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6/25 13:07

청와대 ‘언론 장악’ 고삐 바짝 당기나

홍보수석실 4개월 만에 부활…실상은 언론 통제?

   

이명박 대통령 취임 121일 만에 단행된 청와대 개편이 홍보와 정무 기능 강화를 앞세우고 있지만 실상은 대(對)언론 장악력을 가속화하는 방향으로 진행됐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청와대는 지난 24일 기존 ‘1실장-7수석-1대변인’ 체제의 대통령실을 ‘1실장-7수석-1대변인-1기획관’ 체제로 변화시켰다. 이명박 정부 출범 당시 “언론통제 기능밖에 못한다”며 폐지시켰던 홍보수석실을 홍보기획관실로 부활시킨 것이다. 홍보기획관에는 지난해 대선 당시 이명박 캠프의 대변인을 지낸 박형준 전 한나라당 의원이 임명됐다.

문제는 홍보기획관이 정식 청와대 직제 안에 없는 직책이라는 점이다. 이 대통령이 쇠고기 사태를 겪으며 국정홍보 기능을 강화시켜야겠다는 취지 아래 만든 것일 뿐 신설의 법적 근거도 명확하지 않은 상태다.

홍보수석을 새로 만들기 위해선 대통령령을 고쳐야 하는데, 정부 출범 당시 요란하게 폐지한 홍보수석실을 대놓고 부활시키기도 힘들고 시간도 걸리는 만큼 청와대 관계자의 말마따나 ‘머리를 굴려’ 홍보기획관을 신설한 것이다. 홍보기획관은 수석비서관급 예우를 받으며 4명의 비서관을 통할하는 한편, 수석회의에도 참석할 수 있다.

홍보기획관의 지휘를 받는 비서관은 총 4명인데, 대통령 PI(President Identity)에서부터 국정홍보 기획을 아우르는 홍보1비서관에는 이동우 한국경제신문 전략기획국장 겸 편집위원이, 각 정부부처 별 국정홍보 업무 조정 기능을 맡는 홍보2비서관엔 디지틀조선일보 편집국장을 지낸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이 내정됐다. 뉴미디어와 인터넷상에서의 여론 수렴 등의 업무를 담당하는 국민소통비서관에는 ‘다음’ 부사장 출신의 김철균 오픈IPTV 사장이, 연설기록비서관에는 정용화 한나라당 정책기획위원이 내정됐다.

차영 통합민주당 대변인은 홍보기획관실 신설 등과 관련해 “국정실패의 원인이 홍보 탓이란 인식을 또 다시 드러낸 것”이라며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 안전성 홍보에 쏟아 부은 국가예산이 도대체 얼마인가. 정부 관계자가 총동원돼 공개토론으로 얼마나 홍보를 했나. 결국 문제는 홍보가 아닌 국정철학에 있는 것”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채수현 전국언론노동조합 정책국장도 “청와대의 홍보 기능 강화는 한 마디로 이명박 정부의 동시다발적 미디어 장악 시도가 보다 더 가시화된 결과”라고 지적했다. 쇠고기 사태 속 말을 듣지 않는 지상파, YTN 등에 낙하산 사장을 투입하고 반대로 정부정책에 비판적이지 않은 대기업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 등에게 보도전문·종합편성 채널 등을 쥐어주기 위해 홍보 기능을 강화하려는 것이란 문제제기다.

그는 “중앙일보 기자 출신의 박형준 전 의원을 홍보기획관에 임명하고 조선일보 출신의 비서관, 촛불여론의 진지 ‘다음’ 부사장 출신 비서관 등을 내정한 것은 결국 언론과 인터넷 등에 영향력을 대대적으로 발휘하라는 뜻 아니겠냐”고 비판했다.

이들 비서관 외에도 지난 24일 청와대가 밝힌 비서관 내정자 11명 중 6명(정인철 기획관리비서관 내정자-매일경제신문 경영전문기자, 김두우 정무기획비서관 내정자-중앙일보 수석논설위원, 이동우 홍보1비서관-한국경제신문 편집위원, 이성복 홍보2비서관-디지틀조선일보 편집국장, 박선규 언론2비서관-KBS 기자, 곽경수 부대변인-KBS기자)이 기자출신이다. 언론단체들은 “정부에 코드를 맞춘 조·중 그리고 경제신문 라인업 아니냐”며 “미디어 사유화 정책에 팔을 걷고 나설 인물들”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또 자신의 땅 투기 의혹을 보도하려던 <국민일보>에 기사 삭제 압력을 넣고 엠바고를 남발하는 등 언론통제로 일찌감치 언론·시민단체들로부터 퇴진 압력을 받아 온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이 이번 개편 과정에서 살아남은 것도 논란이다.

이와 관련해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이명박 정부의 왜곡된 ‘프레스 프렌들리’(언론친화)를 주도한 이동관 대변인은 절대 국민 눈높이에 맞는 인사가 아니다. 청와대의 도덕성 기준은 국민 발치 쯤에 머물러 있나”라고 비판하며 이 대변인 유임을 성토했다.

언론개혁시민연대, 언론노조 등은 이 대변인과 함께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신재민 문화부 제2차관 등을 ‘언론통제 4인방’이라 규정하며 청와대 개편에 이은 내각 개편 과정에서 반드시 경질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김세옥 기자
kso@pdjournal.com

사용자 삽입 이미지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Trackback 0 Comment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