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 100회'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08/04/19 ‘무한도전’ 김태호 PD의 고민 (68)
  2. 2008/04/16 김태호 PD가 말하는 ‘무한도전’ 100회 (29)
2008/04/19 02:59

‘무한도전’ 김태호 PD의 고민

우리의 가장 큰 경쟁자는 바로 '무한도전'이다

MBC 〈무한도전〉의 김태호 PD는 지금 고민 중이다. 그것은 프로그램에 관한 것이기도 하고, 자신에 관한 것이기도 하다. 그 고민들을 원고지 몇 매의 기사에 담기란 어쩌면 무리였다. 그래서 〈김태호 PD가 말하는 ‘무한도전’ 100회〉에 이어 두 번째 기사를 준비했다.

같은 포맷에 게스트만 바뀌는 스튜디오 버라이어티에서 같은 출연자를 매주 다른 포맷과 아이템에 던져놓는 ‘리얼 버라이어티’의 원조 〈무한도전〉을 창조했고, 〈무한도전〉으로 ‘회사원’이 아닌 ‘셀러브리티’가 됐으며, 다시 〈무한도전〉 때문에 뜨겁게 고민하고 있는 김태호 PD. 그의 고민은 곧 현재 예능 프로그램들이 놓여 있는 지점을 설명하는 것이기도 하다.

100회를 맞은 지금, “앞으로 많은 욕과 비판과 싸워야 하고, 몇 번의 경사를 겪어내야” 또 다른 100회를 맞을 수 있다는 김태호 PD는 “하하가 올 때까진 어떻게든 하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매년 이맘때면 비집고 나오는, 떠나고 싶은 마음도 숨기지 않았다. ‘위기설’을 퍼뜨리는 언론에 대한 강한 불만도.

여전히 일주일에 이틀만 집에 들어가고, 이런 생활을 탐탁지 않게 여기는 고향에 계신 어머니께 “집에 있다”고 둘러댄다는 김태호 PD와 나눈 이야기들이다.

1. 〈무한도전〉에 관하여-“‘리얼 버라이어티’를 만들었으면, 틀을 깨는 것도 우리 역할이다”

-〈무한도전〉으로 2년 반이 훨씬 지났다. 돌아보면 어떤가.

(골똘히 생각하며)되게 짧았다. 한주 한주는 되게 길었지만. 어쩔 때는 내 생활이, 내가 없는 거 같아서 속상할 때도 있었는데, 앞으로도 바뀔 거라고 생각 안 한다. 원래는 6개월 정도 쉬면서 미국으로 프로그램 연수를 갈까 했다. 미국은 과연 어떤 시스템에서 일을 할까.  가서 좋은 게 있으면 돈을 주고서라도 받아들일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항상 예능은 포맷이 하나 나오면 다 같이 가고 또 같이 망하고, 그러지 않나. 이런 걸 반복하는 게 너무 싫었다. 지금 만약 〈무한도전〉 때문에 ‘리얼 버라이어티’가 어느 정도 됐다 싶으면, 이런 틀을 깨는 것도 우리의 역할인 것 같다. 그런 방법들을 찾아보고 싶어서 미국에서 무보수로라도 일하려고 원서도 내고 그랬다. 여름쯤 도전해봐야지 했었는데, 지금 상황으로선 안 될 거 같다.

-3주 연속 방송된 ‘인도편’으로 시청률이 많이 떨어졌는데.

‘인도편’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때는 아예 편집을 외주에 맡겼다. 시스템을 한번 바꿔볼까 싶어서. 그런데 호흡이 다르더라. 우리가 감수를 했는데 손으로 직접 대는 게 아니니까 느낌이 다르더라.

