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이하 문방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이 지난 15일 오전 이명박 대통령 라디오 연설에 대한 야당의 반론권 보장을 촉구하려 KBS를 찾았다가 문전박대만 당하고 돌아왔다.
이들은 분개했다. 이날 오후 민주당 문방위원 전원의 명의로 성명을 발표하고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의원의 정중한 면담 요구를 납득할 수 없는 이유를 들어 거절한 이병순 KBS 사장은 국민보다 권력의 눈치를 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규탄했다.
또한 ‘정부 또는 특정집단의 정책 등을 공표함에 있어 의견이 다른 집단에게 균등한 기회가 제공되도록 노력해야 하고, 각 정치적 이해 당사자에 관한 방송프로그램을 편성함에서도 균형성이 유지되도록 해야 한다’고 적고 있는 방송법 제6조 9항을 언급하면서 야당의 반론권 요구가 정당함을 강조했다.
| ▲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 ⓒPD저널 | ||
그런데 이처럼 논리상으로는 큰 허점이 없는 민주당의 반론권 요구 주장을 들으면서 마음 한 구석이 허해지는 것은 왜일까.
이명박 대통령의 라디오 연설이 지난 13일 이병순 사장 체제의 KBS 하에서 전파를 타기 전만 해도 민주당은 여타 언론·시민단체와 마찬가지로 반론권보단 왜 대통령의 연설이 지상파 방송을 통해 내보내져야 하는지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국정 홍보의 역할을 하라고 국영방송인 KTV에 예산을 쏟아 붓고 있는데 굳이 공영방송에서의 편성을 주장하는 까닭이 무엇이냐는 것이었다.
그러나 KBS를 통해 방송이 나간 직후부터는 반론권 보장에만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13일 KBS 국감 당시 증인으로 출석한 이병순 사장에게도 야당에 제대로 된 형식의 반론권 보장을 요구한 것이다. 민주당이 호통을 치자 자유선진당 등에서도 같은 주장을 펼치고 나섰다.
문제는 공영방송을 통한 대통령 연설의 부당함을 주장하던 목소리는 쑥 들어갔다는 점이다. 대통령 연설 이전만 해도 문제였던 것이 연설 이후 문제가 되지 않는 게 아니었을 텐데도 말이다.
이미 방송이 됐으니 어쩔 수 없다는 것일까. 야당에 반론권만 보장해 준다면 공영방송을 통한 대통령 연설 방송은 문제되지 않는 것일까. 그렇다면 민주당이 당초 드러냈던 문제의식은 무엇이란 말인가.
공영방송이기에 더욱 보장돼야 할 방송의 독립성, 자율성은 단지 야당의 반론권 요구를 들어주는 것으로 확립되는 게 아니다. 한 번 문제가 발생했다고 시정할 기회가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애초의 문제가 해결되지도 않았는데 스스로 문제의식을 해소시켜 버린 민주당에게 박승흡 민주노동당 대변인의 논평은 그래서 더욱 새겨들을 만하다.
“국영방송인 KTV에서 방송할 수준의 내용을 갖고 공중파를 아깝게 낭비하는 우를 더 이상 범하지 말아야 한다.”
김세옥 기자
kso@pdjournal.com'미디어이슈'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지역방송, 도대체 언제까지 위기여야만 하나? (0) | 2008/10/20 |
|---|---|
| 차라리 적개심에 불타오르는 투사가 되라 (0) | 2008/10/20 |
| YTN노조, ‘안종필 자유언론상’ 특별상 수상 (0) | 2008/10/17 |
| ‘타짜’ 시청률 때문에 광고 편성 ‘잔꾀’ (0) | 2008/10/16 |
| 신학림 전 위원장, 국감 방해 혐의로 연행 (0) | 2008/10/16 |
| 야당 반론권만 요구하는 민주당 의원들 (0) | 2008/10/16 |
| “구본홍씨 덕분에 우린 더욱 하나가 됐습니다” (0) | 2008/10/15 |
| YTN노조, ‘징계 재심청구’ 안하기로 (0) | 2008/10/13 |
| “우리는 대통령의 입이 될 수가 없습니다” (0) | 2008/10/13 |
| EBS 장애인 방송 제작 비율 ‘최저’ (0) | 2008/10/13 |
| “권혁부 KBS이사, 방송장악 선봉대인가” (0) | 2008/10/13 |

Prev
Rss Fe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