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7/17 10:29

한승수 “PD수첩 때문에 국민 불안 확산”

[국회 긴급현안질의] 정부, 여전히 언론·인터넷괴담·홍보부족 탓

국회가 16일 본회의를 열고 18대 국회 처음으로 대정부 긴급현안질의를 진행했다.

‘쇠고기 협상 및 경찰의 과잉·강경진압’을 주제로 진행된 이날 현안질의에서 여야는 한미 쇠고기 협상의 졸속성 여부와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성을 지적한 MBC <PD수첩>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했다. 이 과정에서 그간 쇠고기 사태와 관련해 ‘언론탓’, ‘홍보부족탓’, ‘괴담탓’으로 일관해오던 정부의 태도가 전혀 변화하지 않았음도 확인됐다.

한승수 “4월29일자 <PD수첩> 보도, 국민 불안 확산의 결정적 계기”

이날 현안질문에서 다섯 번째로 국회 본회의장 단상에 오른 진성호 한나라당 의원은 답변에 나선 국무총리 이하 장관들로부터 <PD수첩> 보도가 왜곡·과장이라는 답변을 이끌어내는데 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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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성호 한나라당 의원<오른쪽>이 박덕배 농림수산식품부 제2차관에게 MBC 보도에 대한 생각을 묻고 있다.
진 의원은 첫 번째로 박덕배 농림수산식품부 제2차관을 불러 <PD수첩> 4월29일자 방송 내용에 대해 검찰 수사를 의뢰한 이유를 물었다. 박 차관은 “많은 국민들이 보는 방송에서 확인되지 않은 사안이 전파를 탔고, 젊은 학생들의 불안감이 증폭됐다”고 답했다.

진 의원은 이어 왜곡방송 논란에 대한 <PD수첩>의 입장을 밝힌 지난 15일 방송을 거론하며 이를 시청했는지 물었고, 박 차관은 “뒷부분을 봤다. 나름 해명하려 노력하는 부분이 있었지만 우리가 볼 때 구차한 변명이 있었고 일부는 (사실에) 맞지 않은 내용이 다시 제기됐다”고 비판했다.

다음으로 부른 김경한 법무부 장관에게도 진 의원은 지난 15일 <PD수첩> 방송을 봤는지, 봤다면 진정성이 담겼다고 느끼는지 물었다. 하지만 김 장관은 “방송을 봤지만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진정성 여부를 이 자리에서 언급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말을 아꼈다.

그러자 진 의원을 질문을 틀어 “<PD수첩>은 초법적 존재냐”고 물었고, 김 장관으로부터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답변을 얻어냈다. 이에 진 의원은 “공영방송의 보도는 진실을 바탕으로 해야만 한다”면서 “김 장관이 검찰과 함께 공정한 수사에 나서달라”고 촉구했다.

또 한승수 국무총리에게는 “<PD수첩> 방송 52일 만에 정부가 (검찰에) 수사를 의뢰한 것은 뒤늦은 대응 아니냐. 포퓰리즘(대중주의)에 연연한 게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한 총리는 “초기의 대책이 미비했던데 대해 지금도 자성하고 있다”며 “<PD수첩> 방송 이후 인터넷에서 사실과 다른 내용이 확산됐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 총리의 이 같은 발언에 진 의원은 “4월29일자 <PD수첩>이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국민적 불안감을 확산시키는데 결정적 계기가 됐다는 지적에 동의한다는 얘기냐”고 물었고, 한 총리는 “동의한다. 공영방송으로서 공정성 등과 관련해 (<PD수첩> 보도는)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한 총리는 이날 현안질의에 대한 답변 과정에서 <PD수첩>이 작금의 상황을 야기했다는 인식 외에도 쇠고기 사태가 ‘인터넷 괴담’과 ‘홍보 부족’ 때문에 발생했다고 주장, 석 달 가까이 계속되고 있는 촛불시위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인식엔 한치의 변화가 없음을 드러냈다.

