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4/02 16:08

이 사람과 결혼해도 되겠습니까?

[프로그램 리뷰] MBC 〈일밤〉 ‘우리 결혼했어요’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스타 웨딩 버라이어티 ‘우리 결혼했어요’(연출 전성호)는 환상과 불안이 교차하는 젊은 세대들의 결혼관을 엿보는 프로그램이다. 결혼 날짜를 잡아두고도 앞으로 펼쳐질 현실에 망설여지거나, ‘비혼’을 결심하고도 결혼식장에 들어서는 커플이 내심 부러워지는 심리 말이다.

그런 이들에게 스타 가상부부란 설정의 이 프로그램은 결혼 생활의 시뮬레이션 기능을 제공한다. ‘내가 결혼한다면’ 혹은 ‘저런 사람과 결혼한다면’과 같은 막연한 의문에 대해 역시 막연하나마 힌트를 던져주는 셈이다.

‘우리 결혼했어요’는 우선 콘셉트부터 독특하다. 스타를 가상부부로 설정해 결혼 생활을 체험하게 한다는 게 요지다. 지난 2월 파일럿 방송 당시 시청률 12%를 넘기며 화제를 모았고, 침체일로를 걷던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구원투수로 지난달 16일 정식 투입됐다.

이 프로그램엔 네 쌍의 가상부부가 등장한다. 알렉스-신애, 크라운제이-서인영, 앤디-솔비, 정형돈-사오리가 각각 커플을 이뤘다. 그리고 이들은 각각의 신혼집을 꾸리고, 결혼 생활을 해나간다. 침실도 마련됐지만, 실제로 동침은 하지 않는다. 각자 자신의 집에서 자고난 뒤 며칠 후 아침에 다시 만나는 식이다.

   
▲ '우리 결혼했어요'에 출연하는 네쌍의 커플.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크라운제이-서인영, 신애-알렉스, 정형돈-사오리, 솔비-앤디 커플. ⓒMBC
파일럿을 제외하고 이제 3주가 방송됐을 뿐인데, 벌써 각각의 캐릭터가 구축되는 모양새다. 알렉스와 신애는 다정다감하고 로맨틱하며, 크라운제이와 서인영은 주도권 다툼에 치열하고, 앤디와 솔비는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면서 조금씩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들과 분명한 선을 긋고 있는 커플이 있으니 바로 정형돈과 사오리다. 이 커플의 결혼 생활은 지극히 현실적이다. 신혼 초가 아니라 만성 피로가 쌓인 결혼 생활이랄까.

당연히 시청자들의 호불호가 나뉜다. 언제나 로맨틱한 이벤트를 베풀어줄 것 같은 알렉스는 신랑감 1위, 다툼 끝에 애교로 화해 분위기를 조성하는 서인영은 신붓감 1위로 꼽힐만하다. 물론 각 커플들에 대한 생각은 훨씬 다양할 수 있다. 다정다감한 알렉스는 잔소리꾼일 것 같아서, 애교 만점 서인영은 ‘신상(품)’에만 열광해서 싫을 수도 있을 테니.

문제는 휴일에도 소파만 차지하려 드는 정형돈 같은 남자를 반길 여자는 거의 없다는 것.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알렉스도, 앤디도, 크라운제이도 결혼 후엔 정형돈처럼 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앤디의 귀여운 춤에 탄성을 지르다가도, 사오리를 내팽개치고 가버리는 정형돈의 모습에 탄식이 나오는 건 그런 이유 때문이다.

‘우리 결혼했어요’의 시뮬레이션은 결혼의 환상과 현실을 늘어놓고, 우리는 그 사이에서 결코 쉽지 않은 고민을 해야 한다. 일단 이 프로그램이 시청자들의 공감대를 이끌어내는데 성공했다. 앞으로 결혼의 환상에 무게를 둘지, 현실에 초점을 맞출지는 지켜봐야 알 수 있다.

덧붙이자면, 네 커플의 결혼 생활을 화면으로 지켜보며 한 마디씩 끼어드는 MC들의 추임새가 조금 불편하다는 것. 그리고 네 커플의 생활을 오가는 편집의 어색함도 종종 목격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우리 결혼했어요’가 리얼리티를 확보해야 한다는 점이다. 스타들이 ‘연기’를 한다고 느껴지는 순간, 프로그램의 재미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아직까지는 조금 아슬아슬하다. 카메라를 각 커플들로부터 멀리 떼어놓고 개입을 최소화하면서 조용히 지켜보는 게 더 흥미롭지 않을까. 그러다 실제로 이들 커플 사이에서 스캔들이 터져 나오면, 아마도 흥행은 최고조가 될 것 같다.

김고은 기자 nowar@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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