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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4/18 지금 케이블TV는 ‘TV영화’ 장르 개척 중
  2. 2008/03/27 ‘막돼먹은 영애씨 시즌3’ 촬영현장을 가다
2008/04/18 13:53

지금 케이블TV는 ‘TV영화’ 장르 개척 중

충무로 감독들, ‘섹시코드’ 무장해 브라운관으로 대거 이동

케이블TV 자체제작 프로그램이 ‘TV영화’라는 장르 개척을 통해 새로운 전환기를 맞고 있다. 최근 PP(채널사용사업자)들은  내로라하는 충무로의 영화감독들을 비롯해 실력을 겸비한 영화 스태프들에게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기존 드라마들은 폭넓은 대중과의 호흡을 위해 이야기를 쉽고 재미있게 풀어나가는데 주안점을 두었다면, TV영화는 사건 전개과정의 과감한 생략·압축과 같은 '영화적 특성'을 안고 있다. 특히 이야기의 전개보다는 영상에 좀 더 무게를 두고 뚜렷한 인물의 캐릭터를 부각하는 특징을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TV영화의 장르 개척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영화전문채널을 소유한 온미디어 계열의 OCN과 CJ미디어 계열의 채널CGV다.

   
▲ 장진 감독이 참여한 OCN 스페셜 무비 ⓒOCN

영화 〈킬러들의 수다〉, 〈박수칠 때 떠나라〉를 선보인 장진 감독은 최근 OCN 5분짜리 4부작 영화 〈U-Turn〉의 각본과 연출을 맡아 관심을 모으고 있다. 밤 12시에 편성된 〈U-Turn〉은 두 남녀의 사랑을 다룬 것으로 소지섭과 이연희가 출연해 화제를 모으고 있으며, 쌍용자동차의 광고용으로 짧게 편집되기도 했다.

조선 숙종시대 방중술을 소재로 한 기생들의 이야기를 다룬 OCN 〈메디컬 기방 영화관〉(2007)은 현재 5월 방송을 목표로 KBS 〈경성스캔들〉이 촬영된 경남 합천 영상테마파크에서 시즌 2에 해당하는 〈경성기방 영화관〉촬영 중이다. 이번에는 1920년대 일제시대 수도 경성을 무대로 ‘신여성’의 이야기를 다룬다는 방침이다.

또한 OCN은 영화사 더드림픽처스와 손을 잡고 〈라이터를 켜라〉 장항준 감독과 〈최강 로맨스〉의 김정우 감독은 〈장감독VS김감독〉이라는 독특한 무비배틀 프로젝트를 선보였다. 극장과 TV에서 동시 상영한 뒤 관객 수와 시청률로 작품을 승부하는 것으로 총 4편의 영화를 제작해 관객들의 심판을 기다리고 있다.

   
▲ 채널CGV <정조암살미스터리 - 8일> ⓒ채널CGV

영화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영원한 제국〉을 연출하며 대종상을 거머쥐기도 한 박종원 감독은 채널CGV 10부작 〈정조암살 미스터리 8일〉(2007)을 제작해 연출력을 인정받았다. 총제작비 40억원을 들인 이 작품은 최고 시청률 3.1%를 기록하며 대형 TV영화의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또한 채널CGV 〈색시몽〉(2007)은 〈몽정기〉를 제작한 정초신 감독이 연출했고, 〈파이브 걸즈 란제리〉(2008)를 연출한 박선욱 감독은 애로 영화계에서 100여편을 제작해 이름을 알린바 있다.

TV영화라는 제목으로 처음 선보인 것은 OCN 6부작 〈동상이몽〉(2004)은 영화 〈맛있는 섹스 그리고 사랑〉을 연출한 봉만대 감독의 작품으로 총 제작비 10억원을 투자한 작품이다. 15억원의 제작비를 들인 OCN 5부작 〈코마〉(2006)는 영화 〈알포인트〉를 연출한 공수창 감독의 작품으로 2006년 4월 제7회 전주국제영화제 특별상영작(한국영화의 흐름)으로 초청돼 전석 매진되는 기록을 얻었다.

