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4/03 11:15

지상파 자체 드라마 역차별 해소돼야

방송사·외주사 저작권 문제 여전히 팽팽한 줄다리기

공멸이냐 공생이냐. 드라마 제작 시장이 위기에 처해있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저작권 문제로 갈등을 빚어온 지상파 방송사와 드라마제작사협회가 토론의 자리를 마련했다.

1일 오후 2시 서울 목동 방송회관 3층에서 열린 ‘미래 성장동력 드라마 산업: 현황과 과제’(이하 드라마 현황과 과제) 세미나에 참석한 양측은 각자의 입장에서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드라마 제작 현실을 토로했다. 특히 이번 세미나는 지난 2월 13일 드라마제작사협회가 불공정거래 행위로 지상파 방송 3사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한 이후 저작권 소유 문제를 둘러싸고 대립각을 세워온 양측이 처음으로 만났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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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일 오후 2시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열린 '미래 성장동력 드라마 산업: 현황과 과제' 세미나 ⓒKBI

양측은 저작권 문제에 대해서는 여전히 팽팽하게 맞섰지만, 드라마 산업의 발전을 위해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다는 데는 공감했다. 

쟁점 1. 저작권 누가 가질 것인가.

“외주제작 드라마 한 편당 약 10억 원의 손해가 발생한다”, “방송사로부터 제작비의 50~60%만 지원받는 상황에선 저작권 소유가 절실하다”

지상파 방송사와 외주제작사는 저작권 문제를 놓고 여전히 팽팽하게 맞섰다.

지상파 방송사를 대표해 발제를 맡은 이강현 KBS 드라마기획팀 선임 PD는 “외주제작 드라마라고 하더라도 대부분 방송사 PD들과 공동기획하고 있다”고 지적한 뒤 “외주제작사가 단독으로 기획하고 제작비 일체를 들이는 미국이나 중국과 달리 한국은 제작비 대부분을 방송사가 제공하고 편성을 확정했을 때의 리스크도 방송사가 갖는다”며 “지상파 방송사가 외주제작사에 대해 불공정하게 권한을 행사하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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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상파 방송사를 대표해 발제를 맡은 이강현 KBS 드라마기획팀 선임 PD ⓒKBI

그러나 이 PD는 “외주제작사가 단독으로 기획하고, 제작비를 조달하는 경우 저작권이 외주제작사에 귀속되는 것은 당연하다”며 “실제로 외주사가 기획하고 지상파에는 최소한의 제작비를 요구했던 <봄의 왈츠>, <눈의 여왕> 등은 저작권을 양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송병준 그룹에이트 대표는 “저작권은 근본적으로 창작자에게 있는 권리”라며 “창작자가 당연히 가져야 하는 권리를 KBS가 양도했다고 표현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반박했다. 송 대표는 “드라마에서 연출자가 창작에 기여하는 부분은 경우에 따라 다르다”며 “창작 기여도에 따라 저작권이 공정하게 나눠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현재는 각각의 상황에 관계없이 무조건 지상파 방송사에 저작권을 양도하라고 계약서에 나와 있어 그 부분을 시정해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송병준 대표의 반론에 대해 이 PD는 “저작권리는 창작에 기여한 자가 갖는다고 했지만 외주 제작사가 과연 창작에 어느 정도 기여하고 있는가”라고 되물었다. 그는  “<경성스캔들>, <얼렁뚱땅 흥신소>, <아이엠샘> 등 지난해 KBS를 통해 방송된 외주제작 드라마의 경우 KBS PD가 기획을 하고 외주사를 발탁해 제작한 것”며 “창작에 가장 많이 기여한 사람은 작가나 연출자”라고 말했다.

이어 “<인순이가 예쁘다>, <눈의 여왕>, <봄의 왈츠>처럼 방송사에 방영권만 주는 드라마들이 더 많이 만들어져 광고 수익보다 훨씬 적은 금액만 투자할 수 있다면 저작권을 많이 양도하고도 구매하겠다”고 밝혔다.

