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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간이 비까지 내리는 쌀쌀한 겨울 날씨였지만 서울역앞 광장에는 300여명의 언론인과 시민이 모였다.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최상재)가 정한 ‘두 번째 YTN과 공정방송을 생각하는 날’ 촛불문화제가 20일 오후 7시 서울역앞 광장에서 열렸다.
대선 당시 이명박 대통령의 언론 특보 출신인 구본홍 사장을 반대하며 YTN 노조가 벌이고 있는 ‘낙하산 사장 출근저지투쟁’은 이날로 어느덧 126일째 접어들었다.
| ▲ 추운 날씨에 비까지 내렸지만 '두 번째 YTN과 공정방송을 생각하는 날' 촛불문화제에는 300여명의 시민과 언론인들이 동참했다. ⓒ PD저널 | ||
| ▲ 성공회대 김민웅 교수는 '낙하산 사장'을 내려보낸 정부의 언론장악 행태를 규탄하며 "우리가 YTN을 지켜내자"고 강조했다. 그는 "YTN 노조의 투쟁을 보면 YTN은 '여러분의 진정한 방송(Your True Network)'인 동시에 '젊고 재능을 지닌 방송(Young Talented Network)'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PD저널 | ||
| ▲ 회사로부터 해고·정직처분을 받은 YTN 기자들도 무대에 섰다. 노종면 노조위원장은 이날 '낙하산 사장 반대투쟁'을 벌이고 있는 YTN 노조가 18회 민주언론상을 수상하게 된 것을 언급하며 "한 쪽에서는 상을 주는데, 한 쪽에서는 해고를 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고 말했다. ⓒ PD저널 | ||
| ▲ 축하무대에 오른 밴드 '허클베리핀'은 열정적인 무대로 수 차례 관객들의 앵콜 요청을 받았다. 보컬 이소영 씨는 "작년 이맘 때 서울역 앞에서 열린 '시사저널 파업사태' 촛불문화제에서도 노래를 불렀는데 다시 비슷한 무대에 서게 돼 감회가 새롭다"고 말했다. ⓒ PD저널 | ||
| ▲ 촛불문화제에 참석한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학생들과 YTN의 젊은 기자들이 함께 어우러져 율동을 선보이고 있다. ⓒ PD저널 | ||
‘YTN과 공정방송을 생각하는 날’을 맞아 타 방송사 기자들도 검은 옷을 입고 뉴스를 진행하는 ‘블랙투쟁’에 동참했다. 지난달 30일 첫 번째 ‘YTN과 공정방송을 생각하는 날’ 대대적으로 ‘블랙투쟁’에 동참했던 SBS는 이날도 메인 뉴스인 <8시 뉴스>에 신동욱, 김소원 앵커를 포함한 다수의 취재기자들이 검은 옷을 입고 뉴스를 진행했다.
MBC <뉴스데스크>에서는 ‘블랙투쟁’에 동참한 기자들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지만, 이날밤 방송된 <100분 토론> 시간에는 진행자 손석희 성신여대 교수가 검은 넥타이를 매고 최현정 아나운서가 검은 블라우스를 받쳐 입어 눈길을 끌었다.
| ▲ 검은 옷을 입고 뉴스를 진행하는 '블랙투쟁'에 동참한 타사 언론인들.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SBS 김소원 앵커, 최선호 기자, MBC 최현정 아나운서, 손석희 성신여대 교수. ⓒ SBS, MBC 화면캡처 | ||
김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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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후 서울 삼성동 그랜드 인터콘티넨탈호텔에서 국내 최초의 와인드라마 <떼루아>의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이 날, <떼루아>의 연출을 맡은 김영민 감독, 황성구 작가를 비롯하여 한혜진, 김주혁, 유선, 송승환 등의 주요 배역진들이 함께 자리했다.
