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7/17 14:34

어이없는 오역 바탕으로 ‘PD수첩’ 징계

방통심의위 '결정 세부내용' 중 해석 오류…“징계 위한 끼워맞추기 심의” 비판

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박명진)가 MBC <PD수첩> 광우병 방송에 대해 ‘시청자에 대한 사과’라는 중징계 결정을 내리는 과정에서 어이없는 ‘오역’ 실수를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방통심의위가 공개한 ‘MBC <PD수첩> 심의 결정 세부 내용’ 중 (다) 항목을 보면 방통심의위는 “<PD수첩>이 미국 WAVY TV 화면을 보여주면서 ‘Doctors suspect Aretha has variant Creutzfeldt-Jakob Disease or vCJD’를 ‘의사들에 따르면 아레사가 vCJD라는 변종 크로이츠펠트 야콥병에 걸렸다고 합니다’라고 잘못 해석했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방통심의위는 <PD수첩>이 “미국 의사들도 아레사가 마치 인간광우병에 걸린 것으로 진단하고 있는 것처럼 단정적으로 방송했다”며 “이 문장의 제대로 된 뜻은 ‘의사들이 CJD 혹은 vCJD발병을 의심하고 있다’는 취지의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PD수첩>의 ‘오역’을 지적한 방통심의위가 오히려 ‘오역’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Doctors suspect Aretha has variant Creutzfeldt-Jakob Disease or vCJD

방통심의위가 문제 삼은 이 문장에서 or의 경우 보통 ‘혹은, 또는’으로 해석되지만, ‘즉, 다시 말하면’이란 뜻도 갖고 있다. 문제가 된 이 문장에서는 물론 후자의 뜻으로 사용됐다. 이 문장에서 ‘or’의 용도는 vCJD의 풀 네임(variant Creutzfeldt-Jakob Disease)을 말하기 위해 사용한 것이기 때문이다. 정리하면 “의사들은 아레사가 변종 크로이츠펠트 야콥병 즉 vCJD에 걸린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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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공개한 'MBC < PD수첩> 심의 결정 세부 내용'
결과적으로 방통심의위는 완전히 잘못된 번역을 했고, <PD수첩>이 당초 해석한 내용에는 큰 무리가 없었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방통심의위는 자신들의 ‘잘못된 번역’을 주요 근거로 삼아 <PD수첩>에 대한 중징계 결정을 내렸다.

정부 정책을 비판한 방송에 대해 ‘표적심의’를 진행했다는 심의 자체에 대한 정당성이 의심받고 있는 상황에서 방통심의위의 치명적인 ‘번역 오류’가 드러나면서 <PD수첩> 징계는 또다시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방통심의위가 <PD수첩>을 징계하기 위해 근거를 억지로 끼워 맞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MBC의 한 관계자는 “변종 크로이츠펠트 야콥병(vCJD)이 인간광우병인지도 모르고 CJD, vCJD가 뭔지도 모른 채 심의하는 심의위원들이 과연 전문성이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며 “이게 무슨 정치 코미디인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아니라 방송통제위원회, 정치심의위원회다”고 꼬집었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안 방통심의위는 이날 오후 갑작스럽게 보도자료 내용을 변경했다.

방통심의위는 당초 잘못 해석했던 ‘의사들이 CJD 혹은 vCJD발병을 의심하고 있다’(Doctors suspect Aretha has variant Creutzfeldt-Jakob Disease or vCJD)를 ‘의사들이 vCJD발병을 의심하고 있다’로 고쳤다. 앞에 ‘CJD 혹은’이란 말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수정 이유에 대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관계자는 “단순히 실무진 상의 실수였다”며 “실제 심의 과정에서는 ‘suspect(의심한다)’는 부분을 ‘걸렸다’고 단정한 부분을 문제삼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기자의 질문이 들어와 해석이 잘못됐다는 사실을 알고 오후에 보도자료 내용을 변경했다”고 말했다.

<방통심의위가 갑작스럽게 변경한 내용>

“2008. 4. 29. 23:29:48 경, 미국 WAVY TV 화면을 보여주면서, ... Doctors suspect Aretha has variant Creutzfeldt-Jakob Disease or vCJD.... 라고 하여 ‘의사들이 vCJD발병을 의심하고 있다’라는 취지의 내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방송화면 자막에는 ‘의사들에 따르면 아레사가 vCJD라는 변종 크로이츠펠트 야콥병에 걸렸다고 합니다’라고 표시한 것은 미국 방송사의 화면을 인용하여 미국 의사들도 아레사가 마치 인간광우병에 걸린 것으로 진단하고 있는 것처럼 단정적으로 방송한 것이다”

*다음은 방통심의위가 처음에 공개한 'MBC <PD수첩> 심의결정 세부 내용의 전문이다.

MBC「PD수첩」 심의 결정 세부 내용
PD수첩<긴급취재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 1, 2>프로그램 방송 중, ‘휴메인 소사이어티’의 동영상인 주저 앉은 소를 전기 충격기로 찌르는 등의 동물학대 동영상과 광우병 의심 환자(아레사 빈슨)의 장례식 장면 등을 방송하면서,

가. 2008. 4. 29. 23:25:07 경, 미국 동물학대방지 시민단체인 휴메인소사이어티가 공개한 동영상 화면 방송 직후, 관련자 인터뷰 장면에서 실제 인터뷰 내용은 I think a large percentage of population didn't even realize that dairy cows were slaughtered. 라고 하여 “많은 사람들이 젖소를 도축하는 줄 몰랐을 것이다”라는 취지의 인터뷰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방송화면 자막에는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심지어 이런 소가 도축됐다고 생각하지 못할 거예요’ 라고 표시하여 마치 “이런 소”가 앞선 화면에서 나타난 주저앉은 소 또는 광우병 의심소를 의미하도록 하여, 원문과 같이 젖소로 방송하는 것과 단순히 이런 소로 번역하여 방송한 것과는 큰 차이가 있을 수 있으며,

