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3/31 14:20

한나라 국가기간방송법 1공영다민영 체제 부른다

[긴급좌담] KBS 직능단체장에게 듣는다

이명박 정권의 등장으로 공영방송 KBS의 현재와 미래가 매우 불투명하다. 위헌적 요소를 내포하고 있는 방송통신위원회 설립법의 통과와 방송계와 언론시민단체들의 반대에도 불구한 강행된 최시중씨의 방송통신위원장 임명, 그리고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의 노골적인 정사장 퇴진 압력 등으로 KBS의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만약 4월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과반 의석을 확보한다면 국가기간방송법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이다. 국방법은 KBS에 대한 국회의 예산 승인권, 방통위원회의 영향을 받는 KBS 경영위원회의 사장 해임권 등 많은 독소 조항을 포함하고 있다.
직능단체 협회장들을 모시고 KBS의 현재와 미래는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이 어려운 시기에 노조와 협회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지혜를 모아보았다.

일시 : 3월 25일(월) 오후 4시
장소 : KBS PD협회 사무실(신관 5층)
참석자 : 이창형  KBS 기술인협회장, 이도영 KBS 경영협회장,  김현석 KBS 기자협회장, 양승동 KBS PD협회장

Q. 방통위 설립법 위헌 투쟁, 최시중씨 위원장 임명 반대투쟁 등 연이은 언론․시민단체의 투쟁들이 별 성과를 내지 못했다. 무엇이 문제인가?

양승동 : 내일 최시중씨를 방통위원장에 임명할 것이라는 설이 아주 유력한 상황이다.(15일 현재) 그동안 언론운동진영에서는 규탄기자회견과 집회 등으로 나름대로 강력한 투쟁을 해왔는데 만약 그런 결과가 나온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가? 규탄기자회견을 준비하고는 있는데 답답하다.

김현석 : 투쟁을 통해 원하는 것을 관철시킬 수 있다면 좋겠지만 이보다 중요한 것은 이 과정 동안 우리 진영이 조직의 역량과 힘을 강화시키는 방향으로 갔는지 아니면 오히려 악화시키고 패배주의에 빠져들게 되었는지 살피는 일이다. 방송통신위원 구성법 통과 문제부터 최시중 방통위원장 임명문제까지 언론운동진영에서 열심히 한다고는 했지만 맥없이 당하고 있다. 임명 후 방송통신법을 들고 신문방송겸업 등 구체적인 것들을 들고 나오면 실제적인 싸움에 돌입 할 텐데 이렇게 나간다면 그 결과도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내일 5시면 취임식을 한다고 하니 막기는 힘들 것이고 이번기회에 우리의 역량을 어떻게 끌어내서 잘 싸울 수 있을지를 고민해서 취임식 이후 싸움을 준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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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창형 KBS 기술인협회장

이창형 : 사실 방통융합법은 노무현 정부 때부터 논의되어 왔고 방통위 설치나 위원구성 문제도 그 당시 이미 대통령 직속기구화와 위원구성 시 대통령이 직접 임명하는 것으로 되어 있었다. 이미 다 예견되었던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론운동이나 시민단체의 투쟁이 이를 압박할만한 수준의 영향력을 미치지 못했다는 것이 문제다. 물론 규탄기자회견, 간헐적인 집회 등은 있었지만 이로서는 턱없이 부족했던 것으로 보인다. 99년 통합방송법 탄생 시에는 파업 등을 통해 정말 강력히 대처했었다. 이 과정에서 우리 선배들과 동료들이 감옥도 가고 징계도 받았을 정도로 가열찬 투쟁을 해서 일정한 성과를 냈다. 그런데, 지금은 더 치열한 투쟁이 필요한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예견된 상황조차도 대처를 잘 못하고 있다. 그런 자성과 반성이 우선되어야 한다.

