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석훈의 세상읽기]
| ▲ 우석훈 2.1 연구소 소장 (88만원 세대 저자) | ||
바티칸의 교황청이 직접 움직일 가능성에 대해서도 얘기가 나오는데, 순교 사건이 벌어지는 경우 외에 바티칸이 직접 특정 국가의 특정 정책에 대해서 개입하는 경우는 별로 없다. 우리나라야 토건 사업이나 재개발 사업에서 사람의 목숨이 오가는 것을 흔하게 본 것이지만, 지금 외국의 눈에는 한국의 4대강의 강행 추진에 의한 단식이 순교 국면으로 판단하는 것 같다.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한국에 공식 가톨릭 교인이 500만 명인데, 그 절반을 넘는 300만 명의 서명을 받겠다니, 개국 이래로 가톨릭 본진이 움직이는 사건으로는 가장 큰 사건이다.
가톨릭은, 순교의 길고 긴 역사를 가지고 있다. 한국의 근대화에서 벌어진 도시빈민에 관한 문제에서 가난한 사람들과 현장에서 울고 웃으며 한 시대를 같이 했던 것이 한국 기독교의 역사이자, ‘개척 교회’의 전설이기도 하다. 소망교회와 사랑의 교회로 대표되는 한국의 강남 대형교회들은 이러한 기독교의 정신을 잃은 지 아주 오래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무엇보다 이런 교회의 장로들이 한국 경제의 토건화의 선봉장이라는 사실은 한국 기독교의 역사에 비추어볼 때 믿기지 않는 일이다.
수천억짜리 교회를 짓겠다는 지금의 현실은, 토건 장로들이 이끌어가는 한국의 교회가 과연 어디까지 타락했는지 보여주는 대표적 사건이다. 토건 시대의 토건 장로 여기에 교회의 토건화까지, 이게 도대체 종교인가 싶다. 개인적 비즈니스와 정치가 아닌, 예수를 모시기 위해서 교회에 가는 신도가 도대체 한 명이나 있나 싶고, 대통령까지 배출한 장로들 중에서 토건파가 아닌 사람이 한 명이나 있나 싶다.
가톨릭의 부패를 막기 위해서 기독교가 등장한 것인데, 한국에서는 기독교의 토건질을 막기 위해서 가톨릭이 나온 형편이니, 부패의 교회사에 한 페이지를 지금 우리가 쓰는 중이다. 순교자의 역사 위에 한국 가톨릭은 서 있는데, 순교 사건이 도대체 얼마나 무서운 사건인지, 용산 참사 위에 서 있는 토건 장로들이 도무지 이해를 못하는 것 같다. 토건의 클라이맥스에서, 다시 우리가 순교 국면으로 가는 것인가?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다. 생명의 종교가 아무리 토건이 달다 해도 이렇게 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 순교 사건이 벌어지면, 이 순간을 역사는 토건 장로들이 가톨릭 사제에게 죽음을 강요한 사건으로 기록할 것이다. 대통령의 4대강, 이미 이성을 잃은 지경이 아닌가?
| ▲ 경향신문 3월13일자 5면. | ||
그렇다면 누구에게 부탁해야 하는가? 역설적이지만, 한국 대형 교회 중에서 토건에서 비교적 자유롭고 덜 토건적인 교회는 순복음교회이다. 순교자를 만들지 않기 위해서 스스로 결심해서 4대강 사업을 세울 수 있는 사람은 딱 한 명, 순복음교회의 조용기 목사이다. 그가 대통령에게 건의해주면, 일단 4대강을 세울 수 있을 것 같다. 그에게 부탁하고 싶다. 물론 강남 대형교회의 장로들이 건의를 해도 되지만, 그들 중에 토건 장로가 아닌 사람이 단 한 명이라도 있을까? 그런 생각이 잘 안 든다.
조용기 목사에게 진심으로 부탁하고 싶다. 우리는 순교자를 만들면 안 된다. 그 얘기를 대통령에게 해주면, 잠깐이라도 4대강을 세울 수 있을 것 같다. 기독교인, 그것도 보수 기독교인만이 지금 대통령을 말릴 수 있다. 불상사가 생기기 전에, 일단 세우자. 그리고 이성을 가지고 우리 모두가 4대강의 사회적 대안에 대해서 논의해보도록 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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