   
▲ <무한도전> 김태호 PD
그때 5월 방송을 준비하고 있었다. 종종 이렇게 하는데, 작년 여름에도 납량특집을 준비하다가 겨울에 벅차겠다 싶어서 12월 방송을 준비했다. 9월~10월엔 일부러 소프트한 걸 하면서. 이번에도 3월엔 소프트한 걸 했고, 100회 이후로는 한참 당겨야 할 타이밍인 것 같다. 조금 전에도 6월 방송에 대해 회의하다 나왔다. 12월에 나갈 방송도 조금 찍어둔 게 있다. 

항상 골치 아픈 게 그 주 방송만 채우고 싶은데, 매주 포맷이 같은 게 아니니까 많게는 8개에서 적게는 4개까지 동시에 준비를 하곤 한다. 그러다가 지금 3년째다 보니 지치는 기간이 보인다. 힘들고 그런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바이오리듬이 처지는 때가 9~10월, 3~4월 딱 그때다. 이때는 욕심 부리지 않고 소프트하게 가려고 한다. 그런데 기사들이 막 나오니까, 오기가 생겨서 한꺼번에 우르르 확 하기도 한다.

-〈무한도전〉이 위기라는 말까지 나왔다.

기사를 보니까 곧 있으면 부고 기사가 나겠더라. 우리가 내부적으로 느끼는 게 아닌데, 오히려 외부에서 압력을 준다. 우리가 왜 꼭 예능 1등을 해야 하고, 시청률 30%를 깨야 하나. 오히려 우리는 그런 부담 없이 일했는데, 밖에서 그걸 강요하고 반성해라 그런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토요일에 20% 넘은 것도 대단한 거 아닌가. 

가끔 속상할 때도 있다. 위기라는 기사가 나면 그게 하나의 팩트(fact)가 돼버린다. 그리고 그 팩트에서 또 다른 사실을 낳고 또 다른 생각을 낳는다. 〈무한도전〉이란 이름을 가지고 과소비가 되는 거다. 우리가 갖고 있는 이미지랑 전혀 딴판인 이미지를 만들어 놓는다. 요즘 정말 심각하다는 생각이 드는데, 결국 프로그램으로 보여줄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다.

-시청자들이 바라는 기대가 충족되지 않아서일까.

기대치는 각각 다르다. 마이너리티 느낌이 없다고들 하시는데, 우리가 마이너리티만 가기에 저희 프로그램에 관심을 갖는 분들이 너무 많으니까, 이 분들에게만 손을 흔들어 줄 순 없는 거다. 이쪽도 흔들어주고 저쪽도 흔들어주고, 신경 쓴다고 쓰는데, 이쪽에선 이쪽대로 아쉬워하는 거 같다.

우리가 3년이나 했는데, 잘하면 과연 관심 속에 끝날지, 지금처럼 폭발적이진 않더라도 〈전원일기〉처럼 장수하면서 길게 갈지. 정말 올해가 중요한 때인 것 같다. 끝까지 꾸준히 늙어가는 모습을 보여주면 좋겠다. 멤버들이 지금 40대를 바라보는 나이인데, 체력적인 한계가 올 수 있고 실생활 문제나 결혼 문제에 부딪힐 수 있는데, 이런 걸 잘 넘겨야 그 다음도 잘 넘을 거 같다. 지금 흔들리면 안 된다. 우리의 가장 큰 경쟁자는 〈무한도전〉이다.

2. 〈무한도전〉과 김태호 PD에 관하여-“나 때문에 〈무한도전〉이 흔들릴까 걱정이다”

-한 프로그램을 한 PD가 쭉 하는 경우는 드물다. 〈무한도전〉은 다른데. MBC 내부에서 김태호 PD가 아니면 안 된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건가.

