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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01/18 세종시 문제, 국민투표로 가자 (1)
- 2010/01/11 KBS 컨설팅과 관련하여
- 2009/12/28 내가 이명박 각하라면
- 2009/12/22 [우석훈] 짧은 해운대 여행
- 2009/12/14 새로운 10년, ‘안녕의 10년’
- 2009/11/30 [우석훈] 안도 다다오와 건축가에 대한 생각
- 2009/11/25 [우석훈] 20대와 대화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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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08/17 서울에서 파리까지, 내 20대의 로망 (1)
- 2009/08/10 무하마드 알리와 ‘내 안의 검열관’
- 2009/08/05 우석훈 칼럼 : 뜨거운 양철 지붕 위의 고양이
- 2009/07/30 한국에서 PD로 살아가기 (1)
- 2009/07/21 우석훈 : 이 난국에 국무총리는 어디 갔나
- 2009/07/06 프로 문학이 다시 돌아오는가
[우석훈의 세상읽기]
| ▲ 우석훈 2.1 연구소 소장 (88만원 세대 저자) | ||
바티칸의 교황청이 직접 움직일 가능성에 대해서도 얘기가 나오는데, 순교 사건이 벌어지는 경우 외에 바티칸이 직접 특정 국가의 특정 정책에 대해서 개입하는 경우는 별로 없다. 우리나라야 토건 사업이나 재개발 사업에서 사람의 목숨이 오가는 것을 흔하게 본 것이지만, 지금 외국의 눈에는 한국의 4대강의 강행 추진에 의한 단식이 순교 국면으로 판단하는 것 같다.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한국에 공식 가톨릭 교인이 500만 명인데, 그 절반을 넘는 300만 명의 서명을 받겠다니, 개국 이래로 가톨릭 본진이 움직이는 사건으로는 가장 큰 사건이다.
가톨릭은, 순교의 길고 긴 역사를 가지고 있다. 한국의 근대화에서 벌어진 도시빈민에 관한 문제에서 가난한 사람들과 현장에서 울고 웃으며 한 시대를 같이 했던 것이 한국 기독교의 역사이자, ‘개척 교회’의 전설이기도 하다. 소망교회와 사랑의 교회로 대표되는 한국의 강남 대형교회들은 이러한 기독교의 정신을 잃은 지 아주 오래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무엇보다 이런 교회의 장로들이 한국 경제의 토건화의 선봉장이라는 사실은 한국 기독교의 역사에 비추어볼 때 믿기지 않는 일이다.
수천억짜리 교회를 짓겠다는 지금의 현실은, 토건 장로들이 이끌어가는 한국의 교회가 과연 어디까지 타락했는지 보여주는 대표적 사건이다. 토건 시대의 토건 장로 여기에 교회의 토건화까지, 이게 도대체 종교인가 싶다. 개인적 비즈니스와 정치가 아닌, 예수를 모시기 위해서 교회에 가는 신도가 도대체 한 명이나 있나 싶고, 대통령까지 배출한 장로들 중에서 토건파가 아닌 사람이 한 명이나 있나 싶다.
가톨릭의 부패를 막기 위해서 기독교가 등장한 것인데, 한국에서는 기독교의 토건질을 막기 위해서 가톨릭이 나온 형편이니, 부패의 교회사에 한 페이지를 지금 우리가 쓰는 중이다. 순교자의 역사 위에 한국 가톨릭은 서 있는데, 순교 사건이 도대체 얼마나 무서운 사건인지, 용산 참사 위에 서 있는 토건 장로들이 도무지 이해를 못하는 것 같다. 토건의 클라이맥스에서, 다시 우리가 순교 국면으로 가는 것인가?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다. 생명의 종교가 아무리 토건이 달다 해도 이렇게 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 순교 사건이 벌어지면, 이 순간을 역사는 토건 장로들이 가톨릭 사제에게 죽음을 강요한 사건으로 기록할 것이다. 대통령의 4대강, 이미 이성을 잃은 지경이 아닌가?
| ▲ 경향신문 3월13일자 5면. | ||
그렇다면 누구에게 부탁해야 하는가? 역설적이지만, 한국 대형 교회 중에서 토건에서 비교적 자유롭고 덜 토건적인 교회는 순복음교회이다. 순교자를 만들지 않기 위해서 스스로 결심해서 4대강 사업을 세울 수 있는 사람은 딱 한 명, 순복음교회의 조용기 목사이다. 그가 대통령에게 건의해주면, 일단 4대강을 세울 수 있을 것 같다. 그에게 부탁하고 싶다. 물론 강남 대형교회의 장로들이 건의를 해도 되지만, 그들 중에 토건 장로가 아닌 사람이 단 한 명이라도 있을까? 그런 생각이 잘 안 든다.
조용기 목사에게 진심으로 부탁하고 싶다. 우리는 순교자를 만들면 안 된다. 그 얘기를 대통령에게 해주면, 잠깐이라도 4대강을 세울 수 있을 것 같다. 기독교인, 그것도 보수 기독교인만이 지금 대통령을 말릴 수 있다. 불상사가 생기기 전에, 일단 세우자. 그리고 이성을 가지고 우리 모두가 4대강의 사회적 대안에 대해서 논의해보도록 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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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석훈의 세상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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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게 보면, 나는 수도 이전에 대해서 찬성하고, 서울을 작은 단위로 쪼개든, 아니면 국회와 청와대까지 다 옮기든, 그것이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면 찬성한다. 그러나 원래의 행정수도 그리고 지금의 세종시안에 대해서 내가 계속해서 반대를 한 것은, 사업비를 줄인다고 이전한 용지를 민간에게 매각해서, 고층의 주상복합 형태로 개발할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관청의 사무실이 나간 자리에 다시 고급 아파트가 들어서면 인구 유출효과보다 인구 유입효과가 더 많은데, 힘들게 토건 사업을 벌여봐야 서울의 분산 효과는 현실적으로 없다는 게 내가 생각한 이 사업의 문제점이다. 이전한 부지를 시민들의 공원으로 만드는 경우에만 비로소 유출효과가 실제로 생길 것이다. 지금 청와대와 총리실이 추진하는 정운찬안은, 박근혜 전대표가 강력 반발하고 있는 동안에는 법률 수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기 때문에 일종의 정치쇼에 가깝다. 통과시킬 방법이 있는가? 하나의 토건을 또 다른 토건으로 채우는 지금의 방안, 이건 사업으로서의 실효성도 의문이 되지만, 무엇보다도 수도권 분산효과는 전혀 없으니까 몇 년간 난리를 친 이 사업의 대안이 되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다시 원주민들에게 보상금을 돌려달라고 하고, 농지는 농지, 행정은 서울, 이렇게 할 수 있는가? 그것도 어렵다. 이 사건의 가장 안쓰러운 점은, 우리의 마지막 버팀목이라고 생각되는 과학과 기술마저도 토건의 꼭두각시가 되었다는 점이다. 40조원을 쓸 요량이면, 그 돈이 절반만 바로 과학기술 분야의 인건비로 투자하면, 효과가 훨씬 빠르다. 40조원을 10년 이상 토건 사업에 묶어놓는다는 것이 과학기술을 위해서도 바람직한 일은 아니다.
국민투표는, 모든 국민들이 의사를 표명한 것이기 때문에 헌법에 준하는 효력을 갖는다. 세종시법이라는 편법을 찾을 것이 아니라 그 때 정치인 노무현이 통치자로서 국민투표에 행정수도 이전을 올렸다면 이미 사회적 해법을 우리가 찾았을 것이다. 이 세 번째 안을 ‘노무현안’이라고 불러도 좋을 것 같고, ‘수도이전안’이라고 불러도 좋을 것 같다. 국회와 청와대가 옮겨가고, 서울시민들은 그 자리를 공원으로 쓸 수 있다면 적당한 타협과 균형이 있을 것 같기는 하다. 마침 올해 7월에는 지방선거가 있어서 어차피 우리는 투표를 하게 된다. 헌법의 국민투표 부의권을 대통령이 발동해서, 1) 세종시안, 2) 정운찬안, 3) 노무현안, 이렇게 세 개를 놓고 국민들의 판단에 맡기는 것이 지금은 해법이다. 그래야 정치권의 지리한 이합집산을 뛰어넘을 수 있고, 토건과 건설의 논리가 아닌, 국민들이 바라는 합리적 해법을 찾아낼 수 있게 된다. 대통령은 틈만 나면 이 건에 대해서 “이건 정치 논리가 아니다”라고 말하지 않았던가? 그에 대한 신임, 불신임 문제가 아니라, 정말로 광의의 정치과정에서 국민들이 토론하고 합의하는 방법으로는, 현재로서는 국민투표가 최적 해법이다. 각 안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국민들에게 설명하고 설득하라. 지방선거 때, 투표용지 하나만 더 준비하면 지금은 해볼 수 있는 상황이다. 입법부까지 싹 내려가든, 아무 것도 안 가든, 국민들에게 판단을 맡겨주시라. 진짜 정치는 국민들과 하는 것이라면, 이 해묵은 어려운 해법에, 국민들의 지혜를 빌리는 것이 절차적으로도 옳고, 처음으로 국민투표를 실시한다는 측면에서 내용적으로도 옳다. 친이, 친박, 민주계, 노무현계, 지겹다. 누구 말이 맞는 건지, 국민들에게 물어보시라. 이 건은, 서울과 충청도민만이 아니라 모든 국민이 이해당사자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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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는 난 로펌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물론 로펌과 일해본 적은 있지만, 그렇다고 그 상층부에서 어떤 식으로 의사결정을 내리고, 어떻게 작동하는지, 여전히 좀 생소하다. 김앤장, 태평양, 이런 대표적인 로펌들의 내부가 여전히 좀 궁금하기는 하다. 반면에 컨설팅 회사가 움직이는 방식은 좀 아는 편이다. 컨설팅 회사와는 일을 많이 해봤는데, 예전에 UN에 공식 등록된 컨설턴트 자격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컨설팅 회사들은 전문 분석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는 업무를 하는 곳과 상식을 가지고 나름대로는 최적의 답을 내고자하는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을 것이다. 종합업무를 하는 컨설팅 회사는, 하여간 돈 되는 건 다 한다고 보면 된다. KBS의 경영혁신이 보스턴 컨설팅 회사로 갔다. 꼭 이런 일을 외국계 컨설팅 회사에게 맡겨야 하는가 싶지만, 어차피 국내 회사로 갔다면 매수에 관한 걱정을 해야 할 것이고, 생산성본부와 같은 정부기관으로 갔다면 아무도 믿지 않을 것이다. 보스턴의 경우는, 나쁜 선택은 아닌 것 같다. 어쨌든 컨설팅 회사 중에서는 평판이 그렇게 나쁘지는 않은 회사이고, 공익성을 다루는 방식에서 아주 무지한 기관도 아니다. 그리고 국내의 사정에 대해서 어느 정도는 밝은 한국인 컨설턴트들을 다수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지켜보는 내 입장에서는 생산성본부 보다는 나은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보스턴의 최종 보고서에 우리의 이목이 집중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KBS 수신료 인상이 여기에 걸려있고,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나올 것이 뻔하니까. 어느 부처의 어떤 인력이 감축이 대상일 것인가, 즉 누가 잘리고 어떤 부서가 사라지게 될 것인지, 당연히 보스턴 보고서를 쳐다볼 수밖에 없다. 사실 감축 대상이 될 부처에는 보스턴이 저승사자처럼 느껴질 수밖에 없다. “경영이 방만하다”는 보고서의 한 줄은, 해당자에게는 그야말로 목숨줄과 같을 것이다.
