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에 해당되는 글 7건

  1. 2008/09/04 방통위에겐 ‘언론’으로서의 방송은 없다?
  2. 2008/08/18 방송 이어 인터넷 재갈물리기 본격화?
  3. 2008/08/13 신문은 맹공, 방송은 만사태평
  4. 2008/07/02 다시보는 강동순 녹취록과 한나라당의 언론장악
  5. 2008/06/26 [방송 따져보기]분열과 적대의 공론장
  6. 2008/06/25 방송·인터넷 재갈물리는 ‘공안정국 2.0’
  7. 2008/05/14 광우병 전쟁 20년, 영국에서 배운다 (5)
2008/09/04 15:06

방통위에겐 ‘언론’으로서의 방송은 없다?

대통령 업무보고서 종합편성·보도PP 확대, 민영미디어렙 추진 계획 밝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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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통위가 4일 대통령에게 보고한 내용들 중 상당수는 방송을 언론이 아닌 일자리 창출 등을 위한 산업 동력으로만 바라보고 있다는 점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사진은 최시중 방통위원장.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시중, 이하 방통위)는 4일 오전 서울 세종로 방통위 청사에서 대통령 업무보고를 진행하고 방송통신산업 신성장 동력 육성을 통해 향후 5년 간 29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이 기간 동안 서비스·기기·소프트웨어 등 우리나라 전체 방송통신산업의 생산액을 116조 이상 늘어나게 하겠다고 공언했다.

방통위는 특히 내달 상용 서비스를 개시할 예정인 IPTV 등과 같은 방송통신서비스 분야의 생산규모를 연평균 6.8% 성장시켜 21조 4000억원으로 끌어올리고, 이를 통해 청년층이 좋아하는 양질의 일자리 4만개를 더 창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방통위는 이를 위한 중점 추진과제로 △방송과 통신의 융합 선도 △방송서비스 시장 선진화 △통신서비스 투자 활성화 △해외진출 및 그린 IT 확산 등을 제시했다.

또한 방통위는 이날 업무보고에서 와이브로 음성통화 허용 검토와 인터넷전화 번호이동제 등을 시행해 통신시장 투자를 촉진하는 한편, 800㎒와 900㎒ 대역의 우량 이동통신 주파수를 회수·재배치, 내년 중 신규·후발 사업자에게 우선 배분한 뒤 서비스 준비를 거쳐 2011년 6월부터 사용토록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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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통위가 대통령 업무보고를 위해 마련한 25페이지 분량의 ‘방송통신 선진화를 통한 신성장동력과 일자리 창출 방안’ 보고서.


산업 동력으로서의 방송만 존재…종합편성·보도PP 확대, 민영미디어렙 도입

그러나 방통위가 이날 대통령에게 보고한 내용들의 상당수는 방송을 언론이 아닌 일자리 창출 등을 위한 산업 동력으로만 바라보고 있다는 점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PD저널 573호 참조)

실제로 방통위가 이날 업무보고를 위해 마련한 25페이지 분량의 ‘방송통신 선진화를 통한 신성장동력과 일자리 창출 방안’ 보고서에선 방송계가 현재 거센 반발을 전하고 있는 미디어 관련 법제들에 대한 강행 의지를 분명하게 읽을 수 있다.

실례로 보고서의 ‘방송서비스 시장 선진화’ 항목을 보면 방통위는 “엄격한 소유·겸영 규제로 신규 투자 및 인수합병에 의한 성장이 제한당하고 있다”는 현실 인식 하에 △지상파 및 종합편성·보도전문 PP에 대한 대기업 진입제한 기준의 완화(3조원→10조원) △케이블 방송 사업자간 겸영규제 완화 △미디어 간 교차소유 허용을 통한 미디어 산업 활로 개척 등을 추진 과제로 꼽았다.

이와 관련해 방통위는 “적정 범위 및 시기 등에 대한 여론수렴을 거쳐 사회적 합의에 따라 보도·종합편성 PP 겸영범위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하겠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허가를 받은 종합편성 PP는 없고 YTN과 MBN만이 보도전문 채널로 기능하고 있다. 현재 방통위는 이들 내용을 골자로 한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추진 중이다.

방통위는 또 보고서에서 “81년부터 한국방송광고공사(사장 양휘부, 이하 코바코)가 지상파 방송광고 판매대행을 독점해 방송광고가치가 저평가되고 연계판매 등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지역·종교방송에 대한 보완책을 마련하면서 2009년 12월까지 민영 미디어렙 신설로 경쟁체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방송광고정책의 일원화를 위해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코바코의 관리감독 체계를 재정립하겠다”고 공언했다.

방통위는 이 같은 방송광고시장을 경쟁체제로 전환함에 따라 전체광고시장이 활성화돼 연평균 성장률이 현재 4%에서 5.2%까지 늘어날 것이라 전망했다. 방송광고 시장 역시 6% 정도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광고수익 증대로 디지털 전환이 촉진되고 방송콘텐츠에 대한 투자도 확대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밖에도 △지상파·위성 DMB의 지분제한 완화 및 TV 채널 수 규제 완화를 통한 경영 개선 지원 △신규 영어FM 도입 △자체 콘텐츠 제작·유통활성화 및 경영효율·생활권을 고려한 방송권역 광역화 유도를 통한 지역방송 활성화 정책기반 마련 등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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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론사유화 저지 및 미디어 공공성 확대를 위한 사회행동은 방통위의 대통령 업무보고가 진행된 이날 오전 9시 30분 방통위 앞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언론노조

“업무보고 허울 쓴 방송장악 음모일 뿐…이젠 행동으로 대응 하겠다”

