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3/15 15:19

오리지널리티와 음악비평


[최민우의 음악한담]

 
▲ 최민우 대중음악웹진 'weiv' 편집장

몇 달 전 한국 대중음악의 ‘오리지널리티’에 대한 의견을 적어 달라는 청탁을 받은 적이 있다. 다른 잡지에 쓴 것이긴 하지만 첫 부분을 여기 옮겨 본다.

“한국 대중음악의 오리지널리티와 관련하여 가장 먼저 해야 할 이야기는 ‘오리지널리티’에 대한 강박 그 자체를 덜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의 대중음악이 기본적으로 ‘이식’의 과정에 다름 아니었다는 생각은 역설적으로 섣부른 패배주의(이런 관점에서는 표절이 너무 안이하게 옹호된다) 혹은 오리지널리티에 대한 지나칠 정도의 강조로 드러나곤 했다(이런 관점으로 접근할 경우 샘플링 등의 새로운 접근법을 통한 창작을 이해할 수 없다). 오리지널리티란 ‘무(無)로부터의 창조’보다는 ‘유(有)를 통한 배치’에 더 가깝다.”

현재의 시점에서 내가 ‘오리지널리티’에 대해 갖고 있는 생각은 이런 것이다. 위와 같은 의견을 제시한 까닭은 우리가 오리지널리티라는 것 자체를 조금 유연하게 생각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어서다. 그러나 동시에, 한국 대중음악이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이 없다’는 명제를 얼마나 심각하게 착취해 왔는지도, 그리고 그 말에 기대서 수준 미달의 결과물에 대한 비판을 ‘사정이 이러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라는 식으로 회피해왔다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왜냐하면 최근 한국 대중음악의 주요 화두인 표절 문제를 이야기할 때, 위의 두 가지 관점이 편의에 따라 쓰이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인상을 받곤 하기 때문이다. 최근 몇 달간 가요계의 주요한 화두가 무엇이었는지 돌이켜본다면, 단연코 표절 문제가 수위에 설 것이다. 이제 이른바 ‘인기 좀 있다’는 가수의 곡(주로 아이돌)은 발표되기만 하면 표절 논란에 휩싸이는 것이 마치 정석처럼 된 것 같다는 인상이 강하다. 한쪽에서는 그것이 표절이라는 증거를(바꿔 말해, 닮은 것 같은 노래들을) 악착같이 모으는 것 같고, 다른 한편에서는 그것이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이 없다’는 데 기인한 것이라는 주장으로 그 증거를 튕겨내느라 노력하는 것 같다. 그러다가 새로운 ‘정치적’ 상황(즉 ‘상대편’ 가수가 신곡을 발표하면)이 도래하면, 똑같은 일이 진영만 바뀌어 일어난다.

 
 
▲ 데뷔 한 달만에 표절논란에 휩싸인 '씨앤블루'
따라서 이 두 가지 관점은, 아닌 것처럼 굴지만 현재의 상황에서는 동전의 양면이자 같은 얼굴의 다른 표정인 셈이다. 그리고 이는 몇 번씩 강조하는 것이지만, 법적 문제(표절)와 미학적 문제(모작, 아류작)를 혼동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기도 한 동시에, 그동안 우리가 이 문제에 대해 얼마나 안이하게 사고해 왔는지를 보여주는 일이라는 생각도 돈다. 누차 말하지만, 표절은 법적 문제이자 ‘비즈니스’의 문제다. ‘표절이 아니라’는 ‘법적 혹은 비즈니스적’ 결론이 났다고 해서 해당 작품이 미학적으로 훌륭하다고는 절대 말할 수 없다.

그러나 종종 언론에서는 ‘표절 혐의에서 벗어났으므로’ 마치 그 가수의 ‘음악성’도 입증되었다는 식의 논조가 나오곤 한다. 다시 말하건대, 이 둘은 전혀 다른 것이다. 그 점을 이해하지 못하면 왜 ‘심각한 유사성’이 언급된 창작물을 발표한 가수들이 설사 법적으로 ‘표절이 아니’라는 판정을 받았다 하더라도 그 평가가 바뀔 필요가 없는지 역시 이해할 수 없게 된다. (표절에서) 깨끗하다는 것과 (작품이) 훌륭하다는 것은 전혀 다른 범주의 문제다. 예전에는 이 둘이 같은 것이었는지 몰라도, 음악의 창작 환경이 엄청나게 바뀐 지금에 와서는 그렇게 놓고 볼 수가 없다. 그리고 이는 음악비평이 작품의 표절 여부에 대한 ‘심판관’ 노릇을 할 필요는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음악비평은 ‘죄를 지은’ 음악이 아니라 ‘못 만든’ 음악에 대해 이야기한다. 때때로 그런 것 같지 않아 보여도, 실은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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