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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09/01 5분의 힘, 시민들의 ‘효자손’이 되다 (1)
| ▲ 시청자칼럼 출연자들 ⓒKBS | ||
“안녕하십니까.” 차렷 자세로 서 있는 이가 꾸벅 인사를 한다. 월요일~금요일 오후 6시 55분, 하루도 거르지 않고 들어온 인사다. 화면 속 주인공은 심각한 얼굴로 문제제기를 하고 주장을 펼친다. 그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단 5분. 시간이 다할 때쯤이면 누군가는 묵은 체증을 날려버린 듯 만족스러워 하고, 누군가는 해결되지 못한 문제에 안타까워하며 다음을 기약한다.
그렇게 수천 명의 사람들이, 수천 개의 사연을 안고 카메라 앞에 선지 10년.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3개월도 못 갈 것”이라던 KBS 1TV 〈시청자 칼럼 우리 사는 세상〉(연출 박혜령·김동훈·김영환·정승우, 이하 〈시청자 칼럼〉)이 벌써 방송 10년을 맞았다. 1998년 6월 15일 ‘저축대장 석홍이’를 주인공으로 첫 방송을 시작했으니, 벌써 만 10년도 넘었다.
‘시청자 주권 찾기’를 지향하는 〈시청자 칼럼〉은 최근 화두가 된 ‘퍼블릭 액세스’란 개념이 등장하기 이전부터 그 의미를 실천하며 시청자의, 시청자에 의한, 시청자를 위한 프로그램으로 존재해왔다. 말하자면 공영방송 KBS만이 할 수 있고, 해야만 하는 방송이다.
〈시청자 칼럼〉의 주인공은 농민, 장애인, 주부, 직장인 등 평범한 우리 이웃들이다. 지난 10년하고도 4개월여 동안 〈시청자 칼럼〉의 문을 두드린 출연자들은 무려 2309명. 집안에 있는 전봇대를 없애 달라는 사연부터 체불된 임금을 달라는 퀵서비스 직원들의 하소연까지, 그들의 문제제기는 작게는 자신의 가정에, 크게는 사회 전체에 의미 있는 변화들을 이끌어냈다. 자동차 연식이 오래 될수록 자동차세를 감액 받고, 진료기록 사본을 구입할 때 진찰비를 내지 않게 된 것도 바로 누군가의 문제제기와 인내, 그리고 〈시청자 칼럼〉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 ▲ 지난 1일 방송된 시청자칼럼 10주년 특집방송 〈세상을 바꾸는 5분, 10년의 기록〉ⓒKBS | ||
그런 〈시청자 칼럼〉이 방송 10주년과 방송의 날을 기념해 지난 1일 〈세상을 바꾸는 5분, 10년의 기록〉이란 제목으로 80분간 특집 방송을 실시했다. 이금희, 윤인구 아나운서의 사회로 진행된 특집 방송엔 유인경 ‘경향신문’ 기자, 임기상 자동차10년타기운동 대표 등 익숙한 얼굴들이 출연했다. 수년전 〈시청자 칼럼〉 카메라 앞에 섰던 이들이다. 평범한 시민들이 주인공인 〈시청자 칼럼〉에 변호사 시절의 오세훈 서울시장, ‘네 손가락의 피아니스트’ 이희아 씨 등의 유명 인사들도 출연했다는 사실이 새삼 놀랍다.
강산이 바뀐다는 10년. 1주일에 500만원이란 제작비난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그대로인데, 그 사이 첫 방송의 주인공 석홍이는 어느새 군대를 제대한 다녀온 청년이 됐고, 돌이 막 지나 쌍둥이로 공개입양 됐던 대한이와 민국이는 소년으로 자라 가족과 함께 입양 홍보단이 됐다. 장애를 가지고 입양됐던 세진이도 어엿한 장애인 국가대표 수영선수가 되어 〈시청자 칼럼〉 10년을 축하했다.
2309명의 주인공들이 보내온 축하엽서는 ‘희망나무’에 열매로 맺혀 스튜디오에서 공개됐다. 그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었던 한 할머니의 엽서. 〈시청자 칼럼〉이 절대 없어져선 안 된다던 할머니는 “시민의 효자손으로 있어 달라”고 당부했다.
누군가에겐 무의미한 5분. 그러나 누군가에겐 절박한 5분. 누군가에겐 그냥 흘려보내도 좋을 5분. 그러나 누군가에겐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 5분. 저마다 의미는 다르겠지만, 〈시청자 칼럼〉이 5분이란 시간의 가치를 최대한 실현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짧지만 강렬한 5분. 세상을 바꾸는 힘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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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자 칼럼 before & after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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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에겐 〈시청자 칼럼〉이 마지막 희망인 셈이다. 10년 전에 비해 달라진 게 있다면, 이동통신이나 스팸문자에 관한 제보가 생겨났다는 것. 하지만 수도요금과 같은 생활밀착형 제보가 여전히 많다는 데는 변함이 없다. 수백 건의 제보 가운데 제작진은 회의를 거쳐 최종적으로 5건의 아이템을 방송으로 제작한다. 이렇게 10년간 수천 건의 사연을 방송하면서, 시청자들이 권리를 되찾는 반가운 결실도 맺었다.
법을 개정하고, 관행을 고치고, 생활을 바꾼 많은 사연 중에도 제작진이 특히 마음에 둔 사연이 있다. 26명의 PD들이 표를 던진, 박승일 씨가 주인공이다. 농구 선수 출신인 박 씨는 미국 유학을 마치고 막 코치 생활을 시작할 무렵, 루게릭병에 걸려 장애등급 2급 판정을 받았다. 박 씨는 침대에 누워 거동을 못하면서도 〈시청자 칼럼〉과 함께 국민연금관리공단의 문을 두드린 끝에 장애연급 지급 규정을 바꾸는 성과를 만들어 냈다. 많은 시청자들이 부단한 노력과 인내로 권리를 되찾았지만, 끝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안타까운 사연의 주인공들도 있다. 그 중에서도 시청자들이 가장 안타까워하며 공분했던 사연의 주인공, 정동석 씨. 정 씨는 자동차 정비 공장을 운영하기 위해 사업 허가를 받고, 빚까지 내가며 6억 원을 들여 공장을 짓고 기계를 들여 준공 승인까지 받았다. 그런데 건축 허가를 내줬던 군청이 영업 허가를 거부해 정 씨는 아무 것도 할 수 없게 됐다. 〈시청자 칼럼〉이 4월에 이어 6월 후속 방송까지 내보냈지만, 미해결 상태. 제작진은 또 다시 후속 취재를 계획하고 있다. 단발성에 그치는 뉴스와 달리 안 되면 될 때까지 후속 취재를 해 개선책을 찾는 것이 〈시청자 칼럼〉의 원칙이다. | ||||||
김고은 기자
nowar@pdjournal.com'미디어현장'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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