이처럼 영화감독들이 TV영화 제작에 참여하고 있는 것은 어려워진 충무로의 사정과 더불어 케이블TV의 자체제작 능력 증대전략과 효과가 맞아 떨어진 것으로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안상휘 CJ미디어 드라마기획팀장은 “아예 TV영화라는 장르를 개발하기 위해 대단한 각오와 사명감을 가지고 온 감독들도 있는 반면, 어려워진 충무로를 잠시 피해 숨고르기를 하고 있는 감독들도 있다”며 “영화 인력들이 대거 TV로 넘어오면서 영화적 문법을 케이블이라는 공간에서 다양한 실험들을 하며 현재는 TV영화의 장르를 구축해 나가는 과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영화감독들이 TV로 넘어오면서 소재는 ‘섹시코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아쉬움을 더하고 있다. 실제로 OCN의 〈장감독VS김감독〉이 선보이는 네 편 영화는 혼전동거, 성인용품, 처녀귀신과의 성관계, 교수와 학생과의 로맨스 등 ‘섹시코드’로 무장했다.

   
▲ 〈라이터를 켜라〉 장항준 감독과 〈최강 로맨스〉의 김정우 감독이 선보인 〈장감독VS김감독〉 무비배틀 프로젝트 ⓒOCN

또한 영화 〈마이 캡틴 김대출〉을 만들었던 송창수 감독은 채널CGV 〈색시몽 리턴즈〉를, 〈인형사〉를 제작한 임경택 감독은 OCN 〈유혹의 기술〉과 채널CGV 〈라디오 야설극장-색녀유혼〉에서 성적인 소재에서 벗어나지는 못했다.

OCN 〈장감독VS김감독〉에서 〈색다른 동거〉, 〈성 발렌타인〉을 연출한 김정우 감독은 “영화에서 브라운관으로 오니 ‘섹시코드’가 필요했다”며 “자정이 넘긴 시간 케이블 주 시청자는 30대 남성이고 시청률을 위해선 선정성이 있어야 하는 것 같다”며 이유에 대해 설명하기도 했다.

이 같은 경향에 대해 한 지상파 방송사 드라마 PD는 “이들이 ‘섹시코드’에 맞춰 영화를 제작하는 것은 감독들 본인 의지라기보다는 케이블TV에서 저예산으로 시청률을 확보하기 위해 깔아놓은 일종의 전략”이라며 “감독들의 자질과 역량이 선정적인 소재에 맞추는 것이 대안이 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원성윤 기자 socool@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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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영화의 성공모델 만드는게 목표”

[인터뷰] 전광영 온미디어 제작국장


전광영 온미디어 제작국장은 “영화전문채널 OCN이 TV영화의 장르를 개척하는데 역할을 했다”며 “윈도우만 TV일 뿐 영화와 다름없는 손색없는 작품들을 많이 제작했다”며 TV영화에 대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온미디어 계열 영화채널 OCN은 2004년 11월 6부작 〈동상이몽〉을 시작으로〈썸데이〉(2006), 〈코마〉(2006), 〈에로틱판타지 천일야화〉(2007), 〈메디컬기방 영화관〉(2007), 〈직장연애사〉(2007), 〈유혹의 기술〉(2008) 등을 제작했다. 이하는 전광영 온미디어 제작국장과의 일문일답이다.

   
▲ 전광영 온미디어 제작국장
- 온미디어가 TV영화 제작에서 추구하는 방향은.
“영화채널 OCN에서 기본적으로 TV영화를 편성하고, 수퍼액션 채널에선 〈도시괴담 데자뷰〉와 같은 공포물이나 실험성을 가미한 〈서영의 SPY〉같은 팁드라마를 내보내고 있다. 현재 OCN에서는 한 해 평균 10편의 TV영화를 만들어 내고 있고, 〈U-turn〉과 같은 5분짜리 4부작 TV영화 등도 만들며 소재의 다양성을 추구하고 있다.”