일단 보스턴의 컨설팅 과정을 지켜보자는 생각이지만, 먼저 한 가지만 주문을 하고 싶다. KBS는 다른 일반 회사와 달리 공공기관이고, 공영방송에 대해서 국민이 시청료를 지불하는 것이 바로 ‘공공성’ 때문이라는 사실이다. 상업방송과 같은 잣대를 대어서는 곤란하고, 국민의 신뢰와 공공성 같은 다루기 어려운 변수를 잊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다. 공공적 가치를 가진 방송이 더 많아지고 믿을 수 있는 방송이라는 국민의 평가가 높아지면 시청료 납부에 대한 조세저항이 줄게 될 것이다. 반대의 경우라면, 격렬한 조세저항이 생겨날 것이고, TV를 치우겠다는 사람 심지어는 KBS를 제외한 케이블 상품 혹은 공중파 수신이 불가능해서 시청료를 내지 않을 수 있는 TV 수상기가 상품으로 등장할 수도 있다. 시청료를 내지 않겠다고 마음을 먹으면, 내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그러나 공영방송이 필요하므로 그 돈을 국민들이 부담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 보고서를 작성하는 보스턴의 자문을 많은 국민들이 지켜보고 있는 중이다. 부담은 가겠지만, 세계 10위권의 경제규모인 한국의 공영방송에 한 획을 긋는다는 마음으로 좋은 열린 마음으로 KBS 보고서를 작성해주기를 부탁하고 싶다. 주어진 답에 끼워 맞추기를 할 것이라고 의심하는 사람들은 많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수익성과 공공성, 시장과 공익, 그 속에서 BBC처럼 공익 프로그램의 대명사 같은 위상을 KBS가 가질 수 있도록 지혜를 빌려주기를 부탁한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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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석훈의 세상읽기]
| ▲ 우석훈 2.1 연구소 소장 (88만원 세대 저자) | ||
“막말 방송은 없애라”라고 TV 방송에 대해서도 하나하나 교지를 내려주시니, 권위주의의 복귀라고 할 만하기는 한데, 이게 별로 영이 서는 것 같지는 않다. 불가사이하게 대통령 지지율이 50% 가깝게 나오기는 하는데, 그렇다고 딱히 우파들 내에서도 별로 인기가 있는 것 같지도 않다. “선생님이 투표하셨어요?”라고 물어보면, 많은 우파들은 손사래를 치면서 그 때는 잘못 생각했었다고 발을 빼는 모양새다.
힘은 좋지만 자랑스럽지는 않은, 그리고 생략된 절차로 강행처리를 좋아하는 묘한 권위주의. 애초에 포퓰리즘 정도의 정부로 가지 않을까라고 예상한 사람들이 많았는데, 영 포퓰리즘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9시 뉴스에 첫 기사로 늘 나온다고 해서 호가 아예 ‘땡’과 ‘한편’으로 불리던 땡 전두환 각하와 한편 이순자 여사 시절을 생각해보면, 아무래도 우리의 대통령은 역사 속에서 ‘삽질’이라는 호로 불릴 듯하기는 하다. 아마 본인이라도 이 상황이 답답할텐데, 1년 내내 삽질과 강행처리로 얼룩진 한 해이니, 내년에도 계속해서 삽질과 강행처리는 계속될 것 같다. 지켜보는 우리도 답답하다.
연말연시, 할 일도 없는데, 내가 만약 지금의 이명박 위치에서 국민들에게 선물을 하나 주는 진짜 포퓰리즘을 한다면 뭐가 있을까 하고 이것저것 생각을 많이 해봤는데, 최종 결론으로 나온 게 ‘완전 연봉제’라는 것이다. 예전 직장 생활할 때 연봉제가 도입된다고 해서 난 순진하게 정말 월급제와 달리 한 번에 봉급을 주는 줄 알았는데, 연봉제가 사실은 인센티브란 이름으로 개별 평가제를 도입하기 위한 장치에 불과하고, 진실은 변형 월급제에 불과했다. 어차피 많은 기업과 공기업이 연봉제로 가는 중인데, 정말 화끈하게 1월 달에 연봉을 모두 주는 완전 연봉제로 가면 어떻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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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23일 열린 2010년도 법 질서 분야 업무보고(법무부, 권익위, 법제처) ⓒ청와대 | ||
한 마디로, 국민들의 저축률이 높아지고, 이 저축으로부터 산업투자의 역동성을 만들어내던, 한국 경제가 가장 좋던 시절의 그 선순환이 다시 시작되게 될 가능성이 높다. 1월달, 1년치 월급을 한 번에 손에 쥔 월급쟁이들이, 결국은 같은 돈일 지라도 기분은 아마 한 달 내내 좋을 것 같다.
내가 이명박 각하라면, 지금의 지지율을 만회하기 위해, 1월 신년사로 공무원과 공기업부터 완전 연봉제를 시작할 것이라고 얘기할 것 같다. 순간적으로 지지율 20%는 높아질 것이고, 기분 좋은 일은 아니지만, 한나라당의 장기집권도 실제로 가능해질 것 같다. 한나라당, 집권에는 성공했지만, 사실 우릴 별로 기분 좋게 해준 것은 없지 않은가? 정부에서 한다고 하면, 공무원이나 공공기관의 직원들이 기분 좋아질 것이고, 아마 삼성이나 현대 같은, 자신의 노동자들에게 전국 최고의 대우를 해주고 싶어하는 곳들도 따라 할 가능성이 높다.
부수적 효과로 이상한 월급체계로 초과노동을 하지 않으면 제대로 된 월급을 받지 못하는 공장의 노동자들 과로도 줄여줄 가능성이 높고, 이런 게 한국식 노동정책 선진화를 이끌어 낼 수 있다. 딱 임금 이자율만큼 국민들 월급을 높여준다고 생각하면 완전 연봉제 못할 것도 없다. 어차피 집행할 공무원 월급 예산, 1월에 화끈하게 주어도 좋고, 부처별로 돌아가면서 혹은 부서별로 순차적으로 지급하면, 기술적인 문제들도 상당히 해결할 수 있을 것 같다. 전국의 모든 직장이 한꺼번에 월급을 주면, 내수만큼은 화끈하게 살아날 가능성이 높다. 완전 연봉제, 그거 내년부터 당장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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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석훈 2.1 연구소 소장 (88만원 세대 저자) | ||
한나라당은 전라도에서 개밥이고, 민주당은 경상도에서 도토리이다. 민주노동당이든, 진보신당이든, 동네에서는 물과 섞이지 않는 기름과도 같다. 우리나라에서는 대기업이 있는 도시는 몇 개 안되고, 민주노총이라는 이름으로 상징되는 노조가 동네에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도시도 몇 개 안된다. 이 나머지 도시 즉 한국의 거의 대부분의 동네에서는 토호들이 왕이고, 부동산이 국법이고, 땅값이 헌법이다. 이걸 그대로 두고 우리가 21세기를 열 수 있을 것이라고 10년 전에 우리는 상상했던 것 같다. 그러나 21세기는 열리지 않았고, 한국은 지금 죽어가는 것 아닌가?
부산은 누가 뭐래도 한국 제2의 도시이다. 영화 <해운대>로 해운대는 화려하게 부활하는 것 같았고, 지난 여름 해운대가 부산을 살리고, 부산 경제가 다시 살아날 것이라고 의심하는 사람은 없었던 것 같았다. 그 여름에 부산대학교의 특강에 갔었다가 잘 곳을 구하지 못해 결국 경주로 갔던 기억이 있다. 그 때 부산의 어느 고등학교 학생들과 학교의 작은 행사에 가겠다고 약속을 했었는데,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다시 부산을 찾았다. 동국대 특강을 마지막으로, 이제 대중강연은 더 이상 하지는 않지만, 나의 또 다른 연구 테마인 ‘10대들과 대화하는 법’을 위해서 중고등학생을 만날 수 있는 자리는 어지간하면 가려고 하는 편이다.
물론 전국의 모든 고등학생을 다 만날 수는 없어서, 제주, 울산, 부산, 이렇게 주요 연구지역을 세 개로 줄였다. 언젠가 제주, 울산, 부산, 이곳의 10대들이 어떻게 다른지, 어떻게 같은지, 그리고 무슨 꿈을 꾸고 있는지, 독자 여러분들에게 자세하게 설명할 수 있는 날이 오면 좋겠다. 대치동 모델을 따라 ‘대치동 슈퍼 맘’이 관리하는 그런 10대만이 한국에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다른 방식의 꿈을 꾸고, 다른 방식의 삶을 살고 싶어하는 그런 10대들, 그들의 모습이 바로 한국의 마지막 미래라는 생각을 조금씩 더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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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해운대> 촬영장면 | ||
사람들은 잘 얘기하지 않지만, 부산의 빈민률이 30% 정도는 되는 걸로 알고 있다. 서울의 부동산 자본이 아무리 건물을 지어도 그들은 분양만 끝나면 빠져버리고 날 투기성 자금이고, 부산경제는 이 시설물을 유지할 힘이 없다. 겉이 화려해도, 사람들의 삶이 개선될 이유가 없는 경제의 원칙처럼, 그들은 이 겨울에 가난과 싸우면서 힘겹게 겨울을 나는 것 같아 보였다. 일본의 90년대가 그랬던 것처럼 한국에 부동산 거품이 빠지기 시작하면, 가장 먼저 유령의 테마파크가 될 첫 번째 후보지 중의 하나가 해운대가 아닌가? 한나라당이 지배하는 도시, 부산을 보면서 한나라당이 과연 우리의 통치자가 될 자격이 있는가라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해봤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민자도로가 있는 도시, 터널 하나 통과하기 위해서 600원씩 계속해서 시민들이 통행료를 내고 있는 도시, 산업도 없고, 기업도 변변히 없이, 서울과 일본 사이에서 도대체 누구와 연계하는 게 삶을 보장할 것인지 고민 속에 빠진 도시, 이곳이 한국 제2의 도시 부산의 현 모습이었다. 자신의 고향에서, 자신의 가장 열렬한 지지자들을 이렇게 빈민상태로 내버려둔 집권당, 그들이 과연 한국을 통치할 능력이 있는가, 한 번 질문해보게 되었다. 투기와 민자도로, 그리고 경륜장으로 대표되는 살기 어려운 도시 부산... 부산을 대표하는 문인이 누구인가라고 질문했는데, 누군가 부산에는 시인도 없고 소설가도 없고, 깡패만 잔뜩 있다고 대답해주었다. 꿈, 그 꿈을 다시 한 번 찾아보고 싶어졌다. 부동산 공황이 시작되면, 해운대에 제일 먼저 충격이 올 것이다. 꿈을, 그 때에도 얘기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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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석훈의 세상읽기]
| ▲ 우석훈 2.1 연구소 소장 (88만원 세대 저자) | ||
유신 독재는 김재규의 총탄과 함께 막을 내렸지만, 2차 석유파동의 여파가 중화학공업에 영향을 미치면서 유신 경제도 함께 종식을 하고 있었다. 12.12와 함께 전두환의 신군부가 정국을 순식간에 엎어버리면서 불안한 상태에서 새로운 80년대를 맞았을 때, 과연 한국에서 광주사태를 상상했던 지식인이나 학자가 있었을까? 어쨌든 우리에게 80년대는 그렇게 왔고, 그 어둡고 험한 10년간을 힘들게들 헤쳐 온 것 같다.
