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5일 핵심측근인 이재오 한나라당 의원의 지역구(서울 은평을)를 방문해 ‘관권선거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참여정부 시절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유사한 행동에 강경한 목소리로 ‘중립’을 요구했던 <조선일보>와 <동아일보>가 침묵하고 있어 눈길이다.
<조선일보>는 7일자 신문 8면 하단에 배치한 “MB ‘은평 뉴타운 방문’ 논란” 기사에서 “은평 뉴타운 사업과 이 현장에서 실시되고 있는 노숙자 자활 사업은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 시절부터 의지를 갖고 추진한 사업”이라는 청와대의 해명을 부각하며 이에 대한 야당의 반발을 전달했다.
적극적 해설이나 사설은 없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국민이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을 압도적으로 지지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 대통령이 잘해서 우리당에 표를 줄 수 있는 일이 있다면 합법적인 모든 것을 다 하고 싶다”(2004년 2월24일, 방송기자클럽 회견)고 발언한 것을 문제 삼으며 탄핵 여론을 주도했던 것과 사뭇 다른 모습이다.
![]() |
||
| ▲ 서울 은평 뉴타운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 ⓒ연합뉴스 | ||
“대통령의 이런 발언이 선거를 관리하는 행정부 수반으로서 대통령의 중립성에 심각한 문제를 낳을 뿐만 아니라 법적으로도 위법의 소지가 대단히 크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중략)…문제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다. 이런 걸 단속하라고 만들어놓은 중립적 헌법기관이 바로 선관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중앙선관위는 노 대통령의 엊그제 발언이 있고 나서 여태껏 아무런 조치도, 공식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다.”
또 같은 해 3월3일 중앙선관위가 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사전선거운동금지규정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다”면서도 선거 중립의무 준수를 요청하자 <조선일보>는 4일자 신문 사설 “선관위 결정 이후의 대통령을 주시한다”에서 “노 대통령이 이 의사를 계속 밀고 나간다면 이는 대한민국 헌정질서에 중대한 위기를 초래할 것”, “헌법기관의 결정을 다른 헌법기관인 대통령이 정면으로 무시하고 짓밟는다면 이것이 바로 헌정의 위기” 등의 주장을 펼쳤다. 가정(假定)까지 동원해 ‘헌정위기론’을 부추긴 것이다.
이어진 6일자 신문 31면 사설 “국민이 탄핵론에 망설이는 진짜 이유”에선 “국가의 최고 법수호자인 대통령이 법을 위반했다고 헌법기관이 결정하고 대통령은 앞으로도 법을 준수할 의사가 없다는 것을 명확히 했다면, 청와대가 좋아하는 선진국에선 바로 탄핵절차가 시작됐을 것이다. 우리 법체계에서도 대통령의 법위반을 제어할 장치는 사실상 국회의 탄핵소추밖에 없다”고 주장하며, 한나라당이 만지작대던 ‘탄핵’ 카드에 힘을 보탰다.
<조선일보>만큼 적극적이진 않았지만 <동아일보>도 “盧대통령, 정말 탄핵 받으려는가”(2004년 2월24일 2면) 등 노 대통령의 선거 개입 논란을 이유로 탄핵론에 힘을 싣는 기사와 사설을 연이어 게재했다.
그러나 <동아일보> 역시 4년이 지난 지금 태도를 달리했다. <동아일보>는 7일자 신문 8면 상단 오른쪽에 게재한 “李 대통령 ‘은평 방문’ 시끌” 기사에서 은평 뉴타운 공사 현장이 이재오 의원의 지역구라는 점 대신 “‘노숙인 일자리 갖기 사업’은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임 말기 직접 기획한 것”이란 설명과 함께 이 대통령의 현장 발언을 부각시킨 뒤, 야당의 ‘관권선거’ 논란을 덧붙였을 뿐이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의 4년 전 보도를 기억하는 독자 입장에선 정치를 바라보는 이들 신문의 ‘이중잣대’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같은 상황에 대해 인물이 다르다고 잣대를 달리하는 것은 ‘보도의 일관성’을 언론 스스로가 해치고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반면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관건선거 논란’에 대한 비판과 함께 이 대통령의 선거개입 중단을 강하게 촉구했다.
<경향신문>은 7일자 신문 1면과 6면에 ‘관건선거 논란’ 관련 기사를 게재하는 한편 31면 사설 “대통령에서 행정관까지 나서는 총체적 관권선거”에서 “이 대통령은 4년 전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선거개입 발언을 빌미로 탄핵까지 받았으며, 그 탄핵을 몰아붙인 주역이 바로 지금의 여당이 한나라당이란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이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즉각 선거개입을 중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한겨레>도 사설 “대통령이 부추기는 관권 선거 논란”에서 “선거를 코앞에 둔 시점에서 대통령이 이 지역을 방문하는 것 자체가 어떤 정치적 의미가 있는지는 삼척동자도 안다”며 “대통령부터 선거법 조항뿐 아니라 정신까지 엄격하고 철저하게 준수해야 한다”고 원칙에 입각한 비판을 전했다.
김세옥 기자
kso@pdjournal.com'미디어이슈' 카테고리의 다른 글
| KBS, 개표 현황과 해설에 집중 (0) | 2008/04/10 |
|---|---|
| MBC 8시 30분께 ‘당선자’ 시스템 가동 (0) | 2008/04/10 |
| SBS ‘테마’ 나눠 개표 상황 전달 (0) | 2008/04/10 |
| 엔터테인먼트산업, 외국계·통신 자본 달려든다 (0) | 2008/04/10 |
| 매출액 줄어도 주주들은 고액배당 (0) | 2008/04/10 |
| 이명박은 되고 노무현은 안 된다? (2) | 2008/04/08 |
| 최시중 방통위원장, 정연주 사퇴 외압설 논란 (0) | 2008/04/08 |
| 이명박 정부 ‘배타적 기자실 운영’ 논란 (0) | 2008/04/08 |
| 뉴라이트방통센터 ‘내맘대로’ 토론회 물의 (0) | 2008/04/07 |
| 총선 후보자들 토론회 불참 잇따라 (0) | 2008/04/07 |
| “고사위기 몰린 지역방송 지원 정책 수립하라” (0) | 2008/04/07 |


Prev
Rss Fe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