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4/02 18:39

영화의 드라마화, '미디어 오류'가 정답

한국영화의 TV드라마화가 서서히 시동을 걸고 있다. 영화제작사 청어람의 〈괴물〉 드라마화 기획에 이어, 진인사필름 역시 800만 관객 동원작 〈친구〉의 드라마화를 발표했다. 특히 〈친구〉는 영화판의 곽경택 감독이 직접 드라마 연출까지 겸할 것으로 알려져 더욱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사실 여러모로 탐나는 기획이다. 아무리 원소스 멀티유즈가 힘든 한국 대중문화 환경이라도, 유료매체에서 무료매체로의 이동은 유리한 점이 많다. 일단 초반 화제성이 바로 시청률로 이어질 수 있다. 편성에 있어서도 스타 출연작만큼이나 유리한 입지다. 영화제작사의 TV 시장 진입 ‘포석’으로서 이보다 더 수월한 것도 없다.

그러나 그렇다 치더라도 지금 나와 있는 선봉장격 기획들은 문제가 많다. 단순히 말해, ‘화제성’ 하나만을 노렸다는 인상이 짙다. 그도 그럴 것이, 수많은 영화들 중 연간도 아니라 역대 한국영화 흥행 톱10 작품들만 뽑아낸 형태이기 때문이다.

해외 성공사례들을 보자. 미국 TV 사상 가장 성공적인 ‘영화의 드라마화’인 〈매쉬〉는 최고 히트작 반열에 오를 만한 영화는 아니었다. 10시즌 째 순항중인 〈스타게이트 SG-1〉의 오리지널 영화도 1994년 개봉 당시에는 연간통산 흥행 17위에 그친 작품이었다. 일본 히트드라마 〈마이 보스, 마이 히어로〉 원작인 한국영화 〈두사부일체〉는 일본에서 제대로 개봉도 안 된 상태에서 드라마화가 이뤄졌다. 모두 이유는 같다. 영화보다는 드라마로 더 잘 어울리는 콘셉트였기 때문이다. 〈매쉬〉는 애초 영화 자체가 에피소딕한 형식이었고, 〈스타게이트〉와 〈두사부일체〉는 다양한 에피소드가 나올만한 유연한 설정이었다.

반면 〈괴물〉과 〈친구〉는 확실히 드라마로 어울리는 콘텐츠는 아니다. 직선형 서사구조에 ‘한 번 팔고 더 써먹을 수 없는’ 캐치프레이즈형 하이콘셉트를 지녔다. 그저 대히트작 꼬리표만 달았을 뿐 장점이 없다. 이런 기획은 한계가 뻔히 보인다. 초반 화제몰이에 성공한 뒤 서서히 꼬리를 내리는 용두사미 구조다. 어쩔 수가 없다. 서사구조를 드라마식으로 바꾼다 해도 두 영화의 성공요인인 하이콘셉트를 전환시킬 수는 없다. 영화는 설정 하나만으로도 1시간 반을 채울 수 있지만, 드라마에서 설정 상 매력은 1, 2회 분량으로 다 팔린다. 이후부턴 얼마만큼 드라마 구조에 어울리는 콘셉트인가의 승부다. 〈괴물〉과 〈친구〉는 이 승부에서 이미 지고 있다.

원론으로 돌아가 보자. 영화의 드라마화는 생각보다 좋은 점이 많은 기획이다. 화제성 이외에도 영화계의 톡톡 튀는 대담한 아이디어들을 대중화 버전으로 소화해낸다는 점에서 가히 ‘제 2의 창조’라 불릴 만도 하다. 다만 방점을 어디에 찍을 지는 분명히 해야 한다. 방점은 ‘드라마’에 찍히지 ‘영화’에 찍혀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다.

   
▲ 이문원 대중문화평론가

<괴물〉과 〈친구〉가 아니어도, 500만 1000만 관객이 든 영화가 아니어도 좋다. 오히려 성공작이 아닌 편이 낫다. 영화로서 실패한 작품들 중에는 드라마로 더 잘 어울리는 경우가 많다. 소위 ‘미디어 오류’가 생긴 작품들이다. 이들이 바로 안방극장 진입을 기다리는 영화들이다. 결국 지금 영화 제작사들의 관건은 이미 아름다운 백조를 우리 안으로 가두는 것이 아니라 적응하지 못한 미운오리새끼를 하늘로 날려 보내는 일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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