이도영 : 이번 최시중씨 임명 과정을 보면 우리가 이슈를 선점하지 못하고 항상 이슈에 끌려 다녔던 것 같다. 미리 준비된 투쟁이 아니라 일이 터지면 그 사건에 대해 대응하기 바빠 수세적인 국면에서 끌려 다녔다. 투쟁의 주체가 없었던 것이 제일 큰 문제인 것 같다. 누가 중심을 잡고 위기감을 고조시키면서 사람들을 끌어내야 하는데 그런 구심점이 없었던 것이 아쉽다.

이창형 : 왜 이런 결과가 나왔는지 분석하고 앞으로의 싸움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지금 상태로 그냥 간다면 또다시 맥없이 당할 것이다. 전략적으로 전술적으로 어떻게 투쟁을 해 나갈 것이냐에 대해 내․외부의 인식공유가 절실하다.

양승동 : 사실 방송통신위원회법이 통과될 때와는 달리 이번 최시중씨 임명 시도에는 계획을 세우고 활발한 투쟁을 해 왔다고 생각하는데 지난주 민주당의 방통위원 선정문제로 이슈가 분산되는 바람에 초점이 흔들렸다고 생각된다. 파업 불사론 이야기도 나왔지만 동력에 대한 판단 때문인지 거기까지는 가지 못했던 것 같다.

이창형 : 이 상황에서 파업을 하기에는 공감대 형성이 부족한 것 같다. 내일 임명장을 주는 시점에 조합원 총회 정도 한번 정도 개최해서 내부동력을 끌어내는 것이 필요할 듯하다. 향후 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정책 행보들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최시중씨가 방통위원장으로 임명되었다고 해서 패배주의에 빠지는 것은 정말 바보같은 짓이다.

양승동 : 이번 투쟁과정에서 피디연합회장 자격으로 집회나 규탄기자회견에 참석했었다. 거의 3주 가까이 되는 기간에 쭉 참여하면서 나름대로 전체 언론운동진영에서는 대응을 잘 해왔다고 생각하는데 오늘 이야기를 듣고 보니 그것이 각 언론사 현장단위까지는 전해지지 못했고 하부역량을 다지는데 성공적이지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도영 : 단적인 예로 최시중 반대에 대해 KBS 안에서는 전혀 선전 작업이 되지 않았다. 규탄기자회견이나 집회 공고도 잘 되지 않았고. 그날 어떤 일이 있었다는 것을 언론보도를 통해서만 알게 되더라. 행사주체는 우리 상급단체였지만 구성원들을 조직하고 동원하는 데는 많이 부족했던 것 같다.

이창형 : 투쟁방법 상에 문제가 있었다. 사실 중요한 사안들이 생길 때마다 규탄기자회견을 많이 해왔지만 이제 정치권에서는 그런 기자회견과 집회 정도로는 움직이지 않는 것 같다. 지난 노무현 정부 때도 방통위법 문제로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추운 날씨 속에서도 겨울 내내 시위를 했지만 꿈쩍도 하지 않더라. 작은 저항 정도로 판단하는 것 같다. 조합원 총회나 파업 등을 통해서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지 않으면 절대로 움직이지 않을 것이다. 방송독립을 지키려면 방송사 조합원들이 자신의 희생을 감수하고 싸워야 할 것이다.

양승동 : 그런 규탄 기자회견이나 집회 등이 일부 언론 전문매체에서만 일부 기사화되고 주요 신문에서 거의 취급이 안 되고 있어서 시민들이나 언론 현업자들에게 잘 전달이 되지 않은 것도 문제다. 그래서 두려워하지 않는 것 같다. 한편으로는 이렇게 무리하게 밀어붙이는 것은 그만큼 방송장악의 의지가 크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창형 : 향후 방송시장진출의 부푼 꿈을 안고 있는 조중동이 이명박 정부를 지지하고 있고 그 핵심에 최시중씨가 있는데 그를 내렸을 때 신문으로부터의 공격이 두려울 것이다. 방송은 미디어포커스 등에서나 가끔 보도하겠지만 신문에서는 매일 써댈 것이기 때문이다. 약한 고리를 치는 것 같다.