방통위의 업무보고 내용을 접한 방송인들과 언론·시민단체들은 “그간 방통위가 보여왔던 행보대로다”라며 “업무보고의 허울을 쓴 거대한 방송장악 음모가 구체적 실천계획으로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언론사유화 저지 및 미디어 공공성 확대를 위한 사회행동(이하 미디어행동)은 방통위의 대통령 업무보고가 진행된 이날 오전 9시 30분 방통위 앞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스스로 독립을 저버리고 대통령에 대한 업무보고에 나선 방통위가 ‘방송통신 선진화를 통한 신성장 동력과 일자리 창출방안’이란 제목을 달고 방송과 산업을 시장에 던져 넣어 재벌 대기업에 안겨줄 요량이다”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방통위의 존립 근거인 방통위 설치법 제1조에 명시돼 있는 방통위는 방송의 자유와 공공성 및 공익성을 제고해야 하며, 방통위의 독립적 운영을 통해 국민의 권익보호와 공공복리 증진에 이바지해야 함이 마땅하다”며 “대통령에게 업무보고를 할 게 아니라 추진하려는 모든 내용을 모든 국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해 사회적 합의를 충실히 반영한 다음 실행하면 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방송의 공공성과 공익성은 안중에도 없이 친구 동생인 대통령과 정권 지지 세력만을 위한 온갖 계략을 획책하고 있는 최시중 방송통제위원장은 더 이상 방송을 더럽히지 말고 자숙하는 심정으로 당장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여한 전국언론노조 SBS본부 심석태 본부장은 “오늘 방통위의 업무보고 후 방송·언론의 자유에 어떤 상황이 펼쳐질 지 불 보듯 뻔하다”며 최시중 위원장의 사퇴를 거듭 촉구했다.

언론노조 MBC본부 박성제 본부장도 “방통위 업무보고는 어떻게 하면 방송으로 하여금 독립성을 상실케 해 MB(이명박 대통령)를 위한 방송을 만들지를 고민하는 자리에 다름없다”며 “방송 노동자들은 더 이상 이런 기자회견이나 집회가 아닌 총파업이란 행동으로 정권의 방송장악 음모를 무너트리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한편, 이날 대통령 업무보고에 방통위 측에선 최시중 위원장을 비롯해 송도균 부위원장, 이경자·이병기·형태근 상임위원, 이명구 기획조정실장 등이 참여했으며, 청와대 측에선 박재완 국정기획수석과 박형준 홍보기획관, 이동관 대변인 등이 나왔다.

김세옥 기자 kso@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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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8/18 17:54

방송 이어 인터넷 재갈물리기 본격화?

정부·여당, ‘신문법 개정’, ‘인터넷 본인확인제 확대’ 하반기 법제화

여권이 촛불 정국 이후 논의해 온 인터넷 포털 규제책이 오는 9월 정기국회에서 본격적인 법제화 작업으로 이어질 예정인 가운데, 정권의 공영방송 장악 논란에 이어 ‘인터넷 여론 재갈 물리기’ 논란 또한 거세질 전망이다.

정부 여당이 정기국회에서 인터넷 포털을 언론으로 규정하는 것을 골자로 한 신문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시중, 이하 방통위)가 방통위원들 사이에서도 여전히 논란이 있는 ‘인터넷 본인확인제’의 효과 제고를 주장하며 이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정보통신망법 시행령 개정안을 10월 국무회의에서 통과시킬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포털 잡는 신문법 개정?= 정부 여당이 오는 9월 정기국회에서 인터넷 포털을 언론으로 규정, 포털 뉴스 서비스에 게재된 게시글의 내용에 대해 언론중재 규정을 적용하는 방향으로 신문법을 개정하겠다고 밝혀 논란이다.

정부 여당이 추진하는 신문법 개정의 핵심은 뉴스를 서비스하는 인터넷 포털을 기존 신문법이 규정한 언론영역에 포함시키는 것이다. 이 경우 포털 뉴스 서비스에 게재된 게시글로 인해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자는 언론중재위원회를 통해 언론 중재 요청이나 법적 소송 등을 제기할 수 있게 된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함께 최근 당정회의를 통해 이 같은 방안을 마련하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한 나경원 한나라당 제6정책조정위원장은 18일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이 같은 내용의 신문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한 배경과 관련해 ‘포털의 요구 때문’이라는 이유를 내세웠다.

나 위원장은 “약 1개월 전에 포털업계 대표들과 간담회를 했는데 (당시) 포털이 일부 뉴스 보도 기능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신문법이나 언론중재법의 적용을 받고 있지 않으니, (포털도) 언론중재법의 적용을 받게 해달라는 요구가 많이 있었다”고 말했다.

나 위원장은 “(인터넷 포털이) 사실상 뉴스 기능을 하는 경우엔 다른 매체와의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서라도 신문법이라든지 언론중재법의 적용을 받음으로써 책임질 부분은 책임지고, 언론으로 인정받음으로써 조금 더 자유로워질 수 있는 부분이 있기에 (포털의) 의견들을 수렴, 결정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또한 “일간 신문·뉴스 통신사·인터넷 신문 등 매체 중심으로 할 게 아니라, 책임을 지거나 규율해야 할 부분은 기능 중심으로 하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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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 여당이 오는 9월 정기국회에서 포털 뉴스 서비스에 게재된 게시글의 내용에 대해 언론중재 규정을 적용하는 방향으로 신문법을 개정하겠다고 밝혀 논란이다. 정부 여당이 촛불여론의 진원지라 비판해온 포털 사이트 다음 아고라 메인 페이지 ⓒ다음 화면캡쳐

그러나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들은 ‘포털 잡는 신문법 개정’이라며 인터넷 포털을 언론의 범주에 넣으려는 정부 여당의 의도를 의심하고 있다.

