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7/11 10:01

조중동과 폴리널리스트 출신 국회의원

[기자수첩] MBC 비판위해 손 잡았나 의혹 모락모락

언론인 출신의 한나라당 초선의원 두 명이 기자회견을 위해 10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 마련된 단상 위에 섰다. <조선일보> 문화부 기자와 <중앙일보> 전략기획실 위원을 지낸 진성호·김용태 의원이었다.

이들은 회견에 앞서 기자들에게 배포한 성명서를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MBC는 진실은폐 기도를 즉각 중단하라’는 제목의 성명으로, 이들은 “광우병에 대한 과장·왜곡방송을 한 <PD수첩>과 관련해 제작진은 물론 MBC 전체가 진실은폐 기도에 나서고 있으며, 외부세력까지 끌어들여 정부 기능과 공권력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조직적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두 의원의 이 같은 주장은 이들이 입수했다고 하는 ‘MBC 상황실 자료’에 근거한 것으로, 지난 6월27일, 29일, 30일 작성된 것으로 기록된 이 자료에는 “검찰수사나 법원판결,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심의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섣부를 잘못 인정이나 사과는 하지 않으면서 최대한 시간을 끄는 방안을 모색한다”, “방통심의위 심의 결과가 ‘주의’로 나올 경우 노조나 PD연합회의 유감 표명으로 대응한다” 등의 내용이 적혀있다.

이들 의원은 “자료에 의하면 MBC 측은 <PD수첩> 등의 보도가 과장·왜곡임을 이미 알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사적으로 진실을 은폐하고 MBC 노조나 PD연합회를 (진실 은폐에) 가담시키고 있는 정황인데, MBC 측은 손바닥으로 진실의 하늘을 가리려는 일체의 시도를 즉각 중단해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보수언론 출신의 ‘폴리널리스트’ 국회의원과 조·중·동의 관계, 의혹만 뭉게뭉게

사실 이들 의원이 이날 기자회견에 발표한 내용은 새로운 게 아니다.

이미 지난 9일 <조선>은 1면 <“PD수첩 잘못 인정하면 공격당한다”…MBC, 사과않고 최대한 시간 끌기로>에서 자신들이 입수했다는 ‘MBC 상황실 자료’를 토대로 <PD수첩> 보도가 왜곡임을 알면서도 MBC가 전사적으로 진실을 은폐하려 한다고 보도했다.

또 두 의원의 기자회견 당일인 10일에도 <조선>은 1면 <PD연합회·언론노조 등 외부 힘 빌려 MBC, 방통심의委 압박방안 등 논의>, 3면 <“피켓 시위가 방송심의에 영향줄 수 있다”>, 27면 사설 <범죄 집단 회의만도 못한 ‘PD수첩 대책회의’> 등에서 대대적으로 MBC의 대책회의를 비판했으며 <중앙>과 <동아>도 각각 10면 <PD수첩 소환 대책회의 했었다>, 6면 <MBC “최대한 시간 끌자”> 기사에서 같은 문제제기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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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일보 7월 10일자 사설

공교로운 점은 ‘MBC 상황실 자료’를 입수해 보도한 언론이 조·중·동 딱 3곳 뿐이며 마찬가지로 ‘MBC 상황실 자료’를 입수, 기자회견을 연 두 의원이 이들 ‘특정’ 언론 출신이라는 부분이다.

두 의원의 기자회견 말미 이와 관련한 지적이 나왔다. 두 의원이 입수했다는 자료의 내용을 ‘특정’ 언론만이 보도했다는 것이었다. 이들 의원은 “언론으로부터 얻은 게 아니라 우리가 입수한 자료다. 어제(9일) 밝히려고 했는데 국회 개원문제 때문에 늦어졌다”고 해명했다.

두 의원의 설명대로 공교롭게 그들과 그들이 속해있던 보수언론에서 해당 자료를 입수한 시기가 맞은 게 사실일 수 있다. 그러나 너무도 절묘한 타이밍이기 때문에 두 의원과 두 의원이 과거 몸담았던 회사와의 관련성이 나올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국회를 출입하는 한 일간지 기자는 “조·중·동이 아침신문에서 제기한 문제가 그날 오전 한나라당 지도부의 입을 통해 확산되는 모습은 너무 오래 봐 온 것이고, 국회의원이 된 ‘선배’ 기자가 ‘후배’ 기자와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도 당연한 일 아니냐”면서 “선거 때마다 등장하는 폴리널리스트(정치기자)에 대해 언론계가 무엇을 비판하는지 떠올려보면 될 일”이라고 말했다.

김영호 언론개혁시민연대 공동대표는 “자사 프로그램과 관련한 문제에 대해 방송사가 대책회의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신문기사와 방송 프로그램이 100% 완벽할 수 없다. 언론보도는 조각정보를 짜깁기해 역사의 초고로 쓰는 것”이라면서 “이는 워터게이트 사건을 보도했던 미국 <워싱턴포스트>의 벤 브레들리 편집장의 말로, 정보를 모두 쥐고 있는 정부기관 혹은 그들로부터 자료를 입수한 게 아니라면 100% 완벽한 보도를 할 순 없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진성호·김용태 의원 모두 언론인 출신으로 이 같은 사실을 알 텐데, <PD수첩>의 일부 오류를 그처럼 극대화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김세옥 기자 kso@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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