김현석 : 이명박정부 입장에서는 최시중씨를 어떤 반대를 무릅쓰고라도 임명시킬 메리트가 있다고 보는 것 같다. 신문이나 방송 쪽에서 일정한 역할을 할 만한 믿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했을 텐데 최시중씨가 그 중 가장 적절한 인사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또한 이명박 정부는 실용주의를 내세우고 있지 않는가? 어차피 좌파로 규정하는 언론운동세력은 자신의 표가 아니라고 생각했을 것이고 이에 대한 거부감도 있을 것이므로 기자회견이나 규탄대회 등으로 움직일 리가 없지 않느냐. 하다못해 민주당조차도 그런 것 같다. 일종의 무시를 당한 것 같다. 지난 10년 동안 내부역량이 이렇게 떨어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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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도영 KBS 경영협회장

이도영
: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파업 등의 강경수단을 쓰지 않고서는 전혀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현실론 같은 것이 반영된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오히려 한쪽에서는 방통위원이라도 제대로 뽑아놨어야 하지 않았느냐는 비난이 나오고 있다.

양승동 : 그러나, 언론운동진영에서 계속 불을 지폈고 한겨레나 KBS 등을 중심으로 10여 건 이상의 검증 보도가 나온 것은 나름대로 성과였다고 생각한다. 이런 사람을 방통위원장으로 임명할 수 있어? 라는 인식은 분명히 확산되었다.

Q. 불안한 공영방송 KBS의 위상, 우리는 지금 어떤 고민을 하고 있나?

이도영 : 지금 KBS 내부역량은 친정(친정연주)과 반정(반정연주)의 구도 속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 같다. 경영협회장으로써 작년부터 수신료인상 문제와 방통위원장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활동해왔는데 그 과정속 에서 들은 이야기는 친정 즉 정연주를 옹호하는 세력이냐는 것이었다. 싸움의 성격이 전혀 다름에도 반정에 집중하지 않는 모든 행위는 전부 친정으로 몰아간다. 포커스를 흐리는 행위 자체를 용납하지 않는 분위기. 이건 아닌 것 같다.

이창형 : 중요한 지적이다. 무조건 친정과 반정의 구도로 몰고 가려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정사장의 공과는 분명히 지적해야 하지만 그와 아무런 관계가 없는 수신료 문제에 집중하는 것을 정연주를 도와주려는 것 아니냐는 시작으로 바라보는 것은 큰 문제다. 수신료 인상은 지금의 방송환경변화 속에서 KBS 공영성 확보를 위해 당연히 필요한 문제 아니냐. 저 또한 지난번에 정권이 바뀌었다고 해서 사장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은 방송독립 훼손이라는 이야기를 했다가 곤혹스러웠었다. 10년 전 방송법파업 때 방송독립을 위해 감옥도 가고 징계도 받았던 사건들은 다 무엇인지 모르겠다.

김현석 : 사실 KBS는 한국사회의 축소본이다.
노무현 정권 때 경제가 어려워 지고 양극화가 심해지고 사교육비가 올라서 못살겠다면서 이는 다 노무현 때문이라고 그를 비난했다. 모든 것이 다 노무현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그럼 노무현이 무엇을 잘못했냐고 물어보면 그가 말을 함부로 했기 때문이라는 말이 안 되는 논리를 편다. 국민들은 정말 그렇게 생각했다. KBS도 마찬가지이다. 사실 입사할 당시 논술주제가 다매체 다채널 시대의 공영방송의 위기였다. 이미 15년 전부터 논술주제였고 그것이 가시화되고 있는 것인데도 이 모든 상황이 정연주 탓이고 정사장만 없어지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러나 노무현이 나가고 나서 이제 국민들이 눈으로 보고 있지 않는가.