외주제작사를 대표해 발제를 맡은 박창식 김종학 프로덕션 제작이사는 “외주제작사는 방송사로부터 제작비의 50~60%만 지급받는 현실”이라며 “저작권을 소유하지 못 하면서 2차 저작물에 대한 수익이 부재해 공정위에 신고도 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쟁점 2. ‘공멸’ 위기 처한 드라마 제작 현실

“지금 한국 드라마는 거의 IMF 이전의 한국 경제상황과 비슷하다”. 이창섭 MBC 드라마국 팀장은 현재 드라마 제작 현장의 어려움을 이렇게 비유했다. 이 팀장은 “현재 드라마의 문제는 드라마 산업이 갖고 있는 시장의 크기를 넘어서서 드라마가 제작되고 있고, 드라마가 낼 수 있는 부가가치를 넘는 제작비가 투입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제작비 가운데 출연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지나치게 크다”는 점을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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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주제작사를 대표해 발제를 맡은 박창식 김종학 프로덕션 제작이사 ⓒKBI

홍창욱 SBS 드라마국 책임 PD도 몇몇 스타에게 제작비가 집중되는 부분을 문제로 지적했다. 홍 PD는 “현재 외주제작사는 제작비를 보전하기 위해 모두 한류스타를 출연시키려고 한다”면서 “그러다보니 드라마의 공익적 가치는 배제되고 일본에 팔릴 수 있는 이야기로 변질돼가고 있다”며 “외주제작사와 방송사가 협의해서 대부분의 제작비가 몇몇 스타들에게 들어가는 것을 깨야 한다”고 주장했다.

외주제작사 역시 점점 높아지는 제작비 등으로 어려워진 상황을 토로했다. 박창식 김종학 프로덕션 제작이사는 “지금 외주제작사는 존폐의 위기에 처해있다”며 “올해 하반기 정도면 30~40개 제작사 가운데 5~6개만 남고 나머지는 제작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지난해 외주제작사 가운데 한 곳을 빼고는 모두 적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상파 방송사의 드라마 제작 여건도 좋지 않다. 지난해 KBS를 통해 방송된 외주제작 드라마의 경우 한편 당 평균 40억 원의 제작비가 투입됐지만, 평균 10억 원의 손해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한 드라마의 경우 16부작이었음에도 광고 수익은 총 2억 6400만원에 불과했고, 결국 이 드라마는 약 30억 원의 손해를 봤다.

쟁점 3. 이제는 정책 당국이 나설 때

지상파 방송사, 외주제작사 모두 어려워진 드라마 제작 여건을 호소하면서 이제는 정책 당국이 나서야 할 때라고 한 목소리로 주장했다. 드라마에 대해서도 정부 지원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라는 얘기다.

이강현 PD는 “이제 작가, 연기자에 들어가는 비용을 적절히 조절해야 하는 시장의 한계 상황에 직면했다”고 지적하며 “자체제작 드라마에 대해 시장에서 갖는 역차별을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TV 문학관이나 단막극 등에 협찬 유치를 허용하거나 적어도 공영방송 단막극에 대해서는 방송발전기금 등을 지원하는 등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창식 이사도 “실제 한류의 메카인 드라마를 만드는 제작사나 방송사가 드라마를 제작할 수 있는 터전이 만들어지지 않고, 지금 힘겨루기 하는 것을 정책당국은 지켜만 보고 있다”며 정부 지원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이어 박 이사는 △정부 내에 드라마 진흥위원회 설립 △드라마제작, 수출, 해외시장 진출, 국제 드라마 콘테스트 출품 비용 정부 지원 등을 제안했다.

