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시민단체로부터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함께 ‘언론통제 4인방’의 일원으로 지목된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이 잇단 월권 행보로 물의를 빚고 있다.
미디어 관련 분야는 문화부 제1차관의 관할임에도 불구하고 홍보분야를 담당하는 제2차관인 신재민 차관이 이명박 정부 출범 이래 계속해서 MBC 소유구조 정상화, 언론퇴출, 대통령의 KBS 사장 해임권 등을 주장하며 한국언론재단 이사장에게 사퇴 압력을 가하는 등 언론 관련 인사와 정책 모두를 좌지우지 하려는 듯한 모양새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 ▲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연합뉴스 | ||
■ ‘월권’ 통한 언론통제로 실세 차관 등극?= 지난 28일 국회 공기업 관련 대책 특별위원회(이하 공기업특위)에선 최문순 민주당 의원에 의해 하나의 일지가 공개됐다.
박래부 언론재단 이사장이 직접 작성한 ‘한국언론재단 외압일지’ 문건으로, 이에 따르면 신재민 차관은 취임 5일째인 지난 3월 7일과 10일 두 차례 박 이사장을 만나 “자리를 비워 달라”고 요구했다.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은 외압일지 첫 번째 장으로 신 차관은 3월 7일 박 이사장과 처음 만나서 “(언론재단 이사장) 자리에 대한 압력을 (위로부터) 크게 받고 있다”며 거취와 관련해 입장 표명을 요구했고, 이에 박 이사장이 “미디어 분야는 제1차관 관할”이라며 월권을 지적하자 “미디어 분야는 내가 관할하기로 내부적으로 정리가 됐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최문순 의원은 공기업특위에서 “문화부 업무 분장을 무시하고 1차관과 2차관의 업무를 함부로 바꾼 것은 정부 업무체계에 있을 수 없는 직권남용”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신 차관은 “박 이사장과는 한 직장에서 일을 했던, 20년 이상 알아 온 선배이기 때문에 (내가) 직접 만난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박 이사장은 1978년 <한국일보>에 입사해 언론재단 이사장에 임명되기 직전인 지난해 12월까지 근무했고, 신 차관은 1983년 <한국일보>에 입사해 지난 2004년 <조선일보>로 옮기기 전까지 11년을 <한국일보>에서 근무했다.
신 차관의 미디어 분야 관할 논란과 관련해 문화부 관계자는 29일 <PD저널>과의 전화통화에서 “공기업 특위에서 오간 내용을 정확히 모르기 때문에 다른 말은 할 수 없다”고 전제하면서도 “직제상 미디어 관련 분야는 제1차관 담당”이라며 신 차관의 미디어 분야 관할을 부인했다.
지난 28일 공기업특위에 출석했던 유인촌 문화부 장관은 “신 차관이 언론인 출신인 만큼 미디어 분야를 많이 알아 업무 영역을 바꿔주고 싶었다”고 해명했으나, 최문순 의원으로부터 “정부조직법상 차관의 업무가 정해져 있다. 업무가 구멍가게인가. 국회가 할 일이 없어서 법을 정했겠나”라는 호통만 들었다.
■ 국회 입법권 부정하는 신 차관 해임해야= 문제는 신 차관의 월권 논란이 언론재단 건에만 국한된 게 아니라는 점이다. 신 차관은 지난 4일과 25일 문화부 출입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KBS 사장에 대한 해임권이 대통령에게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법으로 KBS 사장에 대한 임기를 정해놓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임을 절대 못한다고 할 순 없다. (해임이) 과도할 경우 무효소송을 제기해 법원 판단을 받으면 될 일”이라고 강조했다. 신 차관은 이 주장을 지난 28일 공기업특위에서도 고수했다.
이에 대해 박선숙 민주당 의원은 “KBS 사장 임기는 국회에서 보장한 것으로, 법은 문화부 차관이 인위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며 “신 차관의 발언은 국회 입법권에 대한 명백한 도전이자 직무 범위를 넘어선 것인 만큼 해임을 건의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밖에도 신 차관은 지난 4월25일 한국언론학회와 방송학회 등 4학회가 주최한 학술세미나 축사에서도 “공영방송 소유형태, 신문·방송 겸영, 방송·통신 융합 등과 같은 문제를 하나씩 고치는 것은 불가능한 만큼 9월 정기국회에서 미디어 관련법들을 모두 한 테이블에 올려놓고 개정을 추진하겠다”, “시장에서 선택받지 못한 언론은 퇴출될 수 있도록 하겠다”, “5공 청산 차원의 MBC 소유구조 정상화가 필요하다” 등의 발언으로 월권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신 차관의 일련의 월권 논란과 관련해 최재성 민주당 대변인은 29일 “문화부만큼은 (장관보다) 차관이 실세인 듯하다”며 “황당하고 오만한 행위를 일삼는 신재민 차관을 즉각 사퇴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대변인은 “아마도 신 차관이 사퇴한다면 실세 차관이기 때문에 (기획재정부처럼) 대리경질 논란은 없을 것 같다. (청와대는) 주저없이 (신 차관을 경질)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최상재)도 29일 성명을 내고 “조폭 짓거리까지 하며 언론장악 앞잡이로 나선 신재민 차관은 당장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세옥 기자
kso@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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