그건 아닐 거 같다. 오히려 그게 더 닫힌 생각인 거 같다. 처음엔 이런 생각을 했다. 멤버들이 경력도 있고 하니까 〈베스트극장〉처럼 해야지, 생각했다. 1년씩 PD들이 돌아가면서 하는 거다. 원래는 파일럿 형태로 생각하고 진행해 왔는데, 지금 나와 프로그램의 연결고리가 너무 단단한 것처럼 생각을 한다. 나는 지금도 누가 후배가 와서 또 다르게 바꿔놓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 제일 많이 고민하는 거는, 내 바이오리듬과 프로그램의 바이오리듬하고 따라간다는 거다. 어쩔 땐 겁이 난다. 이러다 내가 슬럼프에 빠지거나 개인적으로나 감정적으로 흔들리면 같이 흔들리는 느낌이 나니까 무섭더라. 그래서 멤버들에게도 내가 오히려 프로그램에 악영향을 주는 상황이 생기지 않겠냐고 얘기한다. 그런 게 솔직히 겁나고, 스트레스가 된다.

-〈무한도전〉을 떠날 수도 있다는 뜻인가.

일단은 하하가 돌아올 때까지 하고 싶은데, 그때까지 할 수 있을지 없을지, 내가 할지, 〈일요일 일요일 밤에〉처럼 이름만 남고 다른 구성이 될지 모르겠다. 정체된 느낌이 싫다. 지금 하하가 빠진 상황에서 우리는 무척 흥분돼 있는데, 하하가 빠져서 좋다는 게 아니라, 뭔가 또 다른 변화를 줄 수 있을 거 같아서다. 그렇다고 서두르진 않을 거다. 누가 들어올 수도 있고 이렇게 갈 수도 있는 거고, PD가 바뀔 수도 있는 거고, 형식이 바뀔 수도 있는 거니까. 우린 정해놓고 하는 게 아니라 흐름을 본다. 그래서 요즘 재미있다.

100회 특집 촬영할 때 미국에서 기자와 PD들이 왔는데, 그들이 ‘너희는 6개월 방송하고  6개월은 재방송하냐’고 묻더라. 그래서 ‘매주 방송한다’고 했더니 깜짝 놀라더라. 어떻게 그렇게 하냐며. ‘대한민국 모든 PD들이 그런다’고 얘기하면서 시청률도 얘기하니까 ‘미국의 슈퍼볼 시청률이 매주 나오는데, 넌 돈 되게 많이 벌겠다’고 했다. 작년에 미국에서 누가 왔을 때도 ‘넌 대문에서 현관까지 차타고 다니겠다’고 하더라. 그래서 말했다. “월급쟁인데요.”

-억울하진 않나? 〈무한도전〉이 MBC의 효자 프로그램 아닌가.

아직 어린데 뭐. 예전에 점을 봤는데 돈이 안 모이고 새나간다고 하더라. 그래서 돈 욕심은 크게 없다.

   
▲ <무한도전>의 김태호 PD(사진에서 맨 오른쪽) ⓒMBC
-MBC뿐 아니라 케이블에서도 엄청나게 재방송돼서 수익이 꽤 됐을 거다.

지금은 많이 줄였다. 2년 동안 항의를 해서 지금 재방송은 30회인가 40회 밖에 안 할 거다. 그게 시청률에 힘 받을 때는 좋긴 하지만, 멤버들을 소모시키고 생명력을 짧게 하는 거지 않나. 당장 수익에 눈이 멀어서. 소모되는 게 싫어서 오히려 내가 적극적으로 막았다.

-자체 제작한 ‘무한도전 달력’도 엄청난 인기였는데.

항상 기회가 되면 많이 돌려 드리려고 한다. 올해도 돌려드릴 것들을 찾고 있다. 멤버들도 〈무한도전〉을 통해서 직간접적으로 경제적인 이익도 많이 봤으니까, 그런 것들을 돌려드리려는 거다.

3. 김태호에 관하여-“나는 회사원이지 셀러브리티가 아니다”

-2년 반을 쉬지 않고 달려왔으니 많이 지쳤겠다.

