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6/16 17:17

한나라 인터넷 ‘사이드카’ 체제 도입, 여론통제 논란?

누리꾼·야당 반발 “방송장악 이어 인터넷 장악하나”

한나라당이 인터넷 여론 흐름에 신속하게 대비하기 위해 증권시장의 ‘사이드카’와 같은 개념의 시스템 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야당과 누리꾼(네티즌)들이 “또 하나의 언론통제책이냐”며 반발하고 있다.

‘사이드카’란 주식 선물시장에서 큰 폭의 가격등락이 있을 때 충격완화를 위해 일시적으로 매매체결을 중지해 시장을 안정시키는 시스템이다.

<연합뉴스>는 16일 오전 <한, 인터넷 여론 ‘사이트카’ 추진> 기사에서 “인터넷에서 쇠고기 파동과 같이 특정한 정책적 사안에 대해 논란이 증폭될 경우 자동적으로 이를 골라냄으로써 즉각 원인을 파악하고 대응책을 마련하자는 취지에서 한나라당이 이 같은 시스템의 개발의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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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여론 통제하자는 말 아니냐” 누리꾼 발끈

해당 기사가 네이버 등 포털 사이트에 게재되자 누리꾼들은 즉각 댓글을 달고 반발에 나섰다. 아이디 ‘kokoma76’은 “결국 한나라당과 청와대가 추진하는 정책에 국민의 극심한 반대여론이 있을 경우 포털이나 인터넷 언론에 압력을 가해 기사나 댓글을 걸러내겠다는 얘기 아니냐”고 문제를 제기했다.

또 누리꾼 ‘양선생’은 포털 사이트 다음 ‘아고라’ 게시판에 “어떻게 이렇게 말도 안 되는 발상을 할 수 있냐”며 “사이드카는 선물시장에서 특정 상황시 매매를 금지하는 제도로, 이번 대책은 이름만 보면 일정시간 의견을 올리지 못하게 하자는 것처럼 보인다”고 비판했다.

그는 “국민의 의견을 발표하지 못하게 하는 게 반성이냐. 여론의 동향을 사이드카로 점검한다는 말 자체가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로, 국민의 말할 권리를 정지시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양선생’의 글은 오후 3시 기준 3만4000여건의 조회수를 기록했을 만큼 누리꾼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해당 글에 누리꾼들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게 아니냐. 위헌의 소지가 있다” 등의 댓글을 달며 한나라당의 이번 조치에 명백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한나라 “사이드카 아닌 여론 민감도 체크 프로그램” 해명

누리꾼들의 이 같은 반응에 한나라당은 적잖이 당황한 눈치다. 김성훈 한나라당 디지털정당위원장은 이날 오후 <PD저널>과의 전화 통화에서 “사이드카라는 표현은 잘못된 것이다. ‘여론 민감도 체크 프로그램’ 정도가 올바른 표현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쇠고기 파동에서 알 수 있듯 정책에 대한 누리꾼들의 검증 속도는 빨라지고 정확해진 반면, 정당의 여론수렴이 이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며 “여론 민감도 체크 프로그램을 통해 신속한 여론 수렴을 돕고, 혹 좋은 정책임에도 불구하고 잘못된 방향으로 홍보가 됐다면 이를 신속하게 바로 잡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인터넷 여론 상황을 빨리 체크해 당의 정책 등에 반영하고 신속히 대응하겠다는 것일 뿐, 여론을 통제할 취지로 마련된 게 아니다”라고 거듭 강조하면서 “아직 당 최고위에 보고한 내용도 아니고 디지털정당위원장으로서 이 같은 프로그램의 개발을 생각하고 있다는 점을 말한 게 (기사에서) 잘못 비유돼 이렇게 (논란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민주당 “방송 장악이어 인터넷 여론까지 통제하려는 것인가”

통합민주당은 이날 오후 노은하 부대변인 명의로 논평을 발표하고 “인터넷판 ‘사이드카’ 제도가 정부와 여당의 자의적인 잣대로 국민의 의사표현을 재단하고 통제하는 위험한 도구로 악용되는 게 아닐지 우려된다”면서 “진정 국민과 호흡하고 싶다면 겸손한 자세로 여론을 수렴하면 될 일”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요란한 시스템을 도입한다고 국민에게 가까이 갈 수 있는 게 아니다”라면서 “방송계 장악에 이어 인터넷 여론까지 통제하려는 인터넷판 사이드카 제도 도입을 즉각 백지화하라”고 촉구했다.

민주노동당도 강형구 수석 부대변인 명의의 논평에서 “사이드카 제도를 도입하겠다는 것은 결국 인터넷 여론 장악을 시도하겠다는 말”이라면서 “광우병 쇠고기는 물론 한반도 대운하, 교육자율화, 의료산업화, 공기업 민영화 등 이미 국민들로부터 거대한 저항에 직면해 있는 총체적 반서민 정책을 앞두고 국민의 입에 재갈을 물리려고 하는 게 아니냐”고 비판했다.

이어 “한나라당은 사이드카 개념 도입은 물론 전근대적이고 폭력적으로 인터넷을 장악할 수 있을 것이란 황당한 사고 자체를 버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청와대 역시 인적쇄신과 함께 단행될 조직개편 과정에서 대국민 홍보기능 강화를 위해 홍보특보(차관급)를 신설하는 동시에 산하 정책홍보보좌관 중 1명으로 하여금 인터넷을 전담토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누리꾼들은 “정책의 잘못 문제를 정부 여당이 여전히 홍보 부족의 문제로 보는 것 같다”(hi_pokerface), “YTN, 아리랑TV, 방송통신위원장, 한국방송광고공사 사장 등 언론을 전부 장악하고도 홍보가 부족해 촛불시위가 나왔다는 생각하는 것 자체가 한심하다”(ilik2) 등 정부여당의 인터넷 여론 수렴 및 홍보 방침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전하고 있다.

김세옥 기자 kso@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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