한승수 총리는 이강래 민주당 의원이 추가협상 직후 정부가 쇠고기 고시를 서둘러 진행한 점을 지적하자 “우리도 천천히 하려 했으나 입에 올리기도 힘든 괴담들 때문에 서두를 수밖에 없었다. 늦출 경우 여러 헛소문이 퍼져 상황이 더 나빠질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고 설명했다. 결국 또 다시 ‘괴담’ 탓인 셈이다.

또 김재경 한나라당 의원이 “시위는 디지털인데 방어는 아날로그였다. 유사 언론까지 가세해 국민을 혼란스럽게 했다”고 지적하자 한 총리는 “국민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게 중요하다는 점을 깨달았다. 언론이나 미디어뿐 아니라 인터넷을 통해서도 정확한 정보가 국민 모두에게 전달될 수 있는 체계를 만들기 위해 여러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PD수첩> 수사, 정부와 검찰의 짜고 치는 고스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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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재윤 민주당 의원이 16일 긴급현안질문에서 사진을 들어보이며 촛불집회에 대한 경찰의 폭력을 비판하고 있다.
진 의원에 앞서 현안질문에 나선 김재윤 민주당 의원은 보수언론과 정부여당으로부터 제기되고 있는 <PD수첩> 왜곡·과장 방송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김 의원은 농식품부가 <PD수첩>을 고발한 것과 관련해 “국민들의 알 권리를 보장해 준 방송사를 심판하고 나선다는 게 말이 되냐. <PD수첩>만 아니었으면 국민들이 모르고 지나칠 수도 있었다고 생각하는 게 아니냐. 국민들에게 고통을 준 주무부처로서 지나치게 뻔뻔하다”고 비판했다.

또 검찰이 농식품부 고발 직후 즉각 수사에 돌입한 것과 관련해서도 김 의원은 “이명박 정권의 눈엣가시였던 <PD수첩>에 대한 전격적인 수사는 짜고 치는 고스톱 수준”이라며 김경한 장관을 질타했다.

이어 “<PD수첩>은 광우병 쇠고기 수입의 위험성을 심층 취재해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켜줬다. 이런 프로그램에 대해 정부가 고발을 하고 검찰이 장단을 맞추는 행태는 아직도 과거 3공·5공 시절 공안정치의 탈을 벗어나지 못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조·중·동으로 대표되는 보수언론이 <PD수첩>에 대해 과장·왜곡 비판을 계속하는 것과 관련해서도 김 의원은 “방송 전체를 보지 않았거나 자기 의도대로 봤기 때문”이라며 “이렇게 (미국산 쇠고기) 위험의 심각성을 축소하거나 안 보려 하는 것이야 말로 더 큰 우를 범하는 게 아니겠냐”고 따져 물었다.

김 의원은 또 이명박 대통령 측근인사들이 언론사와 언론유관단체 사장 등에 임명되는 것에 대해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라고 비판하는 한편, 정치적 행보로 물의를 빚고 있는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에겐 자진 사퇴를 촉구했다.

“공무원 명예훼손 관련 고소·고발 있으면 신속하게 피의자 검거”

김재경 의원은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 위험성을 지적한 연예인들의 발언을 문제 삼았다. 그는 “일부 연예인이 ‘미국산 쇠고기를 먹느니 차라리 청산가리를 입에 털어넣겠다’ 등과 같은 발언으로 공무원들의 명예를 훼손하고 사기를 떨어트렸다”고 지적하면서 “공무원으로부터 명예훼손과 관련한 고소·고발이 나왔냐”고 물었다.

이에 원세훈 행정안전부 장관은 “현재 명예훼손 혐의로 19명을 검거한 상황인데, 공무원으로부터 제기된 건 없다”면서도 “공무원으로부터 명예훼손과 관련한 고소·고발이 나오면 신속하게 피의자를 검거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진성호 의원은 이날 현안질문에서 MBC 체제 변화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그는 “똑같은 공영방송인 KBS는 국회 국정감사 대상이고 국민감사청구대상이지만, MBC는 애매한 위상”이라면서 “MBC를 진정한 공영방송 시스템으로 바꾸기 위해 국민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세옥 기자 kso@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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