최재성 민주당 대변인은 18일 국회에서 진행한 현안 브리핑에서 “언론은 장악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며, 특히 포털은 정권에 의해 좌지우지될 수 있는 경직된 단위가 아니다”라고 주장하며 정부 여당의 신문법 개정 방침을 비판했다.

최 대변인은 “포털은 민심의 바다이자 정보의 세계로, 이것을 권력의 입맛에 맞게 좌지우지하겠다는 발상은 매우 위험한 것”이라면서 “여론을 잠시 침묵하게 만들 수는 있어도 영원히 길들일 순 없다”고 잘라 말했다.

김석수 창조한국당 대변인도 “정부 여당이 추진하는 신문법 개정은 (정권에 대한) 누리꾼들의 비판을 봉쇄하기 위해 끊임없이 행하고 있는 언론장악 발상 중 하나로 공영방송에 이어 온라인 여론까지 입맛대로 길들이려는 속셈”이라고 비판했다.

김 대변인은 “최근 현안들에 대한 여론형성에 인터넷 여론이 영향력을 발휘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국민의 자발적 참여가 선행됐기 때문이라는 점을 정부 여당은 인식해야 할 것”이라며 신문법 개정 추진의 중단을 요구했다.

■상임위원들 이견 속 본인확인제 확대 밀어붙이나= 방통위도 오는 10월 중 국무회의 의결을 통해 본인확인제 확대를 골자로 한 정보통신망법 시행령 개정안을 공포할 예정이다. 정보통신망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내년 1월부터 본인확인제 대상을 현재 하루 20만 명 이상이 이용하는 인터넷 언론 사이트와 30만 명 이상의 포털 사이트에서 10만 명 이상이 이용하는 모든 웹사이트로 확대할 계획인 것이다.

그러나 지난 14일 방통위 전체회의에선 이와 관련해 상임위원들 의견조차 충분히 조율되지 못했다.

야당 추천 상임위원인 이병기 위원은 “표현의 자유 등과 관련한 기우는 없어진 게 맞나. 효과가 있긴 한가”라고 문제를 제기한 반면, 임차식 이용자네트워크국장은 “본인확인제 도입 결과 악성 댓글 자체는 크게 줄지 않았다.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하진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여당 추천 상임위원인 형태근 위원도 본인확인제 확대를 긍정했다.

반면 야당 추천 상임위원인 이경자 위원은 “실명 악성댓글 감소효과가 2%에 불과하다는 것은 법을 아무리 강화해도 현실효과가 크지 않다는 증거”라며 “결국 인터넷 공간을 어떻게 문명적으로 활용하느냐 문제는 시민윤리가 향상되지 않으면 안 된다. 실명제 확대는 글로벌 스탠더드에선 흔하지 않은 것”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나 방통위 실무진은 지난 7월 24일 관련업계 간담회, 지난 8일 공청회에서 두드러진 반대는 없었다고 전하며 예정대로 10월 중 국무회의 의결을 통해 본인확인제 확대를 위한 정보통신망법 시행령 개정을 공포하겠다는 방침이다.

한편, 지난 8일 방통위 공청회에 참여한 토론자들은 “현재의 본인확인제가 시행된 지 1년도 지나지 않아 확대의 필요성이 정부에 의해 하향식으로 전환되는 것에 대해 정당성을 찾기 힘들다”(홍승희 원광대 법대 교수), “본인확인제 취지에는 적극 공감하나 검증된 게 없다”(성동진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차장) 등 비판적 견해를 다수 전한 바 있다.

김세옥 기자 kso@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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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8/13 16:28

신문은 맹공, 방송은 만사태평

[보도비평] 정권의 KBS 장악 관련 신문·방송 보도

방송-올림픽에 뒷전, 대립·공방만 부각

KBS 사태와 관련한 방송 3사의 보도는 표면적인 사실 전달에만 치우쳐 소극적이다 못해 소심하다는 인상마저 준다. 방송 뉴스는 KBS 사태를 감사원과 KBS, 이사회와 KBS 측 주장을 기계적 균형에 따라 보도하거나, 정연주 사장 퇴진을 찬성하는 세력과 반대하는 세력을 대립적으로 묘사하고, 여야 간 격렬한 공방을 전달하는 수준에 그쳤다는 지적이다. 특히 베이징 올림픽 개막 이후, 관련 보도가 손에 꼽을 정도로 줄어들어 정권의 KBS 장악 시도가 올림픽 열기에 묻혀버리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감사원의 KBS 특별감사는 정연주 사장 퇴진을 주장해 온 보수단체들의 국민감사 청구로 시작되고 통상 목요일에 열리는 감사위원회를 화요일로 앞당기면서까지 속전속결로 무리하게 진행돼 ‘올림픽 전 정연주 사장 해임’ 시나리오에 끼워 맞추려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그러나 이에 대한 따끔한 비판은 찾기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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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 11일 KBS '뉴스9' 보도 ⓒKBS
KBS가 지난 5일 “감사원은 감사 착수에서 위원회 의결까지 통상 넉 달 이상 걸리는 과정을 KBS 감사의 경우는 두 달 만에 처리했다”는 정도로 언급하고, MBC도 같은 날 “이번 감사는 보수단체들의 청구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통상의 감사보다 빨리 처리되고 검찰의 출국금지와 시기적으로 맞물려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고 지적한 게 전부다. SBS는 이 같은 언급마저도 전혀 없이, 감사원의 결정과 향후 이사회 등의 절차만을 전했을 뿐이다.