- 초기에는 실험성이 있다고 평가 받았으나 ‘섹시코드’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 같다.
“그렇지 않다. 기본적으로 그런 소재를 차용하긴 하지만 성인물이 목적은 아니다. 지상파에서 볼 수 없는 〈메디컬기방 영화관〉도 런칭 초기에는 색안경을 끼고 봤지만 작품 퀄리티가 어느 정도 확보되니까 선정성 논란이 없어지지 않았던가. 일본 케이블·위성TV인 소넷에도 호평을 받으며 수출했다. 평가절하 되는 것이 아쉽다.”

- 영화 제작사들과의 관계는 어떤가.
“아직 TV제작 환경이 낯선 영화제작사와 작업을 추진 할 때는 무작정 외주를 맡기지 않는다. 케이블TV 업계가 프로듀싱과 캐스팅, 마케팅, 홍보, 편성 등을 담당하고 있다. 제작사들은 제작에 몰두할 수 있도록 한다. 현재 케이블TV에 유입된 인력들은 지상파에 프로그램을 납품하는 외주제작사들과 영화 제작사들이 5:5 정도를 형성하고 있다.”

- 외주 제작사와의 수익률 배분은 어떤가.
“외주 제작사와의 계약에 있어서 지상파가 제작비의 60~70%를 지원해주는 것과 달리 100%를 지원해 줌으로써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판권문제에 있어서도 누가 좀 더 많은 기여를 했느냐에 따라 수익률을 배분한다.”

- TV영화 제작의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
“불확실성이 가장 큰 어려움인 것 같다. 시청자들의 반응을 보면서 제작하는 지상파 제작과는 달리 4부작이든 8부작이든 일단 편수와 작가, 감독, 배우 등을 다 세팅한 상태에서 제작에 들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성공사례를 많이 만드는게 관건이다.”

원성윤 기자 socool@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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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러·액션 등 다양한 장르의 TV영화 선보이겠다”

[인터뷰] 안상휘 CJ미디어 드라마기획팀장

지난해 채널CGV에서 〈정조암살미스테리 8일〉을 통해 대형 TV영화를 만들어낸 CJ미디어는 앞으로도 다양한 소재를 발굴해 장르의 폭을 넓혀가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또한 중앙대학교 연극영화과 대학원과 산학협동으로 만든 〈소녀X소녀〉와 같은 프로젝트도 계획 중이다.

TV영화의 장르성에 대해 안상휘 CJ미디어 드라마기획팀장은 “영화가 드라마의 차이는 16부작의 이야기를 120분 안에 소화하는 것”이라며 “아직 TV영화라는 장르가 자리 잡혀 있지 않아 기준이 애매모호한 면이 다소 있지만 기존 드라마에 비해 한 장면마다 화질과 음악 등 모든 장면마다 높은 퀄리티를 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하는 안 팀장과의 일문일답.

   
▲ 안상휘 CJ미디어 드라마팀장
- 채널CGV, tvN 등의 채널을 소유한 CJ미디어의 전략은.
“CJ미디어 계열에는 여러 채널이 있지만 채널CGV는 TV영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tvN은 철저하게 드라마를 편성한다. 앞으로 TV영화는 채널CGV에서 적극적으로 발굴해 낼 것이며 ‘섹시코드’로 무장한 기획물과는 별개로 호러나 액션 등의 소재와 장르개발을 적극적으로 기획, 제작할 것이다.”

