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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5/13 16:47

다시 돌아온 MBC 휴먼다큐 〈사랑〉

17일부터 4일동안 연속 방송...'모성, 그 위대한 이야기' 주제


화제와 감동의 MBC 휴먼다큐멘터리 〈사랑〉이 2008년 5월, 다시 안방을 찾는다. 2006년 첫 방송부터 시청자들을 울리고 웃겼던 〈사랑〉은 어느덧 MBC의 대표적인 휴먼다큐멘터리 ‘브랜드’로 자리 잡아 매년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방송되고 있다. 그동안 〈사랑〉이 보여준 ‘사랑’의 모습은 죽음 앞에서도 무너지지 않는 고귀한 것이고(‘너는 내 운명’, ‘아내 김경자’), 장애를 뛰어넘으며(‘돌시인과 어머니’), 국적과 핏줄을 아우르는 것(‘뻐꾸기 가족’, ‘나는 사랑일까?’)이었다. 그렇다면 2008년의 사랑은 어떤 모습일까. 이번 〈사랑〉의 주제는 ‘모성, 그 위대한 이야기’다. 제작진의 말대로 “가장 순수한 사랑의 형태”인 모성을 키워드로 죽음과 장애, 입양가정 속의 벅찬 사랑이 화면을 채울 예정이다. 오는 17일부터 나흘 연속 방송될 〈사랑〉의 네 가지 이야기를 소개한다. 더불어 휴먼다큐멘터리의 세 번째 시리즈를 이어오기까지 〈사랑〉의 제작진이 했던 고민들도 담는다.



 
▲ 핏줄만 사랑일까? <사랑> '늦둥이 대작전' ⓒMBC

엄마의 약속(연출 김새별) / 17일 오후 10시 50분

안소봉(33) 씨는 지난 2006년 9월 21일, 딸 소윤이를 출산한 다음날, 사망선고를 받았다. 위암말기. 3개월 밖에 못 산다고 했다. 그러나 소봉 씨는 소윤이의 100일을 축하해주기 위해 필사적으로 병마와 싸웠고, 약속을 지켰다. 그리고 소봉 씨는 소윤이와 두 번째 약속을 했다. 돌잔치를 꼭 해주겠다고. 그녀는 마지막이 될지 모를 약속을 이룰 수 있을까.

소봉 씨의 기막힌 사연은 이미 지난해 〈사랑〉을 통해 방송됐다. 이번에 방송될 〈사랑〉은 어린 딸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죽음과 싸우는 소봉 씨의 2년간의 투병기록이자 사랑의 기록이다. 지난 9일 기자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엄마의 약속’에서 소봉 씨는 2007년에 비해 더 수척해지고, 머리도 많이 빠져 있었다. 그런 그녀가 소윤이 얘기만 나오면 눈을 번쩍 뜨고 다 죽어가는 몸을 일으켰다. 그렇게 위대한 소봉 씨의 모성을 카메라는 조용히 응시했다.

2008년의 ‘엄마의 약속’은 소윤이의 엄마인 소봉 씨뿐만 아니라 소봉 씨의 엄마까지 함께 바라 보았다. 소봉 씨의 엄마를 1인칭 화자로 설정해 두 모녀이자 두 엄마인 그녀들에게 귀를 기울인다. 소봉 씨 엄마보다 한참 젊은 탤런트 채시라의 내레이션이 조금 어색한 듯싶지만, 소봉 씨와 그녀의 엄마가 보여주는 지극한 사랑에, 소리도 못 내고 조용히 눈물만 쏟는 남편 김재문 씨의 안타까운 사랑에, 눈시울이 붉어지는 건 어쩔 수가 없다.

   
▲ '돌잔치까진 꼭 있어줄게.' <사랑> '엄마의 약속' ⓒMBC

늦둥이 대작전(연출 이근행)/18일 오후 10시 50분

여기, 한 가정이 있다. 흔히 입양을 하면 ‘배 아파 낳은 자식’과 ‘가슴으로 낳은 자식’들 사이의 불화를 우려하지만, 이 가정에선 자식들이 먼저 입양을 조르고 나섰다. 김충호 씨와 이연미 씨의 가정에서 먼저 입양을 원한 것은 딸 지혜(24)였다. 지혜는 아빠와 엄마를 반강제로 영아원으로 끌고 갔다. 시큰둥하던 아빠와 엄마는 영아원에서 6개월 된 아이 하람이를 보는 순간, 바로 ‘우리가 키워야 한다’고 결심한다. ‘너무 좋아 미치겠다’는 부부와 마치 애 엄마라도 된 듯 새 동생을 키우는 딸들. 충호 씨는 일이 끝나기 무섭게 집에 들어오고, 가정엔 웃음꽃이 피었다.