세계경제가 생각보다 심각하고 우리의 경제상황이 그것 때문이었구나 하고. 그리고 조중동 또한 이제 와서 그런 보도를 하고 있다. KBS도 정사장이 나가고 이명박 코드에 맞는 사람이 와야 한다는 주장들이 나오는데 이는 적과 동지를 구분하지 못하는 굉장히 위험한 발상이다. 이명박 정부 코드는 신자유주의이다. 신자유주의는 효율화가 최고 목표고 그것은 바로 구조조정을 뜻하는 것 아니냐. 이명박 코드에 맞는 사람이 와서 구조조정을 하라는 것인가? 이해가 가지 않는 주장들이다.

Q. 우리의 과거부터 다시 되돌아보자 !

양승동 : 정사장이 나가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다수 있는데 사실은 지난 5년의 공과를 냉정히 따져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기간은 지난 10년, 20년의 연장선에 있는데 그것을 어떻게 규정하고 평가하느냐에 다라 지금의 사장 퇴진론이나 새 사장이 올 경우에 우리가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지가 결정되리라 생각한다. 지금 공방노나 노조의 논리는 정사장의 무능경영과 편파방송으로 인해 KBS가 국민들에게 엄청난 신뢰를 잃었다는 것인데....

김현석 : 그 편파방송이라는 것은 조중동이 주장한 것 아니냐. 그나마도 그 편파방송이라고 말하는 것이 미디어포커스인데 방송 5년 동안 문제가 있었다면 FD의 실수로 BGM에 적기가를 썼다는 것 하나뿐이다. 월간조선 4월호에서 실린 윤명식씨의 글도 그렇고 그 적기가 이야기만 지겹게 되풀이 하고 있다. 편파방송이란 것은 이제 일종의 주술인 것 같다. 내용도 없다. 그렇게 주장하지만 KBS의 신뢰도와 시청률은 어떤 조사결과를 봐도 예전보다 좋아졌다고 나오지 않느냐.

양승동 : 제작진의 입장에서 볼 때는 제작 현장의 자율성이 더욱 신장되면서 아이템의 이념적인 지평도 넓어지고 표현도 더 다양해 질 수 있었다고 본다. 미디어포커스와 시사투나잇 같은 일반 뉴스와 조금 다른 칼라의 프로그램들도 편성되어 잘 해오고 있고. 개인적으로는 상당한 성과가 있었다고 보는데 오히려 이런 것에 대해 코드 편파 방송이라는 내외부의 공격이 있었고 또 그것이 정사장과 연결되어 공격당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

이창형 : KBS프로그램이 그 영향력과 신뢰도가 높아졌다는 객관적인 수치가 명확히 있는데도 한나라당과 조중동은 KBS를 좌파방송으로 규정하고 공격하고 있다. 정연주가 있으니깐 모두 좌파적 방송 아니냐고 예단해 버리는 것이 아닌가 싶다. 제작진들이 과거처럼 사장이 시키는 대로 프로그램을 만들 것이라는 구시대적 사고를 하고 있다. 최면에 걸린 것이 아닌가 싶다. 좌파방송, 좌파방송 하는데 과연 좌파방송이 정말 무엇인가를 우리방송에서 한번 진지하게 다룰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나와 다르면 좌파로 보는 것은 정말 문제이다. 이는 공론을 분열시키는 아주 위험한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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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현석 KBS 기자협회장

김현석 : 어느 책을 보니 좌파, 우파는 시대적으로 다른데 세 가지 정도로 설명하고 있더라. 정치적으로 봤을 때 북한에 대한 태도가 평화적이냐 적대적이냐, 가진 자들을 대변하느냐 못가진 자들을 대변하느냐, 변화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느냐 지금 그대로에 안주하느냐.
나는 방송은 특히 공영방송은 이 관점에서 보면 좌파지향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민영방송이야 구매력 있는 사람들이 보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광고를 많이 파는 것을 목적으로 삼을 수 있지만, 공영방송은 약자와 장애인 등의 목소리를 담아내는 게 더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좌파적 지향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정말 제대로 좌파방송을 해왔느냐. 오히려 주류에서 벗어나는 것을 두려워했던 것은 아닌 지를 반성해야 하지 않을까.

