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시중, 이하 방통위)가 밀실행정 논란 속에 17대 국회로부터 위법 지적을 받고 '회의공개 원칙' 개정을 약속했지만 18대 국회 개원을 이유로 이행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방통위는 지난 4월 모법인 방송통신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이하 방통위 설치법)이 규정한 회의 공개 원칙에 역행하는 회의 운영규칙을 만들어 국회와 시민사회단체로부터 밀실행정 비판을 받았다.
〈PD저널〉이 복수의 방통위 관계자들로부터 확인한 바에 따르면 방통위는 내달 18대 국회 개원 이후 소관 상임위로부터 회의 및 회의 속기록 공개와 관련한 운영규칙 개정 요구가 공식적으로 나오기 전까지 관련 논의를 진행할 계획이 없다.
방통위 관계자는 “최시중 위원장이 국회 문화관광위원회(이하 문광위) 조배숙 위원장에게 약속한 부분은 회의 운영규칙과 관련해 국회의 의견을 청취하겠다는 것이었을 뿐 개정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는 17대 국회 문광위에서 통합민주당 측 간사를 맡았던 정청래 의원이 지난 16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최시중 위원장이 지난 15일 조배숙 위원장을 만나 운영규칙 개정을 약속했다”고 밝힌 것과 전혀 다른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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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 ||
그러나 탄핵소추 의결을 위한 회의가 열리기 하루 전인 지난 15일 최 위원장이 조배숙 위원장을 만나 운영규칙 개정 등을 약속하면서 민주당은 탄핵안을 거뒀다. 민주당이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은 17대 국회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여당인 한나라당이 불참한 가운데 회의를 열고 취임 두 달도 지나지 않은 방통위원장에 대한 탄핵안을 논의하는데 대한 부담이 주된 이유이긴 하지만, 운영규칙 개정에 대한 최 위원장의 약속도 일정 부분을 차지한 게 사실이다.
그런데 방통위가 지금 와서 운영규칙 개정은 계획에 없다고 하는 것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관련법에 따르면 규칙이나 훈령과 같은 행정입법에 대해 국회의 관련 상임위가 의견을 낼 순 있지만, 이를 반드시 들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18대 국회에서 (방통위) 소관 상임위 의결을 통해 운영규칙 개정에 대한 의견이 나온다면 이를 청취할 순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로선 18대 국회에서 운영규칙 개정 의결이 나오기 전까지 (운영규칙을 개정할) 계획이 전혀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또 “최 위원장이 조배숙 위원장에게 운영규칙 개정을 약속했다는 것은 정청래 의원의 해석일 뿐”이라고 말했다.
방통위 또 다른 관계자도 “회의 운영규칙 개정과 관련해 상임위원 회의에서 어떤 논의도 진행된 바 없고, 잡혀있는 계획도 없다”고 말했다.
방통위의 이 같은 주장과 달리 조배숙 위원장은 27일 <PD저널>과의 전화통화에서 “최 위원장이 분명 회의 운영규칙을 모법의 정신에 맞게 바꾸겠다고 약속했다”고 밝혔다.
조 위원장은 “방통위의 운영규칙이 문제가 됐던 것은 상위법이 정하고 있는 공개 원칙에 위배됐기 때문”이라면서 “현재 방통위 운영규칙은 위법으로 안 바꾸면 안 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회의 의견을 청취하면 되는 게 아니라 운영규칙을 법질서에 맞게 바꿔야 할 문제”라며 “최 위원장은 분명 운영규칙을 고치겠다고 약속했다”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최상재 전국언론노조 위원장은 “18대 국회의 의견이 있으면 고칠 수 있다는 얘기는 결국 운영규칙을 고치지 않겠다는 말”이라며 “최시중 위원장을 상대로 방통위 설치법 위반 등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해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언론노조 등 언론단체들은 민주화를위한변호사모임 언론위원회와 함께 방통위에 행정소송을 제기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문효선 언론개혁시민연대 집행위원장도 “민주당이 다수인 17대 국회가 끝나기만 기다리고 있는 것”이라면서 “통합민주당 등 야당의 원내지도부 구성이 마무리 되는대로 방통위 문제 등 이명박 정부의 언론통제 정책에 대한 대책을 함께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세옥 기자
kso@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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