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에 해당되는 글 2건
- 2008/06/02 사이클론 강타 미얀마, 제 2의 피해 우려
- 2008/05/14 [PD의 눈] 아이 엠 붓다 (6)
|
지난 5월 2일, 시속 200km의 사이클론 나르기스가 미얀마 남쪽 해안가를 덮쳤다. 이로 인해 약 14만 명의 사망․실종자와 250여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사이클론 발생 5일째 되던 날, 우리는 미얀마 땅을 밟을 수 있었다. 세계적인 전원도시이자 옛 수도인 양곤은 큰 피해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군인들의 복구 작업으로 기능을 조금씩 회복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전기와 물은 공급되지 않고 있었다.
우리는 피해가 제일 많은 지역이라고 알려져 있는 이와라디(Ayeyarwadd)도의 삼각주 지역 라뿌따(Labutta)로 향했다. 현지 안내인과 운전기사조차도 동행을 거부한 곳이었다. 이 지역에선 주민 약 18만 명 중 약 10만 명 이상이 사망하거나 실종됐다. 모든 통신과 전기 또한 마비된 상태였다.
평시에도 외국인의 출입이 통제된 라뿌따는 사이클론의 최대 피해를 입었기 때문에 미얀마 군정이 외국인의 출입을 철저하게 통제했다. 그곳에 들어가는 외국인에게는 안전을 보장 할 수 없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 ▲ 지난달 23일 〈W〉에서 방송된 미얀마 사이클론 피해의 처참한 실태. 나현태 PD는 두렵기까지 했다고 했다. ⓒMBC | ||
배를 타고 조금 벗어나자마자 악취가 나기 시작했다. 여기 저기 떠있는 시신들을 발견 할 수 있었다. 마을의 흔적은 찾을 수 없었고, 보이는 것은 방치된 채 부패되어 가는 시신들뿐이었다. 충격 그 자체였다. “처음에 왔을 때는 시신이 너무 많아서 대나무로 치우며 뱃길을 냈어요.” 현지 안내인은 대부분의 시신들이 강바닥에 가라앉았으며, 그나마 보이는 시신은 기름이 없어서 화장을 못해주고 있다고 전했다.
촬영을 더 이상 할 수가 없었다. 안타까웠다. 간혹 살아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발견 할 수 있었다. 우리 같으면 땅을 치며 통곡을 할 것 같은데 그들은 울지 않았다. 이미 너무 울어서 눈물이 말랐든지, 아니면 아직도 현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인지 할 말을 잃은 얼굴들이었다.
아들, 딸 손자들을 모두 잃은 노인… 아이를 목마 태운 채 야자수를 안고 살갗이 벗겨지는 줄도 모르고 태풍을 버티다 결국 아이 셋을 모두 잃은 여인… 부모를 다 잃고 역시 부모를 잃은 사촌동생을 돌보고 있는 9살의 여자아이….
사이클론의 피해는 이것으로 끝날 것 같지 않아 보였다. 구호 물품 부족으로 인해 피해가 더욱 커질듯 보였다. 굶주림과 추위뿐만 아니라 늦장 구호로 인해 곳곳에 부패된 시신과 오염된 식수, 복구되지 않은 집들, 그리고 우기로 접어든 날씨는 집단 설사와 콜레라 뎅기열 등 전염병 노출에 무방비 상태였다. 곧 2차 재앙을 부를 수 있는 상태인 것이다.
| ▲ 미얀마 사이클론의 최대 피해지역인 라뿌따를 취재한 나현태 PD | ||
이후 라뿌따로 향하는 길은 원천봉쇄 됐으며 출입증을 지닌 사람들만이 허용된다는 소식을 들었다. 또 안내인과 운전기사를 포함한 제작진이 만났던 모든 사람들이 군정 당국으로부터 조사를 받았으며 취재했던 캠프의 모든 이재민들은 다른 캠프로 옮겨졌고, 마음을 아프게 했던 9살 여자 아이 역시 정부 캠프로 옮겨졌다고 했다.
그곳을 빠져 나왔던 날은 바로 미얀마 군정의 영구 집권을 위한 신헌법 찬반 투표가 있던 날이기도 했다.
'미디어이슈' 카테고리의 다른 글
| “KBS를 권력 예속화하려는 시도를 멈춰라” (0) | 2008/06/02 |
|---|---|
| “방패에 찍히고, 물대포 충격 후유증까지” (4) | 2008/06/02 |
| PD수첩 제작진 ‘이달의 기자상’ 수상 (0) | 2008/06/02 |
| 이명박 취임 100일만에 지지율 10%대로 급락 (0) | 2008/06/02 |
| 경찰 무차별적 과잉대응, 기자도 수난시대 (1) | 2008/06/02 |
| 사이클론 강타 미얀마, 제 2의 피해 우려 (0) | 2008/06/02 |
| ‘한겨레 21’ 촛불집회 무료 특별판 ‘불티’ (0) | 2008/06/02 |
| ‘성난 민심’ , 청와대 코앞까지 (0) | 2008/06/01 |
| 촛불문화제에 배후 있다고? 배후는 바로 “국민” (1) | 2008/05/31 |
| KBS ‘소비자 고발’ 광우병편 인터넷 '후끈' (1) | 2008/05/31 |
| 동의대, 신태섭 KBS 이사 징계절차 착수 (0) | 2008/05/31 |
60만개의 불상이 모셔져 있다는 미얀마의 한 사원. 그 곳의 불상들은 순박하고 유치했습니다. 예술적이라거나 고상하거나 세련된 구석이라곤 없었습니다. 사원 여기저기 기도하는 사람들 틈에서 우리 일행이 탄 차를 운전하는 청년을 발견했습니다.
