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8/07 22:40

KBS, 사실상 공안상태로 돌입?

경찰병력, 방송사 건물로비에 상주…영등포경찰서 “국가시설 보호차원” 해명

   
▲ 7일 오후 KBS 본관 앞 시청 앞 광장을 전경버스와 전경들이 가로막고 출입을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PD저널

최근 KBS 앞 촛불시위를 이유로 KBS 본관 및 신관 내부에 경찰들이 상주하고 있어 KBS 사내에서 이를 두고 비판하는 목소리들이 일고 있다.

현재 전의경 10여개 중대가 서울 여의도 KBS 본사에 상주하며 주변 인도는 물론이고 본관 1층 로비 시청자 광장과 신관 등을 점거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KBS의 청원경찰들이 소속된 안전관리팀 역시 KBS를 출입하는 방송출연자 등에 대해 평소보다 강도높은 신분 확인절차를 벌이고 있어  직원들과 KBS 방송출연자들까지 불만을 터트리고 있는 상황.

경찰은 지난 6일 열린 ‘방송장악·네티즌탄압반대범국민행동’의 촛불집회에 전·의경 21개 중대 약1500명의 병력을 동원해 KBS본관 앞 계단까지 원천봉쇄해 시민들의 통행 자체를 막았다.

최근 경찰의 조치에 대해 정연주 사장은 직원들의 통행을 위해 집회 시간 이외에는 전경차를 빼고, KBS 로비 등 건물내 경찰병력을 철수할 것을 간접적인 방법으로 요청했지만 이를 묵살한 것으로 전해졌다. 심지어 KBS의 청원경찰을 관리하는 안전관리팀 역시 정 사장의 요청을 이행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병력이 KBS 사내까지 점령하자 KBS 사내게시판에는 이를 비난하는 글들이 올라왔다.  7일 KBS 사내게시판(KOBIS)에 따르면 한 KBS 직원은 “요즘 사내를 돌아다녀보면 어딜 가든 경찰(전투복을 입은) 한 무리를 보는 것은 쉬운 일”이라며 “심지어 어떤 때는 KBS 주차장에 경찰 닭장차라고하는 버스와 지휘차가 주차 되어있는 경우도 있다. 회사에서 공식으로 요구하지 않으면 경찰이 구내까지 들어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 아닌가? 회사에서 공식적으로 요청한 사항인가?”라고 지적했다.

   
▲ 7일 오후 KBS 본관 앞 시청 앞 광장을 전경버스로 가로막혀 출입이 제한적으로 허용되고 있다. ⓒPD저널

그는 “요즘 같이 민감한 시절에 경찰들이 사내를 활보 하는 것도 좀 이상하다”며 “분명히 KBS 구내인 본관 광장 쪽 계단 위쪽에 경찰이 주둔하듯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도 이해가 가질 않는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직원은 “이런 상황이 있을 때마다 정복경찰과 사복경찰이 KBS내에 계속 머무르는 것이 정상적인 상황이냐”며 “대학 때 사복경찰들이 학교 내에 머무르던 기억이 난다. KBS 내부는 청경이, 외부는 경찰이 있어도 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KBS 안전관리팀 관계자는 “외곽경계를 하러온 전경들이 화장실 출입을 위해 방송국 안으로 가끔 들어오긴 한다. 하지만 통제구역 바깥쪽에서 있는 것이고, 전경들도 내부는 에어컨이 나오고 하니까 들어온 것”이라며 “경찰에게 가급적이면 돌아다니지 마라고 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정연주 사장이 KBS안전관리팀에 전달한 의견을 묵살했다는 데 대해 “안전관리팀이 독단적으로 영등포경찰서에 시설보호 요청을 하는 것이 아니라 경영본부장에게 보고하고 부사장의 결재를 받는 정상적인 절차를 거친다”면서도 “시위가 연일 계속되고 청원경찰은 130명밖에 안 돼 시위가 있을 때마다 요청하기가 어려운 노릇이고, 전경 차처럼 큰 차가 빠지고 다시 들어가기가 쉬운 일이 아니지 않냐”며 경찰에게 즉각적인 요청을 하지 않았음을 사실상 시인했다.

영등포경찰서 경비계 관계자는 “KBS는 국가1급 보안시설이라 KBS 안전관리팀 측에서 우리에게 시설보호 요청을 했기 때문에 거기에 있는 것”이라며 “우리가 일부러 들어가 있는 것도 아니고, 물 한잔 씩 먹으러 가는 건데 그런 식으로 얘기를 하면 어떻하냐”고 반문했다.

원성윤 기자 socool@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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