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계 출신 인사들의 4․9 총선 출마 선언이 봇물을 이루고 있는 가운데, 이들이 언론인 윤리는 저버린 채 정계 진출을 위한 발판으로 ‘언론 프리미엄’을 이용한게 아니냐는 비판이 언론계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비판이 총선과 대선 같은 권력 교체기마다 토씨하나 틀리지 않고 반복될 만큼 ‘폴리널리스트(politics+journalist)’의 등장이 늘어나고 있는 반면, 언론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는 그와 반비례의 비율로 하락하고 있는데 구체적 대안이 여전히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 김경호 기자협회장은 “언론인으로서 특정 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제고한 이가 이를 바탕으로 국민을 위한 정책을 입안하기 위해 ‘국회의원’이란 직업을 선택하려 한다면 말릴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그러나 “정론직필이 생명인 언론인이 불과 하루 전까지 우호적인 기사를 쓰던 정당의 품으로 달려가는 모습을 봤을 때 국민들이 어떻게 언론을 신뢰할 수 있을지 우려되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금까지 총선 출마를 선언한 언론인들의 상당수가 당선의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는 한나라당으로 몰려가고 있는 것에 대해 “언론인으로 생활하며 진보와 개혁을 말하던 이들까지 보수를 상징하는 정당으로 가는 모습을 보면,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겠다는 그들의 소신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고 토로했다.
언론인의 정치권 직행이 두드러졌던 지난 2004년 4․15 총선 이후 언론계 안팎에선, 언론인으로서 쌓은 명예를 사익에 활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러나 현재까지도 KBS가 ‘TV와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의 진행자, 정치관련 취재 및 제작 담당자는 해당 직무가 끝난 뒤 6개월 내에 정치 활동을 하지 않는다’는 자체 윤리규정을 둔 것이 사실상 유일한 상황이다.
지난 총선 직후 MBC도 KBS와 유사한 윤리규정 제정을 논의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지만 결국 실현되진 않았다. 이에 대해 MBC 관계자는 “자체 규정은 강제할 수 없기 때문에 사실상 실효성이 없고,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의견들이 있어 결국 자체 윤리규정 제정 논의는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김창룡 인제대 언론정치학부 교수는 “언론사 내부의 자체 윤리규정을 제정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다만 KBS처럼 윤리규정을 만들고도 이를 어겼을 때 아무런 제재를 가하지 않으면 안 된다”면서 “윤리규정을 어긴 자가 공천을 신청한 정당에 회사 차원의 공문을 보내 공천 심사 시 이 같은 부분은 고려해 달라고 요청하는 적극성을 보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언론단체 일부 관계자들은 정치권 진출을 원하는 언론인들이 일정 기간 언론 활동을 할 수 없도록 하는 방안을 해당 언론사 내규가 아니라 관련법에 따라 제도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동아일보의 한 기자는 “직업 선택의 자유를 법으로 제한할 경우 위헌 논란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반박하며 “투철한 저널리즘 정신이 언론인의 양심을 제어할 수 있도록 진정한 의미의 자존심을 키우는 노력과 이를 가능하게 하는 환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세옥 기자
kso@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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