90년대가 왔을 때 그 때는 과연 어땠을까? 한국사 최고의 우정을 과시했던 노태우의 힘이 빠지면서 이제 소주와 어두운 대학가로 상징되던 그런 흐름들은 사라지고, 민주와 번영만이 영원할 것 같이 89년은 새로운 10년대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다. 물론 이러한 희망적인 흐름은 3당합당이라는, 호남을 둘러싸는 보수의 포위구조를 만들면서 다른 흐름으로 금방 역전되어버렸다. 이 때 지식인들은 무슨 생각을 했었고, 전문가들은 어떻게 시대를 읽었을까? IMF 경제위기 같은 거대한 혼돈으로, 한국 사회의 흐름 자체가 바뀌어버릴 사건을 예상한 사람이 89년에도 있었을까?
그 다음 10년은 김대중과 함께, ‘밀레니엄’이라는 이름으로 맞았다. 세상은 점점 신자유주의라는 경제 근본주의로 향해가고 있었지만, ‘새천년’이라는 이름으로 민주당도 ‘새천년민주당’으로 이름을 바꾸었고, 대학가는 그 당시의 흐름을 반영하듯이 ‘새천년관’이라는 건물들을 앞 다투어 세웠다. 토건한국의 미래를 예견하지도 못 한 듯, 각 대학의 새천년관 혹은 ‘100주년 기념관’은 토건 시대라고 할 수 있는 00년대(공공 연대라고 읽는 것이 좋을 것 같기는 하다.)를 열게 되었다. 이제 한나라당만 사라지면 한국에서는 민주주의와 경제번영이 동시에 도달될 것 같았고, IMF 경제주범으로 몰린 김영삼과 함께 한나라당은 영원히 한국 역사에서 사라질 것 같아보였다. ‘시간은 우리의 편’, 그것이 밀레니엄의 분위기가 아니었을까?
그리고 이름도 갖지 못하고, 도대체 뭐라고 불러야 할지 아무도 생각해보지 않는 새로운 10년, 그 10년대가 문득 우리에게 오고 있다. 이걸 ‘십년대’라고 불러야 할지, 대학가에서 새롭게 사용하는 명명법처럼 ‘일공년대’라고 불러야 할지, 아니면 곧이곧대로 ‘이천십년대’라고 불러야 할지, 그야말로 이름도 없고, 제대로 부르는 방식에 대해서도 익숙지 않은 새로운 10년이 문득 다가오고 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각하’라고 부르는 것이 오히려 자연스러울 듯한 이명박 대통령의 토건과 함께 새로운 10년대가 열렸다는 사실이다.
| ▲ 지난 2일 대구시 달성군 낙동강 둔치에서 열린 낙동강살리기 희망선포식에 참석한 이명박 대통령이 ‘녹색성장’을 상징하는 머플러를 목에 두르고 지역 인사들과 함께 구호를 외치고 있다. ⓒ청와대 | ||
10년 후, 박근혜 대통령과 함께 또 다시 우리는 새로운 10년에 대해서 생각을 해보게 되는 건가? 한겨레, 경향, 오마이뉴스, 프레시안 같은 것들이 10년 후에도 과연 망하지 않고 살아있을까? 민주당도 그 10년 후에 같이 한 번 미래에 대해서 고민해볼 수 있을까? 중앙일보는 과연 그들의 숙원대로 공중파에 진출해서 방송을 하고 있을 것이고, 그 때에도 조선일보가 여전히 ‘1등 신문’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을까?
아니, 진보신당이라는 당명이 10년 후에도 남아있을까? 그 때에도 여전히 우리는 비정규직을 낑낑 껴안고 ‘사회통합’을 외치며, 여전히 ‘월급’ 형태로 임금을 받고 있을까? 그리고 여전히 대치동을 축으로 하는 사교육이 ‘사교육 불패’를 외치면서, “좋은 대학 가기 위해서는!”이라는 학원권력을 부여잡고 있을까? 지금 준비한다는 세종시는 10년 후에는 어떤 모습이 되어 있을까? 과연 지금 준설하면서 ‘4대강 살리기’를 당하고 있는 그 강들은 10년 후에도 아직 살아있을까?
난 10년대를 ‘안녕의 10년’이라고 부르고 싶다. 내가 사랑하는 것들과 사랑하지 않는 것들, 그 모두가 살아서 2010년을 보면 좋겠다. 그리고 그 때에도 아옹다옹하면서 또 싸울 수 있으면 좋겠다. 다들 안녕하게 이 고통스러운 10년 동안, 죽지 말고 살아계시기 바란다. 다만, ‘토건’만은 10년 후에 또 보고 싶지 않다. 토건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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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석훈의 세상읽기]
| ▲ 우석훈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강사 | ||
은평 뉴타운을 진행하는 SH공사와는 법정 다툼까지 갔고, 서로 크고 작은 상처들을 받게 됐다. 도시공학 박사과정의 젊은 학자들과는 자주 만나지만, 교수들과는 술 마시다가 소주잔을 날리는 추태를 부리지 않을 자신이 없어서 가급적이면 자리를 피한다. 테헤란로에 부동산 기획사를 운영하면서 학자인 척하고, 정부에 자문하는 사람과 술을 마셨다가는 정말로 내가 폭행죄로 잡혀갈지도 몰라서 동석하지 않으려고 하는 편이다. 나이가 마흔이 넘었지만 수틀리면 술상부터 엎어놓고 보는 젊은 시절의 혈기가 아직도 잘 가시지 않는다.
그렇다고 내가 건축가에 대한 존경심이 없는 것은 아니다. 논란이 많지만 김수근의 건축물을 여전히 존경하고, 20대 때 100권 가까운 건축관련 책들을 읽었고, 꼭 그 이유는 아니지만 내가 처음 가지게 된 변변한 직장이 바로 현대건설이었다. 현대건설의 과장으로 일하면서 회사의 배려로 연세대와 동국대에 강의를 나가던 것, 그게 내 20대 후반의 모습이었다.
만약 내가 다른 경제학자처럼 ‘부동산 공급론자’의 입장에 선다면, 나도 얼마든지 타워팰리스와 주상복합을 숭배하면서 아파트 예찬으로 푼돈쯤 얻어가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시대는 변하는 법이다. 그리고 누구나 대세를 따라가면서 ‘생활인’으로 사는 것은 아니다. 지금 활동하는 한국의 건축가 중에서도 그런 분들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의 자서전이 얼마 전에 출간됐다. 느낌부터 말하자. 그는 샤넬과 비슷한 느낌을 주는 사람이다. 독학자이고 자수성가한 사람이고, 자신의 매종을 가지게 된 사람이다. 샤넬이 자기 사무실에 있는 모든 사람의 모습을 보기 위해서 사무실에 거울을 잔뜩 배치한 것처럼, 안도 다다오는 5층 사무실을 통건물로 만들고 모두가 자신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게 해놓았다.
이메일 금지, 전화금지, 그리고 공용전화 5대도 모두 자신의 자리 뒤에…. 샤넬이나, 안도 다다오나, 사람을 자신의 연장으로 생각한 것은 마찬가지인 것 같다. 그리고 모더니즘을 만든 사람들이다. 유럽 여행 중에서 안도 다다오는 68혁명의 5월에 그 현장에 있게 됐고, 그 68의 열기와 모더니즘을 일본에 가지고 온 사람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대단한 사람이다.
| ▲ 11월 14일 세계일보 15면 | ||
자, 돌아서서 한국의 건축가들을 살펴보자. 슬픔이 애간장을 아린다. 한국의 대형 건물들은 대개 외국 건축가들의 차지이다. 도저히 움직일 공간이 없고, 구조계산으로 품일을 해야 먹고 사는데, 여기는 온갖 부패로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해야 하고 양심을 지킬 공간이 없다. 일본의 건축가들은 동경과 오사카의 개인주택에 대한 리모델링 작업으로 데뷔를 하거나 양심을 지키는데, 한국의 건축가들은 처음부터 주상복합 설계의 부속품이 되는 것 외에는 데뷔하거나 게릴라 정신을 이어나갈 공간 자체가 없다.
토건 시대, 한국 건설사는 호황이라고 하지만, 생태나 여성 혹은 문화를 주장하고 싶은 설계사들은 한줌 서 있을 공간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자신의 자서전을 내는 일본의 안도 다다오가 한없이 부러워 보인다. 안도 다다오가 일본의 버블 시기에 어떻게 자신의 정신이 왜곡되고 예술이 흔들리는 것을 보면서 괴로워했는지, 이것은 바로 오늘 우리의 자화상이기도 하다.
파리에 뽕삐두 센터라는 건물이 있다. 모더니즘의 상징이기도 하지만, 21세기 다시 시작한 네오 모더니즘의 근거지이기도 하고, 검정색의 이데올로기로 전세계를 다시 통치하는 문화의 심장이기도 하다. 도서관과 박물관으로 내부를 채워놓은, 모더니즘의 핵심세력이 포스트모더니즘 그리고 다시 네오 모더니즘으로 세계를 이끌어나가는 공간이다. 샤넬과 안도 다다오, 그리고 뽕삐두 센터를 생각하면서, 4대강에 대한 한국 건축가들과 설계사들의 진짜 생각이 궁금해졌다. 명박 정신으로 21세기를 열 수 없다는 것이 너무 명확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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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석훈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강사 (88만원 세대 저자) | ||
우파들과 술자리에서 만날 일이 완전히 사라지자 건너 듣던 한나라당 얘기나 청와대 내부 소식은 도저히 알지 못하게 됐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한국의 좌파들은 ‘차 마시면서 얘기하는 법’을 여전히 알지 못하는 것 같다. 차 마시면서도 진심을 얘기할 수 있고, 밥 먹으면서도 5시간씩 수다를 떨 수 있다면, 아마 오래 전에 좌파가 집권을 하는 일이 벌어졌을 것 같다. 그렇다. 좌파가 집권하지 못한 것은, 북한 때문도 아니고, 전쟁의 기억 때문만도 아니고, 아마도 술 마시다가 망한 것이 아닐까.
나는 6년 전부터 ‘10대들과 대화하는 법’이라는 질문을 가지고 있었다. 여학생들과 대화하는 법은 아직도 잘 모르겠고, 남학생들과 대화하는 실용적인 방법은 조금 알게 되었다. 건물 뒤에서 서성거리면서 담배를 피우고 있으면, 얼쩡얼쩡 거리는 수강생들이 있다. “너 담배 피냐?” 교육적으로 옳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남학생들과 담배를 같이 피우면 그들은 진심을 말하기 시작한다. 혈연, 지연보다 더 끈끈한 것이 있다면 요즘은 흡연이라고 하더니, 과연 그렇다. 여학생들과도 같이 담배를 피우면, 그들만이 속사정을 얘기할지도 모르겠지만, 10대 여학생에게 담배를 주었다고 어떤 곤경에 처할지 무서워서 아직 실험해보지 못했다.