몇 주 전까지만 해도 우울증이 있었다. 난 도대체 뭘까. 어떻게 보면 내가 내 등에 짐을 지워놨구나, 이런 생각도 들고. 떠나고 싶은 마음이야 항상 있다. 도전하는 재미를 보면 어떨까. 사진, 디자인에 대한 생각도 해봤고, 별 생각 다해봤다. 서른 살 됐을 때도 크게 고민했는데, 미국 디자인 회사에 원서를 내기도 했다.

어찌 보면 방송이 적성이 아닌 것도 같다. 방송이 프로그램만 생각하면 되는 게 아니라 관계를 따져야 하는데, 그런 게 스트레스다. 난 프로그램을 재밌게 만들고 싶은건데, 관계에 대해 누가 간섭을 하거나 하면 그게 너무 힘들다. 그런 면에서 보면 난 한계가 여기구나, 이 직업은 내 적성에 안 맞아, 이런 생각도 든다.

막 ‘무한도전 김태호 PD’ 이렇게 기사 나오는 것도 불만이다. 나는 회사원이지 셀러브리티나 연예인이 되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어쩔 땐 매주 방송에 제가 비친다고, 출연 욕심이 있냐고 하는데, 녹화할 때는 나도 너무 재미있으니까 점점 다가가게 되는 거다. 그러면 카메라 감독님이 ‘뒤로 빠져’ 이러시고. 중간에 멤버들에게 이런 말을 치면 어떨까 하고 던지면 멤버들도 바로 맞받아쳐서 얘길 하기도 하는데, 그런 경우엔 내 말을 딱 빼면 매끄럽지가 않다. 내가 꼭 한 회에 한 번씩 출연하고 싶은 것처럼 생각하시지만, 그건 절대 아니다. 또 가끔 극장에 가면 알아보시기도 하는데 그 역시 불편하다.

-내성적인 성격인가.
 
원래 안 그랬는데 군대 가서 좀 변했다. 군대 가서 하도 많이 맞고, 대화할 사람이 없어서. 사람 많은데 있으면 멀미도 하고 그런다. 정적인 캐릭터로 좀 바뀐 편이다.

어제 친구가 그런 질문을 하더라. ‘너는 프로그램이 재미있어서 하니, 다른 사람들 실망시키고 싶지 않아서 하니?’ 그 말을 듣고 심각하게 고민했다. 느끼는 재미는 똑같은데, 그것에 대한 부담이 늘었고, 또 내가 뿌리치고 안 한다고 했을 때 당한 사람들의 느낌은 어떨까란 생각을 만만치 않게 하고 있더라. 주위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을까, 하는 갈등이 있다.

-취미생활을 할 시간은 있나.

요즘 제일 고민이 많은 게 나에 대한 시간이 너무 없다는 거다. 그래도 다행히 후배가 한명 더 늘고 해서, 토요일 새벽에 테이프를 넘기면 자막은 내가 안 하고 감수만 한다. 그래서 토요일과 일요일에 시간이 생겨서 DJ 하는 걸 배우려고 한다. 사진도 좀 해보고 싶다. 작년엔 첼로나 피아노를 하고 싶었고. 아직 어린데 정체돼 있으면 안 되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Trackback 4 Comment 68
2008/04/16 16:39

김태호 PD가 말하는 ‘무한도전’ 100회

“왜 계속 전교 1등을 해야 하나”

MBC 〈무한도전〉이 12일 100회를 맞았다. 여느 프로그램이라면 조용히 자축하고 넘어갔을 100이란 숫자. 그러나 〈무한도전〉의 100회는 안팎으로 요란했다. 〈무한도전〉은 단지 한 편의 프로그램이 아니기 때문이다.

〈무한도전〉은 예능프로그램이면서 예능프로그램의 유행을 창조하는 트렌드세터이고, 언제 어디서나 잘 팔리는 ‘상품’이며, 동시에 숱한 화제와 기사를 쏟아내는 이슈메이커이기도 하다. 2001년 MBC에 입사한 ‘회사원’ 김태호 PD는 〈무한도전〉을 모르는 사람까지 이름을 알 법한 스타가 됐다.