양승동 : 유럽의 공영방송론자들은 공영방송은 좌파적 성향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를 실제로 하고 있다. 말 그대로 약자, 소수자를 대변해서 방송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려면 문자 그대도 좌파적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공영방송인들이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한국의 특수성 때문에 좌파에 대해 막연한 거부를 가지고 있고 용어를 그렇게 써왔기 때문에 그것을 이용해서 좌파방송이라고 공격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좌파에 대한 올바른 의식을 심어주지 못한 것도 방송의 책임인 것 같다. 한나라당이 좌파색출, 좌파프로그램 색출이란 말을 하면 그럼 가진 사람, 기득권자들 편에 서서 프로그램을 해야 하냐고 오히려 반문해야 할 것이다.

이도영 : 오히려 정말 KBS가 제대로 된 방송을 했느냐는 부분에 대한 반성이 분명히 있어야 한다.

양승동 : 그렇게 하려고 노력하고 시도했었지만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 의미에서 미디어포커스나 시사투나잇 같은 프로그램이 계속 지속되어 온 것이 정말 다행인데 앞으로 최시중씨가 오고 나중에 새 사장이 왔을 때 지속될 수 있을지 걱정이다.

Q. 정연주 사장의 경영능력을 어떻게 볼 것인가?

양승동 : 공영방송을 경영하는 것은 일반 사기업과 다를 것이다. 공영방송의 사장으로써 정사장의 경영 역량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나?

김현석 : 솔직히 정사장이 경영은 잘했다고 보지 않는다. 방송환경이 어려운 것도 사실이지만 분명 새로운 식견이나 직관을 주지 못했던 것은 사실이고 KBS를 좋은 경영 상태로 만들지 못한 것도 분명 문제였다. 특히 경영효율개선을 위한 노력은 끊임없이 시도했어야 했는데 팀제도입 이후 그런 노력이 별로 보이지 않았다. 이에 대해서는 노조도 일정부분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도영 : 경영문제에 대해서는 공방노나 노조의 주장이 일정부분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여러 가지 종합적인 상황을 고려했을 때 그것이 오로지 정사장의 책임이냐고 하면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그런 문제들에 대해 조직원들이 함께 고민하고 해결책을 냈어야 했다. 경영 쪽에 참여했던 모두가 반성해야 할 것이다.

이창형 : 사실 경영문제는 수신료 인상을 위해 의도적으로 적자편성을 해왔던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적지 않다. 적자가 나면 수신료 인상이 조금 쉬워지지 않겠느냐는 조금 안일한 정치적 판단이 없었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이런 내부적 논의가 있었다는 자체가 정사장에게 분명한 책임이 있고 이를 정확히 지적하지 못한 노조에게도 책임이 있다. 의도되었던, 그렇지 않았던 계속된 적자경영에 대해서는 보다 명확한 판단이 필요했다.

이도영 : 공영방송의 사장은 공영성을 추구하면서도 나름의 조직의 효율성도 고려해야하는 어려운 자리다. 사기업처럼 조직을 슬림화하면서 조직원들을 압박하지는 못하겠지만 최대효율을 내기 위해 혹시 누수 되는 것이 없는지를 항상 고민하고 체크해야 했다. 그런데 그 부분에 대한 노력이 지속적이지 못했던 것은 문제가 있다. 또한 팀제 전환이후 제도적인 보완들을 조직차원에서 계속 검토하면서 피드백을 하고 의견수렴을 하고 했어야 했는데, 그런 부분에 대해서도 인색했던 것 같다. 그런 통로가 없었기에 팀제 이후 자리를 내려온 선배그룹이 완전히 반대그룹이 되어 하나의 세력화가 돼버렸지 않느냐. 중간 중간에 여과장치가 있어서 서로 소통하고 보완했으면 지금과는 다른 결과를 내지 않았을까 싶다.