- tvN의 선정성 논란에 이어 최근에는 채널CGV의 자체 제작 프로그램들 역시 여기에 동참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채널CGV 〈색시몽〉, 〈파이브 걸즈 란제리〉처럼 섹시코드에  맞춘 프로그램들은 시청률을 의식해 만들긴 했다. 하지만 이런 프로그램들은 〈정조암살미스테리〉 같은 대형 TV영화 사이에 들어가는 짧은 기획물에 불과하다. 섹시코드의 프로그램이 시청률이 더 나오는 것은 인정하지만 기본적으로 CJ 미디어가 추구하고자 하는 고려 대상은 아니다. 그렇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 TV영화가 기존 드라마와 기술적 차이가 있나.
“똑같은 HD(고화질)로 찍더라도 드라마가 초당 30프레임을 이용하는 것에 반해 TV영화는 영화와 마찬가지로 초당 24프레임을 추구한다. 이는 필름의 오랜 습관에서 나오는 것으로 컬러 톤도 음영이 좀 더 깊게 하고, 화면비율도 16:9로 맞춘다. 또한 TV영화는 기존 드라마에 비해 프리 프로덕션(사전제작)이 길다. 드라마가 통상 4회분을 기획해서 촬영에 들어가는 것과 달리 영화와 마찬가지로 이보다 더 긴 기간을 잡고, 콘티와 대본이 모두 나온 상태에서 촬영에 들어간다.”

- TV영화를 제작하면서 어려운 부분은.
“초기엔 배우들의 캐스팅이 어려웠다. 그래서 대부분의 연기자들이 지상파에서 받는 출연료의 1.5배를 더 줘야 출연했다. 이제는 우리도 캐스팅을 통해 배우를 발굴하려고 한다. 미국에는 케이블만의 배우가 있지 않나. 한 때 유명했는데 잊혀진 사람들을 재발굴해서 캐스팅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본다.”

- TV영화의 수익구조는 어떤가.
“아직까지 큰 수익을 기대하지 않는다. 총제작비의 20-30%정도를 회수하는 것이 현재 목표다. 현재는 제작비 대비 20%정도의 회수율을 보이고 있다. 앞으로 해외 판권 수출 등으로 회수율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본다.”

원성윤 기자 socool@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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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3/27 14:01

‘막돼먹은 영애씨 시즌3’ 촬영현장을 가다

“화려하진 않지만 진솔한 그녀들의 이야기”

지난해 4월 20일 첫 등장부터 심상치 않았던 〈막돼먹은 영애씨〉(연출 정환석·박준화·최규식)가 성공적인 시즌드라마로 정착하며 지난 7일 시즌3 방송을 시작했다. ‘다큐드라마’라는 독특한 포맷으로 처음 승부를 걸더니, 이제는 지상파와 케이블을 통틀어 최초의 성공적이고 안정적인 시즌드라마 사례로 기록된다. 시즌3로 돌아온 〈막돼먹은 영애씨〉는 이전보다 조금 더 막돼먹었다. 세상은 여전히 막돼먹었고, 그래서 영애도 막돼먹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영채(정다혜)와 혁규(고세원)의 결혼과 유산, 영애(김현숙)의 독립, 두 여자의 등장이란 새로운 국면을 맞은 〈막돼먹은 영애씨〉 시즌3 촬영 현장을 찾아 지난 11일 일산으로 달려갔다.

“오늘은 조금 널널해요. 날을 잘 골라 오셨네.”

박준화 PD가 명함을 건네주며 첫 마디를 던졌다. 그는 “일찍 끝날 거예요”라며 “지난주에 오셨으면 큰 일 났을 뻔 했다”는 축하(?)성 격려 멘트도 덧붙였다. 이날 큐시트에 스물 한씬이 적혀 있어 걱정이 됐지만, “저녁 8시쯤 끝나지 않을까”라던 박 PD의 말을 믿어보기로 했다. 그러나 정확히 12시간 뒤, 그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져 버렸다. 3개의 씬을 남겨둔 시각이 저녁 8시 30분을 향하고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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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막돼먹은 영애씨' 촬영에 필요한 카메라는 6mm 카메라 3대뿐!