김승수 드라마제작사협회 사무총장도 “해외 수출의 90% 이상이 드라마”라면서 “방송사가 내는 방송발전기금을 드라마를 지원하는 데도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칭 드라마진흥위원회를 만들고 드라마 펀드를 만들어 사전제작할 수 있는 비용을 지원하는 형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이문행 수원대 교수는 “완성도 있는 드라마 제작을 위해서는 더 많은 유통 창구와 재정적 지원이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제작 클러스터를 형성하고 전문 인력을 양성해 드라마 제작 산업 종사자들을 개발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드라마 현황과 과제’ 세미나는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KBI) 주최, 한국PD연합회(회장 양승동)·드라마제작사협회(회장 신현택) 공동 후원으로 △이강현 KBS 드라마 기획팀 선임PD △박창식 김종학프로덕션 제작이사 △이문행 수원대 교수가 발제를 맡고 △이창섭 MBC 드라마국 팀장 △홍창욱 SBS 드라마국 책임 PD △김승수 드라마제작사협회 사무총장 △송병준 그룹 에이트 대표 △임정수 서울여대 교수 △김영덕 KBI 책임연구원이 토론자로 참석했다.


토론자 발언 요약

▶이창섭 MBC 드라마국 팀장
“지금 드라마의 문제는 드라마 산업이 갖고 있는 시장의 크기를 넘어서서 드라마가 제작되고 있기 때문이다. 드라마가 창출할 수 있는 부가가치를 넘는 제작비가 투입되고 있다. 특히 시장에서 가장 왜곡된 부분은 제작비 가운데 출연료의 비중이 지나치게 크다는 것이다. 시장이 왜 이렇게 왜곡돼있는지 정확한 판단이 필요하다. 정확한 원인 분석을 통해 드라마 산업이 성장하든, 지속가능한 발전을 하든 그 방안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홍창욱 SBS 드라마국 책임PD
“몇몇 스타에게 대부분의 제작비가 들어가는 것에 대해 외주제작사와 방송사가 협의해서 깨야 한다. 최근 모 한류 스타의 경우 출연료로 8000만원을 요구한다. 드라마에 15~16명이 출연하는데 한 명에게 8000만원을 주고나면 나머지 사람에겐 줄 돈이 없다. 현재 외주제작사는 제작비를 보전하기 위해 모두 한류스타를 출연시키려고 한다. 그러다보니 드라마의 공익적 가치는 배제되고 일본에 팔릴 수 있는 이야기로 변질돼가고 있다. 분명한 것은 한계에 와있다는 것이다.”

▶김승수 드라마제작사협회 사무총장
“파이를 더 키우기 위해서는 악법이라도 방송법 시행령과 공정거래법을 지켜야 한다. 지금은 탈법, 불법적 거래 유형이 많다. 또 누가 드라마를 기획하고, 이야기를 쓰고, 어느 정도 투자했는지 등에 따라 저작권을 정확하게 배분해 투명하고 공정한 유통이 되도록 해야 한다. 그것이 방송사도 살고 제작사도 사는 길이다.”

▶임정수 서울여대 언론영상학부 교수
“드라마가 주인지 한류가 주인지 짚어볼 필요가 있다. 결국 한류도 국내에서 드라마의 안정적 성공을 기반으로 이뤄지는 하나의 결과다. 국내 시장의 드라마 유통·생산이 안정돼야 하는 이유다. 광고제도와 관련해서도 광고를 통해 국내에서 히트작이 나오면 그만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시장구조가 형성되는 것이 시급하다. 저작권의 경우 외주제작사의 규모를 확대하는 것이 정책적으로 필요하다. 정부가 개입해 획일적인 기준을 마련하기보다 외주제작사가 협상력을 가질 때 저작권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다.” 

▶김영덕 KBI 연구원
“자체제작과 외주제작이 제로섬 싸움처럼 진행돼 자칫 드라마 산업 자체가 공멸하지 않을까 하는 위기의식이 있다. 서로 공생할 수 있는 제작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저작권의 경우 우리나라 현행 저작권법 2조 2항에 창작에 기여한 자가 저작권을 갖는 것으로 돼있다. 제작비를 부담하는 사람이 저작권자가 된다는 표현은 없다. 법에 규정된 대로 창작에 기여한 자가 저작권자라면 외주제작의 경우는 외주제작사가 저작권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현재는 방송사에 거의 모든 권리를 양도하고 있는 실정이다. 방송사와 외주제작사가 저작권을 합리적으로 분배하기 위해 협상해야 한다.”

백혜영 기자 otilia@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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