원의 해임요구와 대통령의 해임 권한 여부에 대한 법적 공방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과 같은 멘트가 전부다. 법학자 인터뷰조차 전혀 없었다. 정연주 사장 해임을 둘러싼 일련의 사태를 정권의 ‘방송 장악’이 아닌 ‘KBS만의 특수한 상황’으로 이해하는 것은 아닌지, 심히 우려되는 부분이다.
신문-조선 “정연주, 참으로 대단한 인간”
조·중·동은 정연주 사장의 ‘공영방송 KBS’ 지키기 노력을 애써 폄훼했다. 〈동아일보〉는 사설을 통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코드 사장으로 임명돼 편파방송을 일삼고 좌편향적인 특집으로 거듭 물의를 빚은 정 사장이 방송의 공정과 독립성을 거론하는 것은 난센스”라고 비판했고, 〈중앙일보〉는 “2003년 취임 이래 도덕성 시비와 편파 방송, 무능 경영으로 수많은 논란을 일으켜 회사 내부로부터도 끊임없이 사퇴 압력을 받아온 사실이 부끄럽지도 않은가”라고 호통을 쳤다.
〈조선일보〉는 정연주 사장의 기자회견이 있은 다음날 사설에서 “검찰의 5차례 소환, 감사원의 4차례 소환을 무시하고 깔아뭉개온 ‘법(法) 위의 인간’ 정연주다운 처신”, “참으로 대단한 인간”이라고 비꼬면서 정 사장 아들의 국적과 병역 문제, 친북좌파·편파방송, 탄핵방송 등 예의 레퍼토리를 다시금 반복했다.
감사원의 해임 요구부터 KBS 이사회의 해임 제청, 대통령의 해임으로 이어진 정연주 사장 해임 절차가 위법하다는 지적이 나오자, 보수신문들은 방송법에 대한 또 다른 해석으로 응수했다. 2000년 통합방송법 이후 대통령은 KBS 사장에 대한 임명권을 가질 뿐, 해임권을 갖지 않지만, ‘임명권’이 포괄적으로 ‘해임권’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게 그들의 주장이다.
〈동아〉는 1995년 신민당이 자민련과의 통합 과정에서 냈던 ‘합당결의집행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한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별도의 해임 규정이 없을 때에는 임명권이 있으면 해임권도 있다”는데 무게를 실었다. 〈서울신문〉도 지난 9일 “법조계나 법학계에선 임명권자인 대통령에게 해임권도 있다는 해석이 다소 우세하다”는 요지의 기사를 보도했다.
그러나 같은 날 〈경향신문〉은 “현행법상 이사회와 대통령에 해임 권한이 없다는 게 법조계 의견”이란 요지의 보도를 내보냈다. 지난 6일 〈한국일보〉에 따르더라도 언론학자 15명 가운데 60%는 “KBS 사장 해임 절차에 법적 타당성이 부족하다”고 밝힌 바 있다.
김고은 기자
nowar@pdjournal.com

방송-올림픽에 뒷전, 대립·공방만 부각
KBS 사태와 관련한 방송 3사의 보도는 표면적인 사실 전달에만 치우쳐 소극적이다 못해 소심하다는 인상마저 준다. 방송 뉴스는 KBS 사태를 감사원과 KBS, 이사회와 KBS 측 주장을 기계적 균형에 따라 보도하거나, 정연주 사장 퇴진을 찬성하는 세력과 반대하는 세력을 대립적으로 묘사하고, 여야 간 격렬한 공방을 전달하는 수준에 그쳤다는 지적이다. 특히 베이징 올림픽 개막 이후, 관련 보도가 손에 꼽을 정도로 줄어들어 정권의 KBS 장악 시도가 올림픽 열기에 묻혀버리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감사원의 KBS 특별감사는 정연주 사장 퇴진을 주장해 온 보수단체들의 국민감사 청구로 시작되고 통상 목요일에 열리는 감사위원회를 화요일로 앞당기면서까지 속전속결로 무리하게 진행돼 ‘올림픽 전 정연주 사장 해임’ 시나리오에 끼워 맞추려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그러나 이에 대한 따끔한 비판은 찾기 어려웠다.
| ▲ 8월 11일 KBS '뉴스9' 보도 ⓒKBS | ||
지난 8일 KBS 이사회가 공권력을 투입해 정 사장 해임 건의안을 통과시키자, 보도 분위기는 다소 바뀌었다. KBS는 앵커 멘트를 통해 “국민들의 눈과 귀가 베이징에 쏠린 오늘, 국민의 방송 KBS에 경찰병력이 투입됐다”며 날을 세웠고, “공영방송 KBS는 오늘 90여대의 경찰버스가 둘러싼 가운데 수백 명의 사복경찰이 쏟아져 들어오면서, 몸싸움과 절규가 난무하는 ‘전장’으로 변했다”고 혀를 찼다.