지난 8일 KBS 이사회가 공권력을 투입해 정 사장 해임 건의안을 통과시키자, 보도 분위기는 다소 바뀌었다. KBS는 앵커 멘트를 통해 “국민들의 눈과 귀가 베이징에 쏠린 오늘, 국민의 방송 KBS에 경찰병력이 투입됐다”며 날을 세웠고, “공영방송 KBS는 오늘 90여대의 경찰버스가 둘러싼 가운데 수백 명의 사복경찰이 쏟아져 들어오면서, 몸싸움과 절규가 난무하는 ‘전장’으로 변했다”고 혀를 찼다.

MBC도 앵커 멘트를 통해 “KBS 이사회의 친정부 이사들이 정연주 사장에 대한 해임 제청안을 통과시켰다”며 정 사장 해임 제청을 주도한 세력을 분명히 밝혔다. MBC는 또 “경찰이 KBS에 들어온 것은 18년 만”이라고 전하면서도 경찰의 불법 난입이란 점은 빼놓았다.

SBS는 이사회 소식을 전하면서 경찰력 투입 역시 언급하긴 했으나, 18년 만의 공권력 투입이란 점이나, 경찰의 공영방송사 난입이 초유의 사태란 점은 중요하게 다루지 않았다.

올림픽 막이 오르고, 9일부터 우리 선수단의 선전이 계속되면서 방송 보도에서 KBS 사태는 자취를 감췄다. 지난 9일 3사 메인뉴스 가운데 KBS 관련 보도는 단 1건뿐이었고, 10일엔 KBS와 MBC가 각 1건만을 보도했다. SBS는 이틀 연속 침묵을 지켰다. 10일 올림픽 관련 보도는 KBS 20건, MBC 24건, SBS 15건 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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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 11일 SBS '8뉴스' 보도 ⓒSBS
다음날 이명박 대통령의 정 사장 해임건 역시 올림픽 보도에 밀려났다. MBC는 올림픽 소식에 이어 9번째, SBS는 5번째로 대통령의 정 사장 해임을 보도했다. KBS는 톱뉴스로 내보냈으나 단순한 사실과 입장을 나열하는 수준에 그쳤고, MBC와 SBS 역시 다르지 않았다.

SBS는 특히 KBS 사태에 관한 한 가장 냉담한 태도를 취하고 있는데, 보도 건수가 상대적으로 적을 뿐만 아니라, 가장 중요한 쟁점 중 하나인 대통령의 KBS 사장 해임 권한을 둘러싼 법적 논란까지 철저하게 외면하고 있다. 지난 5일 감사원의 해임 요구 이후 SBS가 법적 논란에 대해 입을 뗀 것이라고는 “감사원의 해임요구와 대통령의 해임 권한 여부에 대한 법적 공방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과 같은 멘트가 전부다. 법학자 인터뷰조차 전혀 없었다. 정연주 사장 해임을 둘러싼 일련의 사태를 정권의 ‘방송 장악’이 아닌 ‘KBS만의 특수한 상황’으로 이해하는 것은 아닌지, 심히 우려되는 부분이다.

신문-조선 “정연주, 참으로 대단한 인간”

조·중·동은 정연주 사장의 ‘공영방송 KBS’ 지키기 노력을 애써 폄훼했다. 〈동아일보〉는 사설을 통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코드 사장으로 임명돼 편파방송을 일삼고 좌편향적인 특집으로 거듭 물의를 빚은 정 사장이 방송의 공정과 독립성을 거론하는 것은 난센스”라고 비판했고, 〈중앙일보〉는 “2003년 취임 이래 도덕성 시비와 편파 방송, 무능 경영으로 수많은 논란을 일으켜 회사 내부로부터도 끊임없이 사퇴 압력을 받아온 사실이 부끄럽지도 않은가”라고 호통을 쳤다.

〈조선일보〉는 정연주 사장의 기자회견이 있은 다음날 사설에서 “검찰의 5차례 소환, 감사원의 4차례 소환을 무시하고 깔아뭉개온 ‘법(法) 위의 인간’ 정연주다운 처신”, “참으로 대단한 인간”이라고 비꼬면서 정 사장 아들의 국적과 병역 문제, 친북좌파·편파방송, 탄핵방송 등 예의 레퍼토리를 다시금 반복했다.

감사원의 해임 요구부터 KBS 이사회의 해임 제청, 대통령의 해임으로 이어진 정연주 사장 해임 절차가 위법하다는 지적이 나오자, 보수신문들은 방송법에 대한 또 다른 해석으로 응수했다. 2000년 통합방송법 이후 대통령은 KBS 사장에 대한 임명권을 가질 뿐, 해임권을 갖지 않지만, ‘임명권’이 포괄적으로 ‘해임권’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게 그들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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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아일보 8월 9일자 8면
〈동아〉는 1995년 신민당이 자민련과의 통합 과정에서 냈던 ‘합당결의집행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한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별도의 해임 규정이 없을 때에는 임명권이 있으면 해임권도 있다”는데 무게를 실었다. 〈서울신문〉도 지난 9일 “법조계나 법학계에선 임명권자인 대통령에게 해임권도 있다는 해석이 다소 우세하다”는 요지의 기사를 보도했다.

그러나 같은 날 〈경향신문〉은 “현행법상 이사회와 대통령에 해임 권한이 없다는 게 법조계 의견”이란 요지의 보도를 내보냈다. 지난 6일 〈한국일보〉에 따르더라도 언론학자 15명 가운데 60%는 “KBS 사장 해임 절차에 법적 타당성이 부족하다”고 밝힌 바 있다.