<떼루아>는 와인 레스토랑 <떼루아>를 배경으로 한국의 전통주와 프랑스의 와인을 둘러싼 주인공들의 갈등과 로맨스를 그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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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따져보기] 조민준 월간 〈판타스틱〉 편집장/드라마비평가
사실 리메이크나 각색 작품에서 중요한 것은 원작에 얼마나 충실한가가 아니다. 독립적인 텍스트로 볼 때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오히려 각색 작업을 통해 발생한 오리지널과의 차이점들이다. 의식적이건 무의식적이건 그 차이점에서 각색자의 세계관이 두드러지게 나타날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현재 방영중인 SBS 월화 드라마 〈타짜〉는 주지하다시피 허영만의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 그리고 각색 버전은 원작과는 많은 부분에서 달라진 모습을 보인다. 다소 트렌디한 컬러를 보강하기 위해 이야기는 90년대부터 시작하며(원작은 한국동란 직후를 배경으로 한다), 드라마에 적합한 극적 갈등구조를 위해 새로운 캐릭터들도 다수 투입되었다.
이 같은 변화들이 드라마의 기능적인 필요에 따른 것이라면 몇몇 부분에서는 그 이유를 찾기 힘든 각색상의 변화들이 보인다. 대표적인 것이 강대호(이기영)라는 새 캐릭터. 극중에서 그는 ‘지리산 작두’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원작을 읽은 독자라면 이 별명이 〈타짜〉 1부 주인공의 것이라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지리산 작두의 본명은 김곤, 즉 고니였다.
▲ SBS 드라마 〈타짜〉ⓒSBS
여기서 혼선이 발생한다. 그러니까 우리는 ‘고니’라는 이름 때문에 드라마 〈타짜〉가 만화 〈타짜〉 1부의 시대를 단지 90년대로 바꾼 것으로 일단 받아들였다. 그러나 드라마의 시작과 함께 김곤(장혁)과 지리산 작두는 다른 인물임이 밝혀진다. 더 놀라운 것은 지리산 작두가 이미 아귀의 손을 자른 적이 있다는 드라마 상의 설정이다. 이것은 만화 〈타짜〉 1부의 이야기와 같다.
물론 만화 〈타짜〉 1부의 주인공과 드라마 〈타짜〉의 강대호는 명백히 다른 인물이다. 하지만 적어도 우리는 드라마 〈타짜〉의 강대호가 만화 〈타짜〉 1부의 고니와 유사한 역정을 밟아 왔으리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둘은 평 경장 밑에서 수업을 쌓은 후 최고의 위치에 올랐고 아귀의 손을 작두로 자른 후 도박판을 떠났다. 만화 〈타짜〉의 지리산 작두는 그 후 도박을 끊었다고 한다. 그런데, 드라마 〈타짜〉의 지리산 작두는 다시 돌아온다. 그리고 이제 단순히 도박꾼이라 부르기 힘들어진 카지노 사업가 아귀(김갑수)에게 죽음을 당한다.
말하자면 드라마 〈타짜〉는 만화 〈타짜〉 1부의 끔찍한 속편 격인 셈이다. 만화 〈타짜〉에서 인물들이 싸워야 했던 것은 화투짝에 대한 스스로의 욕망이었다. 하지만 드라마의 후세계에서 그 싸움의 대상은 욕망을 구조화하고 확대재생산하는 시스템으로 진화했다. 그 시스템의 중심에 아귀가 있다. 다시 대결의 장으로 들어선 지리산 작두는 아귀 개인이 아니라 그 시스템과 싸워야 한다. 그리고 볼 것도 없이 그 싸움은 지리산 작두의 패배로 끝난다.
무시무시한 속편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드라마 〈타짜〉에는 지리산 작두의 얼터 에고(alter ego, 분신)가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 김곤이다. 최소한 우리는 그 김곤이 원작에서 지리산 작두가 걸었던 성공의 결과를 보여줄 것이라 기대한다. 하지만, 아마도 아귀의 패망이 될 듯한 그 귀결은 결코 해피엔딩이 될 수 없다. 각색을 통해 더욱 모호해진 김곤=지리산 작두의 순환 고리 때문이다.
