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까는 왜 우셨어요?” (기자)
“후배들한테 미안해서 그렇죠.” (조현진 앵커)
15일 오전 12시 30분경에 마친 KBS 1TV 〈미디어포커스〉의 마지막 방송은 그렇게 막을 내렸다. “〈미디어포커스〉는 〈미디어비평〉이라는 이름으로 찾아뵙겠습니다”라며 클로징 멘트를 하는 조현진 앵커의 목소리는 가느다랗게 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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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디어포커스> 김경래 기자(왼쪽), 조현진 기자(가운데) 그리고 윤호진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 박사(오른쪽)가 마지막 방송을 준비하고 있다. ⓒPD저널 | ||
2003년 6월 28일, 〈미디어포커스〉가 특집 방송으로 편성돼 첫 방송을 탔다. 당시 데스크인 김용진 기자는 아이템 내용을 철저히 비공개로 했다. 보도국 간부들은 “나도 아이템에 포함됐냐”고 물어보는가 하면 “완장 찼다고 경거망동 말라”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방송이 나간 직후 KBS 안팎으로 충격과 대혼란에 휩싸였다. 도대체 무슨 내용의 방송이었을까.
첫 방송은 바로 KBS 스스로에 대한 비판이었다. ‘KBS, KBS를 말한다’라는 제목의 이 방송은 “KBS는 권력의 나팔수로 일했다”며 오욕과 굴종의 과거사에 대한 통렬한 자기반성을 한 내용을 담고 있었다. 반향도 컸다. 역대 정권을 거치는 동안 5공 전두환 전 대통령을 ‘떠오르는 태양’으로 묘사한 부역행위를 비롯해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정권에 ‘해바라기’ 역할을 해온 KBS 내부에 대해 비판의 칼날을 겨누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은 〈미디어포커스〉 앞날에 대해 “성역 없이 보도하겠다”는 제작진 스스로의 다짐과 다르지 않았다. “스스로에 대한 비판이 선행되지 않고서 다른 이들에 대한 비판 역시 존재할 수 없다”는 일종의 약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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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BS <미디어포커스>는 지난 5년간 미디어 영역 전반에 대해 다뤘다. ⓒKBS | ||
하지만 “기계적 중립성은 공정성이 아니다” “‘서로를 비판하지 않는다’는 기자 사회의 형성된 침묵의 카르텔을 깨야 한다”며 제작진은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자사에 대한 선정적인 보도행태는 물론 타 방송사와 조중동에 대해서도 비판의 메스를 들이댔다. 그 대상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 그리고 한나라당과 이명박 대통령, 삼성도 예외는 아니었다.
김영인 기자는 “지난 5년은 KBS의 역사에 이례적이라고 할 만큼 제작자율성에 대해 보장됐던 시기”라며 “역사는 잠시 주춤할 지라도 앞으로 계속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KBS 기자들이 〈미디어포커스〉를 통해 성장했다는 평가와 관련해 김경래 기자는 “기자가 의외로 남의 기사를 보기 어려운데 〈미디어포커스〉에서 저널리즘의 원칙이나 기자의 윤리를 체득하면서 반성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것 같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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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BS 1TV <미디어포커스> 제작진들이 15일 마지막 녹화를 마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PD저널 | ||
KBS는 지난 13일에는 〈시사투나잇〉, 14일에는〈윤도현의 러브레터〉그리고 15일에는 〈미디어포커스〉가 이렇게 문을 내렸다. 하나 같이 제작진의 의견 수렴 없이 일방적으로 폐지가 결정된 프로그램이다. 그리고 이 프로그램을 대신해 〈시사 360〉, 〈이하나의 페퍼민트〉, 〈미디어 비평〉이 새롭게 문을 연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7일 정부부처 대변인 간담회에서 “좋은 보도든 나쁜 보도든 따질 것 없이 정부가 방송에 일체 관여하지 말라”고 언급하면서도 “다만 가운데만 갖다 놔라”고 말했다. 정부 부처 대변인 간담회 자리에서 방송을 가운데로 갖다 놓으라는 대통령의 주문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방송에 일체 관여하지 않으면서 정부가 어떻게 가운데(?)로 갖다 놓을 수 있다는 걸까. 그리고 그 가운데(?)는 정말 가운데가 맞는 것일까. <미디어포커스> 마지막 녹화 현장을 보면서 드는 의문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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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디어포커스> 작가들이 제작진에게 준 선물이다. '미디어포커스, 그 이름을 기억하겠습니다'는 문구가 눈에 띈다. ⓒPD저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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