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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11 16:52

87년 6월이 시작한 민주주의, 촛불로 잇는다

6·10 항쟁과 촛불집회, 어떻게 봐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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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6월10일 그리고 2008년 6월10일. 10년이면 변한다는 강산이 두 번이나 바뀌었을 만큼 긴 세월인 21년이란 시간을 사이에 두고 민중은 똑같은 말을 외쳤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정부와 보수언론의 말도 똑같다. 87년 당시 대학생들이 군사정부의 종식과 민주정부의 수립을 주장하며 화염병을 들고 거리로 나섰을 때 “친북세력이 정부를 전복하려 한다”며 군홧발을 앞세웠던 정부와 “북괴의 위협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사회적 혼란이 계속된다면 국가의 안위가 위험하다”고 보조를 맞췄던 보수언론들은 21년이 지난 지금도 ‘배후론’에 열심이다. 또 87년 국민을 향해 최루탄을 발포했던 정부는 2008년 물대포를 쏘고 컨테이너 박스로 시위대를 막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87년 6월10일의 정신은 민주화 투쟁의 끈을 놓지 않은 이들과 이에 동의하는 국민의 뜻에 의해 독재 정권의 종식과 직선제를 이뤄냈다. 그렇다면 2008년 6월10일 화염병 대신 촛불을 든 대한민국의 민중은 무엇을 이루고 있는 것일까.

2008년 6월의 촛불 ‘민주화의 민주화 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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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홍구 성공회대 교양학부 교수는 2008년 6월의 민중이 ‘민주주의의 완성’을 이룰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 교수는 “87년 6월 항쟁은 책에서만 민주주의를 배운 이들이 이뤄낸 혁명인 반면, 2008년의 6월 항쟁은 민주주의란 것에 관심이 없었으면서도 당연히 누렸던 아이들이 정부의 반민주적 정책 결정으로 일상을 침해받자 이를 단호히 거부하며 진정한 민주주의를 요구하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민주주의 안에서 살아왔던 이들이 외치는 민주주의는 87년 6월 항쟁이 마련한 민주주의의 형식을 내용적으로 완성하고 좀 더 확실하게 민주주의를 정착시키는 변화를 이끌어 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홍성태 상지대 사회학과 교수는 “87년 6월 항쟁이 민주화 운동이었다면 작금의 촛불시위는 민주적으로 수립된 정부가 잘못된 정책을 펼치고 있는 것에 대해 시정을 말하는 것인 만큼 ‘제2의 6월 항쟁’이라는 표현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신 그는 “정부가 반민주적으로 국민의 생활을 위협하는 정책을 펼친다면 민주적 절차에 의해 수립됐다는 이유만으로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없음을 보여주고 있는 지금의 모습은 오히려 민주화의 심화를 요구하는 ‘민주화의 민주화 운동’이라 부를 수 있을 것”이라고 정했다.

정해구 성공회대 사회학부 교수도 “제2의 6월 항쟁이라기 보단 대의 민주주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때 나타나는 참여 민주주의가 항쟁의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본다”며 촛불집회가 참여 민주주의의 안착이란 형태로 승화될 것에 대한 기대를 전했다.

6·10 항쟁 21주년을 맞아 지난 10일 시민들이 100만 촛불대행진을 한 것과 관련해, 일부 언론은 “87년 6월 항쟁은 군사독재 정권을 종식시켜 민주정부를 세우자는 것이었는데 지금의 촛불은 민주절차를 거친 정부를 시위로 타도하자고 주장하는 만큼 6월 항쟁에 비유하는 것 자체가 6월 항쟁을 욕보이는 것”(6월10일 <헤럴드경제> 12면 사설 ‘87년 6월 항쟁을 욕되게 하지 말라’) 등의 비판을 전했다.

홍성태 교수는 “지금의 촛불시위를 ‘제2의 6월 항쟁’이라 하는 것에 동의하진 않지만 일부 언론의 그 같은 주장은 아전인수격의 웃기는 얘기”라면서 “민주적 절차에 의해 정부가 수립됐다는 것만큼 중요한 게 국민의 생활을 지키고 민주적으로 정책을 만드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지금 국민의 삶을 위협하는 정책을 강요하고 있다”며 “민주적 정부의 반민주적 성격이 드러난 것 자체가 심각한 문제이기 때문에, 대중이 지금 21년 전 6월의 항쟁을 떠올리는 것임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해구 교수도 “지금 국민이 이명박 대통령을 향해 물러나라고 외치는 것은 정권의 타도를 주장하기 위함이 아니다”라면서 “모름지기 대통령이라면 국민의 안전을 가장 먼저 지켜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을 뿐 아니라 이에 대한 요구를 무시하고 있기 때문에 (국민들이) 항의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정부와 일부 신문이 (국민의) 정권 퇴진 요구를 민주정부 타도로 해석한다면 아직도 사태의 본질을 꿰뚫지 못하고 있음을 방증하는 게 아니겠냐”고 탄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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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년 6월항쟁

“정치 스트레스 받은 국민, 쉽게 촛불 끄지 않을 것”

지금의 촛불을 제2의 6월 항쟁으로 볼 수 있는가에 대해선 견해를 달리하던 학자들도 2008년 전국을 밝힌 촛불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공고히 하는 역할을 할 것이며 그런 만큼 정부가 촛불의 요구를 계속해서 모른 체하고 지나갈 경우 쉽게 꺼지지 않을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진중권 중앙대 겸임 교수는 지난 10일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정부의 배신과 보수 언론의 새빨간 거짓말을 국민이 체험한 만큼 (정부가) 재협상 요구를 억누르고 지나갈 경우, 이것은 정치적 스트레스로 남아 차후 다른 이슈가 터질 때 또 다시 함께 터져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홍성태 교수는 “지금의 시위는 쇠고기 협상, 한반도 대운하 등과 같이 민주적인 절차를 거치지 않고 나와 내 가족의 삶을 위협하는 정부에 대한 불복종 운동인 만큼, 시간에 맡겨두면 저절로 포기될 게 아니다”라면서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쇠고기 재협상을 하고 여타 정책과 관련해 국민의 의견을 묻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강남훈 한신대 경제학과 교수도 지난 9일 밤 서울 시청앞 광장에서 열린 국민대토론회에서 “이번 촛불집회는 쇠고기 문제뿐 아니라 대리인들이 마음대로 주인을 배반하는 대의 민주주의 체제에 대한 국민적 저항인 만큼 계속될 수밖에 없다”며 촛불이 참여 민주주의로의 변화를 이끌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세옥 기자 kso@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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