최근 부부는 아이를 또 입양하기로 결심했다. 하람이 때부터 입양을 극구 반대하던 외할머니를 설득, 아니 체념시킨 채. 그렇게 하준이가 이들 가족의 새 구성원으로 들어온다. 이  때부터 가정에는 또 다른 변화가 찾아온다. ‘늦둥이 대작전’은 본능이 아닌 그 자체로서의 사랑을 그린다. ‘자식을 향한 맹목적인 사랑이 과연 인간 보편에 대한 사랑으로 확장될 수 있을까?’란 질문을 던진다. 단순히 입양을 소재로 한 것이 아니라, 진화하는 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늦둥이 대작전’의 화두다. 하람이와 하준이를 둘러싼 이 가족이 만들어내는 경쾌한 리듬은 배우 박해미씨의 목소리로 전해진다.

울보 엄마(연출 김새별)/19일 오후 11시 10분

기구한 운명이 있다. 딸 둘, 아들 하나와 함께 사는 황정희 씨는 지난해 7월 별 생각 없이 찾았던 병원에서 덜컥 임파선 암 판정을 받았다. 하늘을 원망할 새도 없이 서둘러 치료를 시작하고 마음을 추슬렀는데, 청천벽력과도 같은 선고가 또 내려졌다. 이번엔 아들이다. 두 딸을 두고 몇 년을 기다린 끝에 얻은 막내아들 성윤이(7). 성윤이는 소아암의 일종인 신경모세포증 4시 진단을 받았다. 길어야 몇 개월, 수술조차 어렵다고 했다. 왜 몰랐을까. 어떻게 모를 수 있었을까. 정희 씨는 아들이 죽어가는 것도 몰랐던 자신을 원망하며 피멍이 들도록 가슴을 쳤다.

   
▲ '내가 아프다고, 네가 아픈 것을 몰랐구나...' <사랑> '울보 엄마' ⓒMBC
맨머리를 하고 병원에 나란히 앉아있는 두 모자. 기가 막히다. 그래도 성윤이는 언제나 쾌활하다. 자신의 맨머리보다 엄마의 맨머리를 더 신경 써준다. 초인종 소리가 들리면 힘차게 엄마를 불러댄다. 손님이 왔으니 머리에 두건을 쓰라는 뜻이다. 그렇게 서로를 위로하며, 격려하며 하루라도 더 살기 위해 애쓰는 모자의 지극한 사랑을 ‘울보 엄마’가 카메라에 담았다. 일곱 살 성윤이의 음성은 아역 배우 박지빈의 목소리로 전달된다.

우리 신비(연출 이근행)/20일 오후 11시 10분

보지 못하는 엄마와 점점 볼 수 없어지는 아빠의 숭고한 모성과 부성 이야기. 일본 도쿄의 한 맨션에 시각장애인 전영미 씨와 신경호 씨가 살고 있다. 그들에겐 2살짜리 딸 아이 신비가 있다. 부부 모두 신비의 얼굴을 알고 있지만, 눈으로는 완전히 본 적이 없다. 영미 씨는 5살 이후로 세상을 볼 수 없었고, 경호 씨는 일명 ‘터널시야’로 시야 각도가 5°(도)에 불과하다. 그마저도 컨디션에 따라 볼 수 있을 때가 있고, 없을 때가 있다. 그래서 그가 아내 영미 씨의 얼굴을 본 건 총 5번뿐이다. 신비의 얼굴도 이목구비를 하나씩 찬찬히 봐야만 한다.

이들의 장애는 일상생활을 조금 불편하게 하지만, 신비를 사랑하는데 있어서는 결코 장애가 없다. 그들은 눈으로 볼 수 없는 것들을 더 많이 보고 있다. 영미 씨는 점자책을 갖고 동경대 박사 학위까지 따냈다. 무엇보다 그들은 신비를 많이 사랑하고 있다. 볼 수 있는 엄마, 아빠들에 결코 뒤질 것이 없다. 신비에게 혼신의 사랑을 쏟고, 가정에 책임을 다하는 두 부부의 사랑을 ‘우리 신비’가 전한다. 내레이션은 영화배우이자 〈그것이 알고 싶다〉의 MC였던 정진영 씨가 맡는다.

