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5/02 14:43

조중동, ‘PD수첩’ 광우병 의혹보도 매도

[보도비평] 괴담으로 규정하고 여론 호도

지난달 29일 MBC 〈PD수첩〉 방송으로 촉발된 미국산 쇠고기 개방 반대 움직임이 거세다. 인터넷에선 광우병 가능성이 있는 생후 30개월 이상 쇠고기까지 수입을 허용한 이명박 대통령의 탄핵 인터넷 서명운동 참가인원이 50만 명을 넘어서며 불씨가 확산되고 있다. 많은 국민들은 “정부가 국민의 안전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강하게 비난하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 보수신문들은 태연하기만 하다. 조·중·동은 오히려 광우병 의혹을 ‘선동’했다는 이유로 〈PD수첩〉 등의 방송 보도를 비난하고 있다. 이들 신문은 ‘광우병 의혹’은 ‘광우병 괴담’으로 규정하고,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려는 노력을 무책임한 자극으로 매도했다. 또 ‘광우병 괴담’을 방치하고 있는 정부를 향해서도 태연히 있을 때가 아니라고 재촉하고 있다.

<조선>, <PD수첩> 광우병 방송이 폭력이라고?

<조선일보>는 2일자 신문 ‘TV 광우병 부풀리기 도를 넘었다’는 제목의 사설에서 “〈PD수첩〉은 TV가 특정한 의도를 갖고 여론 몰아가기에 나서면 그 사회적 파장이 얼마나 큰가를 보여줬다”며 방송 이면에 “특정한 의도”가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조선>은 “TV의 괴력은 언제든지 TV 폭력으로 바뀔 수 있다”는 수위 높은 표현까지 썼다.

<조선>은 “TV 속 ‘미국 쇠고기 괴담’은 터무니없이 과장된 내용이 많다”며 “‘30개월 이내 소의 고기’만 수입하도록 했던 연령 제한을 이번에 풀어 ‘30개월 이상 소의 고기’도 들어오게 됨으로써 광우병 위험이 커졌다고 비판한 부분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미국에서 도축되는 소의 97%가 월령 20개월 미만이기 때문에 “30개월 미만이냐 아니냐를 따지는 것 자체가 별 의미 없다”는 것이다.

   
▲ 조선일보 5월 2일자 사설
그러나 <조선>이 놓친 부분이 있다. 미국에서 키우는 소가 1억 마리라고 가정한다면, 30개월 이상의 소가 3%에 불과하다고 해도 그 수는 300만 마리에 달한다는 것을. 300만 마리를 결코 적은 수라고 할 수 없지 않은가.

그런데도 <조선>은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의혹에 대해 “황당한 얘기”라며 광우병 파동이 반미 세력과 교묘히 결집됐다는 주장을 내놨다. “한미 FTA 반대 세력들이 광우병 위험이라는 포장지로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와 ‘반미 선동’을 교묘하게 함께 싸서 이용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조선>은 그러면서 “우리 국민은 세계에서 가장 비싼 쇠고기를 먹는 국민”이라며 “생활이 어려운 사람은 쇠고기 정가표를 보고 화들짝 놀라 절로 손을 움츠릴 지경”이라고 했다. ‘어려운 사람’을 생각해주는 게 눈물이 날 지경이다. 그런데 왜 ‘어려운 사람’들의 건강과 안전에 대해선 걱정해주지 않을까. 이런 보도야 말로 미국산 쇠고기를 ‘값싸고 질 좋은 고기’로 포장해 ‘친미 선동’을 이끄는 거 아닌가.

<조선> “반대 진영, 미국 쇠고기만 콕 집어 노렸다”

<조선>은 또 이날 1면 ‘‘광우병 괴담’ 듣고만 있는 정부’란 제목의 기사에서 “광우병 위험에 대해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주장들이 인터넷에 떠돌아 소비자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31면 ‘경제초점’에선 “미국 쇠고기 수입 개방 논란이 ‘괴담 살포’ 국면으로 번졌다”며 비꼬았다.

<조선>은 ‘11만 유학생이 먹는 ‘미국 쇠고기’’란 제목의 이 글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진영’의 논리엔 “치명적인 자가당착이 있다”고 주장했다. “매년 1000만명 가까운 국민이 미국·유럽 같은 ‘광우병 전과’가 있는 나라에 여행을 가고 있”는데 이를 “모른 척한다”는 것이다.

   
▲ 조선일보 5월 2일자 31면
<조선>은 또 국제수역사무국(OIE)에 따르면 미국은 ‘광우병 위험통제국’으로 광우병 위험을 잘 관리하고 있다고 편을 들면서 “반대 진영은 미국 쇠고기만 찍어 괴담을 쏟아낸다”며 “그들의 진정성도 의심 받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중앙> “이러니 방송이 욕을 먹지”

<중앙일보>도 2일 ‘광우병 부풀리는 무책임한 방송들’이란 제목의 사설을 냈다. <중앙>은 〈PD수첩〉 방송과 관련해 일부 방송사들이 광우병 공포를 자극하는 프로그램을 내보내고 있다면서 “이러니 방송을 욕을 먹는다”고 비꼬았다.

<중앙>은 “갑자기 원색적이고 자극적인 TV프로그램들이 이렇게 무방비로 쏟아지는 이유가 궁금하다”며 역시 <조선일보>와 같은 논리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반대하는 일환으로 미국 쇠고기 개방을 반대하는 정치적 선동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이명박 대통령의 논리와도 맞아 떨어지는 것이다.

   
▲ 중앙일보 5월 2일자 사설

<동아>, 올해 미국 광우병 사례가 없다?

<동아일보>는 광우병 논란에 대해 비교적 소극적인 입장을 보였다. <동아>는 <조선>이나 <중앙>처럼 사설을 통해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히는 대신 정부 측의 입장을 전달하고, 소비자 불안을 강조하는 식으로 보도했다.

<동아>는 1일자 8면에서 농림수산식품부 이상길 축산정책단장의 말을 빌려 “수입위생조건은 일종의 비관세 장벽으로 자유무역을 하는 국가끼리 언제까지나 뒤로 미뤄둘 수 없다”며 “일부 국민이 수입위생조건 개정을 마치 새로 시장을 개방하는 것으로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 같다”고 보도했다.

<동아>는 또 같은 면에 ‘‘미국 쇠고기 괴담’에 소비자 불안’이란 제목의 기사를 싣고 “인터넷을 통해 광우병에 대한 괴소문이 확산되고 있고 설렁탕집 등 식당들이 손님이 줄어 울상을 짓고 있다”며 ‘피해 업체’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동아>는 기 기사 말미에서 “농식품부에 따르면 올해 보고된 광우병 사례는 세계적으로 모두 20건으로 영국이 10건, 아일랜드가 9건, 캐나다가 1건”이라며 올 한해 동안 미국에 광우병 사례가 한건도 없음을 강조했다.

김고은 기자 nowar@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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