#1. 6㎜카메라 3대면 OK!

〈막돼먹은 영애씨〉의 촬영은 매주 화·수 이틀에 걸쳐 이뤄진다. 화요일엔 영애의 회사를, 수요일엔 영애의 가족을 배경으로 촬영이 진행된다. 지난 11일은 4회분(28일 방송) 촬영이 있는 날이었다. 촬영의 주 무대는 영애의 회사 ‘아름다운 사람들’이 위치한 일산. 영애의 사무실과 오피스텔뿐만 아니라 식당과 호프집 촬영 등 대부분이 일산에서 이뤄졌다.

첫 촬영은 오전 8시, 일산 웨스턴 돔의 한 커피숍에서 시작됐다. 시즌3 들어 ‘양다리’를 걸치기 시작한 서현(윤서현)이 지원(도지원) 몰래 은실(김혜지)과 만나는 장면이었다. 6㎜카메라 3대, 조명과 마이크 몇 개, 3개의 촬영 화면을 동시에 확인할 수 있는 모니터 등이 20여분 만에 세팅 완료. 장비 이동과 세팅에만 몇 시간이 소요되는 여느 드라마 촬영 풍경과는 확연히 달랐다.

“자, 박수 한번 치고.” 박주환 PD의 말에 모두가 박수로 촬영의 시작을 알렸다. 〈영애씨〉는 한 씬이 한 호흡으로 촬영된다. 카메라 위치와 앵글 때문에 배우들이 연기를 끊어가며 할 필요가 없다. 3대의 카메라가 동시에 촬영을 하고, 다른 각도의 클로즈업이나 인서트 장면만 별도로 촬영한다. 박 PD도 웬만해선 중간에 ‘컷’을 외치지 않았다. 일단 한 씬이 끝날 때까지 지켜본 뒤 재촬영을 하거나 카메라 감독에게 “괜찮았냐”고 물어본 뒤 ‘OK’ 했다.

커피숍 촬영은 20분 만에 끝났다. 은실 역의 김혜지는 한 씬만에 이날 촬영 끝. “수고하셨습니다” 인사하는 김혜지에게 스태프들은 “뭐야, 벌써 끝난 거야? 다음엔 맨 마지막 순서로 해야겠어”라며 부러움 섞인 농담을 던졌다.

#2. 글자를 보지 말고 상황을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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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본을 보며 리허설을 하고 있는 '영애'역의 김현숙

영애의 사무실은 바로 옆 빌딩에 자리하고 있다. 일산MBC 드림센터와 나란히 선 건물이다. 사무실에 들어서자마자 반가운 선물이 기다리고 있었다. ‘센스쟁이’ 사장(유형관)이 빵, 과자와 우유 한 박스를 들고 온 것. 한쪽에서 영애(김현숙)와 지원이 머리와 메이크업을 하고, 사무실을 빙 둘러 마이크와 카메라 세팅이 분주한 가운데, 아침을 거른 스태프들은 한손엔 과자, 다른 한 손엔 우유를 들고 빈속을 채웠다.

우유 한 병을 다 비우기도 전인데 사무실 옆 화장실에서 촬영 준비가 완료됐단다. 볼일을 보려던 중 고향에 계신 어머니로부터 전화를 받는 서현. 은실과 빨리 결혼하라는 성화에 짜증이 났다. 큰 키, 말쑥한 외모의 서현의 입에서 “그래유. 됐슈” 하며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가 터져 나오자 스태프들은 소리도 못 내고 조심스레 웃어댔다.