우리는 드라마 〈타짜〉를 통해 공고하기 짝이 없도록 완성된 도박의 시스템을 보았고 이제 아귀 개인의 패망으로 그것이 무너질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하여 설혹 김곤이 아귀를 꺾는다 한들 그 시스템이 건재한 만큼 김곤은 다시 돌아올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지리산 작두가 치를 떨면서도 다시 돌아와야만 했던 것처럼. 이것은 참으로 묵시록적인 순환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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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나이트>의 히스레저를 보는데, 내가 20년 연기하는 동안 이런 걸 안해봤구나..생각했어요" (아내의 유혹 '변우민')
지난 29일 SBS 새 일일드라마 '아내의 유혹'의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고흥식 책임프로듀서를 비록하여 장서희, 변우민, 김서형, 이재황 등의 주요배역진들이 참석했다.
'아내의 유혹'에서 '정교빈'역을 맡은 변우민은 20년만에 처음 해보는 악당 캐릭터라며, 대본을 읽기 싫을 정도로 괴로웠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하지만, 영화 <다크나이트>의 히스레저를 보고나서, 지금까지 한번도 해보지 않았던 악역에 도전해 보고 싶다며 결연한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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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드라마로 받고 싶은 댓글? 가뭄에 내리는 단비 같다는 이야기 듣고 싶어요." (아내의 유혹 '장서희')
지난 29일 SBS 새 일일드라마 '아내의 유혹'의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아내의 유혹'은 남편에게 버림받은 여자가 무서운 요부가 되어 예전의 남편을 다시 유혹해 뺏어오는 팜므파탈의 이야기이다.
현모양처에서 무서운 요부로 변신하는 '구은재' 역을 맡아 3년만에 안방극장에 복귀하는 장서희는, 시청자들의 응어리를 해소해 줄 수 있는 가뭄의 단비같은 연기를 하고 싶다고 밝혔다. 또한, '인어아가씨'와 비교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에 맡은 '은재'는 분명히 인물임을 짚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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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대다수 앵커들, 검은 정장 입고 뉴스 진행
김고은 기자 nowar@pdjournal.com
전국언론노조를 위시한 언론단체들이 ‘YTN과 공정방송을 생각하는 날’, 즉 ‘YTN데이’로 선포했던 지난 30일. SBS가 이날 뉴스를 통해 ‘블랙투쟁’을 벌여 눈길을 끌었다.
SBS는 아침 방송인 〈출발! 모닝 와이드〉를 시작으로 저녁 메인뉴스인 〈8뉴스〉까지 대다수 앵커들이 검은 정장을 입고 뉴스를 진행했다.
〈출발! 모닝 와이드〉 2부 뉴스를 진행한 최혜림 앵커, 3부 진행을 맡은 손범규, 정미선 아나운서가 모두 검정색 계열의 정장을 입었다.
▲ 30일 'YTN데이'를 맞아 블랙투쟁에 참여한 SBS 앵커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출발! 모닝 와이드' 3부의 손범규, 정미선 앵커, 2부의 김석재, 최혜림 앵커, '8뉴스'의 신동욱, 김소원 앵커, '뉴스와 생활경제'의 김태욱, 유영미 앵커. ⓒSBS
또 〈아침종합뉴스〉의 김석재 앵커, 〈뉴스와 생활경제〉 1부의 김태욱, 유영미 앵커와 2부의 박광범, 정미선 앵커까지 모두 검정색 계열 정장 차림이었다.
〈8뉴스〉의 김소원 앵커 역시 검정색 의상을 입었고, 신동욱 앵커도 평소와 달리 짙은 남색 정장에 보라색 타이를 매 ‘블랙투쟁’에 동참하는 모습을 보였다.
전국언론노조 SBS본부(위원장 심석태)는 그동안 YTN 노조의 구본홍 사장 출근 저지 투쟁에 지지를 보내왔으며, ‘YTN데이’를 맞아 ‘블랙투쟁’에 동참하겠다는 뜻을 나타낸 바 있다. SBS 노조는 이날 진행된 ‘블랙투쟁’의 상황을 YTN 노조 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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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저울은 누구에게로 기울어지는가
[프로그램 리뷰]SBS 프리미엄 드라마 ‘신의 저울’
김고은 기자 nowar@pdjournal.com
정의의 여신이 있다. 오른손엔 칼이, 왼손엔 천칭저울이 들려 있다. 저울은 엄정한 정의의 기준을, 칼은 정의를 실현할 힘을 의미한다. 그리고 가려진 여신의 두 눈은 정의를 심판하는데 있어 공정성을 지켜야 한다는 상징이다.
