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5/28 15:27

한손에 촛불 또 한손엔 캠코더!

웹캠·폰카로 촛불문화제 실시간 방송중계…디지털시대 “언론 못믿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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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일 열린 미국산 쇠고기 수입 개방 반대 촛불문화제 현장
시민들이 ‘카메라’를 들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개방 반대 촛불문화제를 계기로 더 많은 시민들이 직접 ‘현장’의 모습을 전하고 있다. 특히 기존 언론 보도에 대한 ‘불신’은 시민들에게 직접 카메라를 들고 거리로 나서게 했다. 정권을 향해 “못 살겠다! 바꿔 보자!”를 외쳤던 사람들은 이제 언론을 향해 “못 믿겠다! 내가 한다!”를 외친다.

실제로 촛불문화제가 시작된 지난 2일부터 나우콤이 운영하는 인터넷 개인방송 ‘아프리카’에는 시민들이 참여하는 현장 생중계가 줄을 잇고 있다. 나우콤은 “26일 저녁 아프리카에서 촛불집회 관련 방송이 동시에 약 100여 개가 개설됐고, 26일 하루 누적 시청자수는 약 40만 명”이라고 밝혔다.

진보논객 진중권 중앙대 겸임교수 역시 ‘아프리카’를 통해 27일 새벽 경찰의 강제진압 현장을 생중계했다. 동영상에는 방패를 든 경찰과 맨몸으로 맞서는 시민들의 충돌 장면이 생생하게 담겼다. “위험해!”를 외치는 목소리와 여자의 비명소리는 물론 “저도 경찰한테 맞았습니다”는 진중권 교수의 음성까지. 날 것 그대로의 현장 모습이 담겼다.

포털 사이트 다음의 ‘TV팟’에도 경찰의 강제진압과 관련해 시위 도중 다친 사람들의 모습 등이 담긴 동영상이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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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일 열린 미국산 쇠고기 수입 개방 반대 촛불문화제 현장. 시민들 한가운데에 서서 동영상으로 촛불문화제 현장을 생중계하고 있다.
“언론, 못 믿는다! 내가 한다!”

지난 26일 광우병쇠고기반대 국민대책회의 주최로 열린 촛불문화제에서는 휴대전화를 비롯해 디지털 카메라, 동영상 캠코더 등을 이용해 현장을 찍고 있는 사람들이 곳곳에 보였다. 왜곡되지 않은 현장의 모습을 전달하기 위해 이들은 거리로 나섰다. 일부 언론의 왜곡된 보도에 대한 ‘불신’이 시민들을 언론인에 이어 또 한 사람의 ‘기록자’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찍은 사진과 동영상 등은 개인 블로그나 카페 등을 통해 인터넷으로 퍼져 나간다.

26일 촛불문화제에 참석한 이지환(29, 회사원) 씨는 “방송이나 보수 언론이 촛불문화제를 찍는 것을 보면 선정적이거나 폭력적인 부분을 부각하는 식의 카메라 앵글이 존재한다”며 “그 반대의, 다른 시각의 앵글도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사진을 찍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조선>, <중앙>, <동아>에는 그들과 다른 시각, 다른 사람들의 내용은 전혀 나오지 않고 있다”며 “자신들과 다른 내용은 철저히 사전검열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촛불문화제 현장을 열심히 카메라에 담던 박경난(45, 연구원) 씨도 “현장에 나와 있기 때문에 가장 정확한 것을 알 수 있다”며 “왜곡되지 않은 진실을 알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은 함께 나눠야 한다”며 “누구나 현장에 갈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현장에 왔다면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이 시민의 의무이자 권리”라고 말했다. 조중동에 대해서는 “자신들이 보고 싶은 것만 본다”며 “항상 사실을 왜곡하고, 보도 내용도 그때그때 다르지 않느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전범수(36, 자영업) 씨는 “언론이 통제돼 있어 사람들이 잘 모르기 때문에 카페에 올리려고 사진을 찍고 있다”며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는 굉장히 큰 문제인데 왜 가려져 나오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성토했다. 또 “일부 언론에서 촛불시위가 몇 천명이라고 하는데 실제로는 몇 만명이 참석했고, 가두시위였는데도 폭력시위라고 보도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임종수 세종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기존 언론이 해오던 ‘감시’ 기능을 이제 국민들이 직접 하겠다는 것”이라며 “한 마디로 기존 언론을 믿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임 교수는 “미국산 쇠고기 거부 운동이 조중동에 대한 거부운동과 같이 가고 있다”며 “이명박 정부나 조중동이 국민들을 설득하기 위해 내놓은 논리들이 도저히 이해되지 않기 때문에 국민들이 직접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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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일 열린 촛불문화제 현장. 시민들은 한미 쇠고기 협상 전면 백지화의 의미로 흰색 백지를 들고 있다.
강제진압 생중계 지켜본 시민들 분노

시민들의 참여는 또 다른 참여를 낳고 있다. 특히 25일 새벽 시작된 경찰의 ‘강제진압’은 시민들의 참여를 높이는 계기가 됐다. 인터넷으로 생중계된 강제진압 현장을 본 시민들이 카메라를 들고 거리로 나온 것이다.

신수근(41, 직장인) 씨는 “현장을 기록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혹시 경찰에 의해 연행되고 다치는 사람이 있으면 나중에 증거로 활용하기 위해 동영상을 찍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기자들도 있지만, 카메라로 찍는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현장 구석구석의 모습을 놓칠 가능성이 줄어들지 않겠느냐”고 했다.   

오춘석(36, 웹 프로그래머) 씨 역시 경찰의 강제진압을 계기로 26일 현장에 나왔다. 오 씨는 “인터넷으로 보는 것과 내가 직접 보는 것은 다르다”며 “일반인들이 직접 뉴스 생산에 참여하는 것, 그것이 민주주의”라고 힘주어 말했다.

높아진 시민들의 참여를 바탕으로 언론에서는 거꾸로 시민들이 쓴 글이나 직접 찍은 사진 등을 기사로 활용하기도 한다. 인터넷 언론인 <오마이뉴스>가 대표적이다. <오마이뉴스>는 현재 시민들이 촛불문화제 현장에서 직접 찍은 사진과 동영상 등을 기사에 반영하고 있다.

이한기 <오마이뉴스> 뉴스게릴라 본부장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 개방 문제가 워낙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주제다 보니 평소보다 촛불문화제를 계기로 시민들의 참여가 늘었다”며 “사진을 찍어 올리거나 미국산 쇠고기 수입 개방과 관련된 글을 쓰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이어 “시민은 단순히 뉴스 소비자일 뿐 아니라 뉴스 생산자이기도 하다”며 “시민들은 더 이상 객체가 아니라 능동적인 주체”라고 설명했다.

백혜영 기자 otilia@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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