   
▲ 엄기영 MBC 사장이 지난 3일 '무한도전' 촬영장을 방문해 특유의 포즈를 함께 취하고 있다. 맨 오른쪽이 김태호 PD ⓒMBC
모든 것은 〈무한도전〉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이뤄졌다. ‘2퍼센트 모자란 평균 이하’의 여섯 명이 어떻게 대한민국 예능프로그램을 장악한 ‘거성’으로 성장했는지, 시청률 20%에도 어째서 위기설이 나도는 것인지 설명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쉽게 정의한다. 〈무한도전〉이 매너리즘에 빠졌다고, 초심을 버렸다고 못 박아 버린다.

그러나 모르는 소리다. 〈무한도전〉은 어제처럼 오늘도 계속해서 변화하고 있다. 물론 내일도 변할 것이다. 〈무한도전〉은 정박된 배가 아니라 항해중인 배이고, 끊임없이 꿈틀대는 유기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무한도전〉이 100회를 지난 지금, 〈무한도전〉의 어제를 돌아보고 오늘을 응시하며, 내일을 기대하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김태호 PD와 80분간 대화를 나누며 정리해 본 〈무한도전〉 100회, 그리고 또 다른 100회 이야기.

0-어제의 〈무한도전〉

시작은 〈무모한 도전〉이었다. 2005년 4월 23일 〈토요일〉에서 말 그대로 ‘무모한 도전’을 펼치던 프로그램이 〈무한도전〉의 시초였다. 이후 ‘무리한 도전’, ‘무한도전-퀴즈의 달인’을 거쳐 2006년 5월 6일 비로소 독립하며 〈무한도전〉의 역사를 새로 쓰기 시작했다.

   
▲ 김태호 PD가 '무리한 도전'에 합류하면서 '무한도전-퀴즈의 달인'이 탄생했다. 왼쪽에서 세번째에 앉은 이윤석이 빠지고 정준하가 '무한도전'에 들어왔다. ⓒMBC
‘국내최초 리얼 버라이어티’ 콘셉트를 내건 〈무한도전〉은 초반에만 해도 한자리수 시청률에 허덕이곤 했다. 그러나 MBC는 개편 때마다 〈무한도전〉을 살려뒀다. 유재석·박명수·하하·노홍철·정준하·정형돈 이 여섯 명의 캐릭터가 자리를 잡으면 ‘큰 웃음’이 터질 것을 짐작했던 까닭이다.

예상은 서서히 현실로 드러났다. 첫 번째 계기는 2006년 8월의 뉴질랜드 원정이었다. 더운 여름에 시원한 바다만을 찾던 여느 예능프로그램들과 달리 〈무한도전〉은 뉴질랜드로 원정을 떠났다. 그리고 여기서 드러난 각각의 캐릭터를 바탕으로 ‘친해지길 바래’, ‘일찍 와주길 바래’ 등의 시리즈로 흥행가도에 들어서더니 ‘패션쇼’, ‘무인도 특집’ 등을 거쳐 대한민국 최강 예능프로그램으로 등극했다.

그러나 지난해 3월 야심차게 준비한 드라마 ‘로맨스’가 혹평을 받는 등 고비도 있었다. 또 조금 느슨한 도전을 할라치면 어김없이 언론과 네티즌의 질타가 쏟아졌다. 시청자들의 취향에 따라 매주 방송마다 호불호가 크게 엇갈리기도 했다. 표절 시비는 때를 가리지 않고 불쑥불쑥 튀어나왔고, 급기야 정준하의 술집 접대부 고용 사건으로 〈무한도전〉은 ‘무빠’(무한도전의 극성팬을 지칭하는 말)들과 함께 숱한 안티를 거느리게 됐다.