10대보다 더 속마음을 얘기하지 않는 존재들이 바로 20대이다. 그 중에서도 대학생은 진심을 말하는 일이 거의 없다. 15년가량 대학에서 계속해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그들에게 정말 진심을 들은 일은 딱 한 번이다. 내 경험으로는 한 학기로는 어렵고, 1년 동안 매주 갈비를 사주고, 소주를 사주고, 담배도 주고, 선물도 하고, 이렇게 시간을 같이 보내면 얘기를 하기 시작한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자기들이 말해주는 것이 정말 진실인 것도 아니다. 진실인 것과 진실이 아닌 것, 그런 것들이 혼재되어 있다. 실상은 자신들도 잘 모른다. 정말로 개인의 생애사를 이해하고, 시간도 아주 많이 들여야 사태의 진실을 조금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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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오전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 열린 '청년취업' 간담회에서 한 참석자의 발언을 듣고 있다. ⓒ청와대 | ||
누가 해도 좋다. 20대 작가와 20대 PD, 그리고 20대 진행자가 정말로 지금의 대학생 혹은 20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사회가 같이 대화할 수 있도록 한 시간짜리 방송을 만들어주면 좋겠다. 매일 할 수 있으면 더욱 좋을 것 같다. ‘20대와 대화하는 법’, 나는 여전히 그것이 궁금한데, 많은 사람들도 그것을 궁금해 할 것 같다.
20대는 4대강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어떤 20대들이 뉴라이트 운동에 그렇게 열심히 가담하는지, 왜 일부의 20대는 한나라당을 열심히 지지하면서도 정작 한나라당 당원에는 가입하지 않는지, 그런 거 궁금하지 않으신가? 나는 매우 궁금하다. 내가 별의별 한국의 20대들을 다 찾아봤지만, 아직 못 찾은 것은 20대 한나라당 열성당원이다. 그런 사람 생각도 궁금하다.
제주도의 20대, 울산의 20대, 대구의 20대의 생각도 들어봤지만, 내가 전국의 모든 20대들을 만나본 것은 아니다. 힘들어서 나는 더 못할 것 같은데, 내가 못 마친 대화의 시도들을 지상파에서 계속해주면 좋을 것 같다. 20대도 다 시청자이고, 시청률 조사할 때 잡히는 사람들이다. 그들에게도 말을 하게 해주고, 그들에게도 TV를 봐야 할 이유를 좀 만들어주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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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석훈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강사 (88만원 세대 저자) | ||
이런 나라에서 우리가 살고 있으니, 사실상 지킬 수 있는 것은 지리산과 한라산 정도다. 공교롭게도 명박 시대를 맞아, 이 두 개의 산 모두 케이블카라는 또 다른 도전을 맞게 됐다. 기술적으로 복잡해 보이는 몇 가지의 논란. 예를 들면, 장애인에게도 이 멋진 산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접근권을 보장하자는 둥, 형식적으로 논거가 아주 없지는 않다. 하지만 본질은 2010년 지자체 선거를 맞아 지역의 토호와 외지의 투기꾼에게 얼마라도 챙겨주면서 선거에 도움을 받자는 것처럼 보인다.
장애인 단체와 상의를 해봤는데, 실제 장애인들은 어렵지만 한라산 등반을 하는 것을 매우 중요한 프로그램으로 생각하고 있다. 장애인 때문에 케이블카가 필요하다면, “장애인은 그런 것 필요없다”는 성명서라도 낼 생각이 있다는 말을 건네 들었다. 민족의 영산이라고 하지만, 땅투기의 시대 그리고 지방토호들의 시대에 더 이상 버티기가 버거워 보인다.
내가 지리산과 연관을 맺은 것은 벌써 5년 정도 된다. 그동안에 제주도는 올레길이라는 방식으로 개발파들의 토건적 방식이 아닌 대안이 중요한지 보여주는 데 약간 성공한 것 같다. 지리산에서는 ‘둘레길’이라는 이름으로 굳이 케이블카가 아니더라도, 그리고 주능선을 등반하는 방식이나 자동차를 타고 둘러보는 방식이 아니더라도 지리산을 느끼고 보듬을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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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산일보 2008년 11월 1일 3면 | ||
나는 숙성치를 위로 넘어가는 길을 갔지만, 그 밑으로는 걸어서 지리산을 느낄 수 있는 나지막한 산책로가 길게 마련되어 있다. 아직 지리산 둘레길이 다 연결되지는 않았지만, 지리산을 지키고 싶은 사람들이 이렇게 조금씩 길을 이어가면서 소위 ‘스테이 관광’이라고 부르는, 가족 단위로 머무를 수 있고, 조금씩 걸으면서 대화할 수 있는 그런 식의 방안을 마련하는 중이다. 물론 원칙대로 하면, 그냥 내버려두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케이블카의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서 지리산 주민들이 이런 방식으로 케이블카의 대안을 찾는 중이다.
일본도 90년대의 거품 공황 직전, 헤이세이 공황 때 꼭 지금의 우리처럼 케이블카를 많이 만들었다. 당시 케이블카 가운데 지금도 사용되는 것은 그렇게 많지는 않고, 2000년 이후에는 하나 밖에 추가된 것이 없다. 올레길, 둘레길, 이렇게 걸으면서 사색하고 대화할 수 있는 방식으로 한국의 생태 관광이 나아가는 지금, 꼭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서 케이블카를 지금 당장 건설해야 할까?
나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지금의 4대강과 도심 재개발에 투입되는 세금이 결국 내년 지자체 선거를 맞아 우리의 시한폭탄인 버블 폭탄을 터뜨릴 것 같다. 산을 지키는 것이 생태를 지키는 것이고, 그것이 바로 우리의 경제를 지키는 것이라는 사실에 대해 우리 모두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 지리산과 섬진강도 못 지키면, 한국에서 지킬 수 있는 생태적 자산이라는 것은 사실상 없다. 박경리 선생님의 <토지>에서 따온 토지면에서 두 밤을 자면서, 좀 더 명랑하게 케이블카의 대안을 찾을 길이 무엇인가, 곰곰이 생각해볼 기회가 되었다. 2010년 대선에 즈음한 국립공원의 케이블 카 강행, 이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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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석훈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강사 (88만원 세대 저자) | ||
한학수가 도와달라는 일은, 어지간해서는 도와주겠다는 게, 아마 그 때 2%에 속했던 사람들은 여전히 거의 비슷한 심경일 것이고, 그게 지금 내가 〈PD저널〉에 매주 칼럼을 쓰고 있는 이유이다. 어쨌든 황우석 사건은 아주 조용해지고, 막 그에 대한 재판 판결이 나온 그 즈음에 조용하게 한학수 PD를 만나게 되었다. 솔직히 고백하면, 내가 〈PD저널〉에 쓰는 글은 많은 경우 KBS의 황대준 PD와 MBC의 이상호 기자를 상상하며 쓰는 글이다.
황대준 PD는 에너지관리공단 시절, 환경스페셜을 준비하면서 알게 되었고, 이상호 기자는, 고등학교 친구이다. 이 두 사람을 늘 만나는 것은 아니니까, 그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얘기라고 생각하면서 이 칼럼을 쓰는 중이다. 여기에 한학수 PD가 독자로서 한 명 더 얹혔다. 할 일 없이 서울을 기웃거리면서 사는 아주 시간 많은 시간강사가 아주 바쁘게 살아가는 PD 친구 혹은 동료에게, 당신이 이 정도는 알면서 세상을 살았으면 좋겠다, 그런 게 내가 〈PD저널〉의 칼럼에 임하는 자세이다. 자, 이번 주는 〈월간중앙〉과 〈주간한국〉이라는 두 개의 잡지이다.
지금까지 나는 지난 3년 동안 한국 경제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12권의 ‘경제 대장정’이라는 시리즈를 집필하고 있었고, 정말로 경제만 생각을 했다. 〈88만원 세대〉로 시작된 20대 이야기는 그 중의 1번 타자이고, 20대와 경제적 삶이다. 이 시리즈는 늦어도 내년 초에는 내 손을 떠나가고, 실제로 취재와 연구는 이제 거의 다 끝난 상황이다. 더 이상 고민할 필요가 없는 게, 한국 경제는 이르면 내년 5월, 늦으면 내년 10월, 비극적으로 다음 단계로 넘어갈 가능성이 90% 이상이고, 그게 명확하므로 더 이상 추가적으로 고민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나의 다음 주제는 ‘사회과학 르네상스’이고, 그 다음 주제가 ‘잡지 살리기’이다.
보통 내 손에서 책 원고가 나갈 때 2~3년 정도 연구가 끝난 다음이니까, 잡지에 대한 고민을 지금 한참 해야 내년 연말 혹은 후년에 잡지에 관한 책을 한 권 쓸 수 있게 된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우연히도 〈월간중앙〉과 〈주간한국〉이 집에 배달되어 왔다. 이 두 권을 비교하게 된 것은, 그냥 우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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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간중앙 11월호 | ||
그래도 두 개만 놓고 비교하자면, 아무래도 〈월간중앙〉쪽이 손이 간다. 〈월간조선〉,〈신동아〉, 이런 것들과 경쟁하는 월간지인데, 그런 할아버지 느낌 잔뜩 나는 잡지들과 비교하면 훨씬 잡지처럼 생겼다. 〈주간한국〉의 껍데기는 일단 e-book이라는 커버스토리의 흰색 톤 때문에 더 깔끔하고 예뻐 보이지만, 그 부작용으로 무가지 느낌이 든다. 마치 등록금 천만원을 넘는 대학교 강의실 현관에 그냥 가져가라고 있는 대학생들이 만들었을 바로 그 무가지 느낌을 준다. 3500원을 지불하고 이 무가지 느낌의 잡지를 사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두 개의 잡지 다 정성은 들어간 듯 해 보이지만, 한 달에 10개 정도의 잡지를 돈 주고 사는 내가 돈을 지불하고 싶은 생각이 들어가게 하지는 않는 것 같다. 자, 2010년, 한국의 소비자를 중심으로 생각해보자. 예쁘거나 확 깨는 ‘짤방’이 여전히 인터넷에 넘쳐나는데, 이런 표지로 사람들에게 지갑을 열게 하기 쉽지는 않을 것 같다. 공교롭게도 〈월간중앙〉은 검은색 톤, 〈주간한국〉은 흰색톤이 되었다. 검은색, 흰색, 일단 이 느낌은 아니다.
참고로 거리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주간지는 〈시사인〉과 〈한겨레21〉이 1, 2위를 놓고 다툰다. 두 개 다 이런 모노톤한 느낌의 칼러는 사용하지 않는다. 일단 첫 인상에서, 두 개 다 자본주의적인 건 아니다. 그래도 첫 느낌에서는 일단 〈월간중앙〉 승이다. “MB 지지율 청와대 참모들이 까먹나”라는 커버의 기사가 잠깐이나마 눈길을 끈다. 그래도 지갑을 열게 하기에는 여전히 약하다. (자, 본문은 다음 주에 열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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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석훈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강사 (88만원 세대 저자) | ||
당시 신중현의 오래된 LP들은 대부분 일본으로 넘어가 있고, 실제 신중현이 초기 앨범을 다시 발간하기 위해서 원곡들을 일본에서 받아왔다. 영화 〈고고 70〉에는 음악으로 넘쳐흐르던 70년대의 음악 에너지들이 어떻게 군사독재 아래에서 쥐어뜯기고 압살당하고, 무너지게 됐는지 한 단상을 보여준다. 그렇다. 우리에게 음악은 물론이고 문화라고 이름 붙여진 것들은 퇴폐이고, 풍기문란이며, 단속의 대상이 되었던 시절이 있었다. 그게 한국의 보수들이 자랑스러워하던 그 보수가 형성되던 시기의 우리 모습이다.