김고은 기자 nowar@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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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7/02 15:31

다시보는 강동순 녹취록과 한나라당의 언론장악

“방송, 하얀 백지 위에 다시 그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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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4월 강동순 전 방송위원이 국회 문광위에 출석해 호남비하 및 대선 관련 발언 녹취록 관련 답변하고 있다
최근 이명박 정부의 대언론 정책이 문제가 되면서 지난해 5월 언론계를 강타한 당시 강동순 방송위원의 ‘녹취록’에 담긴 내용들이 최근 상황과 맞아 떨어지면서 ‘강동순 녹취록’이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강동순 녹취록’은 지난해 2월 당시 방송위원회 한나라당 추천 위원인 강동순 위원과 유승민 한나라당 의원, 신현덕 경인TV 대표 그리고 KBS 심의팀 윤명식 PD가 여의도 음식집에서 나눈 대화 내용이 수록된 것으로 지난해 4월 공개됐다. 이들은 이 자리에서 한나라당 집권을 위해 언론을 어떻게 이용할 것이며 집권 뒤 구상에 대한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알려져 언론계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방송 ‘새판 짜기’ 구상

최근 벌어지고 있는 한나라당의 ‘방송 새판짜기’는 이미 녹취록을 통해 예견됐다. 이 자리에서 강 씨는 한나라당 대선 승리를 위한 구체적인 전략을 얘기하면서 “우리가 정권을 잡으면 방송계는 하얀 백지에다 새로 그려야 된다”고 말했다. 강 씨는 정권 장악에서 ‘방송의 영향력’을 여러 차례 강조하기도 했다. 실제로 이명박 정부는 출범 이후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통한 방송계 ‘새판짜기’ 구상을 공공연하게 밝혀왔다.

우익단체 동원 방송 압박

또 이들은 우익단체들의 방송 모니터 활동을 비롯해 “우익단체의 지원이 대선에서 중요하다”는 대화를 이어갔다. KBS 정연주 사장을 비판해온 ‘공정방송 발전을 위한 시민연대’는 대선 당시 방송 3사 뉴스 모니터를 진행하는가 하면 방송위원회에 시청자불만처리를 통해 심의 징계를 유도하는 등 이날 대화 내용들이 실천에 옮겨졌다.

묘하게도 대선 당시 모니터 활동을 주도하고 정연주 사장을 비판해온 ‘공정방송 발전을 위한 시민연대’ 대표인 유재천 한림대 교수는 최근 KBS 이사장으로 선임됐다. 또 강동순 당시 방송위원은 감사원에 KBS 대한 국민감사 청구를 진행한 뉴라이트전국연합 산하 방송정책센터 연구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감사원은 결국 이들 단체의 감사 청구를 받아들여 현재 KBS에 대한 대대적인 특감을 진행 중이다.

이날 주도적으로 대화를 이끈 윤명식 PD 역시 ‘KBS 압박카드’로 그가 위원장으로 있는 공정방송노동조합(공방노)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안에서 머리띠 두르고 조끼입고 이거는 못하지만 언론플레이를 하려고 그러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노동조합 이름을 KBS 공정방송 노동조합이라고 지었다. 그러니까 저희가 하는 소리는 공정방송하자고 하는 얘기처럼 들릴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지난해 6월 공식 출범한 공방노는 최근 KBS 내에서 ‘정연주 사장 사퇴’를 주장하며 정 사장 자택 앞에서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KBS 내부 갈등 조장

또 당시 윤명식 PD는 “지금 국회의원 몇 분 당선되는 것보다 KBS 노조가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노조가 막강하다. 내년 대선 때 노조가 제대로 들어서면 반은 정연주를 견제할 수가 있다”고 말해 노조의 역할을 정치적으로 활용하겠다는 의도를 숨기지 않았다. 또 강 씨는 녹취록에서 KBS노조를 통해 뉴스의 성향을 통제할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녹취록이 공개된 당시 박승규 위원장은 유감을 표명하며 이날 대화에서 본인이 언급된 것에 대해 불쾌감을 나타냈다. 그러나 KBS노조는 PD협회를 비롯한 내부의 비판 여론에도 불구하고 정연주 사장 사퇴 투쟁을 펼치고 있다.
이기수 기자 sideway@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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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26 10:18

[방송 따져보기]분열과 적대의 공론장

결국은 우려했던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KBS 앞에서 ‘공영방송을 지키자’라며 1인 시위를 하던 한 여성이 과격한 보수 단체 회원들로부터 집단 구타를 당했다. 그 보수단체의 차량에선 각목과 쇠파이프가 발견되기도 했다. 이미 며칠 전부터 팽팽한 긴장감이 KBS와 MBC 주변을 휘감고 있었던 상황이었다. 한 쪽은 편파 방송을 그만두라며 으르렁댔고, 다른 한쪽은 공영방송을 사수하자며 촛불을 높이 들고 있었다. 상황이 이러한데, 어찌 물리적 충돌이 발생하지 않을 수 있었겠는가? 다만 시기의 문제였을 뿐 두 진영의 물리적 충돌은 결코 피할 수 없던 것이었다.

