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5/14 11:07

졸속 협상 · 구멍 뚫린 검역시스템 문제제기

[리뷰] 〈PD수첩〉, 〈시사기획 쌈〉 美 쇠고기파문 집중 조명

미국산 쇠고기 수입재개와 관련해 뜨겁게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공영방송사의 대표 시사프로그램인 MBC 〈PD수첩〉과 KBS 〈시사기획 쌈〉이 13 밤 미국산 쇠고기 수입 논란을 집중 취재해 나란히 방송을 내보냈다.

OIE부회장 “OIE기준 권고 사항일 뿐 강제조건 아니다”

지난 달 29일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 문제를 짚어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PD수첩〉 은 후속방송으로 30개월 이상 소의 안전성 문제를 집중적으로 따졌다. 지금까지 발생한 광우병의 99%가 30개월 이상 소에서 발생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미국의 사료금지 강화 조치 ‘약속’만 믿고 연령 제한을 완전히 풀어버렸다.

〈PD수첩〉 제작진에 따르면 실제 대다수 미국인들이 먹는 쇠고기는 24개월 미만의 소다. 한국에 수출할 예정인 30개월 이상 쇠고기는 대개 가공용으로 소비되고, 일부 저개발국이나 미국 내 저소득층이 소비한다. 심지어 지난해 미국 정부가 30개월 이상의 캐나다 소를 수입하는 결정을 내리자 소비자단체들이 광우병 위험을 우려해 미국 농무부를 상대로 캐나다산 쇠고기 수입 제한 소송을 걸기도 했다.

   
▲ 13일 방송된 PD수첩 미국산 쇠고기 후속방송 ⓒMBC
또 30개월 이상 연령 제한 조치를 푸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한 미국의 강화된 사료금지 조치도 문제점으로 거론됐다. 〈PD수첩〉 은 다른 나라와 미국의 사료금지 조치를 비교했다. 일본과 유럽에선 모든 동물에 동물성 사료를 금지한다. 캐나다에서도 30개월 이상의 소의 육골분 사료를 모두 금지한다. 그러나 미국의 강화된 사료조치는 30개월 이상 소의 뇌와 척수를 제외한 나머지를 허용하고 이조차 내년 4월부터 시행된다. 다른 나라와 비교해 현격하게 떨어지는 조치다.

미국의 검역 시스템을 믿으라는 정부 주장과 달리 미국의 연령 구분 시스템은 허술하다. 〈PD수첩〉 은 “약 30%를 제외한 나머지 소는 도축한 이후 이빨 검사를 통해 나이를 판단한다”며 “그러나 열심히 한다고 해도 15% 정도의 오류는 생긴다”고 설명했다. 또 실제로 30개월 이상 됐지만, 이빨 검사에서 연령이 낮게 측정될 경우엔 한·미 협상에 따라 광우병위험물질 7개 가운데 5개가 들어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PD수첩〉 은 일본, 프랑스, 국제수역사무국(OIE) 현지 취재를 통해 정부가 해명이 필요할 때마다 내세운 OIE의 기준이 “강제성 없는 권고사항이라고 지적했다. 일본의 농림수산성 관계자는 “OIE기준이 국제기준이란 점은 인정하지만, 그대로 일본에 적용돼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EU 역시 OIE 기준과는 다른 독자적 수입 위생조건을 고수하고 있다. OIE 부회장조차 “OIE 기준은 권고사항일 뿐이고, 강제적인 것이 아니”라며 “기준의 적용 여부는 각 국가가 결정할 문제”라고 말했다.

제작진은 일사천리로 진행된 쇠고기 협상 과정에 대해서도 의혹을 제시했다. 한미 정상회담이 열리기 불과 11시간전 극적으로 협상 타결돼 논란이 증폭되고 있기 때문이다. 송기호 국제통상전문 변호사는 “정부는 광우병이 발생하면 통상마찰을 무릅쓰고서라도 쇠고기 수입을 중단하겠다고 말했지만, 그땐 이미 늦은 것”이라며 “그런 용기가 필요한 때는 바로 ‘지금’”이라고 말했다.