이창형 : 팀제가 KBS의 관료주의를 어느 정도 타파해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팀제가 도입되면서 과거처럼 진급과 같은 조직원들의 성취동기를 불어넣어줄 장치가 없어진 것 같다. 그러다보니 조직이 느슨해졌고 개인주의가 팽배해진 것 같다. 이런 현상이 전체적인 시너지를 내는데 역효과를 낸 것 같다. 팀제에 대한 지속적인 보완이 필요하다. 또한 팀제 이후 (자리에서) 배제된 사람들이 현재의 기득세력에 대한 보이지 않는 반감을 드러내면서 조직이 이분화 된 것 같아 걱정이다. 이런 조직 내 갈등국면을 해소하기 위한 통로가 없다는 것은 더 큰 문제이고.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전에 있었던 사내족구대회 등은 팀원들을 융화시킬 수 있는 힘이었다. 이런 통로마련에 힘써야 할 것이다. 또한 인사원칙도 다시 세워야 할 것이다. 기회가 고정되어 있지 않았으면 좋겠다.

Q. 수신료 인상 좌절 이후 요동치는 봄 개편, 무엇이 문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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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승동 KBS PD협회장

양승동
: 앞의 논의의 연장선상에서 이번 봄 개편에 적자해소를 위해 대하드라마의 2TV 이동, 드라마시티 폐지, 그리고, 뉴스타임 시간대 이동 등의 조치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나? 이에 대한 외부의 비판도 꽤 있는데.

김현석 : 2TV 뉴스타임 시간대를 전진 배치한 것과 드라마시티의 폐지는 분명히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 좋은 품질의 프로그램을 국민들에게 제공하는 것이 공영방송의 제일 목표이므로 그러한 원칙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당연하다. 회사가 어렵다고 해서 모두가 경영자적 마인드를 가져야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경영자 입장도 나름 이해가 가기 때문에 오히려 논쟁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결론은 나버렸고 이제 국민들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를 지켜보는 입장이 되었다. 완전히 외면당할 우려도 있다. 결과를 지켜보고 그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이도영 : 현실적인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사실은 경영협회에서도 편성과 관련해서 성명서를 준비했었는데 발표시점에서 이미 이에 대한 결론이 나버렸다. 그래서 성명서가 오히려 결정에 대한 책임을 전가하는 모양새로 비춰 질 수 있고, 외부에 또 다른 공격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 거둬들였었다. 계속 적자상태로 갈 수도 없고 어려운 문제다.

이창형 : KBS는 두 채널을 가지고 있다. 1TV 도 중요하지만 2TV 분리문제도 나오는 시점에 일부 2TV의 공영성도 살려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뉴스를 줄이고 옮기는 것은 문제라고 생각한다. BBC나 NHK처럼 24시간 뉴스채널이 없기 때문에 KBS는 시간, 시간 뉴스를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도영 : 문제는 1TV 대하드라마를 2TV로 옮긴다고 해서 공영성이 높아지냐는 것이다.
광고가 없는 1TV에서는 KBS의 캐릭터를 가지고 갈 수 있지만 2TV로 가는 순간 광고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다음 기획물부터는 바로 성격이 바뀔 것이다. 똑같은 프로그램이라도 1TV와 2TV에 있는 것은 프로그램의 퀄러티나 공영성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생각해 볼 문제다.

김현석 : 사실 1TV뉴스와 2TV의 주요뉴스는 사실 리포트도 똑같고 내용이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8시뉴스는 5%도 안 나오고 9시뉴스는 20%가 넘는다. 미리 보여주는데도 이렇게 시청률에서는 엄청난 차이가 난다. 1TV를 보는 사람과 2TV를 보는 사람은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시청층이 다르기 때문에 2TV로 가지고 가서 공영성을 유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이창형 : 그렇다. 그것은 지속적으로 고민해야할 문제이다. 1TV는 그 자리에 좋은 프로그램을 끊임없이 개발해 나가야 할 것이다.

