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12/30 19:14

전 KBS 미디어포커스 기자 "참을 수 없이 부끄럽다"

참을 수 없는 부끄러움 
[내가 본 총파업(2)] KBS 김경래 기자 

 
KBS는 언론노조를 탈퇴했다. 조합원의 총의를 모은 결과이기 때문에 여기에 대해서 이의를 제기하지는 않겠다. 하지만 ‘언론노조’를 탈퇴한 것이 KBS노조가 ‘언론’ 노조이기를 부정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 ‘정치적 파업은 할 수 없다’는 현 KBS 노조위원장의 인터뷰를 신문지면에서 접한 뒤에는 KBS 노조는 ‘언론’ 노조이기를 포기했다는 의구심을 지울 수가 없다.

언론 노동자로서의 최소한의 연대의식도 없다. 정권과 조중동의 방송 장악, 재벌의 방송 사유화에 대한 최소한의 위기의식도 없다. 동료들이 파업을 하고, 길바닥에서 농성을 벌여도 그저 ‘정치적’인 행위로 인식할 뿐이다. 진정 ‘정치적’인 정권의 방송 장악 프로그램이 착착 진행이 돼도 거기에 반대하는 것은 역시 ‘정치적’이기 때문에 함께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뻔뻔한 이율배반과 자기 부정을 어떻게 할 것인가.

부끄럽다. 사력을 다해 방송의 공적인 가치를 지키는 동료들을 보면서, 우리 KBS는, 나의 자랑스러운 KBS는 정권과 함께 ‘법과 질서’를 합창하고 있다. 어차피 발등에 불이 떨어진 건 MBC지 우리가 아니라면서 방관하고 있다. 우리에게 칼날이 오지 않을 것이라는 낙관의 근거는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 한나라당의 '7대 언론악법'을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는 전국언론노조 조합원들. ⓒPD저널

정연주 사장의 해임에서 눈엣가시 같은 프로그램들의 폐지, 방송을 장악하려는 법과 제도의 완비…. 정권은 출범 이후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냉정하게 방송 장악을 진행하고 있다. 방송에서 공공적인 가치를 몰아내고 전면적인 시장을 도입하고 있다. MBC민영화, KBS 2TV 분리 민영화를 우려하는 게 결코 기우가 아니다.

누구는 냉정하게 봐야 한다고 말한다. MBC는 자기 밥그릇을 위해서 싸우는데 우리가 왜 부화뇌동하느냐고 냉소한다. 광고로 운영되는 MBC를 민영화시키면 KBS의 공영성이 더욱 확고해 질 것이라고 설득한다. 저널리스트로서의 냉정함을 잃지 말아야 한다고 괴변을 늘어놓는다. 정말 MBC는 공영 방송이라는 이름을 얻을 자격이 없는가.

정말 MBC가 민영화되면 KBS는 진정한 공영방송이 될 수 있는가. MBC 민영화 다음에는 KBS에 대한 예산 장악, KBS2TV 분리라는 카드가 나온다는 것을 정말 모른다는 말인가. 우리는 기계적 중립이라는 구시대적 방패 뒤에 숨어서 행동하는 지성을 거세당했다. 머리는 지나치게 차갑고, 심장과 열정은 모두 박동을 멈춰버렸다.

    


▲ 김경래 KBS 기자 ⓒKBS

KBS 후배 기자들이 노조에 동조 파업을 촉구하는 실명 성명서를 발표했다. 성명서를 발표하면 뭐하냐는 냉철한 평가도 있었다. 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는 자들의 ‘뒷담화’일 뿐이다. ‘계란으로 바위치기’라는 냉소는 언제나 권력을 가진 자들을 위한 수사였다. 역사는 행동하는 자들이 만들어 가는 것이다.

부끄럽지 않기 위해서 정연주 사장 해임에 반대했다. 부끄럽지 않기 위해서 이병순 사장 취임을 반대했다. 부끄럽지 않기 위해서 <미디어포커스> 폐지에 반대했다. 그런데 이제 다시 부끄럽다.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에 치가 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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