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 문화제에서 청소년들의 활약이 대단하다. 농담 삼아 노무현 정부는 조·중·동과 싸웠지만 이명박 정부는 초중고와 싸우고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이다. 재기발랄한 피켓을 들고 와 보는 이들의 입가에 웃음을 번지게 하고, 자유 발언에선 그 누구보다도 당차게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는 이들을 보노라면 우리의 미래는 참 밝다는 느낌을 받는다.
혹자는 이들이 아무것도 모른 채 부화뇌동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백번 양보해 그렇다 할지라도, 이렇게 적극적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사실 만큼은 기특한 일이 아닌가? 그들 또한 우리 사회의 일원이기에, 자신들의 표현권을 인정해달라는 당당한 주장은 꼭 이번 쇠고기 국면과 관계없이 반드시 새겨 들어야할 메시지이다. 그동안 우리는 지나치게 청소년들을 보호와 통제의 대상으로 위치시켰는지도 모른다.
이번 국면의 가장 큰 수확 중 하나는 입시 기계가 아닌, 살아있는 존재로서의 우리네 청소년의 재발견이다.
생각건대 우리는 유독 청소년들의 자기표현에만 엄한 잣대를 들인 것 같다. 역설적이게도 (혹은 당연하게도) 청소년들의 표현권에 가장 관대했던 것은 자본이었다. 자본은 소비를 통해 청소년들이 자유로워지리라는 메시지를 설파하는데 앞장섰다.
입시기계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길은 소비를 통한 자기표현인 것처럼 제시하였다. 핸드폰, 화장품, 옷, 신발 등등을 통해 청소년들은 짧게나마 입시기계의 회로 속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최근에는 여기에 섹스어필까지 더해졌다. 어린 여학생들에게 어색한 화장을 씌우고 짧은 미니스커트에 현란한 춤사위를 덧붙인 것은 미디어였다. 흐느적대는 그들의 섹스어필에 우리는 얼마나 관대하였던가. 하지만 소비와 섹스어필을 통한 해방은 찰나적이고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벌이가 제한되어 있는 상황 속에서 소비는 결코 나를 무한히 표현할 방법이 되지 못한다. 섹스어필조차 미성년인 청소년에게 해방구를 제시하지 못한다. 종국엔 또 다시 자본을 위한 수단이 될 수밖에 없을 노릇이었다. 결국 나를 오롯이 표현할 수 있는 길은 남이 마련해준 공간 위에서는 불가능할 뿐이었다.
지난 어린이날에 방송되었던 KBS의 〈정글 피쉬〉(연출 최성범)는 따스한 시각으로 청소년의 일상을 담아내 지금까지도 잔잔한 울림을 전해주고 있다. ‘정글 피쉬’란 강이나 호수에 살다가 회오리바람에 휩쓸려 정글에 떨어진 물고기라고 하는데, 이 드라마에서는 어른들의 부조리한 욕망에 희생되고 있는 청소년들의 처지를 가리킨다. 그럼에도 이들 청소년은 UCC와 블로그, 핸드폰 등을 통해 소통하며 어른들의 부조리에 맞서 저항하고 그들의 우정을 회복한다.
무엇보다 〈정글 피쉬〉의 가장 큰 미덕은 천편일률적인 청소년에 대한 전형화에서 벗어나있다는 점이다. 마치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 문화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청소년들을 예견하듯, 〈정글 피쉬〉의 청소년들은 입시 문제 유출과 같은 사회적 이슈를 자신의 시선으로 읽어내고, 자신의 목소리로 말하며, 판단하고 있다. 중간 중간 삽입된 실제 청소년들의 인터뷰는 오늘의 촛불 문화제에서의 청소년들의 모습과 쉽사리 겹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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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성일 문화연대 미디어문화센터 운영위원 | ||
우연히도 〈정글 피쉬〉는 촛불 문화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광화문의 물고기들을 이야기한 셈이었다. 하지만 필연적으로 〈정글 피쉬〉는 오늘날 청소년들이 갖고 있는 표현욕구와 그 역량을 드러낼 수밖에 없었다. 청계천 소라 광장 앞에 모인 청소년들의 촛불이 이를 말해주고 있는 것은 아닌가? 이들을 질책할 것이 아니라 따듯하게 보듬고 격려할 수 있어야 한다. 〈정글 피쉬〉의 정규 편성이 기대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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