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2/15 16:09

언론인 출마자는 윤리강령을 어겼다

[기고] 김창룡 인제대 언론정치학부 교수

떠나는 자와 남는자의 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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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룡 인제대 교수

언론인들이 총선에 출마하는데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일까. 왜 개인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존중해주지 않고 비판하는 것일까. 검사, 판사, 고위공직자, 교수가 출마하는 것과 언론인이 금뱃지에 도전하는 것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언론인 가운데 이번 18대 총선을 준비하고 있는 이들은 40여 명에 이를 정도로 많아서 화제가 되고 있다. 대다수가 공천만 받을 경우 당선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한나라당에 몰려있다. 물론 언론인은 반드시 기자나 PD만을 지칭하는 것은 아니다. 뉴스의 제작과 전달에 어떤 형태로든 관여하는 기자, PD, 아나운서, 시사프로그램 진행자, 논설위원, 국장, 언론사 사장, 회장 등이 포함된다.

과거와 현재의 차이점이라면, 언론계에서 정계진출이 보다 당당해졌다는 점이다. 노골적으로 정계진출하기 위해 언론계를 택했다는 언론인들이 나올 정도다. 그러나 과거나 현재나 공통점은 이들은 언론계에 ‘치유하기 힘든’ 상처를 남긴다는 점이다. 떠나는 소수는 개인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서라고 하지만 남아있는 언론계의 다수는 ‘권언유착’ 내지 ‘정치적 편향성’에 따른 신뢰도 저하라는 값비싼 대가를 치러야 한다.

왜 언론계에서 정치권으로 진출하는데 이렇게 말이 많은가?

우선, 정치권과 언론계는 존재방식과 지향점이 다르기 때문이다. 정치집단은 권력획득을 위해 존재한다. 그러나 언론인들은 이들 정치집단을 견제, 감시, 비판하는 것이 존재이유이다. 정치권이 당연히 정파적이듯이 불편부당해야 할 언론계가 정파적이어서는 망조가 드는 법이다. 그래서 정치권과 언론계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공정성을 유지하는 것이 신뢰획득의 첫걸음이다. 존재방식과 목적을 혼동하여 그 경계를 넘나드는 자에 대해서는 일단 의심하게 되는 것은 불가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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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인들이 금뺏지를 달기위해 줄줄이 공천신청서를 제출했다.

이 보다 더 중요한 점은 공천을 주는 기준과 행태의 문제다. 한국 정당이 공천을 주는 가장 큰 이유는 당선 가능성 때문이다. 당선가능성이 확실하다고 판단되면 ‘엄기영, 손석희’ 등 뉴스 앵커나 시사프로그램 진행자를 가리지 않는다. 이들이 정치권으로부터 얼마나 많은 유혹을 받았는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이런 소수의 후보자들은 예외다. 그다음의 기준은 얼마나 자당(自黨)에 충성했으며 기여도가 높은가를 따진다. 당선가능성이 높은 공당의 공천을 받기 위해 언론인들이 평소 어떻게 해야 할까.

엄정중립, 정론직필, 춘추필법…이 무슨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냐고 핀잔을 받을지도 모른다. 부패한 정치인, 정치권을 향해 ‘해야 할 말’을 하는 언론인이 공천을 받기는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것’만큼 어렵다.

물론 그 대상이 자신이 선택하는 당의 경쟁상대라면 ‘비판’은 ‘비난 수준’으로 변한다. 몰라도 될 시시콜콜한 것까지 골라서 과포장하여 띄워주기 하는 이면에 이런 공천계산이 없다고 장담하지 못한다.

이런 비판에 대해 정치권을 선택한 언론인들은 나름대로 자신의 당위성을 내세울 수 있다. 언론계 조로(早老)현상의 희생물이 되고 싶지 않다. 직업선택의 자유가 있는데, 무슨 문제가 있느냐.

이런 항변이 당위성을 갖기 위해서는 단 한가지의 조건이 있다. 미리 언론계를 떠나면 된다. 2003년 개정된 KBS 윤리강령에는 ‘공영방송 KBS 이미지의 사적활용을 막기 위해 TV와 라디오 시사프로그램의 진행자, 취재 및 제작 담당자는 해당 직무가 끝난 후 6개월 이내에는 정치활동을 하지 않는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이번에 KBS출신 공천희망자들은 대다수 이런 윤리강령조차 지키지 않았다.

미리 언론계를 떠나야 하는 이유는 방송앵커로 활동하면서 혹은 언론인으로 보도하면서 ‘편파방송’ ‘왜곡보도’를 했다는 오해에서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법이 아닌 윤리강령을 통해 이런 유예기간을 두는 것은 언론인들이 정치인들과 선후배 혹은 동향이라는 이유로 쉽게 유착되는 경향을 보였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얼마나 많은 언론인들이 정치권을 향해 줄서기를 할 지 알 수 없다.

이 문제를 심각하게 다루고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 한 한국 언론의 미래는 암담하다. 특정 당에 언론계 선후배들이 진치고 밀어주고 당겨주기 할 때 공정보도는 실종된다. 그렇다면 대책은 뭔가. 매우 간단하다.

신문, 방송사 모두 자체 윤리강령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만든 뒤에도 KBS처럼 아무런 후속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곤란하다.

자체 윤리강령을 저버리고 공천을 신청한 사람에 대해서는 회사이름으로 자체 징계를 내려야 한다. 그 다음 ‘독자와 시청자들의 신뢰와 기대를 저버렸다’는 내용의 공문을 해당 공당에 보내 공천심사에 고려해달라고 주문해야 한다. 이것은 한국 언론을 지키고 나아가 한국 정치의 발전을 꾀하는 일이 될 것이다.

김창룡 인제대 교수 kso@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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