이에 대한 가장 성급한 해법은 방송이 분열된 사회를 화해시키고 조정해야 한다는 당위적 주문이다. 방송법 5조 2항은 “방송은 국민의 화합과 조화로운 국가의 발전 및 민주적 여론형성에 이바지하여야 하며 지역간·세대간·계층간·성별간의 갈등을 조장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적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서 간과하고 있는 것은 과연 누구의 편에서 화합과 조화를 말하는가이다. 한 쪽의 일방적 입장이 관철되고 있는 상황 역시 그 이해당사자의 입장에서 볼 때 화합과 조화이다. 최근 새 정권 하에서 재편되고 있는 언론계의 판도가 이와 같다. 새 정권은 언론계에 자기 사람 심기를 위해 열중인데, 이 또한 국민의 화합과 조화를 위해서일테다. 물론 그것은 새 정부의 이해가 관철될 수 있는 화합과 조화이지만 말이다.

두 번째 해법은 첫 번째 해법과 정 반대 방향에서 나온다. 첫 번째 해법이 화합과 조화를 미리 전제했었다면, 두 번째 해법은 화합과 조화를 아예 부정한다. 모두가 각자의 이해관계를 갖고 있으니 이에 충실해보자고 제안한다. 수요와 공급의 논리가 이 해법이 신봉하는 원칙이다. 보이지 않는 손이 가격을 결정하듯, 사상의 자유시장 역시도 경쟁과 도태의 원칙에 입각해 어느 순간 균형점을 찾을 것으로 기대된다.

양질의 서비스 제공이란 이름 하에 진행되는 언로의 민영화가 이에 해당될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미 이와 같은 시장 논리가 어떻게 시장 실패를 야기하는지를 잘 알고 있다. 결국 승자가 모든 것을 독식하고, 도태된 모든 것은 무가치하다고 폄하된다. 그리고 그 승자의 자리를 차지하는 이는 우리 사회의 아주 극소수에 불과하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자신의 생각을 표출할 수 있는 언로마저 상실할 것이다.

세 번째 해법은, 우리 사회의 분열과 적대를 아예 제도화하는 방법이다. 물리적 충돌을 상징적 충돌로 전환시켜 순화된 방식으로 표출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이는 우리 사회가 갖고 있는 적대와 분열을 콘텐츠화하여 공론화함을 의미한다. 나는 공영방송의 의미가 그와 같다고 생각한다. 공영방송은 모두의 공익을 위한 방송이라기 보단 분열과 갈등을 공론화하는 방송이다.

사실 모두가 조화롭고 통합된 사회만큼 끔찍한 사회도 없다. 모든 분열과 적대가 지워진 사회는 “우리는 행복해요”를 외치며 안으로 똘똘 뭉친 전체주의와 같다. 오히려 우리는 이러한 분열과 적대가 우리 사회를 추동하는 힘으로 생각해야 한다. 섣불리 승자의 손을 들거나, 섣불리 패자의 퇴장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승자와 패자가 계속 부닥치게 하고 승부가 엎치락뒤치락 할 수 있는 무대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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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성일 문화연대 미디어문화센터 운영위원

여의도에 벌어진 물리적 폭력은 일말의 진실을 담고 있는데, 이는 우리 사회가 결코 화합되고 조화될 수 없다는 것이다. 만일 그렇다면 우리에게 남은 과제는 물리적 폭력을 어떻게 세련된 방식으로 치환해야 하는가이다. 수많은 곳에서 공격받고 있지만 여전히 공영방송이 우리 사회의 주요한 제도일 수밖에 없는 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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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25 15:20

방송·인터넷 재갈물리는 ‘공안정국 2.0’

검찰·교육부 등 앞장…야당·시민단체“정권 머슴들이 주도하는 마녀재판” 비판

“소나기가 올 때는 피하면 된다.” 미국산 쇠고기 논란이 정점이던 이달 초 이명박 대통령이 불교계와의 간담회에서 했던 말이다. 그리고 이 대통령은 자신의 말마따나 ‘소나기만 피한’ 행보를 거침없이 보이고 있다.

닷새 전 “국민과 함께 소통하며 가겠다”며 고개를 숙였던 이 대통령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검찰 등 권력기관들이 정부 정책에 비판적인 언론과 누리꾼들을 옥죄며 ‘길들이기’에 나선 것이다.

권력기관의 철퇴가 먼저 내려진 곳은 촛불 정국을 주도한 여론들이 모인 인터넷으로 검찰은 지난 20일 조·중·동 광고주들에게 광고 중단을 요구한 누리꾼에 대한 수사 방침을 밝혔다. 광고 중단 요구의 정도를 살펴 업무방해죄·협박죄 등을 적용하고 심할 경우 구속 수사를 하겠다는 것이다. 피해자의 고소·고발이 없음에도 나온 조치다.

