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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08/25 [우석훈] 선덕여왕이 재미있는 이유 (12)
- 2008/04/23 [방송 따져보기]〈이산〉, 역사왜곡 이전의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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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석훈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강사 (88만원 세대 저자) | ||
한참 드라마 많이 볼 때에는 아마 한국에서는 절대로 보는 남자가 없을 정도로 아침 드라마까지 꼬박꼬박 챙겨보기도 했다. 아내가 아주 한심 맞게 여긴다. 가장 최근에 집중해서 본 드라마로는 〈커피프린스 1호점〉과 〈대한민국 변호사〉가 있다. 두 개 다 OST까지 구입해서 가끔 음악도 듣는데, DVD까지 사서 볼까 한 적이 몇 번 있는데, 아내의 눈초리가 따가워서 차마 사지는 못했다.
김영현 작가의 드라마는 재미있든 재미없든, 그야말로 개근하면서 4개 째 따라다니면서 보는 중이기는 하다. 〈대장금〉은 새삼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서동요〉는 재미없는데도 참고 봤고, 〈히트〉는 죽을 것 같이 재미없는 데도 꾹 참고 봤다. 김영현은 대학도 들어가기 전 오리엔테이션 하던 날, 막걸리 마시면서 결국 밤을 샜던 그 학회 선배 중에 한 명이었고, 같이 박현채의 책을 읽으면서 나를 운동권으로 이끌었던 사람이었다.
앞의 드라마까지 말한다면, 김영현은 슬슬 밑천이 떨어지는 중이고, 〈대장금〉 이후 무게감이 점점 떨어지는 중이었다고 이해될 법한 순간이었다. 그러나 〈선덕여왕〉으로 〈대장금〉이 우연한 작업이 아니었고, 언제든 한국 최고의 드라마를 만들 수 있다고 스스로를 증명해보인 듯하다. 아직 드라마가 다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대장금〉과 우열을 비교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아랍 국가에서의 대장금 열풍은 확실히 동아시아에서의 열풍과는 사회적 맥락과 파장의 결도 다르고 파장도 다른 것 같다. 드라마 〈선덕여왕〉이 그만큼 해외에서 영향력을 가지며 문화적으로 충격을 줄 수 있을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쩌면 우리나라에서는 〈대장금〉 보다 더 중요한 영향을 줄지도 모르겠다는 것이 지금의 조심스런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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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BC 월화드라마 <선덕여왕> ⓒMBC | ||
뭔가 당시의 양식과 전혀 다른 이런 관측소가 필요한 것은 누군가가 가진 강한 권력을 제어하기 위한 것일 텐데도, 그렇다면 선덕여왕의 필생의 라이벌이었던 누군가가 있었을 것 아니야? 이렇게 자연스럽게 풀려나가는 얘기들은 워낙 개연성이 강하고, 또 전개가 자연스럽기 때문에 그 바깥의 사소한 ‘뻥’ 같은 것들에는 기꺼이 눈을 감아주게 만든다. 〈서동요〉에서는 그런 자연스러움이 없었고, 최초의 질문이 없었기 때문에 이야기의 전개가 부자연스럽고, 왕자의 사랑타령과 밑도 끝도 없는 과학찬가만이 보였었다.
하여간 많은 사람들이 〈선덕여왕〉과 함께 즐거운 여름을 보내고 있는 것 같다. 신라는 말은 천년왕국이라고 하지만, 너무나 연구나 관심이 없었던 곳이고, 석가탑, 다보탑 중심으로, 거의 일제 강점기에 형성된 신라를 보는 법이라는 틀에서 오랫동안 벗어나지 못한 것 같다. 그러나 우리는 드라마 〈선덕여왕〉과 함께 과학사의 세계로 그리고 근본적으로는 경제사의 세계로 들어가는 여행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결국 여름휴가를 경주로 떠났고, 경주에서 〈선덕여왕〉을 보는 쾌거를 이루고야 말았다. 드라마도 재미있었지만, 거의 버려지다시피 방치된 신라의 왕궁터들과 함께 이곳에 터를 잡았던 사람들이 어떻게 한국을 통일하는 힘을 가지게 되었던가에 대해서 새삼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고구려 중심의 시각으로 한국사를 보는 것도 하나의 눈이기는 하다. 그러나 신라는 당나라를 끌어들인 배신자다, 이렇게 간단하게 그 천년의 역사를 살펴보는 것은 너무 재미없는 방식이기도 하다.