정의의 여신이 뜻하는 바대로, 법치국가에선 법 앞에 만민이 평등하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는 법이 누구에게나 같은 무게가 아님을 잘 알고 있다. 천칭저울은 늘 강자에게로 기울고, 칼은 권력과 자본 앞에서 솜방망이로 변한다. 그래서 약자들은 법 앞의 평등이란 원칙을 냉소한다. 하지만 호소도, 읍소도 통하지 않아 더 이상 방법이 없을 때 찾게 되는 것이 또한 법이다. 그래서 이 물음은 아직 유효하다. 법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이 같은 물음에서 시작한 작품이 지난 24일 막을 내린 SBS 프리미엄 드라마 〈신의 저울〉(연출 홍창욱, 극본 유현미)이다. 법은 과연 공평한가에 대한 질문은 곧 법이 공평하지 않다는데서 비롯된다. “법 앞에 상처가 많은 사람들을 위해” 기획됐다는 〈신의 저울〉은 이런 현실에 대한 인정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정의가 아직 살아있다는 희망도 놓지 않았다.
▲ '정의의 여신이 들고 있는 저울은 과연 공평한가'에 대한 의문에서 출발한 SBS 프리미엄 드라마 '신의 저울' ⓒSBS
우빈(이상윤)은 정의로운 검사 김혁재(문성근)의 아들이다. 2년 전 사법고시에 합격한 날, 선배의 자취방을 잘못 찾았다가 우발적으로 은지(임효선)를 죽게 한다. 자수하고 싶었지만, 어머니의 만류와 법조인 가문의 명예 때문에 포기했다. 이 때문에 우빈의 사법연수원 동기이자 은지의 연인이었던 준하(송창의)가 누명을 쓰고, 그의 동생이 대신 옥살이를 하게 된다.
애초에 자수했다면 정당방위로 무죄를 인정받았을 우빈은 자신이 만들어놓은 거짓 속에 갇혀 점점 더 큰 거짓을 만들어낸다. 그것은 또 다른 형벌이다. 결국 그는 법의 심판대 앞에 섰다. 무죄를 선고받은 뒤, 준하와 그의 동생으로부터 용서를 받음으로써 죄를 씻었다. 저울은 신이 들고 있지만, 저울을 기울이거나 바르게 하는 것은 결국 인간인 셈이다.
〈신의 저울〉은 법의 피해자였던 준하가 결국은 법을 통해 진실을 밝혀내는 과정과 그 자신이 법의 집행자였던 우빈이 법의 단호한 적용을 받는 과정을 묘사함으로써 법의 가능성과 신이 든 저울의 균형을 시험해 보였다. 법의 공정성에 대한 회의에서 출발했지만, 드라마는 결고 법 자체를 부정하지 않았다. 사법연수원생 학범(송영규)은 “법이야 쫀쫀하고 촘촘하지. 그걸 집행하는 인간들이 문제지”라고 말한다. 하지만 법의 집행자라는 인간에 대한 문제제기조차 준하로 인해 결국 수정된다. 법을 믿고, 정의를 믿는 검사 준하는 신이 아닌 인간이 들고 있는 저울의 실질적인 균형을 맞출 희망인 것이다.
▲ 정당방위를 감추려다가 준하(송창의, 오른쪽)의 동생을 옥에 보낸 우빈(이상윤)이 용서를 비는 장면. ⓒSBS
방영 내내 10%대의 시청률에 머물렀지만, 〈신의 저울〉은 요즘 보기 드물게 뚝심 있고, 잘 만들어진 드라마였다. 일부 전형적인 설정과 전개 등 디테일한 단점이 없진 않았지만, 법은 누구에게나 공평해야 한다는 원칙에 대한 진정성은 힘이 셌다. 현실을 보는 날카로운 시선도 돋보였다. 정치권과 검찰의 고위직 인사들이 포진한 로펌 ‘신명’은 우리 사회 마지막 성역으로 남은 ‘김앤장’과 닮은꼴이고, ‘신명’이 개입해 국민주가 투입된 은행을 부실은행으로 둔갑시켜 외국계에 매각한 사건은 외환은행의 론스타 매각을 떠올리게 했다.