법학자들과 야당은 광고 중단 요구가 범법행위가 아니라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김기창 고려대 법대 교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구매 행위는 소비자가 자신의 가치관을 표현하는 중요 수단으로, 제품 선택을 통해 기업의 경영 가치에 대해 지지 또는 반대를 표현할 권리가 있다”며 “공권력이 소비자의 의사 표현을 인위적으로 규제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원혜영 통합민주당 원내대표도 지난 23일 아침 회의에서 “조·중·동에 광고하는 회사들에 전화를 걸고 게시판에 글을 남기는 것은 위계나 위력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게 법조계의 일반적 견해”라며 “무리한 수사는 검찰의 본의를 스스로 훼손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누리꾼들도 검찰의 강경대응 방침이 나오자마자 검찰청과 법무부 홈페이지에 “나를 잡아가라”며 자수행렬을 벌이고 ‘조·중·동 광고주 압박’ 운동도 “민족정론지 ○○일보를 사랑합니다” 식의 ‘칭찬 전화하기’ 방식으로 전개, 반어법을 활용한 항의를 전하고 있다. 그러나 검찰은 24일 ‘인터넷 신뢰저해 사범 전담수사팀’을 구성, “인터넷을 통해 자행되는 명예훼손과 협박 등을 뿌리 뽑겠다. 필요시 검찰이 직접 수사를 진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현재 포털사이트 ‘다음’은 해당 신문사들의 요청에 따라 ‘조·중·동 광고주 압박’ 글에 대해 ‘임시삭제’(열람제한) 조치를 취한 상태로, 민간기구인 방송통신심의위는 25일 전체회의를 통해 해당 글의 삭제 여부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방송에 대한 압박도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지난 4월29일자 방송에서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 위험성을 지적한 MBC <PD수첩>의 제작진을 명예훼손 혐의로 지난 20일 대검찰청에 수사 의뢰했다. <PD수첩>이 불분명한 가설과 일방적 주장에 의거해 편파 보도에 나서는 바람에 정부 신뢰도가 치명적 손상을 입었으며 농수산식품부 장관을 비롯한 협상 대표들의 명예가 훼손됐다는 것이다.

또 지난 5월부터 학교 측으로부터 사퇴 압력을 받아왔던 신태섭 KBS 이사(동의대 광고홍보학과 교수)에 대해 동의대는 지난 23일 해임 통보를 했다. 학교 측은 신 이사가 총장의 허락 없이 KBS 이사로 활동하며 학교 수업을 소홀히 했다는 점 등을 이유로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하지만, 언론계 안팎에선 교육과학기술부가 동의대에게 신 이사에 대한 사퇴 압박을 가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정연주 KBS 사장의 조기 퇴진을 위해 정권 차원에서의 압력이 가해지고 있고 이사회 구조 역시 이에 맞춰 친정부적 인사들로 재편하려는 상황에서 정 사장에게 우호적인 신 이사는 눈엣가시일 수밖에 없다. 결국 학교에서부터 신 이사를 몰아내는 수순을 밟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KBS 이사회는 25일 정기이사회에서 이 내용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밖에도 검찰은 정연주 KBS 사장을 업무상 배임혐의로 소환조사할 방침이다.

이명박 정부 산하 권력기관들의 이 같은 행태와 관련해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언론장악을 위해 이명박 정부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파렴치함을 보이고 있다”고 규탄했다. 김현 민주당 부대변인도 “이명박 정권의 머슴들이 마녀사냥으로 국민과 언론에 전방위적 협박과 탄압을 자행하고 있다”며 “잘하는 일이 물불가리지 않고 언론장악에 골몰하는 것뿐이라는 소리를 듣고 싶냐”고 비판했다.

김세옥 기자 kso@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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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5/14 17:08

광우병 전쟁 20년, 영국에서 배운다

[글로벌] '불신' 먹고 자라는 광우병...'무작정 안심' 정책으로는 실패

영국 것이 세계 표준으로 간주되는 경우는 그리니치 표준시 말고도 많다. 영국에서 처음 시작돼 전 세계로 확산된 것들 가운데는 의회민주주의나 산업혁명처럼 ‘오래된 근대’의 유물만 있는 게 아니다. 바야흐로 한국을 바싹 달구고 있는 그 유령, 비록 헛것이되 결코 헛되이 다룰 수만은 없는 대중적 열병의 진원, 바로 광우병이 있다.

   
▲ 스페인에서 두명의 광우병 환자가 사망했다는 내용으로 지난 4월 7일 영국 BBC에 보도됐다. (사진출처=BBC)

영국에게는, 광우병도, 인간 광우병도, 그에 관한 사회적 커뮤니케이션도, 모두 실재했던 과거이자 엄존해 있는 현재이다. 1986년에 ‘소 해면상 뇌증(BSE)’이 확인된 후 무려 18만 건이 접수됐고, 1994년부터 2007년 사이에 163명이 ‘변형 크로이츠펠트-야콥병(vCJD)’으로 사망했다. 농업장관 존 거머가 네 살배기 딸을 데리고 나와 쇠고기 햄버거를 먹이는 눈물겹게 엽기적인 장면을 선뵌 게 1990년. 그로부터 6년 후, 영국 정부는 변형 클로이펠트-야콥병과 소 해면상 뇌증 사이의 밀접한 연관성, 즉 인간 광우병을 유발한 물질이 광우병 쇠고기로부터 나왔을 가능성을 인정하는 보고서를 공표하기에 이른다.

“미친 소가 당신을 죽일 수 있다”는 헤드라인이 등장한 1996년 이후 지금까지, 광우병은 영국 언론의 단골 소재이자 사회적 커뮤니케이션의 핵심 테마다. 광우병 발생 건수는 1993년을 정점으로 확연히 감소했고, 인간 광우병 역시 2000년을 고비로 현저히 꺾였지만, 2003년 무렵의 수혈에 의한 전염 문제, 최근의 학교 급식을 통한 인간 광우병 발생 주장 등 광우병에 대한 사회적 감도는 쉽게 줄어들지 않는다.