조금 더 볼까? 풍기문란, 퇴폐, 왜풍 등 금지곡의 이유도 다양했지만, 여전히 가장 황당하다고 생각되는 건 신중현의 노래들에 붙은 ‘창법미숙’이라는 금지곡 사유였다. 사이키델릭풍을 적극 활용한 신중현의 락이 창법미숙이라면, 요즘 래퍼들은 전부 현행범들이고, 음도 잘 맞지 않는 이즈음의 댄스가수들은 종신형 감일지도 모르겠다. 금지곡과 금지규정, 그런 것들을 뚫고 한국은 나름대로는 자신의 문화를 가지고 있는 나라로 지금 발전하고 있는 중이다. 한류를 칭송할 때는 조국의 발전과 뻗어나가는 한민족의 기상을 발현한다고 칭송을 엄청나게 했지만, 그것들은 바로 한국 보수주의자들의 억압과 핍박을 뚫고 발전된 가냘픈 문화의 꽃이 아니었던가?
그래도 그 시절의 한국 보수들은 유치찬란하기는 하지만, 이유는 사람들에게 알려주었다. 황당한 이유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나름대로의 법과 원칙에 의해서 움직여나갔다. 이유를 밝히는 것과 밝히지 않는 것 사이에는 하늘과 땅만큼의 차이가 있다. 그래, 유신찬가를 만들어달라는 부탁을 완전 무시했던 신중현이 ‘아름다운 강산’을 작곡해서 발표했을 때, 얼마나 미웠겠던가? 인간적으로 박정희의 분노를 이해 못할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도 이유는 말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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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송인 김제동 씨 ⓒKBS | ||
물론 현 정부에 들어와서는 첫 방송 개편부터 한참 우왕좌왕하면서 제 시간에 못하기는 했는데, 어쨌든 정기개편에 변화를 주는 모양새를 취하기는 했었다. ‘시투’라고 사람들이 사랑했던 〈시사투나잇〉이 그 때 폐지되었다. 모양새는 거기가 전부였다. 〈TV 책을 말하다〉부터는 그냥 어느 날 갑자기 ‘막방’이 되어버렸고, 이게 사장 맘대로 바꾸는 건지, 청와대 맘대로 바꾸는 건지, 아니면 그날그날 대통령인 이명박의 기분 따라 바꾸는 건지, 도무지 알 수가 없게 되었다. KBS도 공기업이면서 정부기관이므로, 최소한의 행정 원칙 정도는 지키는 게 좋을 것 같기는 한데, 이제 아예 재미를 붙였는지, 정말로 맘대로 하고, 설명도 없다. 김제동의 하차는 이유도 설명도 없는 대표적인 경우이다. 만약 외부에서 이유를 하나 찾아보자면, 그야말로 ‘복수무정’, 딱 그 이유 하나이다.
자, 이 사건을 좀 뒤에서 살펴보자. 한국 보수주의자의 유전자는 그들이 요즘 말하는 ‘중도실용’ 혹은 입에 달고 다니는 레파토리인 ‘법치’가 아니라 복수무정인 것인가? 일단 밉보이면 어떻게든 복수하고, 그 복수에는 법도 원칙도 그리고 행정적 상식도 필요 없다는 것이 정말 한국의 보수가 우리에게 보일 수 있는 전부란 말인가?
유신 시절, 박정희는 그래도 이유라도 밝혔다. 이유도 없는 이 보수의 복수무정, 이런 터무니없는 복수극 따위로 한국을 통치할 수 있다고 과연 믿는 것인지, 그걸 물어보고 싶다. 알제리 독립을 지지한 샤르트르에게 많은 프랑스 보수주의자들은 배신자라고 말했지만, 드골은 “그도 애국자다”라면서 사상의 자유, 그리고 문화의 자유를 보장했다. 도대체 이런 복수무정으로 보수는 한국을 지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힘으로 흥한 자, 힘으로 망하고, 복수로 흥한 자, 복수로 무너지게 된다. 이게 역사의 순리이다. 김제동, 이제라도 원상복구 시켜라. 유신 때도 없던 행정행위를 지금 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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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석훈의 세상읽기]
| ▲ 우석훈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강사 (88만원 세대 저자) | ||
정운찬이 정치인이든 아니든, 그에게는 서울대라는 자산, 경기고라는 자산, 해마다 수천명씩 졸업하는 경제학자라는 자산 그리고 미국 유학생이라는 자산을 가지고 있다. 좋든 싫든, 정운찬이라면 일단 한 번 접어주고 생각하려는 흐름이 분명히 있다. 그러나 이보다 더 큰 것은, 한나라당은 싫지만 민주당은 믿음이 가지 않는다는, 아마도 한국의 70% 이상의 지식인들은 물론 “열심히 공부해서 훌륭한 사람이 되자”는 개발주의 시대의 성실한 생활인들의 지지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돌덩어리 같은 30%의 한나라당 고정 지지자들 여기에 아마도 6개월에서 1년 사이에 정운찬이 가지게 될 개인 지지율 20%를 더하면, 한나라당은 일본의 자민당처럼 된다. 자민당 내에 좌파도 있고, 우파도 있고, 좌우 전환을 자민당 내에서 54년간 했다. 한나라당의 오랜 야망인 일본 자민당식 개편이 지금 진행 중이라고 보인다. 그리고 그 전환의 첫 단추가 바로 정운찬이다. 한신이 ‘토사구팽’을 당했다면, 이는 이재오 같은 가신 그룹들에게 해당되는 말이고, 정운찬은 일본 자민당식 연정체계를 위해서 영입한 외부인사이다. 그가 없다면 그릴 수 없는 그림이다.
자, 그렇다면 나는 정운찬에게 무엇을 기대하는가? 혹은 그를 통해서 한국의 어떠한 변화를 기대하는가? 우리에게는 신자유주의와 토건경제라는 두 가지 질문이 있다. 일본은 90년대 엄청난 토건경제를 운용했고, 결국 ‘잃어버린 10년’이 생겼다. 그러나 일본의 신자유주의는 2004년 고이즈미의 우정국 민영화와 함께 등장했다. 일본은 토건경제를 먼저 해체하고, 그 다음에 신자유주의를 맞은 것이다. 아르헨티나와 멕시코 같은 국가는 신자유주의는 맞지만, 토건경제는 하지 않았다. 중국이나 베트남의 경우 토건경제이기는 하지만, 국가가 공산당을 통해서 적극 개입하는 경제이며, 신자유주의는 아니다.
| ▲ 9월 7일 조선일보 1면 | ||
딱 한 가지만 내가 정운찬에게 제시한다면, 총리가 되었을 때, 총리실 산하로 ‘탈 토건경제 해체위원회’ 같은 것을 하나 만들라는 것이다. 4대강, 골프장, 케이블 카, 부동산 거품, 이걸 개별적으로 접근하면 논란만 되고, 초반에 힘이 빠져버린다. 이걸 묶어서 총리가 주재하는 위원회를 만들고, 그 밑에 실무위원회를 두고 여기에 시민단체와 전문가들 그리고 정말로 정운찬식 경제 개혁을 지지할 사람들의 조언을 구하면 길이 열린다. 정운찬의 국민경제가 민주당보다 더 왼쪽으로 온다면, 민주당도 죽기 싫다면 바뀔 것이다. 민주당 역시 호남 지역에서는 토건경제의 강력한 옹호자일 뿐이다.
한 가지만 더 부탁하자면, 국가 농업에 관한 검토위원회를 하나 더 만들면 좋겠다. YS 시절부터 DJ까지 농업행정은 실종되었고, 노무현 시절 거의 공식적으로 농업정책을 포기하기에 이르렀다. 지금 한국에 과연 우리의 농업은 어떻게 갈지, 그 고민을 해줄 만큼 힘 있고 선의를 가진 사람은 정운찬 뿐이다. 농촌정책이 아니라 농업정책, 그 해법을 기대한다. 탈 토건과 농업이라는 두 가지 키워드를 가지면, 국민경제 내 대부분의 행정 속에 감추어진 흐름들이 보일 것 같다. 정운찬 총리의 시대가 탈 토건경제의 첫 발을 내딛었던 시기가 되기를 정말로 나는 고대한다. 정운찬 총리가 성공하고, 민주당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입지를 찾으면, 우리는 선진국이 될 수 있다. 선의의 정책 경쟁, 그 시대를 열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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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석훈의 세상읽기]
| ▲ 우석훈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강사 (88만원 세대 저자) | ||
그들이 따라나서는 순간, 한국 경제의 디버블링이 시작될 것이라는 게 내 생각이다. 민주당의 의원총사퇴는 불과 한 달이 지나기 전에 ‘무조건 등원’이라는 싱거운 회군으로 결론이 났다. 최문순, 천정배, 그들은 일단은 회군의 낙오병이 되었다. 만약 10년 후에 2009년 8월을 기억한다면 우리에게는 이들 중 어떠한 것도 사건이 되지는 못할 것 같다. 그러나 마지막 주말에 두 개의 사건이 벌어졌다.
사건 1. 테디 캐네디라는 별칭으로 불린 에드워드 케네디가 사망했다. 사람은 누구나 나이를 먹으면 죽는다. 게다가 앞선 케네디가의 일가는 대통령 재임 중 혹은 유력한 대선후보로 선거 캠페인 중에 저격으로 사망했는데, 천수를 다 누린 에드워드 케네디의 사망은 가슴은 아플지언정, 큰 뉴스거리가 되기는 어려워보였다. 그러나 이것을 뉴스로 만든 것은 사망 사건 자체가 아니라 CNN의 보도방식이었다. 물론 나는 CNN을 옆에 끼고 사는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중요한 사건이 있을 때마다 CNN은 보는 편이다.
CNN은 뉴스 중계를 잠시 세우고 케네디 장례식을 생중계했다. 분단위로 뉴스를 바꿔가면서 틀어대는 CNN이 뉴스 중계를 세운 것은 그것 자체가 뉴스가 된다. BBC 역시 장례식을 생중계했다. 이마에 딱 ‘민주당’이라고 쓰여 있는 케네디가 여인들의 모습을 보면서, 아마 많은 사람들은 부시의 시대가 이제는 갔고, 의료보험개혁을 상징하던 케네디에 대한 관심에서 신자유주의의 시대가 이제는 갔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을 것이다. 아버지 부시 시대 걸프전의 미사일 폭격을 워게임처럼 생중계하면서 CNN이 지금의 CNN이 되었다. CNN의 케네디 장례식 생중계는 CNN의 탈 신자유주의 선언으로 이해할 수 있다.
| ▲ <경향신문> 8월 31일 종합 1면 <日 '정치혁명' 54년만의 정권교체> | ||
지금과 같이 3배에 가까운 압승을 예상하는 사람은 없었다. CNN은 이 사건에 대해서 그렇게까지 주목하지 않는 분위기였고, 프랑스의 르몽드가 개표 중간에 상당한 관심을 보인 정도였다. MBC는 특별한 분석이나 인용 없이 시작 6분 정도를 정말로 드라이하게 보도하였고, 우리의 KBS는 당연하게도 청와대 개편 예상으로 첫 뉴스를 시작하였다. 미국, 일본에 이어 탈 신자유주의 분위기가 강해졌다고 이 사건을 해석하면, 언론인 자격이 없다. 이 사건은 1950년 한국 전쟁 이후 동북아질서를 재편한, 두 번째 벌어진 중요한 사건으로 봐야 한다.