나. 2008. 4. 29. 23:26:28 경, 아레사 빈슨의 장례식 장면 이후 이어진 아레사 빈슨 어머니와의 실제 인터뷰 장면은 It's just so amazed me that there's so many people who is involved with this disease that my daughter could possibly have and that only lets me know that others can be affected by this. 라고 하여 “너무 놀랍게도 우리 딸이 걸렸을지도 모르는 병에 다른 수 많은...”이라는 취지의 내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방송화면 자막에는 ‘너무 놀라운 일이었죠. 우리 딸이 걸렸던 병에 다른 수 많은 사람들도 걸릴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요.’ 라고 단정적으로 표시했으며,

다. 2008. 4. 29. 23:29:48 경, 미국 WAVY TV 화면을 보여주면서, ... Doctors suspect Aretha has variant Creutzfeldt-Jakob Disease or vCJD.... 라고 하여 “의사들이 CJD 혹은 vCJD발병을 의심하고 있다...”라는 취지의 내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방송화면 자막에는 ‘의사들에 따르면 아레사가 vCJD라는 변종 크로이츠펠트 야콥병에 걸렸다고 합니다.’ 라고 표시한 것은 미국 방송사의 화면을 인용하여 미국 의사들도 아레사가 마치 인간광우병에 걸린 것으로 진단하고 있는 것처럼 단정적으로 방송한 것이며,

라. 2008. 4. 29. 23:31:38 경, 아레사 빈슨 어머니와의 실제 인터뷰 화면내용은 The results had come in from the MRI and it appear that our daughter could possibly have CJD. 라고 하여 “MRI 검사 결과 아레사가 CJD일 가능성이 있다고 하더군요”라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방송화면 자막에는 ‘MRI 검사 결과 아레사가 vCJD(인간 광우병)일 가능성이 있다고 하더군요.’ 라고 표시하여 CJD를 vCJD로 표기했으며,

마. 2008. 4. 29. 23:34:59 경, 아레사 빈슨 어머니의 인터뷰 화면내용은 If she contracted, how did, how did she. Because she always lives in the same state. 라고 하여 “만약 그녀가 병에 걸렸었다면...”이라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방송화면 자막에는 ‘아레사가 어떻게 인간 광우병에 걸렸는지 모르겠어요. 아레사는 버지니아에서만 살았고...’, 라고 표시하여 실제 본인은 가정하여 말하고 있으나 마치 아레사 빈슨이 인간 광우병에 걸린 것으로 단정적으로 방송한 것이며,

바. 2008. 4. 29. 23:36:50 경, 미국 동물학대 방지 시민단체인 휴메인 소사이어티 관계자(마이클 그레거)의 인터뷰 내용은 When the employees who were charged with animal cruelty were asked, they said that their supervisors told us to do this. 라고 하여 “동물학대 혐의를 받고 있는 인부들에게 물었더니 관리자가 이렇게 하라고 해서...”라고 언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방송화면 자막에서는 ‘현장책임자에게 왜 (광우병 의심소를 억지로 일으켜 도살하냐고) 물었더니...’ 라고 표시한 것은, 동물학대에 관한 인터뷰 질문 내용에 대한 답변을 마치 광우병 관련 질의에 대한 응답인 것으로 설명을 삽입하여 시청자를 오인케 한 것으로 이 같은 여섯가지 오역과 관련한 내용은「방송심의에 관한 규정」제9조(공정성)제3항 및 제14조(객관성)를 위반한 것으로 판단한다.
사. 진행자가 스튜디오에서 “아까 광우병 걸린 소...도축되기 전 그 모습도 충격적이고...”라고 단정적으로 방송한 것도 불명확한 내용을 사실로 오해하게 만든 것으로 이는「방송심의에 관한 규정」제14조(객관성)를 위반한 것으로 판단한다.

아. 동 프로그램에서 한국인이 인간 광우병에 더욱 취약하다는 내용 중 인간 광우병 발병환자의 프리온 유전자형을 분석한 근거만을 가지고, “한국인이 인간 광우병 발병 확률이 94%” 운운한 것은, 확정적이지 않은 불명확한 내용을 사실인 것처럼 방송한 것으로 이는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제14조(객관성)를 위반한 것으로 판단한다.

자. 사회적 쟁점이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되는 사안을 다루는 방송프로그램에서는 관련 당사자의 의견이 오해가 일어나지 않도록 균형있게 다루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정부측은 협상대표 한사람만 인터뷰한 뒤 동 협상에 반대하는 각 단체대표 및 전문가 등의 인터뷰를 집중적으로 소개한 것, 미국의 도축시스템․도축장 실태․캐나다 소 수입․사료통제 정책 등에 대해 견해가 다른 인사가 있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소비자연맹이나 휴메인소사이어티 관계자의 인터뷰만을 방송한 점, 미국 소의 나이 측정을 다루면서 일방의 견해만 방송한 점 등은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제9조(공정성)제2항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한다.

차. 동 방송프로그램은 상기 여섯가지 오역(표기) 및 진행자의 단정적인 표현 등이 결국 광우병 또는 인간 광우병 관련 오보에 해당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해 일부 해명(5.13. 등)은 있었으나, 지체없이 정정방송하지 않은 것은「방송심의에 관한 규정」제17조(오보정정)를 위반한 것으로 판단한다.

백혜영 기자 otilia@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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