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에 이어 한나라당 쇠고기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위원 8명이 MBC 측에 <PD수첩> 광우병 관련 방송의 원본 자료 제출을 요구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사철, 나경원, 홍정욱 등 한나라당 소속 쇠고기 국조특위 위원 8명은 22일 MBC 측에 공문을 보내 지난 4월 29일과 5월 13일 방송된 ‘미국산 쇠고기, 과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 1, 2편과 6월 24일, 7월 15일 방송의 원본 자료를 25일 오후 5시까지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특위 위원들의 원본 자료 제출 요구는 쇠고기 국정조사 취지에도 어긋나는 데다 언론 자유 침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 4일 검찰이 <PD수첩>에 원본 테이프 제출을 요구한 데 이어 국회의원들이 또 다시 원본 자료를 요구하고 나선 것에 대해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나오고 있다. 당시 <PD수첩> 제작진은 검찰의 테이프 제출 요구에 불응한 바 있다.
| ▲ MBC 〈PD수첩〉 ⓒMBC | ||
지난 14일 시작된 쇠고기 국정조사는 끊임없이 논란이 된 한미 쇠고기 협상의 문제점을 짚어보기 위해 시작됐다. <동아일보> 조차 14일 보도에서 이번 국정조사의 초점은 한미 쇠고기협상이 △이명박 대통령의 미국 방문 일정에 맞춰 졸속으로 타결됐는지 △국민의 건강권과 ‘검역주권’을 제대로 지켰는지 등이라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현재 한나라당 특위 위원들은 <PD수첩> 제작진을 국정조사 증인으로 채택하고, 원본 자료를 제출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 때문에 당초 한미 쇠고기 협상 과정의 문제점을 짚기 위해 벌인 국정조사의 취지가 오히려 협상의 문제점을 지적한 언론을 추궁하는 국정조사로 ‘변질’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은 그동안 <PD수첩>을 이른바 ‘광우병 괴담’의 진원지로 보고 이번 국정조사를 통해 ‘괴담’이 퍼지게 된 원인과 배경을 짚고 넘어갈 뜻을 내비쳐왔다. <PD수첩> 제작진의 출석을 끊임없이 요구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국정조사를 통해 <PD수첩>을 희생양 삼아 광우병 정국의 모든 책임을 <PD수첩>에 떠넘기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나오는 상황이다.
이미 검찰의 요구에 한 차례 불응한 바 있는 MBC 측에 불응할 것을 뻔히 알면서도 또 다시 원본 자료 제출을 요구한 것에 대해서도 정치적 ‘압박’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준희 한국인터넷기자협회장은 “한미 쇠고기 협상과 관련한 국정조사를 진행하려고 하면서 쇠고기 협상의 문제점과 전혀 무관한 <PD수첩>을 타깃으로 한 것 자체가 정치적 의도가 내포돼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원본 자료 제출 요구, 중대한 언론의 자유 침해
국회에서 언론사에 원본 자료 제출을 요구한 것 자체에 대해서도 언론자유 침해라는 점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원본 제출 요구는 언론의 기본 윤리이자 생명과도 같은 ‘취재원 보호’를 심각하게 해치는 것이라는 점에서 문제로 지적된다.
이준희 한국인터넷기자협회장은 “이미 보도된 방송 내용을 토대로 충분히 판단할 수 있음에도 원본 자료 제출을 요구하는 것은 언론자유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부당한 요구”라고 비판했다.
조준상 공공미디어연구소 부소장 역시 “원본 자료 제출 요구는 언론사라면 기본적으로 응해서는 안 된다”며 “그것이 무너지면 취재원 보호가 어떻게 가능하겠는가”라고 되물었다.
한 법학자는 “언론사에 원본 자료 제출을 요구하는 것은 양심의 자유와 언론의 자유에 완전히 반하는 것”이라며 “만약 MBC가 원본 자료를 제출하면 앞으로 누가 MBC에 취재 협조를 하겠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나라에는 아직 취재원 보호권이 명시돼 있지 않지만 방송사 내부의 권리로 인정해야 한다”며 “실체적 진실이 문제가 된다면 다른 방법으로 찾아야지 원본 테이프를 제출하라고 하는 것은 민주국가에서는 언론에 대한 탄압으로 비춰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백혜영 기자
otilia@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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