이 세기의 전환을 보며, 한겨레와 경향신문도 자세히 봤는데, 역시 우리는 우리 스스로를 분석하는 능력이 약한 만큼, 상대편을 분석하는 능력도 약해 보였다. 이 상황에서 생각나는 장면 하나를 더 생각해보자. 미국 대통령 경선 시절, 오바마가 클린턴을 처음으로 역전하는 날, 난 우연히 파리에 있었는데 그날 르몽드가 이 사건을 다룬 호외를 발행했다. 그만큼 프랑스는 미국에 대해서 자세하게 분석하고 변화를 이해하려고 하는 나라이다.
내심 한겨레나 경향에서 일본 총선에 대한 호외 혹은 특집호 같은 것을 밤을 새서라도 내지 않을까, 노심초사 해봤지만, 그러지 않을 것이라는 것은 너무 뻔했다. 도대체 일본의 선거과정에서 지난 1년 동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어떤 전기가 있었고, 어떤 세력이 참여했는지, 그런 걸 알고 싶다. KBS는 애당초 기대도 안하고, MBC는 그런 노력이 없었는데, 그렇다면 한겨레와 경향이라도 최소한의 언론의 역할을 해줘야 하는 거 아닌가. 2009년 8월, 마지막 주말을 보내면서, 한국에서는 좌파든 우파든, 진보든 보수든, 대체적으로 까막눈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죽기 싫으면, 분석해야 한다. 그게 언론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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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석훈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강사 (88만원 세대 저자) | ||
한참 드라마 많이 볼 때에는 아마 한국에서는 절대로 보는 남자가 없을 정도로 아침 드라마까지 꼬박꼬박 챙겨보기도 했다. 아내가 아주 한심 맞게 여긴다. 가장 최근에 집중해서 본 드라마로는 〈커피프린스 1호점〉과 〈대한민국 변호사〉가 있다. 두 개 다 OST까지 구입해서 가끔 음악도 듣는데, DVD까지 사서 볼까 한 적이 몇 번 있는데, 아내의 눈초리가 따가워서 차마 사지는 못했다.
김영현 작가의 드라마는 재미있든 재미없든, 그야말로 개근하면서 4개 째 따라다니면서 보는 중이기는 하다. 〈대장금〉은 새삼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서동요〉는 재미없는데도 참고 봤고, 〈히트〉는 죽을 것 같이 재미없는 데도 꾹 참고 봤다. 김영현은 대학도 들어가기 전 오리엔테이션 하던 날, 막걸리 마시면서 결국 밤을 샜던 그 학회 선배 중에 한 명이었고, 같이 박현채의 책을 읽으면서 나를 운동권으로 이끌었던 사람이었다.
앞의 드라마까지 말한다면, 김영현은 슬슬 밑천이 떨어지는 중이고, 〈대장금〉 이후 무게감이 점점 떨어지는 중이었다고 이해될 법한 순간이었다. 그러나 〈선덕여왕〉으로 〈대장금〉이 우연한 작업이 아니었고, 언제든 한국 최고의 드라마를 만들 수 있다고 스스로를 증명해보인 듯하다. 아직 드라마가 다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대장금〉과 우열을 비교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아랍 국가에서의 대장금 열풍은 확실히 동아시아에서의 열풍과는 사회적 맥락과 파장의 결도 다르고 파장도 다른 것 같다. 드라마 〈선덕여왕〉이 그만큼 해외에서 영향력을 가지며 문화적으로 충격을 줄 수 있을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쩌면 우리나라에서는 〈대장금〉 보다 더 중요한 영향을 줄지도 모르겠다는 것이 지금의 조심스런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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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BC 월화드라마 <선덕여왕> ⓒMBC | ||
뭔가 당시의 양식과 전혀 다른 이런 관측소가 필요한 것은 누군가가 가진 강한 권력을 제어하기 위한 것일 텐데도, 그렇다면 선덕여왕의 필생의 라이벌이었던 누군가가 있었을 것 아니야? 이렇게 자연스럽게 풀려나가는 얘기들은 워낙 개연성이 강하고, 또 전개가 자연스럽기 때문에 그 바깥의 사소한 ‘뻥’ 같은 것들에는 기꺼이 눈을 감아주게 만든다. 〈서동요〉에서는 그런 자연스러움이 없었고, 최초의 질문이 없었기 때문에 이야기의 전개가 부자연스럽고, 왕자의 사랑타령과 밑도 끝도 없는 과학찬가만이 보였었다.
하여간 많은 사람들이 〈선덕여왕〉과 함께 즐거운 여름을 보내고 있는 것 같다. 신라는 말은 천년왕국이라고 하지만, 너무나 연구나 관심이 없었던 곳이고, 석가탑, 다보탑 중심으로, 거의 일제 강점기에 형성된 신라를 보는 법이라는 틀에서 오랫동안 벗어나지 못한 것 같다. 그러나 우리는 드라마 〈선덕여왕〉과 함께 과학사의 세계로 그리고 근본적으로는 경제사의 세계로 들어가는 여행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결국 여름휴가를 경주로 떠났고, 경주에서 〈선덕여왕〉을 보는 쾌거를 이루고야 말았다. 드라마도 재미있었지만, 거의 버려지다시피 방치된 신라의 왕궁터들과 함께 이곳에 터를 잡았던 사람들이 어떻게 한국을 통일하는 힘을 가지게 되었던가에 대해서 새삼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고구려 중심의 시각으로 한국사를 보는 것도 하나의 눈이기는 하다. 그러나 신라는 당나라를 끌어들인 배신자다, 이렇게 간단하게 그 천년의 역사를 살펴보는 것은 너무 재미없는 방식이기도 하다.
한국, 고려의 후계자이고, 조선의 후계자이기도 하지만, 또한 신라의 후계자이기도 하다. 잃어버렸던 고대사와 경제사에 대한 관심을 다시 회복하면서, 간만에 등장한 고품격 드라마에 찬사를 바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여름 경주를 채운 관광객을 보면서, 아직도 문화와 역사를 위해서 돈을 지불하는 사람들이 있는 한, 한국은 최소한 망하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두 대통령의 국상을 연이어 치르면서 한국은 절망만 있는 것 같아 보였지만, 그래도 〈선덕여왕〉이 있어 이번 여름은 행복했다. 자, 〈대장금〉의 시청률 57%에 도전한다, 〈선덕여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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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학생운동이 한참일 때, 피디니 주사파니 하는 싸움이 있었다. 이것도 고백하면 나는 피디 계열에 속했고, 주사파들의 “우리식으로 하면 된다”는 말과 지독할 정도의 통일 근본주의를 끔찍하게 싫어했다. 농업운동을 하던 시절에도 “북한에 쌀 주면 된다”는 통일 농업에 대해서 끝까지 나는 찬성할 수 없다고 버텼었다. 그러나 최근에 나의 로망 하나를 다시 생각해냈었다.
나는 20대의 대부분을 파리에서 보냈다. 파리에서도 취직 제안이 있기는 했었는데, 그들은 국적을 바꾸기를 요구했다. 그러고 싶지는 않아서 그냥 돌아온 지 15년째, 그 뒤의 내 삶은 한 마디로 비루했다. 죽지 않으려고 발버둥친 15년이다.
그런 나에게 로망이 하나 있는데, 서울에서 파리까지, 식구들과 승용차를 운전해서 꼭 한 번 다녀오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20대의 내 어설픈 생각으로는 마흔살이 되면 통일이 되지는 않더라도 최소한 북한을 경유해서 파리까지 오는 교통로 정도는 뚫리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했었다. 올해 마흔 한 살, 지금 생각해보니 택도 없는 희망을 가졌던 것 같다.
구글 어스를 돌려서 거리를 재본다. 블라디보스토크까지 800킬로미터, 아침 먹고 출발하면 해지기 전에 도착할 수 있는 거리이다. 중간에 북한에서 주유만 한 번 할 수 있게 해주고, 간단한 김밥을 주면 더더욱 바랄 게 없는 거리이다. 그리고 파리까지는 시베리아로 달릴지, 중앙아시아를 통과할지, 경유지에 따라서 다르지만 9000킬로미터에서 만 킬로미터, 하루 평균 일상 여덟 시간 노동으로 환산하면 열흘이면 갈 거리이다. 그 반만 가고 천천히 놀면서 가면 20일, 왔다갔다 적절하게 하면 한달에서 40일 거리가 된다. 거리는 2만킬로미터, 새 차 기준으로 엔진 오일 세 번 정도 갈아주는 것 외에 사실상 정비 받지 않아도 갔다 올 수 있는 거리이다.
| ▲ 노무현 전 대통령과 부인 권양숙씨가 지난 2007년 10월 2일 오전 9시 5분께 남과 북을 갈라놓은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쪽 땅에 첫 발을 내디디고 있다. 2007년 10월 3일 한겨레 2면. | ||
미애와 루이, 한국 여인과 프랑스 남편 그리고 자녀들이 318일 동안 서울-파리 여행을 한 적이 있는데, 그 때는 버스를 싣고 중국에서 출발했다. 북한이 전면 개방되지 않더라도 도로 하나만 열어주면 우리 모두가 이 꿈을 실현할 수 있다. 기차도 좋지만, 그건 시간이 걸린다. 서울에서 평양까지의 길이 어렵다면, 이미 연결된 동해안에서 금강산까지의 길, 그리고 그 위로 조금만 더 열어주면 가능한 일이다.
자, 지불의사를 생각해보자. 나는 평생 고생만 하신 나의 어머님과 아버님 그리고 나의 아내와 북한을 왕복 통과하는데 100만원쯤은 지불할 생각이 있다. 북한 영역을 통과하는데 주유 한 번 하게 해주고, 김밥 한 번 먹게 해주면 나는 식구들의 꿈을 위해서 100만원쯤 낼 생각이 있다. 그리고 그런 가장이 100만명쯤은 될 것 같다. 1조원쯤의 지불의사가 나온다. 4대강의 1/22의 돈이다.