100-〈무한도전〉은 위기인가 

〈무한도전〉의 어제와 오늘의 가장 큰 차이는 하하다. 하하는 지난 2월 16일 ‘게릴라 콘서트’편을 끝으로 군에 입대하며 〈무한도전〉을 떠났다. ‘리얼 버라이어티’ 만큼이나 중요한 콘셉트였던 ‘6인 체제’가 무너진 것이다. 공백은 생각보다 컸다.

   
▲ 지난해 12월 방송된 '댄스스포츠' 편은 시청자들에게 큰 감동과 웃음을 선사하며 호평을 받았다. ⓒMBC
“거 봐라. 하하의 고마움을 알겠지?” 김태호 PD의 말이다. 그는 “하하는 제작자의 마인드를 갖고 있어서 정말 고마운 멤버였다”며 “이제 조금씩 빈자리를 채워가려고 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그 와중에도 〈무한도전〉은 계속해서 추락하고 있다. 언론의 표현을 빌리면 그렇다. 하하의 입대 뒤 3주 연속 방송된 ‘인도 특집’편으로 시청률은 20% 초반까지 무너졌고, 3월 29일 ‘식목일 특사’편에선 20%에 겨우 걸치더니 지난 5일 19%대까지 하락했다. 인터넷에선 〈무한도전〉의 위기를 진단하는 기사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져 나온다. 김 PD의 말대로 “곧 있으면 부고가 나올 판”이다.

그는 말했다. “그동안 전교 1등을 했으니, 앞으로도 전교 1등을 해야 한다는 소린데, 왜 우리가 예능 1등을 해야 하나? 꼭 30%를 넘어야만 하나?” 그는 정작 〈무한도전〉 멤버들은 시청률이나 기사에 신경 쓰지 않지만, 위기설이 하나의 사실이 되고 이 때문에 시청자들이 흔들릴까 걱정이라고 했다. 그는 〈무한도전〉이란 이름이 과소비되는 현상을 우려하고 있었다.

‘인도 특집’이나 ‘식목일 특사’편의 함의를 몰라주는데 대한 원망도 있는 듯 했다. 김 PD는 지난 100회를 정리하고픈 마음에 ‘인도 특집’ 편집을 외주에 맡기는 희생까지 감수했고, ‘식목일 특사’편에선 사막에 나무를 심는다는 의미 외에 지구 온난화가 진행되다 보면 언젠가 물이 무기가 되는 세상이 올 것이란 경고를 전하고 싶었단다. 하지만 대다수 언론은 시청률 수치로만 〈무한도전〉을 판단하기 급급했다.

방송가에선 3~4월을 ‘죽음의 달’이라고 한단다. 지난해 이맘때도 그랬다. 그래서 〈무한도전〉은 3~4월에 소프트한 아이템을 다루고, 100회 이후로 고삐를 당길 계획이다.

200-그리고, 내일

〈무한도전〉은 지난해 50회 특집에서 100회를 기대했고, 이번 100회 특집에선 200회를 내다봤다. 그러면 200회도 이 멤버, 이 제작진 그대로? 답은 ‘알 수 없다’이다. 〈무한도전〉은 어떤 가능성에 대해서도 답을 열어뒀다. 지금의 ‘리얼 버라이어티’ 콘셉트나 5인 체제 혹은 6인 체제, 김태호 PD나 유재석, 박명수 등의 멤버까지도 모두 바뀌지 않으리라고 장담하지 않는다. 김 PD는 “아이템도, 구성도 중요하지만 시스템이 중요하다”며 “바꿔보려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 '무한도전'의 창조자, 김태호 PD
김 PD는 〈무한도전〉을 처음 시작하면서 이런 생각을 했단다. 〈베스트극장〉처럼 PD들이 돌아가며 연출하면 좋겠다고. 그는 “나와 〈무한도전〉의 연결고리가 단단하다고 생각하지만, 닫힌 생각일 뿐”이라며 “1년씩 다른 PD들이 연출하거나, 후배 PD들이 와서 프로그램을 바꿔놓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 PD의 말대로라면 〈무한도전〉은 200회에서 구성이나 형식이 바뀔 수도, 새로운 멤버가 들어올 수도 있다. “슈퍼주니어처럼 많은 인원이 따로 또 같이 활동하게 하고도 싶고, 2명씩 3명씩 활동하게 하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는 게 그의 말이다.