현실이 그렇듯이, 드라마 속에서 ‘신명’에 대한 검찰의 수사는 쉽게 이뤄지지 않았다. 그러나 준하는 포기하지 않는다. 10년, 20년, 30년이 걸리더라도 부패의 온상은 꼭 뽑아낼 거라고 의지를 불태운다. 현실에서 준하 같은 인물을 찾을 수 없기에 씁쓸해지는 대목이다.
드라마의 후반부. 김혁재는 북한산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며 말한다. “정의의 여신이 들고 있는 저울은 공평해야 하지만, 법조인의 마음 속 저울은 공평해선 안 돼. 약자한테 좀 더 배려해야지. 그게 실질적인 평등이거든. 가난한 사람한테는 법에서도 뒷문을 열어줘야 해. 그게 진짜 공정한 거야.” 그리고 기울어진 저울이 엔딩을 장식한다. 사회적 약자를 향해 기울어진 저울. 그것이 드라마 〈신의 저울〉이 전하고자 한 진짜 메시지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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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새로워지는 DJ가 되고 싶어요”
[라디오스타 시즌2]⑤ SBS 파워FM ‘스위트 뮤직박스’ 정지영
밤12시면 어김없이 들려오는 목소리가 있다. 높지도, 낮지도 않은, 늦은 밤에 꼭 어울리는 목소리. 그 달콤하고 부드러운 음색에 귀는 쉽게 중독된다.
'달콤DJ' 정지영에게 SBS 11층 3번 스튜디오, 파란 등받이 의자는 더없이 편안한 곳이다.
그리고 지난해 11월, “SBS 11층 스튜디오, 예민한 3번 마이크” 앞으로 다시 돌아왔다. “우리 앞으로는 정말 헤어지지 말아요”란 약속과 함께.
그녀의 복귀를 가장 반긴 이는, 물론 ‘달콤가족’들이었다. 〈스위트 뮤직박스〉의 애청자, ‘달콤가족’들은 정지영이 ‘달콤상자’를 떠나 있던 순간에도 그녀가 매일 웃을 수 있도록 아끼며 지지를 보냈다.
“처음엔 가족의 의미를 모르고 쓰기 시작한 단어인데, 호칭이 주는 존재감과 끈끈함이 있나 봐요. 사람들이 보여주는 반응이 정말 가족 같아요.”
9년의 시간이 흐르고, 세월이 쌓이는 동안 그녀도, ‘달콤가족’들도 자랐다. 독서실에서 라디오를 듣던 이가 사무실에서 듣고, 친한 친구가 된 동갑내기 청취자가 있으며, 어떤 이는 연애사까지 모두 꿰고 있다.
“연세어학당에서 공부하던 일본인 친구가 있었는데, 저한테 ‘한국어 선생님’이라며 편지를 보내곤 했어요. 처음엔 맞춤법이 다 틀려 있었죠. 그런데 얼마 전에 편지를 보내왔는데, 정말 완벽한 거예요. 이렇게 언어를 배우는 과정, 어른이 되어 가는 과정을 모두 지켜볼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참 감사해요.”
고마운 마음에 청취자들이 보내오는 문자메시지에 매일 답장을 하는가 하면, 매달 청취자들과 영화 한편을 함께 보는 이벤트도 진행하고 있다. 한번은 손편지가 10~20장으로 줄어든 것을 보고 직접 답장을 써 보내기도 했다.
그녀가 보여준 성의에 ‘달콤가족’들도 화답한다. 〈스위트 뮤직박스〉가 첫 방송된 9월 13일을 빠짐없이 기념하고, 선물을 할 때는 DJ를 포함해 PD, 작가까지 제작진 ‘4인방’을 함께 챙겨 보내곤 한다.
“과하게 많이 아껴주시고, 챙겨주세요. 좋은 DJ와 오래 자리를 지키는 DJ는 좋은 청취자들이 만들어 주시는 것 같아요.”