이번엔 영애와 정원(양정원)이 화장실에 들어갔다. 편의상 남자화장실에서 연속으로 촬영했다. 영애는 화장실에 들어가 큰일을 보는데, ‘명품녀’ 정원은 태연하게 화장을 고치며 계속 말을 붙인다. 시즌3에서 신입사원으로 첫 등장한 양정원은 ‘인터넷 5대 얼짱’으로 유명한 얼굴. SBS 〈진실게임〉 등에 실제 출연한 이력도 갖고 있다. 그러나 처음 해보는 연기가 영 녹록치 않다. 김현숙이 “대본을 볼 때 글자만 보지 말고 상황을 보라”고 충고한다.

#3. 정지순 대리가 두명이다?

다시 사무실. 벌써 10시가 넘었는데, 사무실에 걸린 시계는 이제 겨우 9시를 지났다. 사장의 반강요로 서현과 지원, 그리고 ‘도련님’ 원준(최원준)이 아침 체조를 하고 있다. 그때 벌컥 문을 열고 뛰어 들어오는 영애와 지순(정지순), 뒤따라 커피를 사들고 유유히 들어오는 정원까지, 이제 ‘아름다운 사람들’ 식구 7명이 모두 모였다.

사무실에서 소화해야 할 촬영 분량은 이날 전체 촬영 분량의 1/3을 차지했다. 찍어야 할 씬은 많은데, 웬일인지 자꾸 NG가 났다. 사장의 늘어지는 애드리브, 정원의 어색한 대사 처리. 박 PD는 어느 하나도 그냥 쉽게 넘기지 않았다. 그래서 한 컷을 5번 이상 촬영하기도 했다. 덕분에 점심식사도 12시 반에서 1시간 이상 늦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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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애의 라이벌 정지순 대리, '아름다운 사람들'의 식구들과 박준화 PD, 신입사원 양정원, 불고기집에서 점심식사 중인 영애의 사무실 남자 직원과 사장.(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사무실 촬영이 절반가량 진행됐을 무렵, 〈영애씨〉의 정환석 팀장이 현장을 찾았다. 그때 제작진이 일제히 외친 말. “정지순 대리 왔다!” 배우와 스태프는 한목소리로 “정 대리와 닮았다”, “헷갈린다”며 장난을 쳤다.

대부분의 배우와 제작진이 시즌1부터 호흡을 맞춘 지라, 촬영장 분위기는 편안하고 자연스러웠다. 배우와 스태프 사이엔 거리감이 없었다. 김현숙은 틈틈이 스태프와 장난을 쳤고, 스태프들도 자연스러운 스킨십으로 친근함을 과시했다. 점심 식사도 대부분의 배우들이 근처 식당에서 스태프들과 함께 했다. 참고로 김현숙의 식성은 영애일 때나 영애가 아닐 때나 변함없더라.

#4. 영애의 고기 파티

점심식사 후 사무실 식구들은 근처 불고기집에서 또 식사를 해야 했다. 불고기가 지글지글 익는데 이미 식사를 마친 뒤라 식욕이 생길 리가 없다. 사장이 한 마디 툭 던진다. “우리 고기 많이 못 먹게 하려고 일부러 점심시간 후에 촬영을 잡다니, 머리 썼네.” 멋쩍게 웃기만 하는 박준화 PD. 그런데 영애와 지순은 참 열심히도 먹는다. 식당 아주머니에게 “이거 한우예요?”하고 묻던 김현숙은 언제 점심을 먹었냐는 듯 불고기를 입에 꾸역꾸역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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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에 돌아와 또 삼겹살을 구워먹는 영애.

고기 파티는 그 뒤에도 계속됐다. 차로 5분여를 달려 도착한 영애의 오피스텔. 이곳에서 영애는 삼겹살 잔치를 거하게 벌였다. 독립하겠답시고 오피스텔로 이사하느라 기력이 쇠해져 삼겹살로 힘을 보충하려는 것이었다. “뱃속을 깨끗이 비웠더니 잘도 들어가네”라며 삼겹살 한 점에 소주 한잔까지 시원하게 들이켰다. “나 살 언제 빼지? 이 작품 〈전원일기〉처럼 가면 나 영원히 이렇게 살아야 돼.” 제작진을 향한 김현숙의 푸념에 은근히 걱정이 되면서도 웃을 수밖에 없었다.