그는 운전을 하다가도 사원을 지나치면 합장을 하곤 해서 가슴을 철렁하게 했었습니다. 불상 앞에서 청년은 오래 이마를 땅에 대고 만트라를 외고 있었습니다. 사원을 나오면서 무슨 기도를 그렇게 열심히 했냐고 물으니까 청년이 머뭇거립니다. 그는 떠오르지 않는 영어를 한참 찾다가 겨우 한 마디를 내놓습니다. 아임 붓다. 나는 웃으며 말을 고쳐 주었습니다. 유민 유아 부디스트. 청년은 알아들었는지 어떤지 그냥 멋쩍게 웃습니다.
미얀마는 예상보다 더 가난했습니다. 10살도 안 된 아이들이 동생을 업은 채 염소를 몰고 나무를 하고 물을 긷고 마을입구 찻집에서 밀크티를 팝니다. 미얀마는 군부독재국가입니다. 비밀경찰이 횡행하고 정부를 비판하면 그 사람은 물론 가족까지 쥐도 새도 모르게 잡혀 들어간다고 합니다.
한편 미얀마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명상수행처들이 있는 곳입니다. 가부좌를 틀고 앉아 45분간 격렬하게 코로 호흡하고 이후 45분 이상 몸의 고통을 관찰하는 혹독한 수행으로 유명한 순룬센터. 우리가 방문했을 때, 스님들의 수보다 휴일을 이용해 방문한 일반인들이 더 많았습니다. 남자들뿐만 아니라 20대의 여인들, 그리고 80세는 족히 되어 보이는 할머니들도 대열 한쪽에 앉아 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습니다. 넓은 명상홀을 가득 채운 그들이 격렬하게 호흡하는 통에 마룻바닥에 진동이 느껴졌습니다.
미얀마에서 돌아와 오래지 않아 그곳에 엄청난 태풍이 몰려와 10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죽었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군부는 태풍이 오고 있다는 소식을 국민에게 제대로 알리지도 않았고 재해에 대한 아무런 대책도 없었습니다. 참사이후 국제사회 자원봉사인력의 입국을 허락하지 않았으며 유엔에서 보낸 구호물품에 군부장성들이 자기 이름을 써넣어 나누어 주었고 군부의 영구독재를 위한 개헌투표에 찬성표를 던지는 사람에게만 구호물품을 허락했다는 뉴스도 들려옵니다.
미얀마를 다녀온 저로서는 많은 사람들의 안부가 걱정스럽습니다. 명상센터에서 90분간의 고통을 감내하던 할머니와 걷기 수행하던 사람들. ‘나는 부처입니다’라고 말했던 청년. 그들은 인간의 삶이 본질적으로 취약하고 무상하며 분노와 폭력으로는 이 근원적인 고통을 끝낼 수 없다고 믿는 사람들입니다. 그런 생각 때문에 지지리도 가난하고 재해대책도 없으며 극악무도한 군부독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걸까요?
![]() |
||
| ▲ 최근영〈KBS 스페셜〉PD | ||
그들에 비하면 지지리도 풍족하나 항상 부족하며 많은 보험료를 내고 있지만 여전히 불안하고 돈과 욕망과 마음의 독재에서 벗어나지 못해 하루에도 몇 번씩 마음속에서 전쟁을 치르는 저로서는 선뜻 그렇다고 대답할 수가 없습니다. 나는 그저 ‘너는 부처가 아니라 불교신자야’라고 고쳐주고는 약간 우쭐한 감정이 솟구쳐 오르는 그 정도의 사람일뿐이니까요.
'오피니언' 카테고리의 다른 글
| [큐칼럼] 다시 뜨거운 6월을 맞이할 것인가? (0) | 2008/06/05 |
|---|---|
| 정연주 KBS 사장 퇴진의 역설 (0) | 2008/05/28 |
| “광우병 괴담의 진원지는 정부 아니었던가” (3) | 2008/05/27 |
| 촛불집회의 진화, 시가전 그리고 민주주의 (0) | 2008/05/27 |
| 예정된 실패 (1) | 2008/05/21 |
| [PD의 눈] 아이 엠 붓다 (6) | 2008/05/14 |
| [기고] 남북 언론인대표자 회의에 다녀와서 (0) | 2008/05/14 |
| 광우병 수렁에서 빠져나오려면 (0) | 2008/05/14 |
| 포털 댓글 삭제 하루만에 말 바꾼 방통위 (0) | 2008/05/09 |
| ‘돈벌이 방송’만 살찌우는 방통위의 규제완화 정책 (0) | 2008/05/07 |
| [PD의 눈] 정치적 반대 (5) | 2008/05/07 |


Prev
Rss Fe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