위험에 대한 대중적 지각은 흔히 공포감, 생소함, 노출 빈도에 의해 결정된다고 한다. 공포를 안겨주는 위기란 대개 치명적이고, 비자발적이며, 잠재적으로 파국적인 것으로서 특히 미래 세대에 큰 위협을 안겨주는 속성을 지니고 있다. 지금껏 관찰된 바 없고, 확정된 지식이 매우 부족하며,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위해의 실제성이 드러나는 경우에 생소함이 작동한다. 마지막으로 해당 위험의 노출 빈도가 높을수록 그에 대한 대중적 지각이 강화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 영국정부에서 인간 광우병을 유발한 물질이 광우병 쇠고기로부터 나왔을 가능성을 인정하는 보고서를 공표하기 전인 1990년. 당시 영국의 농업장관이었던 존 거머는 쇠고기의 안전성을 증명하기 위해 네 살배기 딸과 함께 쇠고기 햄버거를 먹는 장면을 선보였다. (사진출처=BBC)

광우병이라는 ‘위험’은 이 세 가지 요소들을 거의 완벽하게 충족시켜주는 소재다. 그만큼 뉴스 가치가 높고, 또 그만큼 담론적 폭발력이 강하다. 영국 언론과 대중이 1996년을 전후로 토해낸 엄청난 물량의 사회적 히스테리는 축산업, 과학, 환경, 음식, 공중 보건에 관련된 불확실성이 총체적으로 결합된 일종의 살풀이 커뮤니케이션이었다고 할만하다. 지금의 한국 사회를 휩쓸고 있는 음울한 시나리오, 혹은 이른바 광우병 괴담의 원형이라고까지 할 만한 종말론적 공포가 영국을 넘어 유럽 대륙을 들끓게 했으니 말이다.

영국 언론이 광우병 의제를 다루던 구체적인 방식은 시기와 조건에 따라 일정한 변형을 거듭했다. 1980년대 중반부터 선도적 언론들의 경고성 보도가 있었는데 “질병에 걸린 쇠고기가 판매되고 있는 문제”를 지적하면서 “영국 쇠고기는 안전하다”는 정부의 입장에 의구심을 제기하는 정도였다. 영국 쇠고기에 대한 첫 수입 금지가 시작된 1990년은 광우병 담론의 선정성이 확연해지는 시기였다. 예방 조치로 암소 600만 마리를 살처분해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이종감염 가능성에 대한 불길한 시나리오가 퍼져나갔다. 결국 1996년을 기점으로 인간 광우병 ‘괴담’이 현실화됐는데, 유럽연합이 내린 금수조치 이후로는 애국주의적 언론에 의한 ‘쇠고기 무역전쟁’ 담론이 영국 정부에 단비를 내려주기도 했다.

방송과 신문이 각각 광우병 담론을 다루던 방식 또한 주목할 만하다. 방송은 위기의 기원과 전개 과정을 ‘불편부당성’ 원칙에 따라 냉철히 추적하는 모습을 보였다. 명백한 정책 실패에 대해서는 날카로운 비판을 수행하면서도 서로 대립되는 전문적 견해와 정치적 입장을 균형 있게 반영하는 형식을 취했다. 이와 달리 ‘정파성’에 근거를 둔 신문들은 주로 ‘친유럽연합’과 ‘반유럽연합’ 성향에 따라 대립했다. 쇠고기 금수 조처를 수긍하고 근본적인 대책을 촉구하는 쪽과, 유럽 각국이 광우병 위험을 과장해 자국 시장을 보호하려 한다는 애국주의적 선동에 초점을 맞춘 쪽이 복잡하게 뒤섞였다. 앞장서 광우병 묵시록을 전파하더니, 갑자기 쇠고기 전쟁 ‘음모론’을 들고 나온 황색지들도 있었다.

당면한 위험에 대한 대중들의 직관적 판단은 흔히 ‘분노’라는 형태로 표현된다. 부풀려진 위협이라든가 통제 불가능한 공포와 같은 비합리적인 감정이 그 안에 섞여드는 건 외려 정상에 가깝다. 여기서 정부가 적절한 위험관리를 해내거나 정치의 순기능을 활용해 대중적 분노를 제어하지 못하면 위험담론은 곧잘 시스템에 대한 총체적 불신으로 이어진다. 기존 신념에 일치하는 정보만 선별하고, 그에 반하는 증거나 견해는 신뢰할만하지 않다거나 대표성을 띠지 못한다며 부정하는 태도는 불신을 가중시킬 뿐이다.

더군다나 위험 커뮤니케이션이 심리적 공황을 야기한다는 관점에서 언론을 통제하려 든다거나, 전문가들의 지식을 대중들에게 ‘교육’시키면서 무작정 안심을 유도하려는 정책은 필연적으로 실패한다. 이것이 바로 광우병 위기 국면에서 영국 정부가 행한 그대로이다.

한국이 영국과 동일한 경로를 걸으리라는 보장은 물론 없다. 영국은 광우병을 직접 겪은 당사자인 반면 한국은 “광우병 발생 건수가 미미한” 미국 쇠고기를 수입하는 입장이다. 광우병 초기에 비해 통제 노하우도 많이 늘었을 테니 남들이 겪은 호들갑을 우회하여 ‘쿨’하게 행동할 만도 하다. 게다가 오늘날의 한국에는 광우병이란 소재의 엄청난 뉴스 가치를 외면할 수 있는 놀라운 인내력을 보유한 언론도 있지 않은가.

   
▲ 런던=정준희 런던대학교 골드스미스 칼리지 문화연구센터 박사과정, KBS <해외방송정보> 영국주재 연구원

자국 쇠고기에 대해 수입제한 조치를 취한 나라들에게 영국 보수우파 언론이 제기하던 음모론을 자국의 수입제한 논의에 대한 “반미 빨갱이” 음모론으로 대체하고, 수출국의 쇠고기 품질까지도 나서서 보증해주는 한국 보수언론. 진정한 실증론적 과학주의와 국제적 개방성을 통해 보수우파의 고질적인 애국주의마저 넘어선 한국 언론의 신기원이 쿨하다 못해 자못 오싹해질 지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