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1/17 10:56

진중권, 미네르바 ‘100분 토론’서 무너진(?) 이유는

[기자수첩] <100분 토론> ‘미네르바’ 편 한나라당 불참을 보며 
 
백혜영 기자 otilia@pdjournal.com 
 
 
MBC <100분 토론>은 매번 화제를 낳는다. 물론 <100분 토론>이 한 주 동안 가장 뜨거운 이슈를 다룬 것이 한 이유일 것이다. 15일 방송된 ‘미네르바 구속 파문’처럼 말이다. 그러나 <100분 토론>이 팽팽한 긴장감과 함께 재미를 주는 이유는 역시 패널 간 치열한 공방에 있다. 담당 PD가 “패널 섭외 전 항상 ‘매치업’(match up)을 그려본다”고 할 정도로 <100분 토론>은 패널 사이의 치열한 논쟁으로 유명하다. 서로 정반대의 의견을 가진 사람이 1대 1로 맞붙었을 때, 토론은 자연스럽게 논쟁적으로 흐른다.

그런데 15일 ‘미네르바 구속 파문’을 다룬 <100분 토론>은 어딘지 모르게 공허했다. 사회적으로 격렬한 논쟁을 일으킨 것과 비교하면 토론도 비교적 싱겁게 끝났다. <100분 토론>에 출연하면 늘 한 두 개의 ‘어록’ 쯤은 만들어내던 진중권 중앙대 겸임교수도 이날은 맥을 못 추었다. ‘공격 포인트’를 잡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날 토론에는 정작 나와야 할 패널이 없었다. 정부·여당 측 인사다. 한나라당은 돌연 “미네르바 논란과 관련해선 토론에 응하지 않겠다”고 했다. 검찰이 수사 중인 사건에 참석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것이 불참 이유다. 그러나 미네르바 구속 파문의 ‘당사자’라 할 수 있는 정부·여당이, 그것도 국민들과 끊임없이 ‘소통’해야 할 정당이 공개적인 토론 자리에 나서지 않는 것은 어떤 이유를 대든 책임회피일 뿐이다.

    


▲ MBC <100분 토론> ⓒMBC


미네르바 구속수사는 비단 검찰과 법원만의 문제가 아니다. 법무부 장관은 미네르바를 수사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밝혔고, 실제 수사는 시작됐다. 한나라당은 미네르바가 구속되자 사이버모욕죄 도입을 더욱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정부·여당이 공공연하게 인터넷 통제를 시도하려 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이유다.

이런 상황에서 한나라당은 공론의 장에 나오길 거부했다. 이는 귀를 막고, 논쟁 자체를 거부하겠다는 것이다. 국민과 소통하려는 최소한의 의지조차 없다는 얘기다. 불편했을 것이다. 토론 자리에서는 반박도 가능하지만, 쓴 소리도 들어야 하고, 거침없는 비판도 받아야 한다. 미네르바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 자체가 불리하다고 판단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상하다. 이렇게 비판에 ‘귀’를 막은 한나라당이 ‘입’은 열심히 움직이고 있다. 한나라당은 전국언론노조 파업 등 시민사회의 반발에 부딪혀 여러 쟁점 법안들이 좌절되자 본격적인 ‘홍보전’에 돌입했다. 시민사회단체의 ‘MB악법’ 비판을 ‘MB약법’으로 받아치며 말 만들기에 나섰다. 소통은 포기한 채 일방적인 선전에 나선 셈이다. 그러나 국민들이 지금 원하는 것은 일방적인 선전이 아니라 바로 소통이다.

<100분 토론>을 오랫동안 연출해온 이영배 PD는 지난 6월 <PD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입장이 상반된 양측이 나와 이야기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이란 측면에서 소통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생방송 토론 프로그램”이라고 말한 바 있다.

미네르바 구속수사가 정당하고, 사이버모욕죄가 꼭 도입돼야 할 법이라면 한나라당은 당당하게 공론의 장으로 나와야 한다. 갓난아이도 처음 세상과 소통하기 위해 여는 것은 입이 아니라 바로 ‘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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