제작진이 말하는 휴먼다큐 〈사랑〉
“극단적인 상황은 자신의 사랑을 돌아보게 한다”


세 번째 시리즈로 돌아온 휴먼다큐 〈사랑〉은 기존 작품들과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너는 내 운명’, ‘안녕, 아빠’를 잇는 전한 눈물과 감동은 여전하지만, 사랑을 사회적 맥락 속에서 들여다보고 정의하려는 시도는 새롭다. 〈사랑〉이란 브랜드 가치와 전통을 지키는 대신 사랑의 의미 확장을 꾀한 제작진의 고민의 결과다.

그러나 한편으론 여전히 ‘너는 내 운명’의 그늘을 못 벗어나고 있다는 느낌도 든다. 병원을 무대로,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는 이들의 이야기가 한편씩 빠짐없이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극단적인 상황을 보며 자신의 사랑을 돌아볼 수 있다”는 제작진의 말에 공감하지만, 이는 〈사랑〉 시리즈가 매년 새롭게 시청자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다.

지난 9일 MBC 경영센터 대회의실에서 있었던 〈사랑〉 시사회에서도 제작진의 고민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자신의 딸이 소윤이와 하루 차이로 태어나서 더 마음 아프게 느껴졌다는 김새별 PD(‘엄마의 약속’, ‘울보 엄마’ 연출)와 “사랑의 개인적인 차원이 사회적 맥락으로 확장돼야 한다”는 이근행 PD(‘늦둥이 대작전’, ‘우리 신비’ 연출), 그리고 김환균 〈사랑〉 책임 PD가 답한 내용들을 정리했다.

   
▲ <사랑>의 김새별(왼쪽), 이근행 PD ⓒMBC

-아이템이 좀 ‘독한’ 편이다.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나.

김새별 PD: 아이를 가진 부모라면 돈이 많든 없든, 자식이 클 때까지 옆에 있어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라는 걸 느끼면 좋겠다. 극단적인 상황을 보면서 내 상황은 굉장히 좋은 거구나, 하고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병마와 싸우고 있는 분들에겐 가혹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내 가족과 더 나누고 있는지를 돌아보며 생각하면 좋겠다.

-꼭 아픈 사람을 다뤄야 하나.

김환균 CP: 그 점에 대해서는 내부에서도 치열한 논쟁이 있다. 독한 사랑을 다루는 게 이야기를 끌어가기 쉬울 수 있다. 하지만 독한 사랑이 사랑의 전형인가 하는 의문은 가질 수 있다. 반면에 우리가 사랑이란 말을 쉽게 쓰는데, 한번쯤 스스로 물어보면 좋겠다. 아내를 향한 나의 사랑이 진짜 사랑인가, 나는 진짜로 자식을 사랑하고 있나, 하고. 이것을 증명하는 방법은 극단적인 상황으로 몰아보는 것 같다. 안소봉 씨 같은 경우라면 나는 저렇게 할 수 있을까? 그런 효과가 있다고 본다. 스스로 반성하고, 사랑이란 문제를 진지하게 돌아볼 수 있지 않을까. 독한 사랑이라고 해도 그 자체로 갖는 긍정적인 힘이 있다고 믿는다.

-소재의 폭을 넓힐 계획이 있나.

김환균 CP: 소재의 폭을 넓혀가는 것은 앞으로도 계속 해야 할 일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사람들에게 많은 각성과 반성을 주고, 더 큰 울림을 주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지금까지 추구해 온 본질적이고 보편적인 것들은 지켜나갈 거다.

-바라는 게 있다면.

이근행 PD: 사랑의 개인적인 차원이 사회적인 맥락 속에서 확장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방송도 그런 의도로 만들었다. 시청률을 생각했다면, 더 독한 아이템을 했을 거다. 여러분이 주시는 피드백이 차기 작품의 소재를 결정하고, 〈사랑〉 시리즈가 어떤 지향성을 갖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김환균 CP: 시리즈란 게 항상 내일의 운명을 잘 모른다. 〈사랑〉은 세 번째 시리즈까지 이어져오면서 브랜드 가치를 지니게 됐다고 생각한다. 5월이 되면 기다려지는 휴먼다큐멘터리로 어느 정도 각인된 것 같다. 적어도 5월에는 ‘사랑’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보면 좋겠다.


김고은 기자 nowar@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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