아이템의 변화도 짐작 가능하다. 김 PD는 올해 들어 사회적 책임을 생각하게 된다고 했다. 그는 “큰 주제를 더 크고 깊게, 고민할 건 같이 고민하고, 함께 방법을 모색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최근 그의 관심 분야는 지구 온난화와 대체에너지 등이다. 앞서 방송된 ‘대체에너지 특집’이나 ‘식목일 특사’편이 그에 대한 예고라고 생각하면 된다. 하지만 이 같이 묵직한 주제들을 공익적으로 풀 생각은 없다. 어떤 주제든 〈무한도전〉은 ‘도전’으로 푼다.

시청자 참여 유도 또한 〈무한도전〉이 고민하고 있는 숙제. 김 PD는 “〈무한도전〉은 이제 우리 꺼라고 우기기엔 시청자들이 깊이 관여하고 있다”며 “시청자들에게도 프로그램에 대한 책임감을 조금 나눠드리고 싶다”고 했다.

그는 덧붙였다. “지금처럼 폭발적이진 않겠지만 〈무한도전〉이 장수하는 길로 가기 위해선 올해가 정말 중요한 것 같다. 꾸준히 늙어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무한도전〉의 오늘과 내일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무한도전〉에 대한 사소한 궁금증

〈무한도전〉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은 화제를 만들어내는 프로그램임에 분명하다. 누가 게스트로 출연했는지, 지난 주 시청률이 얼마인지, PD의 패션은 어떤지 등 시청자들은 〈무한도전〉에 대한 모든 것을 궁금해 한다. 그 중에서도 사소하지만 너무나 궁금한 질문들을 던졌고, 김태호 PD가 답했다. 

-제7의 멤버는 개그맨 김현철?
김: 논의된 바 없다. 지금은 이 생각, 저 생각을 해보고 있다. 막내인 홍철이가 형이 되면 어떨까, 내가 형돈이와 준하 형의 중간 나이니까 내 나이쯤 된 멤버가 들어오면 어떨까, 하고 또 다른 그림을 그려보는 재미가 있다. 당분간은 하하의 빈자리를 남겨둘 생각이다.

-인기가 많아졌으니 출연료도 올랐나?
김: 처음에 비해 크게 변하진 않았다. 사실 우리 프로그램이 출연료를 좀 적게 주는 편이다. 하루 몇 시간 촬영하는 게 아니라, 1주일에 며칠씩 촬영하기도 하니까. 또 제작비도 큰 변화는 없다.

-멤버들이 CF에 많이 출연하고 있는데.
김: 처음엔 좀 막았다. 사람들은 연예인이 CF에 출연하면 절정이라고 생각하니까. 하지만 연예인이 돈 버는 걸 내가 막을 순 없지 않나. “찍지 마” 할 수도 없고. 다른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건 눈여겨보는 편이다. 두 사람의 관계에서 나올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을 소진시키는 것처럼 보일 수 있으니까… 그게 한계다.

-〈무한도전〉 티셔츠와 모자를 구입할 수 있나?
김: 조만간 MBC 기념품 판매 숍에서 구입할 수 있을 것 같다. MBC 기획조정실과 얘기를 마쳤다. 〈무한도전〉의 로고는 아는 사람에게 부탁해서 직접 제작했고, 이를 새겨 넣은 모자와 티셔츠 등 그동안 제작한 아이템만 10개가 넘는다. 언제까지 방송사가 광고를 팔아먹고 살 순 없지 않겠나. 비즈니스 마인드를 방송에 연결해 캐릭터 사업을 펼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김고은 기자 nowar@pdjournal.com


사용자 삽입 이미지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Trackback 0 Comment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