정치는 잘 모른다. 그러나 모든 정치가 해결되지 않더라도 북한과 우회로 하나 정도 교섭하는 것이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라는 것 정도는 안다. 북한을 통과해서 우리가 섬이 아니라는 것을 다음 세대에게 이해하게 해주는 데 정부도 힘을 쏟으면 좋겠다. 나는 주사파도 아니고, 통일 근본주의자도 아니다. 그러나 북한과 이렇게 대치하는 게 좋지 않다는 점은 안다. 철도, 토지, 건설, 이런 토건적 상상을 조금만 참는다면 우리가 북한과 협력할 수 있는 것은 많다. 이 정부에서 나는 소수파라서 나의 꿈을 실현시킬 정치의 힘도 행정의 힘도 없다. 그러나 작은 도로 하나 열어주면 좋겠다. 우린 섬나라가 아니다. 그러나 너무 오래 섬처럼, 비행기를 타야 다른 곳에 간다고 상상하며 살았다. 그 문을 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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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석훈의 세상읽기]
| ▲ 우석훈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강사 (88만원 세대 저자) | ||
역시 알리는 알리였다. 파킨슨병을 앓고 있고, 더 이상 예전의 영민하고 민첩한 모습을 보여줄 수는 없어도, 알리는 알리였다. 지금 알리 정도의 위치에 비견할 수 있는 사람은 중남미 빈민들의 영웅이자, 전세계 축구 대통령이라고 할 수 있는 펠레 정도일 것 같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알리의 위상은 더욱 높아지는 것 같다.
알리만큼 권투를 잘 했던 사람을 꼽으라면 금방 몇 명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무적의 마이클 타이슨, 헤비급 타이틀 20차 방어의 래리 홈즈, 천재 복서 슈가레이 레너드, 돌주먹 듀란, 이런 사람들도 당대의 인기만 따지면 알리를 능가했던 사람들이다. 그러나 이런 사람들과 무하마드 알리는 전혀 다르다. 알리라는 이름에는 흑인 운동의 대부 말콤 엑스, 월남전 참전 거부와 대법원까지 올라간 종교적 병역거부, 흑인 빈민들을 위하여 아프리카에서 열렸던 조지 포먼과의 챔피언전 같은 것들이 붙어 다닌다.
국가가 그를 위하여 4주짜리 훈련과 예비군으로 구성된 입대 프로그램을 제시하였을 때, 그는 자신의 민족을 위하여 아무런 해를 끼치지 않은 사람들과는 싸울 수 없다고 결국 참전을 거부한다. 그리고 권투선수 자격이 박탈당하고, 패전 없이 헤비급 챔피언 벨트가 빼앗긴다. 그걸 포먼에게서 되찾아온 것이 32살의 나이였다. 너무 쉽고 편한 선택이 있었지만, 어쨌든 세상이 ‘떠벌이 알리’라고 불렀던 그는 가난을 선택하고, 흑인 빈민 운동과 평화라는 두 가지 상징을 어깨에 붙이게 된다.
| ▲ 뉴욕 양키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뉴욕 양키스와 보스턴 레드삭스의 시합전에 시상자로 나선 무하마드 알리(왼쪽)가 관중들의 열렬한 환호를 받고 있다. | ||
오드리 햅번은 세계 어린이의 기아 문제에 가장 앞장서서 나섰던 인생으로 자신의 삶을 마무리하였고, 이 햅번의 이미지를 이어받기 위해서 마돈나, 샤론 스톤, 안젤리나 졸리와 같은 여배우들이 진심이든 아니면 가식적이든 국제 활동의 맨 앞에 나서고, 진보적 이미지를 잃지 않으려고 한다. 한 때 프랑스 선거 때마다 이브 몽땅은 사회당을 대표하고, 알랭 들롱은 우파를 대표해서 세기의 홍보전을 펼친 적이 있다. 아무도 이브 몽땅에게 왜 중립을 지키지 않느냐고 비난하지 않고, 아무도 알랭 들롱에게 어떻게 우파를 찬양할 수 있느냐고 비난하지 않는다. 어떠한 방식으로든 자신의 생각을 사회적 영웅으로서 얘기하고, 자신이 믿고 잃는 옮음을 실천하는 것은 세상을 위해서 중요한 일이다.
한국의 스포츠 영웅, 연애계의 영웅 그리고 예술계의 영웅을 보면서 그들 안에 자리 잡는 지독할 정도의 ‘자기 검열관’이 무서울 뿐이다. 우리의 영웅들은 국가로부터 혹은 시장으로부터 명예와 영광만을 가지고 갈 뿐, 아무런 사회적 책임은 지지 않으려고 하는 것 같다. “우리는 중립이예요”라는 얘기를 들을 때마다 가끔씩 무하마드 알리를 떠올리게 된다. 어떤 식으로든 발언하라. 그렇지 않다면 영원히 대중들의 바비 인형이 될 뿐, 알리처럼 세기를 뛰어넘고 국가를 뛰어넘는 진짜 영웅은 되지 못한다.
한국의 영웅들이 대중 앞에서 하는 얘기는 “자기는 이렇게 잘 나서 성공했다” 혹은 “이렇게 노력해서 성공했다”, 딱 두 마디 밖에 없는 것 아닌가? 신자유주의 시대, 우리의 영웅들은 왜 이렇게 “모든 것은 자기하기 나름이다”라는 신자유주의적인 이념의 전파자 밖에 되지 못하는 것인가? 그 안에 정말로 무서운 자기 검열관이 있어서 그런 것인가, 아니면 팬들이 그들에게 사회적 위치를 요구하지 않아서 그런 것인가? 어떤 식이든 좋다. 제발 “팬 여러분 사랑해요”라는 말 대신, 생태든, 평등이든, 균형이든 아니면 평화든, 자신의 신념을 말하고, 그렇게 해서 우리의 영웅이 알리와 같은 진짜 역사 속의 영웅이 되기를 바란다. 내 안이 검열관, 그것과 이기지 못하면 진짜 영웅이 되지 못한다. 무하마드 알리를 보라.
우석훈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강사
webmaster@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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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석훈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강사 (88만원 세대 저자) | ||
미디어법이 통과되던 날 미디어법에 관한 칼럼을 썼는데, 그날 처리될지, 아니면 다음날 처리될지 혹은 처리가 미루어질지 알 수가 없어서 신문사 담당기자와 거의 원고 마지막 순간까지 동영상으로 국회의 마지막 순간을 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어떤 케이블 TV의 경제 대담 프로에서 쌍용차 노조와 전화통화를 시도했었는데, 전화에서는 협상과 관련된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헬기가 최루액을 뿌리고 있습니다”라는 시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형식은 대화와 타협일지 몰라도 그 본질은 회피와 기만과 같은 것들이 더 많이 움직이는 것 같다.
이런 우리의 상황을 표현할 수 있는 단어들을 한동안 생각해봤는데, 그 중에 떠오른 게 테네시 윌리엄스의 <뜨거운 양철 지붕 위의 고양이>라는 희곡이었다. 영화로는 엘리자베스 테일러가 바로 그 매기를 연기했고, 1958년에 발표되었다. 원작에는 사실상 성불구 상태로 살아가는 남편의 동성애 코드가 얘기를 끌어가는 주축 중의 하나였는데, 영화에서는 동성애 얘기는 약간 뒤로 빼고 신분상승을 위한 자본주의적 속물이 가지고 있는 내면의 깊은 갈등이 잘 그려져 있다. 한 여름 온도가 올라갈 대로 올라간 뜨거운 양철 지붕 위의 고양이, 과연 내려갈 것인가, 아니면 그 위에서 버티고 살아가기를 배울 것인가? 올라올 수도 없고, 내려갈 수도 없는 이 양철 지붕 위에서 갈등하는 바로 그 매기는 당대 최고의 대형 스타였던 엘리자베스 테일러가 맡았는데, 원작이 너무 좋아서인지, 우리가 살아가는 현대라는 시기를 그렇게 잘 그려준 영화가 없는 듯싶다.
20세기 미국이 점차적으로 세계 자본주의를 이끌어나가면서 스노비즘이라고 할 수 있는 속물의 세계들에 관심을 가진 작품들이 꽤 있다. 이미 영문학에서는 20세기를 대표하는 고전이라고 할 수 있는 피츠제랄드의 <위대한 개츠비>는 맨하탄의 스노비즘을 그려준 걸작 중의 걸작이다. 자, 이제 한국은 혼동과 스노비즘 그리고 포기라는 몇 개의 단어가 지금 절정으로 향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민중이든 시민이든, 지금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혼동의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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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뜨거운 양철지붕 위의 고양이> (테네시 윌리엄스, 범우사, 1997) | ||
이런 대 혼동 속에서 예술이 피어나고 문학이 만개하면 얼마나 좋으려만! 지금 KBS는 그야말로 ‘뜨거운 양철 지붕 위의 고양이’인 셈이다. 가장 높은 시청률로 온 국민이 지금 지켜보고 있는데, 이미 손에 잡고 있는 권력은 놓고 싶지 않고, 그렇다고 그냥 있자니 지붕은 뜨거워 죽겠고. 뉴스는 점점 드라마를 닮아가고, 반면에 드라마는 점점 더 뉴스를 닮아가는 것 같다. 시사와 교양은 홍보가 되어가고, ‘아름다움’을 추구하며 세상의 얘기와는 점점 더 멀어져가는 이 스노비즘이여. 그래, 어쩌면 이 시대에 KBS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는 전부 고양이일 뿐인지도 모른다. 뜨거운 양철 지붕 위의 고양이, 바로 우리들의 자화상인지도 모른다. 채리 필터의 ‘낭만 고양이’라도 꺼내서 한 구절 들어보시기 바란다. 뜨거운 8월, 음악과 함께...
“두 번 다시 생선가게 털지 않아... 이젠 바다로 떠날 거예요, 거미로 그물쳐서 물고기 잡으러.”
제발 KBS가 생선가게의 생선이나 터는 뜨거운 양철 지붕 위의 고양이 대신, 거미로 그물쳐서 물고기 잡으러 떠나는, 문화와 예술 그리고 교양의 낭만 고양이가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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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석훈의 세상읽기]
| ▲ 우석훈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강사 (88만원 세대 저자) | ||
이 꿈들은 좋든 싫든, 지금 대학생들이 주로 선호하는 자신의 장래 희망이다. 물론 아주 가끔은 귀농을 꿈으로 생각하는 대학생도 있고, 예술을 통해서 자신만의 공간을 만들고 싶어 하는 학생도 있기는 하지만, 천연기념물급이다. 이런 대학생들의 소망 중에서 MBC의 PD는 상당히 높은 선호도를 가지고 있는 셈이고, 특히 언론학 계통의 학생들은 대체적으로 MBC PD를 맨 위로 꼽는 것 같다. 그 안에서도 또 약간의 분화가 있는데 대체로 드라마 PD, 예능 PD, 기자, 교양 PD, 이런 순으로 선호도가 움직인다. 한국에서 MBC PD가 된다는 것 그리고 그 중에서도 드라마나 예능 분야에 종사하는 PD가 된다는 것은 아마도 삼성전자에서 일하는 것보다 많은 대학생들이 훨씬 선호하는 그런 일이 아닐까 싶다.
