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5/28 19:12

정연주 KBS 사장 퇴진의 역설

[큐칼럼] 이명박 정권의 공영방송 장악 기도와 시민사회의 정 사장 지키기

KBS 노조에서 내건 만장들이 여의도 KBS 본사를 온통 휘감고 있다. 만장에 쓰인 글귀만 보면 KBS 정연주 사장은 마치 악의 화신인 듯하다. 당장 사장직에서 물러나야 할 사람인 것 같다. 틈만 나면 정 사장을 파렴치한으로 몰아세워 온 조중동의 기세도 갈수록 살기등등하다.

이에 화답하듯 최근 이명박 정권이 정 사장에 대해 전방위 압박을 가하고 있다. 지난주에는 이사들을 회유 협박해 KBS이사회로 하여금 정연주 사장 사퇴권고안을 처리케 하려하기도 했다. 그리고 곧이어 감사원을 통해 KBS를 특별감사하겠다고 발표했다. 당연히 핵심 목표는 정 사장이다. 물론 정 사장은 문자 그대로 사면초가다.

하지만 KBS 노조 및 정권의 정 사장 퇴진 압박은 성공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먼저 이사회를 통한 퇴진 압박은 사전에 그 시나리오가 드러나면서 성공 가능성이 낮아졌다. 그리고 이사회가 수적 우위를 확보해 사퇴권고안을 통과시켜도 법적 강제력이 없기 때문에 정 사장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그만이다.

감사원의 특별 감사도 관변정치집단들을 들러리 세운 정치적 표적 감사라는 것이 이미 분명해진 만큼 폭발력이 약할 것이다. 그리고 현재의 KBS를 아무리 감사해도 나올 만한 것이 없으리라는 전망이다. 감사 결과를 가지고 조중동과 호흡을 맞춰 부풀리고 왜곡해 KBS를 압박하겠지만 국민들의 동의를 얻기 어려울 것이라는 얘기다. 또한 현재 KBS 노조의 정연주 퇴진 운동도 외부 시민단체들과 소통 없이 추진하고 있어서 성공하기 어렵다. 오히려 KBS 노조가 정 사장 퇴진에 진력하는 것을 의심의 눈으로 지켜보고 있다.

이명박 정권과 KBS 노조가 정 사장을 퇴진시키기 어려운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시민사회의 동의를 얻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시민단체들은 현재의 국면에서 정연주 사장이 퇴진하는 것을 원치 않고 있다. 그들은 KBS가 정권에 대한 비판과 감시 기능에 더욱 충실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쇠고기 협상과 광우병, 한반도 대운하, 학교 자율화 조치, 영어 몰입 교육, 의료보험 민영화 등등의 이명박 정권 등장 이후 불거진 사회적 현안들에 대해 KBS가 공영방송적 시각으로 제대로 다뤄줄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그들은 정권의 정 사장 퇴진 압박을 공영방송 장악 및 역할 축소 기도라고 받아들이고 있다. 그들에게 정 사장은 개인 정연주를 넘어 이명박 정부의 언론통제 여부를 판가름하는 상징 인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따라서 정권에서 정 사장 퇴진을 압박하면 할수록 그를 보호하려는 시민사회의 저항도 강력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90년 4월 당시 노태우 권위주의 정권은 KBS에 대한 감사를 통해 서영훈 사장을 퇴진시키고 KBS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려 시도했다. 그 과정에서 KBS 구성원들과 외부 시민단체들의 강력한 저항에 부딪혔다. 우여곡절 끝에 당시 정권은 단기적으로는 그 목표를 달성한 듯 보였으나 무리한 시도는 나중에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92년 노태우 정권을 마지막으로 군부독재정권은 막을 내렸다. 이명박 정권은 역사에서 교훈을 찾아야 할 것이다. 만일 강압적인 정 사장 퇴진 기도가 성공을 거두게 될 경우 이는 정권의 종말을 재촉하게 될 것이다. 이것이 정 사장 퇴진의 역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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