한국, 고려의 후계자이고, 조선의 후계자이기도 하지만, 또한 신라의 후계자이기도 하다. 잃어버렸던 고대사와 경제사에 대한 관심을 다시 회복하면서, 간만에 등장한 고품격 드라마에 찬사를 바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여름 경주를 채운 관광객을 보면서, 아직도 문화와 역사를 위해서 돈을 지불하는 사람들이 있는 한, 한국은 최소한 망하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두 대통령의 국상을 연이어 치르면서 한국은 절망만 있는 것 같아 보였지만, 그래도 〈선덕여왕〉이 있어 이번 여름은 행복했다. 자, 〈대장금〉의 시청률 57%에 도전한다, 〈선덕여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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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영상물에서, 스케일이라는 단어는 종종 협소하게 인식된다. 많은 물량을 투입하여 눈이 휘둥그레지는 화면을 선사하는 것이 많은 경우 ‘큰 스케일’의 정의로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대규모의 세트라든가 휘황찬란한 미술의 형식 아래 벌어지는 이야기는 지극히 일상적이고 신변잡기적이라면 그것을 큰 스케일의 작품이라 칭할 수 있을까? 요컨대 스케일이라는 말은 단지 형식적인 면만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다. 내적 스케일 혹은 내용상의 스케일이라는 것도 작품의 성질에 따라 재단될 필요가 있다.
월화 드라마의 최강자가 MBC의 〈이산〉이라는 점은 그 누구도 부인하기 힘들어졌다. 하지만 높은 시청률을 자랑하는 이 드라마가 후반부에 이르러 노출하고 있는 것이 바로 빈약하기 짝이 없는 내적 스케일이다. 최근의 〈이산〉은 정조 즉위 이후 홍국영(한상진)의 몰락 과정을 주로 다루고 있는데, 문제는 이 과정이 궁중 암투 혹은 우연적 전개에만 기대고 있다는 점이다. 자신의 권력을 공고히 하려는 홍국영은 여동생을 후궁으로 입궐시키고, ‘원빈’이라는 칭호를 얻은 후궁 홍씨(지성원)는 거짓으로 임신 사실을 고한다. 사실이 들통 나려하자 홍국영은 내의원과 역당의 결탁을 주장하고 역당으로 몰려 억울하게 쫓기던 이는 송연(한지민)에 의해 목숨을 구한다.
역사서에 따르면 원빈은 13세의 어린 나이에 후궁으로 입궐하여 1년 후 병으로 숨을 거두었다고 한다. 그러니 사실 극중에서 표현된 바와 같은 이야기는 애초 성립할 수 없었던 내용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를 가지고 역사왜곡을 논하자는 것이 아니다. 문제는 사극에서 허용될 수 있는 픽션으로서의 내용이 단지 암투에만 집중되어 있다는 것이다.
특히, 정조가 즉위한 이후 시청자들이 〈이산〉에 기대했던 내용은 반대파들과 맞서 싸우면서도 자신의 뜻을 관철시켜 ‘조선의 르네상스를 이루어낸 천재 군주’의 모습일 텐데, 6월 종영을 앞둔 이 드라마에서 그 같은 모습을 보기란 요원하거나 이미 극 자체가 다른 길을 걷고 있는 듯 보이니 말이다. 모든 사건들이 공적인 장에서 펼쳐지는 것이 아니라 사적인 이해관계에 따라 음모와 술수를 통해 벌어지고, 그 암투의 세계 또한 참으로 협소하다.
도화서라는 배경과 송연이라는 캐릭터 또한 극의 또 다른 축이다보니 그 암투들과 ‘우연적’으로 결부될 수밖에 없고 스케일은 점점 더 작아질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하여 정조와 조정 신료들이 벌여야 할 정치적 갈등은 어느덧 들러리로 전락해 있다. 상황이 이러하다보니, 인물만 정조시대의 인물들이다 뿐이지 〈이산〉의 시간적 배경이 18세기 무렵이라는 사실 또한 종종 잊게 된다.
이 같은 암투 에피소드의 연속은 우리에게 낯설지 않다. 왜냐하면 이병훈 PD의 전작인 〈서동요〉, 〈대장금〉, 〈허준〉을 통해 익숙해진 플롯 전개 방식인 까닭이다. 하지만 극의 중심인물이 의원이거나 수라간 나인이라면 협소한 스케일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산〉의 주인공은 숱한 정치적 이해관계들과 맨몸으로 부딪혀 스스로의 의지를 관철시켜 나가야 할 군왕, 정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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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민준 월간〈판타스틱>편집장/드라마 비평가 | ||
굳이 정통 정치사극의 길을 걷지는 않더라도, 드라마의 헤드 카피와 같은 정조의 모습을 그려내기 위해서라면 〈이산〉은 최소한의 내적 스케일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조선조 최고의 성군 중 하나였던 성종의 진면목은 보여주지 못한 채 스캔들의 희생양으로 전락시켰던 〈왕과 나〉의 패착을 〈이산〉은 반면교사로 삼아야 옳을 일이다. 현재로서는 그 거리가 썩 멀어 보이지 않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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