Q. 공영방송 KBS의 정체성 혼란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이도영 : 그런 의미에서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 지난 5년은 공영방송의 정체성을 끊임없이 찾아보는 과정이었다. 팀제를 통해 현장의 자율성 신장, 즉 중간의 의도된 왜곡들을 없애고 좀 더 현장의 제작자들이 자유롭게 제작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었다면 앞으로 이것이 어떻게 잘 발현되도록 하느냐가 중요할 것이다.

김현석 : KBS직원들 특히나 정사장을 반대했던 사람들은 오히려 신자유주의 정권이 들어섰다는 것이 어떤 함의를 갖고 있는 지 주목해야 할 것이다. 이 정권은 KBS나 공기업에 대해 효율성을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으므로 감사원에서는 KBS의 비효율성과 방만함을 집중적으로 지적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겠느냐. 감사원 감사가 올해 이뤄질 것이고 감사원 감사를 기점으로 KBS에 대한 구조조정 압박이 얼마나 강하게 올지, 또 KBS가 이 위기를 어떻게 헤쳐 나갈 지 결코 녹록치 않은 과제들이 산적해있다.

이창형 : 문제는 총선이다. 집권여당의 의석이 어느 정도가 되느냐에 따라 그 충격의 정도가 결정될 것이다. 만약 한나라당이 과반이상을 차지하게 된다면 그들이 줄기차기 주장해왔던 국가기관방송법 등을 관철하려 할 것이다. 국방법에 따르면 KBS는 국회에서 예산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예산안을 설명하고 이해시키는 것은 정말 어려운 과정이 될 것이다. 그 부분을 우리가 어떻게 방어할 것인가에 집중해야할 것이다.

이도영 : 국가기관방송법등은 방송구조를 일공영다민영체제로 개편한다는 것인데 만약 그렇게 된다면 우리의 스텐스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두 가지 정도가 있는 것 같은데 예산승인은 없애는 조건으로 일공영다민영의 틀을 받아들여 그 안에서 공영방송의 영역을 구축하는 방법이 있고 또 하나는 일공영다민영의 틀 자체를 거부하고 전체적인 법안 안에서 MBC와 보조를 맞춰 공영성을 확대해나가는 것인데 아직 노조도 그 스텐스를 찾지 못했다고 하더라. 지금부터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이창형 : 공영방송이 하나만 존재 할 경우 미국의 PBS나 일본의 NHK처럼 국가기관방송이 되어버릴 가능성이 크다. 앞으로 IPTV 등 수없이 많은 채널이 생겨 날 텐데 이 사이에서 완전히 고립되어 KBS 종사자는 공무원의 형태로 전락할 개연성이 크다.

양승동 : 한나라당이 국가기관방송법에서 규정한 국회의 KBS예산 승인권과 공영방송사장 임명․해임권을 양보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 그것으로 KBS를 흔들려고 하는 것인데. 그렇게 된다면 KBS는 거세된 공영방송이 돼 급격이 위축될 것이다. 따라서 받아들여선 안 된다. 한나라당이 총선에서 압도적 승리를 하게 되면 밀어붙일 가능성이 큰데 걱정된다.

이도영 : 한편으로는 우리도 BBC처럼 공영의 틀 속에서 1, 2TV를 그대로 가지고 가면서 MMS를 통해 늘어난 채널을 합해 우리 나름대로 독자적인 공영의 의미를 구축할 수 있지 않을까?

이창형 : 이 문제의 핵심은 예산의 국회승인 조항이다. 국회 예산승인 과정에서 인건비 등이 또다시 부각되고 수신료로 저렇게 급여를 많이 받느냐는 이야기가 계속 나오게 되면, 점차 우수한 고급인력 확보는 힘들어질 것이다.