내가 기억하는 한도 내에서는 80년대에는 방송국 PD가 지금처럼 선호 대상이 아니었다. 다양성을 기치로 80년대를 해체하고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내려는 일련의 흐름이 생긴 90년대 중후반 이후로 PD라는 직업이 아주 인기 있는 직업이 됐다. 그리고 다시 10년이 흘렀는데, PD 특히 MBC PD에 대한 대학생들의 선호도가 전혀 줄어들지 않고 있고, 오히려 더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
솔직히 나한테 방송국에서 일하는 직종 중에 하나를 선택하라고 하면, KBS의 간부직을 선택하겠다. 젊었을 때 잠깐 고생하고, 나이를 먹어서도 대충 대접받으면서 한 평생 살다가기에는 KBS 간부직이 제일 나은 것 같다. PD들에게는 일종의 사회적 의무 같은 것들이 있어서 요즘과 같이 방송 시장이나 시스템이 격변하는 기간에는 “도대체 당신들 뭐 하는가?”라고 무엇인가 좌불안석처럼 만드는 분위기 때문에 가만히 있기가 쉽지는 않지만, 간부들에게 그런 따가운 시선이 꽂히지는 않는다. 물론 한국의 직장 전체를 놓고 선택하라면 나는 한전의 말단 한직을 선택할 것 같다. 크게 영광스럽지는 않지만, 출퇴근만 제 시간에 하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든지 정말 조용하고 한적하고, 특히 정치 같은 것은 전혀 신경 쓸 필요가 없는 그런 자리들이 많다.
| ▲ 이근행 전국언론노조 MBC 본부장이 지난 21일 열린 총파업 출정식에서 2000여 조합원들의 이름이 빼곡히 적힌 현수막 앞에서 출정사를 밝히고 있다. ⓒPD저널 | ||
어쨌든 이 조용하던 PD들의 세계에도 격동의 풍랑이 왔고, 그들도 ‘명박 시대’를 몸으로 체감해야 하는 빅뱅의 순간이 온 셈이다. 그들 역시 언론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으니까 결국 공인의 신분이기는 하지만, 또 돌아서면 결혼도 하고 가정도 꾸리는 생활인이기도 하다. 좋은 세상이야, 생활인들이 정치 신경 쓰지 않고 살아가도 모든 것이 윤택한 순간이기는 하지만, 지금은 다시 온 국민이 정치에 신경을 곤두세우게 되는 정치의 계절이기도 하다. 한국에서 PD로 살아가기, 지금과 같은 순간에는 정말 만만치 않을 것 같다. 한 가지는 확실하다.
이들이 생활인으로서의 ‘순치’를 어느 정도 감당하고 참아낼 수 있느냐에 한국 국민의 ‘순치’가 어느 정도 빠르고 과감하게 진행될 것인가가 달려있다는 점이다. 언론의 자유와 방송의 자유가 지켜지지 않는 나라에서 표현의 자유가 지켜질 수 있고, 헌법이 보장하는 사상의 자유가 지켜질 수 있을까? 생활인 PD들에게는 참 고통스러운 시간일텐데, 그동안 편하게 지냈으니 이제 사회적 의무도 좀 수행하라고 말하고 싶다. 그러나 이 말도 편하지는 않다. 어쨌든 많은 대학생 예비 언론인과 예비 PD들이 이 순간에 이들이 어떤 선택을 할지, 눈 동그랗게 뜨고 지켜보는 중이다. 참, 세상에 만만한 일이 별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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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석훈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강사 (88만원 세대 저자) | ||
긴 시간은 아니지만 총리실에서 근무했던 적이 있었는데, 그 시절의 동료들은 한국 최고의 국무총리로 김종필을 꼽는데 주저하지 않았었다. 글쎄 하는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 어쨌든 DJP 연합으로 정권을 새로 만들었던 시절, 김종필은 그야말로 실세 총리였고, 그래서 외부에서는 어떻게 평가할지 모르지만, 그 시절에는 총리실이 좀 총리실처럼 돌아갔다는 것이 총리실 내부에서 내가 공무원들에게 전해들은 얘기이다. 나는 이한동 시절에 총리실에서 근무했었는데, 그는 ‘한또’라는 애칭으로 불리고 있었다. 내가 겪어본 바에 의하면, 그는 내가 경험해본 어떤 공무원보다도 유연하면서도 합리적으로 일을 처리했고, 그래서 아주 좋은 인상을 지금도 가지고 있다. 지금도 그 때 생각을 해보면, “재밌는 일 많이 했었지”라고 나도 즐거운 기억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여담이지만, 한명숙 총리 시절에는 기대를 많이 했었는데, 대추리 사건과 같이 좀 실망스러운 일도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지금 대한민국은 난국은 난국이다. 여야가 정말 첨예하게 대치할 수도 있고, 더 극단적으로 부딪힐 수도 있지만, 미디어법 같이 당장 급하지도 않은 법을 놓고 이 모양을 연출하고 있는 것은, 아무래도 이 정부가 지금 제 꼴이 아니라는 말 밖에 되지가 않는다. 비정규직 문제는 더 웃겼다. ‘자기실현적 명제’라고, 실업대란이라는 노동부 장관의 예언을 정말로 실현하기 위해서 국회나 KBS 그리고 노동부 산하 등 정부기관에서 그 예언을 정말로 실현하려고 하는 듯이 광분해서 2년째 되는 계약직들을 해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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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5월에 열린 2009 국무위원 재정전략회의. 이명박 대통령(가운데) 왼쪽에 앉은 한승수 국무총리의 모습이 보인다. ⓒ청와대 | ||
지금 한국을 돌아다보아라. 도대체 이 튼튼한 관료들은 어디가 있고, 도대체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 눈치꾼과 아부꾼 그리고 땅투기꾼들이 대통령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심지어 국정자료의 수치들까지 적당히 주무르는 지금, 이 행정 관료들을 총괄하는 국무총리는 도대체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 지난 1년 반, 우리가 국무총리의 얼굴을 잠깐 본 것은 촛불 시위 때 잠깐, 그리고 4대강 살리기 기공식과 같은, 그런 생색 안 나는 순간들 잠깐일 뿐이었다.
대통령제 하에서의 국무총리, 그 운용의 묘와 조정의 기술은 그야말로 국무총리 하기 나름이다. 한승수 국무총리, 이미 개각 하마평에 그 이름을 올린 게 오래 전이고, 다음 총리가 누구인지 연일 정개개편과 관련된 각종 시나리오들이 나온다. 그래도 ‘1인 지하, 만인 지하’의 자리이다. 위기의 이 국면에서 존재감을 살려주는 것이, 우리 모두가 사는 길이 아닐까? 너무 존재감 없는 국무총리였지만, 그래도 한 때 대한민국의 ‘승상’ 자리에 있던 자로서, 용산, 쌍용 자동차, 줄줄이 적재한 이 현안에서 자신의 입장이라도 밝히거나, 아니면 하다못해 회의라도 소집해서 청와대가 도저히 풀 수 없어 보이는 이 문제들에서 당사자들끼리 얼굴이라도 볼 수 있게 해주면 좋을 것 같다.
이미 대통령, 청와대, 한나라당, 민심을 잃었다. 다행히 국무총리는 기대가 적은 만큼 잃은 민심도 별로 없어 보인다. 조정 업무는 국정의 꽃이다. 부디 역사가 기억할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이 총체적 난국의 대한민국에서 존재감을 보여주기를 희망한다. 책임 총리는 제도가 만드는 것이 아니라. 총리가 책임감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조정 절차를 열면, 그게 바로 책임 총리가 아닌가? 어차피 더 올라갈 자리도 없는데, 지금의 국무총리는 너무 몸을 사리고 있는 것 아닌가? 국민들이 지금 죽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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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석훈의 세상읽기]
| ▲ 우석훈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강사 (88만원 세대 저자) | ||
배본소 중심의 만화 제작에서 최근의 웹튠과 단행본 중심으로 만화 제작방식이 전환되고 난 이후에 만화책이 베스트셀러 목록의 상위에 들어온 적이 그렇게 많지는 않았다. 그러나 최규석의 〈100℃〉는 그야말로 뜨겁다. 물이 100℃가 되어야 끓는데, 99℃에서 멈추는 것은 너무 억울하지 않겠느냐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 이 책은 아마도 이번 여름 최고의 문제작이 될 것 같다. 사실 이 책이 발간된 것 자체가 이미 인터넷에서의 열기를 반영하고 있는 셈이다. 저자는 단행본으로까지 발행할 생각이 없었다고 알고 있는데, 인터넷에서 뜨겁게 진행된 열기가 실제 출간까지 이어졌고, 이게 다시 밑바닥에서 열기를 만들고 있다.
만화 〈태일이〉가 한국에서 프로 문학의 복귀를 알리는 신호탄이었다면, 만화 〈100℃〉는 이제 프로문학이 출간을 목표로 하는 단계에서 한국 독자들의 감성을 가장 먼저 적셔주는 최전선으로 갔다는 것을 의미하고, 상업적으로도 의미 있는 순간이 되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작년에 일본에서 고바야시 다키시의 1929년 〈게공선〉이 재발간되면서 아마 이제는 50만부가 넘어갔을 정도로 뜨거웠었다.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미니북으로도 발간되었는데, 이 책을 읽고 수만 명의 일본 20대가 일본 공산당에 가입하거나 지역 비정규직 노조에 가입하는 등 이 책의 반향은 사회적으로도 의미가 있었다. 급기야 이 우울하면서도 딱딱한 얘기가 영화로도 제작되었다.
한국과 일본의 사회적 현상은 10년 격차를 두고 벌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오타쿠, 프리터, 은둔형 외톨이 현상이 일본에서 사회적으로 문제로 논의된 지 거의 10년 후에 한국에서도 유사한 형태로 전개된 경향이 있다. 문학에서도 이 차이가 좀 생기는데, 일본에서 사소설 열풍이 분 이후에 한국도 오랫동안 사소설이라고 할 수 있는 분자화 된 개인들에 대한 얘기들이 열풍이 있었다.
| ▲ <100℃> (최규석, 창작과 비평사, 2009) | ||
이러한 프로 문학을 보면서, 다시 한 번 한국의 TV가 읽어내는 시대의 감수성 혹은 시대의 첨병에 대해서 질문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규석은 나에게 “이해하기 위해서 경험을 할 필요는 없다”라는 명제 하나를 가슴에 남겼다. 흔히 87년을 경험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87년의 당사자들은 “너희는 그 시대를 모른다”라는 ‘꼰대짓’을 하기 일쑤다. 그러나 오히려 최규석은 이해당사자가 아니기에 더 담백하게 그 시대를 아주 가는 스토리 라인으로 풍성하게 감정선을 건드리고, 이것이 한국의 10대와 20대에게 제대로 꽂혔다. 50대 데스크의 ‘왕꼰대’들의 감성으로는 지금의 10대와 20대의 서정과 상상력을 건드릴 수가 없다는 말일까? 자, 방송계에서는 ‘프로 문학’이라는 이제 막 떠오르기 시작한 새로운 트렌드를 어떻게 소화할 것인가, 기대되는 바이다.
이제 한국 문학도 80년대로 가고, 9시 뉴스 스타일도 80년대로 간 것 같다. KBS 라디오는 벌써 몇 달 전에 80년대로 간 듯하다. 한 쪽은 87년 스타일로, 한 쪽은 전두환 스타일로, 다시 한 번 프로문학과 서정문학의 경쟁이 시작되는가? 꼰대와 젊은이의 싸움이 다시 한 번 스크린을 놓고 붙는 것인지도 모른다. 최규석의 〈100℃〉는 TV가 바보가 되면 사람들은 다시 책을 붙잡고, 문학으로 돌아간다는 것을 보여주는 신호탄 아닐까? 한국의 프로 문학은 이제 기지개를 켜고, 왜 저항으로 문학이 생명력을 가지고 있는가, 그걸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우석훈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강사
webmaster@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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