MBC도 앵커 멘트를 통해 “KBS 이사회의 친정부 이사들이 정연주 사장에 대한 해임 제청안을 통과시켰다”며 정 사장 해임 제청을 주도한 세력을 분명히 밝혔다. MBC는 또 “경찰이 KBS에 들어온 것은 18년 만”이라고 전하면서도 경찰의 불법 난입이란 점은 빼놓았다.
SBS는 이사회 소식을 전하면서 경찰력 투입 역시 언급하긴 했으나, 18년 만의 공권력 투입이란 점이나, 경찰의 공영방송사 난입이 초유의 사태란 점은 중요하게 다루지 않았다.
올림픽 막이 오르고, 9일부터 우리 선수단의 선전이 계속되면서 방송 보도에서 KBS 사태는 자취를 감췄다. 지난 9일 3사 메인뉴스 가운데 KBS 관련 보도는 단 1건뿐이었고, 10일엔 KBS와 MBC가 각 1건만을 보도했다. SBS는 이틀 연속 침묵을 지켰다. 10일 올림픽 관련 보도는 KBS 20건, MBC 24건, SBS 15건 등이었다.
| ▲ 8월 11일 SBS '8뉴스' 보도 ⓒSBS | ||
SBS는 특히 KBS 사태에 관한 한 가장 냉담한 태도를 취하고 있는데, 보도 건수가 상대적으로 적을 뿐만 아니라, 가장 중요한 쟁점 중 하나인 대통령의 KBS 사장 해임 권한을 둘러싼 법적 논란까지 철저하게 외면하고 있다. 지난 5일 감사원의 해임 요구 이후 SBS가 법적 논란에 대해 입을 뗀 것이라고는 “감사원의 해임요구와 대통령의 해임 권한 여부에 대한 법적 공방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과 같은 멘트가 전부다. 법학자 인터뷰조차 전혀 없었다. 정연주 사장 해임을 둘러싼 일련의 사태를 정권의 ‘방송 장악’이 아닌 ‘KBS만의 특수한 상황’으로 이해하는 것은 아닌지, 심히 우려되는 부분이다.
신문-조선 “정연주, 참으로 대단한 인간”
조·중·동은 정연주 사장의 ‘공영방송 KBS’ 지키기 노력을 애써 폄훼했다. 〈동아일보〉는 사설을 통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코드 사장으로 임명돼 편파방송을 일삼고 좌편향적인 특집으로 거듭 물의를 빚은 정 사장이 방송의 공정과 독립성을 거론하는 것은 난센스”라고 비판했고, 〈중앙일보〉는 “2003년 취임 이래 도덕성 시비와 편파 방송, 무능 경영으로 수많은 논란을 일으켜 회사 내부로부터도 끊임없이 사퇴 압력을 받아온 사실이 부끄럽지도 않은가”라고 호통을 쳤다.
〈조선일보〉는 정연주 사장의 기자회견이 있은 다음날 사설에서 “검찰의 5차례 소환, 감사원의 4차례 소환을 무시하고 깔아뭉개온 ‘법(法) 위의 인간’ 정연주다운 처신”, “참으로 대단한 인간”이라고 비꼬면서 정 사장 아들의 국적과 병역 문제, 친북좌파·편파방송, 탄핵방송 등 예의 레퍼토리를 다시금 반복했다.
감사원의 해임 요구부터 KBS 이사회의 해임 제청, 대통령의 해임으로 이어진 정연주 사장 해임 절차가 위법하다는 지적이 나오자, 보수신문들은 방송법에 대한 또 다른 해석으로 응수했다. 2000년 통합방송법 이후 대통령은 KBS 사장에 대한 임명권을 가질 뿐, 해임권을 갖지 않지만, ‘임명권’이 포괄적으로 ‘해임권’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게 그들의 주장이다.
| ▲ 동아일보 8월 9일자 8면 | ||
그러나 같은 날 〈경향신문〉은 “현행법상 이사회와 대통령에 해임 권한이 없다는 게 법조계 의견”이란 요지의 보도를 내보냈다. 지난 6일 〈한국일보〉에 따르더라도 언론학자 15명 가운데 60%는 “KBS 사장 해임 절차에 법적 타당성이 부족하다”고 밝힌 바 있다.
김고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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