김현석 : 일공영다민영 체제는 한국사회에서는 안 된다. 민영방송은 SBS 하나뿐인데도 현재 방송판의 질서가 이렇게 악화되고 있는데 다민영체제가 되면 민영방송 속에서 공영방송은 완전히 고립되고 말 것이다.

Q. 앞으로가 중요하다. 이제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양승동 : 최시중씨 임명이 내일로 예정되어있다. 하루 앞둔 시점에서 일부에서 무력감도 느끼는 게 아닌가 걱정도 되는데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이창형 : 언론노조와 KBS 노조의 관계가 비정상적이다 보니 싸움을 해야 할 중요한 시기에 동력을 이끌어내지 못한 것 같다. 하루라도 빨리 연대활동을 강화하고 조직력을 회복시켜야하는데 과연 자발적으로 될 수 있을까 싶다. 앞으로 뼈를 깎는 고통을 감내하지 않으면 이 판을 그대로 내주게 될 것이다.

김현석 : 소의를 접고 대의에 충실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공영방송의 공공성을 지켜야겠다는 데 합의하고 서로 사소한 차이는 접어야 할 것이다. MBC에 유리하다 KBS에 유리하다는 식의 소의는 모두 접어야 할 것이다. 저쪽에서 둘 사이의 간극을 벌리려 할 것이다.
또한 사전 준비에 철저해야 한다. 넋 놓고 있다가 허겁지겁 대응하는 모습이 반복되어 왔는데 이번 투쟁은 눈에 보이는 예측 가능한 상황 아니냐. 연대의 틀도 만들고 미리미리 대응해야 할 것이다. 방송인총연합회 등 직능단체도 더 강화시켜 제대로 된 역할을 해야 할 때라고 본다.

이도영 : 원칙에 대한 문제이다. 또한 정말 노조의 힘이 필요하다. 조합이 움직이지 않으면 실질적인 투쟁을 하기는 힘들 것이다. 직능단체들이 조합이 나설 수 있도록 정보도 주고 의견을 공유하고 설득이 필요하면 설득하고 압박이 필요하면 압박해야 할 것이다.

양승동 : 10년 전으로 돌아가서 생각하면 당연히 파업도 불사해야 한다고 보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것 같다. 언론노조와 KBS가 잘 융합해서 역량을 결집시키지 못하면 적절히 대응하지 못할 것이다. 힘든 시기이다. 물론 우리 내부역량도 그리 만만치 많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은 있다. 방송장악 음모가 드러나고 방송민주화를 헤치는 행위를 무리하게 강행할 경우 내부에서도 상당한 저항이 있을 것이라는 것이다.

이창형 : 조중동에서는 자기 매체를 활용해서 자신들의 방송에 대한 정책방향을 분명히 전한다. 우리도 그럴 필요가 있다. 방송매체를 통해 국가기관방송이 어떤 의미인지 다양한 형태의 방송프로그램으로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어낼 필요가 있다.

김현석 : BBC는 모든 사회문제나 정치적인 사안에 절대 입장을 내보이지 않는 것이 기본 입장이다. 그러나 단 한 가지에 대해서는 예외라고 한다. 바로 방송정책이다. 이는 당사자이기 때문에 본인들의 의견을 밝혀야 한다고 말한다. 이는 프로그램 가이드에도 나와 있더라. 우리도 마찬가지이다. 정확한 의견을 낼 필요가 있다.

이도영 : T/F팀 같은 비상대책기구가 필요하다. 노사공동 대책기구는 힘들겠지만 필요하다면 노조와 협회차원에서라도 같이 고민하고 행동에 대한 결정을 해 줄 수 팀을 만들어 대응해야 할 것이다.

양승동 : 장시간 토론해주신 협회장님들께 감사드린다. 모쪼록 KBS 내부가 문제인식을 공유하고 힘을 한 데 모으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 이 기사는 KBS PD협회보 3월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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