진행자인 송일준 PD는 클로징 멘트를 통해 “지금 상황의 원인을 정부는 홍보 부족, 근거 없는 괴담, 선동 탓으로 돌리지만 과연 그럴까”라고 되물은 뒤 “국민 건강을 너무 소홀히 했다고밖에 볼 수 없는 정부와 영문해석조차 하지 못한 농림부의 무능 등 우리 정부조차 믿지 못할 상황을 만들어놓고 미국을 믿으라면 어떻게 믿을 수 있겠나. 정부는 국민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해 미봉책이 아닌 근본적인 해결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시사기획 쌈〉제작진은 다섯 달 동안 미뤘던 쇠고기 협상이 하루 만에 개최된 뒤 한·미 정상회담 하루 전에 타결된 것에 대해 윗선의 지시가 있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KBS

이명박 대통령의 쇠고기 협상 진두지휘 의혹 제기

〈시사기획 쌈〉특히 제작진은 다섯 달 동안 미뤘던 쇠고기 협상이 하루 만에 개최된 뒤 한·미 정상회담 하루 전에 타결된 것에 대해 윗선의 지시가 있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한 외교통상부 간부(대역)는 인터뷰를 통해 “한미FTA 체결을 위해 이명박 대통령은 미국산 쇠고기를 전량 반송하는 한국에 대해 강한 불만을 제기한 미국 국회의원들의 지지가 필요했다”며 “(이 과정에서)청와대에서 지시가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작진은 그 이유에 대해 참여정부 시절 때와는 판이하게 다른 모습으로 말 바꾸기를 하는 정부 관리들에게서 원인을 찾고 있다. 협상이 타결되기 바로 하루 전인 지난 4월 17일, 민동석 농식품부 농업통상정책관은 “양측의 입장이 차이가 있는 부분이 많아 뛰어넘기엔 골이 너무 깊은 것 같다”는 협상의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협상은 인터뷰 다음날 전격 타결됐고 바로 다음날 한·미 정상회담이 열렸다.

〈시사기획 쌈〉제작진은 한미협상 당일 정부 관료들의 움직임을 통해 졸속 타결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한미정상회담을 앞둔 18일 오후 1시, 미국시각 새벽 0시. 이 대통령은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 등을 불러 쇠고기 협상과 관련한 조항들을 두 시간여에 걸쳐 체크했다. 회의가 끝난 지 불과 세 시간 후, 한국에서는 협상 타결 소식이 미국으로 날아들었고, 이 대통령은 “FTA에 걸림돌이 됐던 쇠고기 수입문제가 해결됐다”고 자축했다.

하지만 제작진은 광우병과 둘러싼 우리사회의 대응이 지나치게 과열돼 있다는 것에 우려의 목소리도 내고 있다. 미국에서 주저앉는 소들이 한해 2만 5000마리가 도축되지만, 한국 역시 이러한 소가 수의사와의 은밀한 거래로 정상소로 둔갑하는 것이 버젓이 행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동물성 사료 역시 미국보다 3~4년이 더 늦은 2002년 12월 이후라는 점을 지적하며 우리가 미국산 쇠고기에 대해 안전하지 않지만, 우리도 한우에 대해 안전하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없는 게 우리의 솔직한 현실이라고 지적한다.

마지막으로 〈시사기획 쌈〉은 정부는 잘못과 위험 가능성을 솔직히 인정하고 설득력 있는 대비책을 제시해야 된다고 결론을 도출했다. 제작진은 영국이 500만 마리가 넘는 소가 불에 태워지고, 30개월이 넘는 소를 전수검사하고, 육골분 사료를 금지하며 광우병 공포에서 벗어난 것을 예로 들면서 “응답자의 62%가 이번사태와 관련해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가 필요하다는 설문조사는 한 번쯤 음미해 볼만한 대목”이라며 “국민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이명박 정부의 가장 큰 과제”라고 꼬집었다.

백혜영 · 원성윤 기자 otilia@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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