<영애씨〉에 있다! 없다?


HD카메라가 없다?

요즘 TV드라마, 너도 나도 HD다. 깨끗하고 선명한 화면에 때론 5.1채널까지 자랑한다. 고화질·고음질이 추세인데, 〈영애씨〉는 거꾸로 간다. HD카메라도 없거니와 일반 TV드라마 촬영에 사용되는 카메라와도 다르다. 〈영애씨〉의 사실적이고도 거친 질감을 만들어내는 주인공은 다름 아닌 6㎜카메라. 6㎜카메라 사용은 “지상파 TV드라마와 달라야 한다”는 발상에서 나왔다. 6㎜와 성우의 내레이션, 현실적인 스토리가 맞물려 ‘이영애’의 회사와 가정을 중심으로 한 휴먼다큐멘터리풍의 드라마가 탄생했다.

6㎜카메라의 장점은 기동성. 덕분에 카메라 세팅에만 몇 시간이 소요되는 일도 없고, 핸드헬드(handheld)로 촬영하니 위치나 앵글을 바꾸기도 훨씬 수월하다. 게다가 3대 이상이 동시에 투입돼 앵글에 따라 연기를 끊어가지 않아도 좋으니, 배우들도 만족이다.

세트가 없다?
〈영애씨〉엔 세트나 스튜디오가 없다. 촬영이 이뤄지는 모든 것은 100% 실제 공간이다. 영애의 회사 ‘아름다운 사람들’의 사무실은 tvN 송창의 대표가 지인을 통해 저렴하게 임차했다. 1주일에 하루만 촬영에 쓰일 뿐이지만, 실감나는 공간 연출을 위해 일정 기간 동안 아예 빌린 것이다. 영애의 오피스텔, 영애 부모와 영채-혁규 부부의 집도 마찬가지다. 오피스텔 내부는 원래 주인이 사는 모습 거의 그대로다. 따라서 소품 담당자가 분주할 일도 별로 없다. 1주일에 하루, 단 몇 시간동안 〈영애씨〉만을 위한 세트로 바뀌는 셈이다.

없는 것은 세트뿐이 아니다. 스튜디오가 없으니 연기자들을 위한 분장실도 따로 없다. 그래서 배우들은 촬영 현장 곳곳에서 편안하게 메이크업을 받는다. 의상을 갈아입는 곳은? 화장실과 기타 등등.

자연스러움이 있다!
〈영애씨〉엔 없거나 부족한 게 많다. 보통 한권의 책으로 나오는 대본이 〈영애씨〉에선 그냥 A4용지다. 연기자들은 각자 대본을 인쇄해 자신의 대사를 체크해 오는 듯 했다. 으레 대본에 있어야 할 ‘BS’ 등의 샷 표시도 없다. PD와 카메라 감독은 각 씬 촬영에 앞서 컷과 샷을 어떻게 할지 의논한다.

이렇게 〈영애씨〉엔 여느 드라마들과 달리 없거나 부족한 것들이 많지만, 그 차이와 결핍이 오늘의 〈영애씨〉를 만들었다. 대신 〈영애씨〉엔 편안함과 자연스러움이 있다. 배우들은 스태프와 스스럼없이 어깨동무를 하고, 담배를 피거나 한다. 주연과 조연 사이에 벽이 없고, 연기자와 스태프 사이에도 거리감이 없다. 밴에서 쉬다가 세팅이 완료돼야 슥 나오는 톱스타도 없다. 무리 없이 어울리는 친근함과 자연스러움. 이 역시 〈영애씨〉를 시즌3까지 이르게 한 중요한 비결이 아닐까.


김고은 기자 nowar@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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