좋은 DJ를 만드는 충분조건이 좋은 청취자라면, 좋은 목소리는 필요조건이다. 많은 이들이 〈스위트 뮤직박스〉의 장점으로 감성적인 선곡과 DJ의 목소리를 꼽는다. 부드럽고, 감미로우며, 특히 밤12시란 시간에 더없이 잘 어울리는 목소리는 그녀만의 매력이다.
“원래 빠르고, 하이톤의 목소리였어요. 그런데 오래 진행하면서 이 시간에 맞게 목소리가 만들어진 것 같아요. 아침방송 할 땐 아침에 어울리는 목소리라고 했어요. 공간이 주는 신비한 마법과도 같은 거죠. 3번 마이크가 신비한 마법을 부려요.”
언제는 장염에 걸려 토사곽란을 일으킨 적이 있는데, 목소리가 너무 안 좋아 걱정했을 정도였다. 그런데 아무 일 없다는 듯이 2시간 동안 생방송을 무사히 마쳤다. “슬픈 일이 있어도 이곳 3번 스튜디오가 2시간 동안 좋은 컨디션으로 만들어 준다”는 게 그의 말이다.
하지만 그녀가 목소리보다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그녀의 방송을 통해 청취자들이 얻게 될 위로다.
SBS '정지영의 스위트 뮤직박스'의 홈페이지
그건 “밤이기에 가능한 일”일지 모른다. 자동차, 수산시장, 톨게이트, 편의점, 연구소 등 자신이 위치한 곳에서 사연을 나누고, 말 한 마디와 음악 한 곡으로 위로를 받는 사람들. ‘우리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아름답다’는 노래 제목처럼 “깨어 있는 사람들이 느끼는 특별함”이다.
과하게 유쾌하고, 4차원에, 엽기적인 방송코드를 선호하는 최근의 경향 속에서도 그가 “어느 한 프로그램만은 따뜻하고, 세상에 숨겨진 이야기들을 전하는 프로그램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는 건 그래서다.
벌써 10년째. 매일 밤12시 스튜디오를 지키는 게 그녀에겐 익숙한 일이다. 그래서 마이크를 놓았던 1년간은 “12시에 뭘 해야 할지 몰라서” 일부러 일찍 잤다는 그다. 그런 정지영에게 〈스위트 뮤직박스〉는 ‘생활’이다.
“사실 의미가 클 수도, 별로 없을 수도 있죠. 프로그램이란 느낌이 없어요. 생활 같아요. 밤12시가 되면 당연히 앉아 있어야 할 곳에서 마땅히 해야 할 것을 하고 있는 것과 같답니다.”
SBS 라디오에선 손에 꼽힐만한 장수 DJ면서도 배철수를 보면 “나도 저만큼 해야지” 하고 자극받는단다. “원고 없이 2시간 방송을 할 수 있는 경지”는 돼야 만족할만한 욕심이다. 또 하나 욕심이 있다면 “헤어지지 말자”는 약속을 지키는 것이다.
“군대에 가시면서 2가지 약속을 해달라는 분이 계셨어요. 영원히 헤어지지 말자는 것과 2년 뒤에 다시 돌아와 듣겠다는 거였어요. 특별한 일이 없다면 약속을 꼭 지키고 싶습니다.”
학생 때 건조한 사람이었다는 그녀가 “감나무를 보고도 그냥 지나치지 않게 된 건” DJ가 되고 부터였다. 같은 음악을 들어도, 같은 여행을 해도 더 많이 보고 느끼게 되는 것도 마찬가지다. 이제는 그런 느낌과 감정을 매일 새롭게 전하는 DJ가 되는 것이 그녀의 목표다.
“살아가는 얘기들이 비슷하고, 매일 반복될 수 있잖아요. 가을이 되면 가을의 얘기가 반복되며 돌아가듯이. 그런 것들을 늘 새롭게 전하는 DJ가 되고 싶어요. 내가 느끼는 가을이 작년과 올해가 다르듯이, 매일 새로워지는 DJ가 되려고 합니다.”
김고은 기자 nowar@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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